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노정기]는 고종 때 활동했던 서편제의 명창 김창환의 더늠으로 알려져 있다. 더늠이라는 말은 '더 넣다'라는 말에서 나온 것인데, 말 그대로 한 사람의 명창이 새롭게 짜 넣은 판소리의 특징적인 대목이나 음악적 스타일을 의미한다. 52쪽

산조는 서양의 소나타같이 완결된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다. (중략) 산조는 누구든 자신의 가락을 첨가할 수 있는 열린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스승으로부터 배운 가락에 자기 자신의 가락을 덧붙여 음악을 만들어나가는 전통음악 특유의 전승방식에서 비롯된 것인데, 이런 적층구조가 산조의 가장 커다란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서양음악은 논리, 우리 음악은 감정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이것은 곧 우리 음악에는 논리가 없다는 말처럼 들리는데, 실제로 산조를 분석해보면 이런 이분법적 사고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깨달을 수 있다. 산조에도 나름대로 논리가 있다. 비록 서양음악같이 객관화된 용어를 가지고 있지는 못하지만 산조는 우리의 정서적 감흥이 흘러가는 방향을 가장 효과적으로 요리하는 치밀한 음악적 계산의 결정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60-61쪽

예술가란 그런 것이다. 예술가는 언제나 시대의 전방에 서서 새로운 흐름을 수용한다 - 거문고 산조는 백낙준이라는 거문고의 명인이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천한 속악을 따라함으로써 거문고의 품위를 떨어뜨렸다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거문고 산조를 만들었다. 사실 그 전까지만 해도 거문고로 세속의 가락을 타는 것이 금기시되어 있었다. 그것은 자신의 예술적 자존심을 파는 행위이자 거문고를 배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97쪽

김혜란 명창이 멋들어지게 부르는 [창부타령]을 듣고 나서 나는 우리음악의 양지인 경기 소리가 좋아졌다. 그 전에는 그 양지를 양지로 즐기지 못했었다. 아마 후천적으로 세뇌된 '노는 것'에 대한 죄의식과, 선천적으로 타고난 그늘 없는 소리에 대한 경멸이 이런 거부감을 불러일으켰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놀이를 그냥 놀이로 즐기고 싶다. 노는 데에도 그럴듯한 명분과 의미를 부여해야 직성이 풀렸던 나의 결벽증에 이제 작별을 고하고 싶다. 143쪽

 
   

www.jinodissey.co.kr 로 가시면  전곡 다 들으실 수 있어요.


가야금산조 김창조의 진양조 양승희 연주

뱀발.

1. 서울 가는 길. 인근 도서관에 들러 아이 독서카드로 대출받으려니 쉽지 않다. 총각이 아니라 아주머니의 눈썰미 있는 도움으로 간신히 빌려오다. 짬짜미 보았는데, 행여 놓쳤다면 어이할까하는 아쉬움이 있을 뻔한 책이다. 나비야청산가자의 소개곡을 다 담고 싶다. 아마 진중권의 누나라고 들었는데, 책을 보는내내 삽화로 들어있는 꽃과 나비그림에 신경이 곧추 선다.

2. [프로메테우스의 후예들]은  부친이 둘째외숙 회갑잔치에 갔다가 받아 온 책이다. 재가진폐환자는 3만명이 훌쩍 넘는다고 한다. 미처 알지못하고 있었는데 기사나 많은 싸움이 2005년 대책위가 구성되면서 진행되었고, 국회에 법적 상정을 앞두고 있는 것 같다. (어머님당숙)할아버지의 사진이 연신 올라와 있고, 맹문제 시인들의 시들도 함께 있다. 부친 생각의 마음도, 가끔씩 그곳에 가 있는 마음들이 편치 않았는데, 이런 소식들에 한편 마음이 짠하다. 후원이라도 해야겠다. 전화를 드릴까~.

3. [음악과 청중의 사회사] 모두와 말미를 보는데 갈등이다. 볼까말까 대충요지는 알겠는데, 맺음말이 연구결과 상식에 벗어나는 대목이 몇군데 있다.

4. 더늠, 산조, 양주별산대, 지역색.....이나 방법이 연이어 걸린다. 음이 그래도 색깔이나 분권의 나눔의 맛을 온전히 품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음악에 경계도 없고 문턱도 없는데 그 경계를 지어놓은 무의식적 강박이 풍요로움을 늘 방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서열을 매기고 경중을 따지는 습관 역시 이 장애에 한몫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늘 놀이에 대한 강박이 있는 나로 인한 것이 제일 큰 것 같다. 시각중심장애...인가? 마음의 벽이 가장크다.

제비노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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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17 09: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여울 2008-09-17 22:28   좋아요 0 | URL
소개된 소리들은 다 올리고 싶은데 여의치가 않네요.시간되면 짬짜미 올리지요. 언제 채울지 모르겠군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