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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영원히 이상적인 기본 유형으로 남을 어떤 목소리, 향기, 피부색, 존재하고 행동하는 방식이 내 안에 들어와 울리던 느낌을 처음으로, 그리고 근원적으로 발견한 경험 말입니다. 사랑의 열정이란 바로 그런 것이지요. 타인과 공감에 이르게 되는 한 방식입니다. 영혼과 육체를 통해 이 공감에 이르는 길은 육체와 함께하기도 하고 영혼만으로도 가능한 것입니다. 우리는 철학 안에 그리고 철학 밖에 있는 것이지요.
홍수같이 넘쳐흐르다 단단한 결정이 되어 제자리르 찾아가는 단어들, 끊임없이 단련되는 문장의 조각들, 암호나 상징으로 기억속에 고정시키지 못하면 언제 사라질지 모를 어렴풋한 생각들.(글쓰기). 37
이론이란 언제든 현실의 생동하는 복잡성을 인식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직관도 감동도 없다면 지성도 없고 의미도 없음을... ...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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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조의 욕망과 삶의 어긋남
1959년에서 60년 사이에 쓴 내 글 [늙어간다는 것]은 내가 청소년기에 고하는 작별이자, 들뢰즈와 가타리가 '욕망의 무한화'라 부른 것, 조르주 바타유가 '가능한 것의 통괄성'이라 부른 것에 대한 포기입니다. '욕망의 무한화'나 '가능한 것의 통괄성'에는 모든 결정의 무한한 부정에 의해서만 다다를 수 있습니다. 무이고자 하는 의지는 전체가 되고자 하는 의지와 결국 하나입니다. [늙어간다는 것]의 마지막에는 나 자신에게 권고하는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끝났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즉 여기에 있음으로써 다른 아무 곳에도 없음을, 이것을 함으로써 다른 것을 하지 않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이지, '결코'나 '항상'이 아님을 받아들여야 한다....오직 이 생밖에 없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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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성공과 긍정의 미학 속에서 편치 못했고, 실패와 소멸의 미학 속에서 비로소 편안함을 느꼈습니다. 나는 우리를, 당신을 딛고, 우리 개별 인간을 초월하는 고찰을 통해 나와 당신을 넘어서려 했습니다. 63
앞으로는 우리를 미래에 투사하지 말고 이번에야 말로 정말 우리의 '현재'를 살아야 하는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미국에서 가져온 어슐러 르귄의 책 두 권을 읽었습니다. 그 책 덕분에 이런 결심을 할 힘이 생겼습니다.(아내의 암선고)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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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주의란 삶의 양식이 되고 매일의 실천이면서 끊임없이 또 다른 문명을 요구하는 것이더군요. 어느새 나는, 평생 무엇을 이루었으며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보는 나이가 되어 있었습니다. 나는 내 인생을 직접 산 게 아니라 멀리서 관찰해온 것 같았습니다. 자신의 한쪽 면만 발달시켰고 인간으로서 무척 빈곤한 존재인 것 같았지요..당신은 언제나 삶을 정면돌파했지요. 반면에 나는 우리 진짜 인생이 시작되려면 멀었다는 듯 언제나 다음 일로 넘어가기 바쁜 사람이었습니다.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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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코는 현대인은 두뇌로 생각하는 데 반해 태고의 로마인은 마음으로 생각한다고 믿었다고도 주장했다. 이상적인 것과 현실적인 것의 결합이 비코가 평생 추구한 지적 과제였다.
당신들은 무엇을 그렇게 자만하는가. 당신들이 알고 있는 따위는 모두 로마인 도공이나 요리사, 제화공, 여행자, 마을의 놈팡이들이 더 잘 알고 있던 것들이다. 81
문예란 문학이 아니라 인문학보다 더 넓은 개념, 즉 학문, 비평, 지식을 뜻함에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문예학자라는 말도 학자, 비평가, 지식인을 아우르는 말이 된다. 72
르네상스는 봉건사회에 해방된 개인을 마키아벨리처럼 군주로 제시하는 것에 그쳤고, 종교개혁은 그 개인의 삶을 신을 향한 맹목적인 금욕적 직업활동으로 제시하는 것에 그쳤다.
