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 두 번의 절망과 한 두 번의 기쁨
블루스 밴드 ‘나무’ 연습실을 가다

2007-11-16 오후 4:15:46 [국은정 지역통신원]




▲ 작곡가이자 기타 연주자인 김유신 씨의 제의 아래 뭉친 블루스 밴드 ‘나무'의 연습실을 찾았다

13일 오전 11시경, 대전광역시 서구 관저동에 위치한 ‘나무’ 밴드의 연습실을 찾았다. 12월에 있을 콘서트를 위해 요즘 그들은 틈나는 대로 연습실에 모여 연습을 하고 있다고 했다.

아직까지 밴드의 정식 앨범이 나오지 않은 상태. 그래서 이번 12월에 열리는 콘서트는 내년에 있을 앨범녹음을 위한 준비 과정의 하나다. 앨범 녹음에 들어가기 전, 자신들의 음악을 대중에게 선보이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물었다. 대답은 “우리음악에 대해 사람들로부터 직접적인 반응이나 조언을 들을 수 있고, 자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90년대 초반 노래패 활동을 시작하면서 진보적 색채가 강한 민중음악을 했던 김유신(39) 씨, 고3 무렵 누군가 드럼 치는 모습이 멋있어 보여 혼자서 무작정 드럼을 연습하기 시작했다는 조상훈(36) 씨, 사춘기 때부터 음악 듣는 걸 좋아해서 자신의 조용한 성격에 맞는 베이스를 치고 있다는 최수항(33) 씨. 그렇게 각자 음악의 길을 걸어오던 개성이 강한 세 남자가 얼마 전 작곡가이자 기타 연주자인 김유신 씨의 제의 아래 뭉쳐 블루스 밴드 ‘나무’가 결성되었다.

- 대중에게 ‘블루스’ 음악은 다소 생소한 장르라고 생각한다. 블루스가 가진 매력은 무엇인가?

흑인 노예들이 자신들의 처지를 담아서 부르기 시작한 음악이라서 ‘희노애락’이 가장 잘 표현된 최초의 대중적인 음악형식이다. 살아가면서 느끼는 평범한 이야기를 담아내기에는 참 좋은 그릇이다. 민요나 라티음악의 하나인 탱고처럼 단순한 듯 보이지만 깊은 맛을 낸다. 투박하고 통속적인 면이 블루스의 가장 큰 매력이라 할 수 있다.

- 블루스는 상대적으로 타 장르에 비해 대중에게 소외되어 있다고 본다. 대중이 블루스에 대한 편견이 있다고 보는가?

대중들은 편견이 있는 것이 아니라 관심이 없다고 해야 옳다. 흔히 음악을 주류와 비주류로 나누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데 굳이 나눠서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대중이 관심이 없는 데에는, 간단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고, 우리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음악을 하는 데에도 그만한 이유가 있다. 대중이 중요하지만 대중이 꼭 우리음악의 대상은 아니다.


김유신
- 대중과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있는가?

‘음악을 잘 만들면 얼마든지 대중과 가까워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솔직히 사람들이 우리음악을 듣고 어떤 느낌을 갖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대중의 반응에 대해 들어볼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12월에 열릴 콘서트에서는 사람들의 솔직한 반응을 들으려고 한다.

- 그렇다면 나무 밴드가 추구하는 음악은 어떤 것인가?

좋은 음악을 꾸준히 연주하는 것이다. 지금은 주로 블루스에 기반을 둔 음악을 하고 있지만 어떤 음악이 됐든 멤버들이 오랫동안 함께 연주할 수 있었으면 하는게 바람이다.

- 애매하다. 그래도 하나의 밴드가 결성되었다면 자기들만의 색깔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색깔은 우리가 정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음악을 듣고 공감하는 사람들이 아마도 색을 칠해 줄 것이다.

- 밴드 유지의 어려움은 없나?

우리 멤버들은 모두 성실하고 생활력이 강하다. 우리가 지금까지 음악을 할 수 있는 힘은 생활인으로서의 근면함이다.

- 각자의 개성이 강할 것 같다. 구성원들끼리의 갈등은 어떻게 해결하고, 의견조율은 어떤 식으로 하는지 궁금하다.

큰 틀에서 서로 동의를 하고 함께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소한 갈등은 없다. 하지만 그런 것이 있더라도 우리는 모이면 수다를 많이 떨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대체로 되는 것 같다.

