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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녀석 이름이 뭐드라. 열매을 먹은 기억이 한해를 바래서인가 이름이 가물거린다. 요녀석의 흔적을 쫓다나니 잎새의 몸통에 난 더듬이가 끌린다. 어디를 부여잡으려고, 예민한 촉수는 곤충들의, 나비들의 그것같다. 이어 그리다보니 참 이상한 것이, 잡을 곳을 잊은 녀석들은 어김없이 낙엽색으로 말라 있다. 먼저 자리를 잡지 못한 세상의 끈을 잡지 못한 기억을 과감히 중동내버린다. 그리고 그 예민함의 힘을 앞의 새로운 더듬이에게 보탠다. 그렇게 덩굴을 잇고 견디고 타넘곤 하는 것이다.
뱀발. 청미래덩굴을 그리다보니, 덩굴잎이 나는 곳에 어김없이 천사날개같은 더듬이가 춤을 춘다. 그 춤을 왜추는 것인지 무엇을 부여잡으려는 것인지 도통 감이 잡히지도 않지만, 불쑥 커버린 청미래덩굴은 어김없이 더듬이로 부여잡길 갈망한다. 그렇게 더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박종태님도 이땅에 눈길 한번 제대로 받지 못하며 퇴색하는 빗바랜 더늠이의 안타까움이 아린다. 끝단으로 내동댕이치는 현실에서 우리가 타넘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무엇을 부여잡고하는 것인지? 불쑥 마음한점, 손한점 내밀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무척 덥다. 가신 님들을 위해 애도의 마음을 간직해본다.
그 마음들이 [ㅁ ㅏ ㅇ ㅡ ㅁ] 들이 쌓여 멀리멀리 흘러갔으면 한다. 목련꽃같은 그대들에게 그렇게 홀연히 투욱 마감한 아픈 이들을 위해 마음을 다져본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