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吐한 흔적만 남는 것 같아 낯설다. 비문만 잔뜩 퍼부어놓아 이게 글인지 난수표인지하는 의아심이 째려본다. 그 황망함 사이로 쓰레기더미같다는 자성이 들어선다. 흔적들을 되돌아보기에 앞서 일상의 바쁨을 놓치지 않으려 도망가듯 걸어놓은 흔적들이 미안하다. 그만큼 삶과 이곳 공간의 격을 두지 않으려 한 것이 오히려 후회로 가끔 밀려오기도 한다. 흔적을 저축하는 것과  자성의 소리를 들어 비문을 정리하는 것이 외려 깔끔한 일이다. 유독 바쁘다는 핑계만 두어, 여유를 살펴 먹지 못하는 모습이 불편하게 하고 불안하게 한다.

이제서야 그 화살이 면전을 향한다. 정해진 시간도 없이 언젠가 손을 보면 되겠지 하는 미룸증이 노려보고 있다. 그 녀석을 패대기쳐 코피라도 흘리게 하지 못하면 또 다시 슬그머니 어깨를 감싸면서 비웃음을 날릴 것 같다. 작심한 것이 얼마나 잔잔하게 멀리 퍼져나갈지 모르겠지만 [먼 나]의 머리를 붙들어 헤드락을 건다.  바쁨을 핑계로 두어 두장의 종이처럼 널려있는 양면 사이에  깐깐함을 붙인다. 흔적들이 내 속마음만 표현하고 스스로 위무만 하는 것이 아니라, 외려 나도 피해자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 무섭기도 해, 어눌함을 줄여보기로 한다.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돌멩이를 올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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