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문국현 현실"을 안고 넘자(酌)

 책을 한점도 보지 않는다. 가장 편안한 자세로 누웠는데, 식곤증으로 몇차례 선잠이 지나간다. 초1 민이는 목욕재개를 하구 받아쓰기 숙제를 한다.  '방귀를 뽕하고 뀌었어요' 불러달라고 하고, 방귀소리에 깔깔깔 웃고 하더니, 틀린 것도 정답으로 하더니, '아빠, 백점맞으면 뭐해줄거예요'라구요.한다. 그렇게 응석을 부리다가 이내 잠에 골아떨어진다. 딸래미도 시험이 코앞인데, 틀린 문제를 가져와 식초가 노란색깔이 아니냐고 한다. 단무지? 양파생각해봐~ㅇ. 그렇게 바꾸어가며 조용해진다.

 야구 경기-축구경기-시흥갯골환경스페셜-태왕사신기까지 골고루 맛을 보았다. 한쪽에서는 권영길 초청토론회 - 한쪽에서는 문국현토론회라는데, 지역방송은 권영길 초청토론회를 보여준다. [초청토론회-질문있습니다]라는 프로그램은 사전 질문지를 주지 않고, 즉석질문으로 후보자의 순발력-대안제시력 등등을 보여주도록 꾸몄다. 이명박이 더 궁금해진다. 깔끔-명쾌하지 않았지만, 일반인들이 갖고 있는 선입견에 편승하지 않고 지적하여 넘어서는 것도 괜찮다 싶다. 사표심리-백만집회-정책현실성-노조과격화와 파업-가치의 연정. 한미에프티에이와 비정규직 등등, 물론 가슴을 움켜지게 하는 절실함과 쌈박함까지는 기대할 수 없지만 쟁점을 드러내는 것도 봐줄만 하다.(물론 나의 관점은 토론회 전후 일반인이 보았을 때를 고려하면? 이란 전제이다.) 

총선이 코앞에 다가온 것인도 모른다. 불과 몇달전으로 돌아가 문국현-노회찬-심상정-권영길이 없는 경선은 어떠하였을까? 늘 현실은 후회해도 소용없다. 현실은 만일이 없으니말이다. 없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사라져주면 좋겠다는 희망 역시 만일이다. 훨씬 삭막하지 않았을까? 심바람의 세박자경제도, 노회찬의 촌철살인도 여전히 유효하지 않은가? 권영길이 험로로 만들어온 것이 구태일 수 있을까? 문국현에게 많은 사람이 설레이는 것이 왜 마이너스라고 장담하는가? 대중의 가슴에 주목하지 못하고, 똑같은 한표로, 몸뚱이란 산술로 전락하는 것은 아닐까?  

아래 토론에서 어떤 것이 다른 관점에서 논의되었는지는 알아보지 못했다. 하지만 발제 논문은 논의를 숙성시켜야 할 지점에 대해 논거를 제공한다. 자유주의, 공화주의란 관점에서 진보가 품어야 될 것, 여러 매체에서도 쟁점이 없는 것 같아 아쉬웠는데, 좀더 숙성시킬 계기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램이다.  주택-교육-노후, 일에 대한 쟁점이 폭발하여 생활인에게 실감나게 다가갈 수 있다면, 이번 대선에 지고 이기고를 떠나, <참진보>의 외연을 확장하며, 불과 몇년전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다시 한번 온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런 면에서 역동적인 우리들 모습이 기회를 많이 갖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문제는 <가치>를 열어두고, 그것이 우리 가족의 품안에 들어가, 우리 친구들의 가슴으로 들어가 얼마나 뭉클거리게 하느냐의 문제이다. 그렇게 마음에 작은 틈이 생긴다면, 그것으로도 진보는 큰 승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면에서 열어두지 못하고 진보를 가장하여 제것만 옳다고 주입하려하고 세뇌하려는 의식이 가장 큰 문제를 일으키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역에서도 정책참모진들이 바쁘겠지만 공유의 네트워크를 만들어내는 것. 가슴을 울려내는 실천공약으로 뿌리를 내리게 하는 것. 우리 패거리가 아니라고 배제하지 않는 연습을 하는 일이 바쁜 와중에도 놓치지 말아야할 한가지는 아닐까? 느슨한 사회단체 연대 조직의 몫도 공정선거감시가 아니라 질적으로 한단계 다른 일을 해볼 수 있는 계기가 우연히 주어진 것은 아닐까? 하고 혼자 쓸 데 없는 생각을 해본다. 집식구들과 <울린 가슴>을 가지고 나눌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다면, 모든 주변 상황은 늘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 상수가 아니라 오히려 영향도 못미치는 변수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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