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여리고 예민한 몸....

1. 

넋을 튼튼히 해주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그 근육들도 튼튼히 해주어야 한다. 몸의 도움 없이는 넋은 너무 쪼들리며, 혼자서 두 가지 구실을 하기가 너무 벅차다. 너무나 여리고 예민해 넋에 기대기 십상인 몸과 함께하는 내 넋이 얼마나 고생하는지를 나는 알고 있다. 책을 읽다가 자주 알아보게 되지만, 내 스승들은 자기 글에서 너그러운 넋과 굳센 마음을 말하려다가 오히려 두꺼운 살갗과 단단한 뼈를 본보기들로 내세우고 있다. 몽둥이로 맞아도 손가락이 스친 나보다도 덜 아프고, 때려도 혀나 눈썹 하나 까닥하지 않도록 태어난 남자들, 여자들, 아이들을 나는 보아왔다. 힘꾼들이 철학자들의 참을성을 흉내낼 때는, 그들의 힘줄이 오히려 그들의 용기보다도 더 굳센 것이다. 한데 일을 감당하는 버릇은 고통을 감당하는 버릇이다:(중략) 철학을 지닌 넋은 제 건강을 통해 몸도 건강하게 만들게 마련이다. 넋의 편안함과 안락은 바깥의 몸에서까지 빛나게 마련이다; 넋은 제 틀에 맞춰 바깥 모습을 가다듬고, 따라서 그 모습에 우아한 긍지를, 팔팔하고 날렵한 몸가짐을, 만족스럽고 어진 태도를, 갖추도록 해주게 마련이다. 지헤의 가장 어엿한 표시, 그것은 한결같은 기쁨이다.


 2.

아름다움은  사람들의 사귐에서 높이 평가되는 한 요소다; 서로를 사이좋게 해주는 첫 밑천이며, 그래서 그 기분 좋음에 조금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만큼 거칠고 무뚝뚝한 사람이라곤 없다. 몸은 우리의 존재에서 큰 구실을 하며, 매우 소중하다; 따라서 그 얼개와 성분을 살펴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우리의 주된 두 부분을 가라서 떼어놓으려드는 사람들은 잘못이다. 오히려 짝지어 합쳐주어야 한다. 우리는 넋에 명령해야 한다, 몸에서 벗어나지 말고, 몸과 떨어져 살지 말고, 몸을 무시해 저버리지 말고(하기야 그래봤자 서투른 흉내밖엔 못 하겠지만), 몸과 한편이 되어, 몸을 껴안고, 귀여워하고, 도와주고, 보살피고, 충고하고, 몸이 빗나가거든 바로잡아 제 길로 도로 데려오라고, 요컨대 몸과 결혼해 그 남편 노릇을 하라고 말이다. 그러면 둘의 행동이 서로 반대로 어긋나지 않고 일치하고 일매지게 될 것이다.(중략) 그리고 또한 이러한 혼합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아 똑같은 잘못에 빠져든 다른 학파들이, 더러는 몸을, 더러는 넋을 편들다가, 자기네의 주제인 인간과, 그들이 함께 내세우는 길잡이인 본성을 잊고말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람들 사이에서 드러난 첫 뛰어남고, 누구를 남보다 돋보이게 해준 첫 존경심, 그것은 십중팔구 아름다움이 주는 이득이었다: 그들은 땅들을 저마다의 아름다움과 힘과 지능에 따라 나누어 가졌다:왜냐하면 아름다움은 매우 중요하고 힘은 존경받았으니까...(하략) 

 뱀발. [에세] 몽테뉴의 책이 있을까 하였는데 찾아보니 바칼로레아 요약본의 번역이다. 읽다보니 활발한 활동으로 몸을 챙기지 않는 분들에게 주는 할아버지의 충고로 삼으면 좋겠다 싶어 남긴다. 물론 이 [에세]라는 책은 20년동안 쓴 삶과 생각과 고전을 넘나든 것이다. 글쓰기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이탁오와 몽테뉴의 에세(이)의 관점을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싶다. 그리고 몸을 이렇게 아름답게 지혜를 사랑하는 일과 섞어 쓴 글은 처음보기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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