북구형 근대는 종교해혁, 과학기술, 자본주의라는 3대지주를 그 뿌리로 한다. 또는 보편주의, 논리주의, 객관주의라는 3대 원리르 그 기둥으로 한다. 이에 비하여 남구형 근대는 코스몰로지, 심볼리즘, 퍼포먼스를 3대 원리로 한다. 코스몰로지는 우주철학, 심볼리즘은 상징주의, 퍼포먼스는 실행정도로 번역될 수 있다...남구형에는 절대적 진리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문제에는 논의의 여지가 있고, 모든 가치는 그 맥락에서 상대적으로 결정된다....이탈리아적 사상의 발현인 '약한 사상'이 우리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가공할만한 '강한 이성'이나 그것을 무조건 부정하는 어리석은 비합리주의가 아니라, 유연하고 연약한 이성을 근거로 하여 존재를 명확하게 하는 서술, 상징, 기호를 중시하고, 차이, 복잡성,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상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아닐까? 6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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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지식인
인간은 누구나 각각 시작을 만들고, 나아가 그들 각자가 언제의 최초의 사람이라는 것을 비코가 인식했다고 한다. '시작에 관한 최초의 철학자'로 시작이란 속세적인 것으로서 인간이 만들어내는 것이자 끝없이 고쳐지는 것이나, 근원이란 성스럽고 신화적이며 특권적인 것이다.비코나 사이드, 나아가 푸코나 데리다는 근원에서 출발하는 직선적인 역사관을 부정하고, 인간의 분열된 존재성, 주체의 상실, 존재의 불연속성, 우발성 등과 같은 부정적인 현상을 존중한다......진리는 만들어진 것에 있다. 48
지식인이 부딪히는 두 가지 권력의 유혹을 경계한다. 하나는 그 자신의 출생, 국적, 직업 등에 의해 구속되는 문화이다. 다른 하나는 사회적, 정치적 확신, 경제적, 역사적 환경, 자발적인 노력과 자신의 의지에 따른 결단에 의해 획득되는 체계이다.....지식인에게는 자신이 속한 인민의 집단적 고난을 대변하고, 그 고난을 증언하며, 지금도 여전히 남아 있는 시련의 상처를 끝없이 환기하고, 기억을 갱신한다고 하는 엄청나게 중요한 책무가 있다. 위기를 보편적인 것으로 보고, 특정한 인종이나 민족이 겪는 고난을 인류 전체와 관련짓고, 그 고난을 다른 고난의 경험과 결합시켜야 한다. 34
뱀발.
1. 어제 피곤함에 절어 밀린 책들을 졸다읽다를 반복한다. 졸음이 한거풀 지나갈 무렵 뒤적이는 책들이 겹친다. 생각지도 않은 고든의 편지에 그의 편지가 단순한 편지가 아님을 느낀다. 들뢰즈...에 대한 생각도, 지난 흔적을 뒤적이며 느낀 점들이 모아진다. 그리고 박홍규님의 비코도 일전 사이드의 [평행과 역설]에서 그리 관심을 갖지 못했는데 읽다보니, 서로가 시작점이란 말에 맺힌다.
2. 당신의 인생이야기는 어떠한지? 나의 이야기는 어떤지? '결코'나 '항상', 그리고 '관찰'에 머물러 있던 것이 아닌 것인지, 그리고 등 뒤편에 웅숭거리고 있는 실체도 없는 '미래'에 저당잡힌 것은 아닌지? 뜨끔거려 되돌이켜 본다.
3. 생각이라면 머리로만 하는 것이라는 우둔함이나 생각은 마음이나 몸으로 하는 것이란 느낌도 눈치채지 못하는 아둔함이란....그래 네가 몸으로 깨우친 것은,...밀고나가는 것이 뭐가 있던가? 너로 향하는 것도 당신을 넘어서는 것도, 너-나-너...의 연대라는 것도 그렇게 '지금'을 밀어가는 것이란 것......그렇게 자성의 침으로 몸의 통증 부위르 꽂는다. 여전히 봄은 눈으로 날리고...제목들이 걸린다. 사는 법을 배우다. 사는 법을 배우다. 너는 아직 하늘을 날고 있는 것은 아니더냐. 아직..발도 못 딛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