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노;연애조작단]을 추분날 식구들과 같이 보다.(사실은 일정에 없는 일이었지만... 처가식구를 그곳에서 볼 줄이야. ㅎㅎ) 청소년이 아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청소년이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딸래미가 어쩔줄 몰라하며 좋아한다. 멋있다구.어쩜어쩜을 연발하구.
강연 뒷담화.....만남을 주선하는 마담뚜의 기분은 어떨까? 아니라 만남의 창끝같은 접점을 통한 교류가 이어질 수 있을까? 뭔가 서로 번질 수 있는 그런 만남은 없을까? 생각을 하면 최소한 생각하지 않은 것보다 낫다. 확율상으로는 그렇다. 수동적으로 자리를 하는 것보다 한번쯤 관심을 두거나 염두에 둔다면 그래도 소비는 소비이겠지만 그래도 여운을 끌지 않을까? 조선인이 지적해주시고 또 한분이 자리배치를 신경써야한다는 말씀을 주셔서 고마웠다. 서재의 10문 10답 형식이나, 만나기전 질문거리를 만드는 일, 그리고 가급적 참석하시는 분들의 성향을 알 수 있다면 좀더 좋은 만남의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알라딘 서재의 년초 트라우마를 상기하는 듯한데 더 이상 전략이나 기획을 말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쩔 수 없이 만남이나 교류의 가능성을 좀더 높이고자 하는 마음들은 숨길 수 없는 것 같다. 가을산과 여우가 물만두의 건강과 만두책세상을 심히 걱정해주신다. 그리고 부녀회의 만남이 아니라 좀더 서로 앎과 삶을 교감할 수 있는 이벤트에 대한 고민들도 나눠진다. 불쑥 공룡처럼 커진 공간에 초심들은 자랄 여력이나 숨통들이 없다. 돈의 위력이 커서 작고 세세한 교감까지 감당할 여력도 없을 터이다.
하지만 책이 돈의 wifi로 수중에 들어오는 것보다 같은 책을 읽은 이들의 마음을 주선해주는 것도 쏠쏠한 재미일 수 있겠다. 하지만 이런 아이디어도 보듬어지지 않고 맞장구쳐지면서 자라기에 빈약함을 느낀다. 너무도 커진 이유도 있을 것이고 아기자기한 다른 연결망들이 자라지 못하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서재에 울타리쳐진 상혼은 그래도 세상을 나누려던 마음들과 새롭게 진입하는 마음들을 예민하게 챙길 분위기가 없다.
책으로 통하는 서재엔 삶과 살림살이가 점점 멀어가는 느낌이다. 삶들을 아파하지 않는다. 삶의 위무만 바랄 뿐, 부녀회와 개인사가 늘어가며 책과 책, 그리고 서재와 서재가 내통하는 확율이 줄어드는 것은 아닐까? 무엇을 어쩌자는 것도 아닌데 그런 생각이 든다. 딸기의 정세와 바람구두의 사진과 시, 알라딘뉴스레터가 그리워진다. 바람결과 nabee, hnine의 시와 음악, 그림이 함께하면 좋겠다. 그리고 marine의 역사이야기도 직접 만나 듣고 싶다. 글샘의 시 강의도, 마태우스 이야기, 드팀전, 바밤바의 일상과 음악이나 철학이나 사상이야기도 좋겠다.(마실을 다니는 편도 글을 꼼꼼하게 읽는 편도 아니니 호명에 마음쓰지 마시길. 그리고 **님도 생략합니다.)
아무래도 쿨하지 못한 이유는 어디나 사람살고, 가더라도 오십보 백보일터인데 다가가는 속도보다 멀어지는 속도가 크니 부질없는 짓인 것 같기도 하다. 왜 알라딘서재에 알라딘이 남고 내용을 채우는 서재지기들이 떠나야하는지? 시간을 품고 다시 돌아보는 것은 아무 의미도 없을까? 알라딘서재는 분권을 지향할 수 없는가? 기획팀과 서재지기의 독립은 무의미한가? 알라딘서재의 자치 가능성은 없는가? 개편이 유효했는가? 제언에 대한 수렴비교는? 그 기준이 손익이라면 정말 개선되었는가? 롱테일경우는 어떠한가?
서재들의 글도 거의 읽지 못하는 수준이고 분위기를 세심하게 읽을 여력이 없다. 진정성이나 진심, 그리고 대답은 늘 유효하다. 상황이 늘 그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판단에서 되짚어보면, 늘 바뀌기 전까지 일년이든, 2년이든, 10년이든, 20년이든... ...
이런 생각들이 뒤풀이 자리, 가을산과 여우옆에 있다보니 슬며시 끼어들고 이렇게 뒷담화의 와중에 지난 생각을 잇게 된다. 만남을 처리하게 되면 신경쓰지 못하는 부분이 많거나 다른 일들이 중복되어 하고싶어도 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주최측으로 소홀한 준비에 편치 않은 마음이고, 씨앗의 과분한 준비에 감사할 따름이다. 사람들이, 모임들이 시간에 그리 연연해하지 않는다면 만남씨 같은 것이 있어 나눈 생각이나 통한 여러가지들이 다시 자랄 기회가 마련되면 좋겠다. 완벽한 준비, 완벽한 만남이란 애초 가능하지도 않으니, 서로 기대고 신세질 수 있게 마음을 열어두면 좋을 듯싶다.
평이하게 만나는 것보다 그래도 질문거리, 대답거리를 마음에 담고 만나거나, 후유증이 크긴 하지만 넘치는 질문과 수다?에 밤이 이슥해지는 상황, 잔잔하게 마음이 남는 질문이나 대답들은 음미할 수 있고, 길어지는 여운만큼 남는다는 생각이 든다. 남자들이야 벌어진 상황과 결과만 가져가려하지만, 여러 애타거나 준비과정, 챙기면서 애를 무척쓴 씨앗분들, 사람연대분들, 참석하신 꽃피는 학교분들에게 고마움을 드리며 다시 인연의 끈들이 자라났으면 싶다. 일방적인 수수가 아니라 주고받고 서로 의지하고 기댈 꺼리들이 더 늘어났으면 하는 바램도 가져본다.
모임이나 만남조작단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요즘처럼 만남을 일회용품으로 소비하는 세상에서 말이다. 씁쓸하고 애잔하고, 어쩌면 그렇게 여운이나 뒷끝이 많더라도 만남이 소비가 아니라 생채기처럼 아려 몸에 붙어 있을 수 있다면 말이다. 조작하기도 전에 너무 서툴러 아마추어 딱지도 붙이지 못하는 지금이 많이 아쉽긴 하지만서도.
말없는 이는 말을 많이하려하고, 말많은 이는 말을 줄여 듣는 횟수를 높이고, 그래도 곤란함들이 시간 속에 해결될 수 있도록 관계를 만드는 것이 만남과 모임의 영양이나 온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되겠다 싶다. 한번에 승부걸지 말자. 서툴지만 서로 진심들이 읽히거나 느껴졌으므로... ...시간은 마음과 몸이 있다면 온전히 우리의 것이므로... ... 이러한 관점도 주선자의 한 시선일뿐이다. 벗어난 미숙함들은 전적으로 주최의 책임이 있으며 넓은 아량으로 헤아려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링밖에서 만남과 수다, 친밀감도 좋았구, 여우님의 꼼꼼하고 세밀한 준비, 생각한 이상을 넘겨주어 정말 고맙다는 말씀을 양쪽에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