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앓이


밤의 색이 옥색으로 물들무렵. 생각길은 늘 새롭게 꾸물꾸물한다. 그렇게 길을 떠나고 단단한 길을 용케도 넘는다. 카나리아 한마리.1)  음습한 생각길을 앞서 가고 간다. 아 한참이나 지났다. 생각의 앞 중동이 이어지질 않는다. 아~ 어디에서 시작한 것일까? 어제 새벽녘과 같은 느낌인데, 생각이 어디에서 자랐는지 기억이 맴돈다. 카나리아 한마리는 노란색 생각고름을 토해낸다. 저 아득한 광구 한쪽, 악취를 맡은 것일까?


얇은 생각의 반투막들. 책 한귀퉁이를 베고 자란 생각들이 사라졌다. 생각을 잇지 못해. 그 생각의 로고를 기억해내지 못해 더 들어갈 수 없다. 옥색은 빛의 밝음에 자리를 뒤로 하듯. 여물어 자란 생각들은 여기저기 잔뿌리의 흔적조차 없다.

생각. 아 그 생각이었지 육상트랙. 벗어나지 못하는 삶의 트랙. 2) 내새끼에 갇히 생각의 트랙은 늘 야생이다. 세상이 나-우리식구밖에 없는 것으로 연신 그 트랙을 돈다. 사회나 옆트랙은 어떤지 관심조차 없다. 제도나 구조에 대한 경계는 늘 당연하고 나와 무관하다. 내새끼와 나만 있는 일번 트랙은 그래서 괴롭다. 첫번째 허들. 교육이란 허들을 간신히 넘다. 아~ 내새낀 빼돌렸다.  이어지는 두번째 허들. 경제다. 허걱, 세번째 허들. 정치다. 네번째 허들 복지다. 도대체 이것들이 뭐람. 이어지는 2번 레인3)의 선수는 화려하고 유연하다. 3-4-5-6-7-8....


연약하기 그지없는 사회를 근근히 지탱하는 몇개의 기둥, 희미한 틀과 시스템엔 관심조차 없을까? 세상과 나의 대결로만 가져가는 걸까? 내가 부딪쳐 아니면 아니고, 기면 기고. 요란하게 종에 부딪쳐 죽은 가련한 새들 같다. 아니면 불 속을 뛰어들어 그냥 산화하는 삶들 같다. 카나리아 한마리. 날려보낸다. 2번과 3번트랙에, 저멀리 8번레인에 파릇파릇한 새싹을 물고 올 수 없을까? 아 개안이라도 하게 해주는 한모금 입에 넣고 올 수 없을까? 담론의 씨앗 4) 같은 것은 없을까? 대학교가 학원이 된지 오래고, 강사 5) 는 100명이나 되는 학생들 모셔놓고 객담을 하며 토해내야 한다.

후미진 뒤안길. 여전히 멈추지 않는 새벽녘 생각의 잔뿌리. 잔생각들. 부서지는 포말. 애써 모은 기억들은 중동난다. 뿌리없는 일상처럼. 복귀되지 않는 상식이나 인권처럼. 얕은 맛만 음미하는 5.18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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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  꿈이야기를 하다. 새가 손바닥에서 연신 노란색을 토해낸다고.
2) (나)  한 친구는 트랙이야기를 꺼내다. 같은 트랙만 돈다고.
3) (다)  삶의 레인에 가치를 다양하게 두는 것은 되지 않느냐구. 1-8레인이 모두 행복이 아니라 비정,슬픔, 아픔도 여러 다른 가치를 전복시킬 수는 없는 것이냐구.

4) 주 5일제 (할인매장) - 이상한 나라에 온 제도는 이상하게 변질된다. 맥주집도 가게도 8시간 매장을 하도록, 생긴 제도의 기본 취지는 일자리를 나누자는 것이다. 24시간 일을 하여 몰빵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애초에 생긴 취지는 독식이 아니라 공평이다. 저쪽 지역 외곽에 있어 그나마 소외된 곳의 경기를 조금이나 낫게 해주는 일.  24시간 일하여 양식없는 소비자 편익만 아니라 가까이 있는 구멍가게도 재래시장도 같이 살 궁리를 하자는 것이다. 이놈의 형편없는 나라는 그래서 할인매장 뻔질나게 들낙거리며, 년에 얼마나 과소비를 하는지도 눈치채지 못하는 아둔함의 나라다. 자기가 스스로 얼마나 속고사는지도 관심이 없는 일상이다.
5) 교 원 수: 우리나라 대학은 질이 떨어진다. OECD국가들 가운데 학생대비 교수 인원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대학의 운영시스템도 다기하다. 하지만 다양한 반찬과 레인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철없이 오르는 천만원 등록금이 야금야금 삶을 갉아먹어도 그 등록금만 이야기할 뿐, 일상에서 등록금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뱀발.

1. 표현툴은 누에님으로부터. 이야기는 어제 나눈 김.한.서.신.손으로부터.

2. 인식을 선명하게 하는 하나의 방법은 둘로 나누어서 보는 것이겠지만, 둘로 나누는 습관은 무의식적으로 다른 공간, 제3,4의 지대를 지워버린다. 개인으로 사고 하는 습속도 이 그물에 벗어나지 못한 발버둥이고, 자유만으로 이야기하는 습속도 여기에 머무르고, 근본적이라고 하는 원칙적인 생각도 여기에 머무른다. 어쩌면 나는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두쪽으로 나눠 편한 것만 취하는, 그래서 그것만 취해 점점 무거워지는 갑옷은 무한의 순환고리를 갖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3. 음, 그러면 생각의 습관을 무조건 셋으로 쪼개보는 것은 어떨까?  .....이런 생각 자체가 편의점같은 사고!! ㅎㅎ. 나-너, 호-불호, 선-악의 옆에 작은 공간들 나-너-우리..그러면 불호 옆에 불불호. 선-악 옆엔 선악인가? 그렇게 그것 가지고 조금씩 다른 생각을 키워놓는 일. 무의식중에 너의 일로 뱉어 놓은 것을, 아주 작지만 우리로 돌려 가져오는 일... ...이나 이런 것. 사랑도, 연애의 힘도. 나-너로 귀속시키지 말고. 아주 작은 다른 공간의 자양분으로 키워내는 일. 아주 엷고 작은 반투막의 공간을 만들어내는 일. 혁명도 혁명의 힘도 아주 자근 다른 공간을 만들어내는 일. 호-불호로 귀속시키지 말고... ...선-악으로 키워내지 말고 만들어내지 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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