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신뢰가 친밀한 사적 관계 속에서, 자기존중이 도덕적, 법적 권리체계 속에서 성취된다면, 재능과 능력에 대한 평가는 연대의 틀 속에 이뤄진다. 이런 연대의 틀은 공동의 가치체계를 전제한다.
#1. 사회철학 - 사회철학은 개인이 삶이나 행위보다는 사회구조와 그 사회 안에서 서로 얽히고설킨 공동의 삶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윤리학과 구분된다. 또한 한 사회의 정치형태나 제도에 집중하기보다는 정치영역을 넘어 사회전반을, 그리고 전체로서 그 사회의 발전과정을 탐구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정치철학과도 구분된다. 나아가 사회현상을 단지 기수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사회와 그 속에서 이뤄지는 삶을 규범적으로 평가하고 진단하려 한다는 점에서 사회학과도 갈라진다. 그렇게 "사회의 잘못된 발전과정을 진단"하는 것이다.
바람직한 사회상태에 대한 그림 - 그 사회가 구성원들에게 보람차고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할 때이다. 그러나 어떤 삶이 보람차고 성공적인 삶인지는 시대나 문화에 따라,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그동안 축적해온 경험지식으로 좋은 삶을 살기 위해서 필요한 공통의 인간적 조건을 재구성해야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틀에 꽉 짜인 인간이 아니라, 약하고 형식적인 인간상이 필요하다. 약간은 규범적이고 윤리학적인 성격을 띠게 된다.
#2. 좋은 삶의 형식(뼈대) - 0. 긍정적 자기관계의 형성, 개인이 자기를 실현하는 삶이라고 생각될 수 있다. 자기 자신에 대한 기본적인 긍정, 자존감과 자신감, 자신에 대한 믿음과 심리적 안정이 개인심리학을 넘어 사회이론으로 나아가는 통로를 확보할 수 있다. 2.1 이의 삼요소는 자신신뢰에 결핍을 야기하는(학대, 강간, 고문의 경험이 없는) 사랑또는 보살핌으로 기본적인 필요와 요구에 친숙해지는 정서적인 차원에서 인정이 필요하다. 2.2. 사람은 또한 가격을 갖는 존재가 아니라 존엄성을 갖는 존재이다. 마음씨 좋은 사람들로 이뤄진 사회는 권리라는 개념이 없다. 모두 자발성, 선의, 동정, 시혜를 통해 이뤄지지만, 이 사회의 구성원들의 결정적인 하자는 자기존중심을 형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당당하게 요구하고 주장하지 못함으로써 동등한 사람들끼리 맺는 관계를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권리존중이라는 인정 속에 사회의 공통된 관심사가 토론되고 결정되는 넓은 의미의 정치영역, 공적 토론의 영역이 생긴다. 2.3. 개인들의 재능과 능력은 공동의 삶을 지속시키고, 풍부하게 만드는데 기여한다. 그리고 이와같은 공동의 삶에 얼마나 기여했느냐에 따라 사회적으로 평가되고 존경받는다. 노동을 통해 받을 수 있는 인정이 사람들의 정체성에 큰 차지를 한다.
#3. 낭만주의적 애정관의 성립, 포괄적인 신분질서의 붕괴와 더불어 근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보살핌, 권리, 연대라는 세가지 인정관계가 형성됐다. 친밀성의 관계는 배려의 원칙에 따라, 권리관계는 평등의 이념에 근거해, 연대는 개인의 업적이라는 기준에 입각해 구성됐다. 각 인정질서는 고유의 원칙에 근거하고 있으므로 상대적 자율성을 누린다. 그러나 각 인정영역의 자립화는 경우에 따라 개인의 인간적 존엄성과 자율성을 위협하는 방향을 취할 수도 있다.(여성과 아동의 가정폭력, 학대..)
#4. 포용과 개인화 - 좋은 사회란 보람차고 성공적인 삶의 인간학적 조건이 되는 긍정적 자기관계의 조건을 가능한 한 많이 제공하는 사회이다. 여기서 '많이'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관계 형성의 기회와 조건이 보장되어야 하며, 다른 한편으로 질적이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좀더 민감해질 것을 요구한다.
뱀발.
1. 사유는 나로부터 출발하지 않는다. 발라낸 나를 신장시키기 위해 사유를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삶으로부터 거꾸로 출발한다. 좋은 삶에서부터, 그 삶을 구성하기 위해 인간은 [함께-홀로-너에기댈]수밖에 없다. 그래서 연대와 평등, 자기신뢰를 함께 품을 것을 요구하는 것 같다. 자유와 평등, 공화가 분절된 것이 아니라 삶으로 서로 이어지고 연결되기 시작한다. 따로 따로 극단까지 밀어부치는 것이 아니라 그 긴장을 함께 이을 것을 당부한다. 서로 보듬어 줄 수 있는지? 마음씨 좋은 사람들이 아니라 존중으로 최소한의 공적의 장은 있는 것인지? 서로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좋아하는 것을 나눌 수 있는 연대의 틀은 함께 자랄 수 있는 것인지? 분절된 나는 따로따로 불안하다. 너를 보듬어주지도 못했고, 주장없음이 얼마나 서로를 제도의 테두리, 서로 편한 규범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지, 그저 나눌 수 없는 찰나의 만남만 존재하는 현실과 일상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2. 다시 한번 읽고 정리해둔다. 사유의 출발이 신선하고 오히려 거꾸로 접근하는 방법이 많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