1. 미학적 감수성 - 한 사회의 도덕적 진보는 직접적으로 규범적 개선을 제도화하는 형식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단지 소극적으로 사회적 불의를 점진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진다는 발상이 중심적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그와 같은 불의를 탐색하는데는 타인의 가능한 고통을 창조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예술가의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미학적 감수성이야말로 도덕적 진보를 가능하게 하는 본래의 추진력이라고 본다. 



2. 무시 - (엘리트를 자처하는 부류는) 다른 사람보다 낫다는 인식이 일상화될 경우, 그것 역시 무리를 지으며 다른 집단을 이질화시켜 그 무시를 재생산해낸다. 엘리트 의식을 갖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일상에서 관계의 문제가 고착화되는 것이 정말 문제이다. 지적인 무시, 이해 정도 등으로 인한 하대 경향은 인식은 받는 쪽에서도 머리의 영역이 아니라 가슴, 몸의 영역이므로 본능적으로 느낀다는 것이다. 무시와 감수성은 서로의 방향을 달리한다. 타인이 느낄 수 있는 고통을 창조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기에 자기보다 부족하다 싶으면 감수성보다 심리적으로 무시를 택한다. 결국 무시의 네트워크로 좁혀진다면 바람직한 관계가 자랄 수 없다. 엘리트로 운신할 공간도 없어져 결국 연대도 없고 배려도 없다. 결국 그 생태내에서는 엘리트마저 소멸된다. 그래서 무시를 택하지 않고 미학적 감수성을 택하는 편이 앞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모두 제거하고 스스로 능력도 높일 수 있다. (지적수준이 문제가 아니라 감수성이 부족해 상대의 입장에서 설명해내지 못하는 능력의 부족이 문제다. 그래서 감수성이 부족한 불감을 문제삼아야 한다.) 



3. 친구 - 우정은 자신의 고유한 존재감 속에서 친구의 존재를 함께-지각하는 심급이다.  함께 산다는 것은 공통의 실체에 참여하는 것으로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순전히 존재적인 함께 나눔, 이른바 대상 없는 함께-나눔으로 정의된다. 그러므로 우정은 존재한다는 순수한 사실을 함께-지각하는 것이다.; 





 

  5. 전주(온다라) - 지난 2-30년 아파트값이 오르지 않아 오히려 뜨는 도시. 주택값이 원도심,구도심이 비슷하여 공동화도 없고 오히려 문화의 뿌리를 살릴 수 있는 도시. 천가지 경치를 볼 수 있다는 천경대를 지나 만경대, 억가지 경치를 볼 수 있다는 억경대에 오르자 정말 북쪽은 평야로 훤히 트이고 수천수만의 경관이 사로 잡는다. 태조어진을 모신 경기전의 사대문안쪽, 서학-천주교를 효시한 성곽은 동학군이 사수하였으나 일제와 관군의 포화로 성곽은 무너졌다. 그리고 그 성곽의 돌은 명동성당과 꼭 닮은 전동성당의 주춧돌들로 사용되었다 한다. 동학-일제-지금의 동선이 겹친다. 양반보다 향리의 도시인 이곳은 한옥마을이든 문화의 뿌리가 그렇게 깊지 못하다고 한다. 대전-목포에 이은 세번째 전주를 가슴에 담자 내내 답답해진다. 새벽 눈썹을 닮은 달은 눈물을 그렁그렁 안고 있다.

4. 동시대인 -동시대성이란 시차와 시대착오를 통해 시대에 들러붙음으로써 시대와 맺는 관계이다.  동시대인이란 자신의 시대와 완벽히 어울리지 않는 자, 자기 시대의 요구에 순응하지 않는 자, 그래서 이런 뜻에서 비시대적인/비현실적인 자이다. 그러나 바로 이런 까닭에, 바로 이 간극와 시대 착오 때문에 동시대인은 다른 이들보다 더 그의 시대를 지각하고 포착할 수 있다.(나의 세기, 나의 야수여/누가 너의 동공을 바라보고/두 세기의 척추와 피를/함께 붙일 수 있을까?) 동시대인이란 자신의 시대에 시선을 고정함으로써 빛이 아니라 어둠을 지각하는 자이다. 세기의 빛에 눈멀지 않고 그 속에서 그림자의 몫, 그 내밀한 어둠을 식별하는 데 이르는 자만이 동시대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시대의 어둠에 시선을 고정할 수 있다는 것뿐 아니라 이 어둠 속에서 우리를 향하지만 우리에게 무한히 멀어지는 빛을 지각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동시대인이 된다는 것은 우리가 결코 있어보지 못한 현재로 되돌아가는 것을 뜻한다. 동시대인이란 시간을 나누고 가필함으로써 시간을 변형할 수 있고, 또 그것을 다른 시간과 관련시킬 수 있으며, 역사를 미증유의 방식으로 읽을 수 있고, 그것을 필연에 따라 '인용할' 수 있는 자이기도 하다. 그것은 펑크 낼 수 밖에 없는 약속시간을 지키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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