- 밴드 활동이 아니라도 오랫동안 각자 음악을 해온 것으로 안다. 자신의 음악에 대한 한계나 매너리즘에 부딪힐 때는 없는가?

왜 없겠는가. 그것이 우리가 음악을 하면서 느끼는 유일한 스트레스다. 그러나 그건 스스로 고민하고 연습하면서 각자 알아서 할 일이다.

- 매너리즘을 돌파하는 방법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나(작곡가)는 다른 장르의 예술인들과 교류가 많은 편이다. 문학, 미술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들과 앉아서 이야기를 하다보면 배우는 게 많다. 영감을 받는다고 할까? 가끔은 그들에게 좋은 영감을 도둑질 한다고 생각한다.



'나무'의 공연 장면


- 지역에서 활동하는 것에 대한 불편함이나 아쉬움은 없나?

지역에서 활동하는 것에 대한 불편함은 없다. 지역은 우리 같은 밴드에게는 오히려 장점이 많다.
서울은 다양한 밴드가 있고 50석부터 천여 석까지의 많은 공연장이 있고 다양한 취향의 대중들이 있어서 한동네 같은 느낌의 지역과는 차이가 있다. 물론 앨범이 출시되면 서울에서도 콘서트를 할 계획이다.

- 스스로를 ‘아마추어’라고 생각하는가?

그렇다. 아직 우리는 출발도 안 했다. 아무리 오래 음악을 했더라도, 그 경력과 실력을 떠나서 결과물(앨범)이 없으면 아마추어다. 우리는 모두 아마추어다.

- 작곡가인 김유신 씨에게 묻겠다. 오랫동안 블루스 음악을 추구해 온 것으로 안다. 그리고 먼저 다른 멤버들에게 같이 할 것을 제안했다고 들었다. 올해가 개인에게 커다란 전환기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어떤가?

그동안 많은 노래를 만들었지만 작년부터 마음에 드는 곡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멤버 구성도 서둘렀다. 지금 이렇게 멤버가 구성된 것은 서로에게 있어 큰 축복이다.

- ‘밥 말리’를 평소 존경하고 있다고 들었다. 어떤 부분에서 그런가?

음악도 참 좋고, 삶도 매력 있고 훌륭한 뮤지션이다.

- 끝으로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음악 하는 것이 행복하냐고 묻는데 솔직히 딸아이랑 놀 때 만큼 행복하지는 않다.(웃음) 그 정도의 행복을 느끼려면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

상당히 말을 아끼는 그들과의 인터뷰가 끝났다. 언론이 평범한 사람 하나는 얼마든지 화려하게 포장할 수 있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는 그들이었다. ‘음악인은 음악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명제를 강조하려는 것일까. 솔직하다 못해 답답하기까지 한 그들의 대답을 전해 들으며 고집스럽고 투박한 것들에 감추어진 저력이 느껴졌다.

블루스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그 노래가 그 노래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고 했다. 하지만 한 번 듣고 두 번 듣다 보면 진짜 그 노래의 맛이 느껴질 거라는 충고를 덧붙였다. 같은 노래를 연주하더라도 자꾸 연습을 거듭하다 보면 스스로 그 음악이 무르익어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는 것이다. 젊어서 보이지 않던 것이 나이 들면서 보이기 시작할 수도 있다. 이건 마치 우리의 삶과 같다. 대중 역시 그렇게 한번 두번 블루스를 듣다 보면 어느 순간에 블루스 특유의 맛을 느끼게 되지 않겠느냐는 설명이다.

한두 번의 절망이 우리를 다 집어삼키지 못 하듯 한두 번의 희망과 기쁨도 우리 삶 전부를 행복하게 할 수 없을 것이다. 울다가 웃고, 넘어졌다 일어서는 특별할 것도 없는 일상들을 블루스 연주자들은 노래한다. 그래서 그들의 이름이 나무인지도 모르겠다.


뱀발. 컬쳐뉴스를 뒤적이다가  소식이 있기에 퍼오다.

댓글(0) 먼댓글(1)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1. 세상이 나를 살게하고
    from 木筆 2013-04-02 09:45 
    음반이 나왔네요!! 이렇게 낯설군요. 낯섬은 또 다른 길을 찾아 나서는 일... 마음도 지친 몸도 달래면서 길을 걸어나서면 어떨까요. 꽃비가 내리는 날들... 가슴이 먹먹한 노래로 이 달을 시작해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