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이란 그냥 그렇게 발기된 몇가지 안건을 처리하고 마는 기능을 가진 것인가? 밋밋하고 단조롭게 주제에 대한 감도 잡지 못한 채로 그냥 짬을 내고 처리하고 마는 그런 과정과 결과의 반복.그렇다면 모임은 아무것도 아닌가? 발랄한 느낌과 아이디어와 분위기의 호흡은 무용한 것일까? 모임도 해내야할 거리의 하나는 아닐까? 그저 형식적으로 반복되는 일상으로, 그렇게 이어지는 회색빛 단조일까?

모임에도 주제가 있고 변주가 있는 것은 아닐까? 성비의 원칙이나 분위기 과반의 원칙이 있는 것은 아닐까? 치뤄내고 이겨내야할 회의나 모임이 아니라면 다르게 시작하거나 회색단조에 장조의 고명이 보태어질 수는 없는 것일까? 허드렛일을 맡기는 분위기가 아니라 좀더 기본적인 톤에 대해 인지하고 다른 톤과 시선이 비벼질 수 없는 것일까?

반드시 안건이 아니더라도 메인메뉴는 생기거나 있거나 할 것이다. 짧은 스침이지만 풍요로울 수 있다면, 마음의 끈에 대한 교차점이 자랄 수 있는 확율은 낮은 것일까? 활자화된 문자만을 요구하는 것보다 공란으로 두어 생각이 모이게 하거나, 넘치도록 많아 가져가게 하거나 다른 색깔의 모임을 겪었거나 겪을 수 있다.

에둘러가고 밋밋하지 않게 하는 일엔 하지만 공짜는 없을 것 같다. 안건을 슬며시 녹여 쓸쩍, 조금씩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들거나, 가는 길목에 슬며시 이목을 끌게 만들어 조금씩 눈팅하게 만들거나, 아니면 호가호위할 수 있는 색의 만찬이나 한점 달콤한 맛의 유혹, 그 맛과 여운이 모임내내 배이게 만들거나 할 수는 없는 것일까?

물론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이야기하기도 할 것이다. 참여자가 아니라 참관자이거나 너무 바쁘거나 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그말도 맞기도 하고 그르기도 할 것이다. 모임은 천번도 넘게 만번도 넘게 일상을 채워왔고 채워가고 채울 것이다. 주제에 대해 미리 한줄 코멘트를 받아보는 일. 이벤트를 위해 한점 아이디어와 익살을 가져가는 일. 아이스 브레이킹하는 재미가 솔솔 하다며, 조금씩 다른 길이 보인다면 굳이 그 모임을 마다할 일이 생기겠는가?

안건위주의 단조가 아니라, 장조버전으로 안건 쟁점이 성원의 마음에 조금은 풀리거나 녹아있는 상태를 출발점으로 잡아보는 것은 어떨까? 발랄한 색깔이 묻어나거나 잡색의 베이스 재미톤이나 오보에나 클라리넷 독주... 산뜻하지만 깔끔한 야채같은 맛이 조금이라도 묻어날 수 없는 것일까? 어쩌면 치뤄내는 것으로 참관하는 것으로 일상이 매워진 것은 아닐까?

100번째 모임은 그렇더라도 101번째 모임은 다르고, 재미있거나, 서로 부담을 줄일 수 있거나, 서로 조금씩 가져가거나, 의도치 않는 새로움을 가져가거나, 하나를 보태고 무형의 열을 가져갈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성비과반의 원칙 - 과반사전참여의원칙 - 안건외비주류과반의 원칙 - 수다반의원칙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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