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을 보일 듯한, 아니 끝이 보이는 고개인 줄 안다. 하지만 한 고개가 남아있다니, 아불싸 


문구센터를 오가며 걷는 길에 봄꽃들은 현실감이 들지 않는다. 눈도 나빠진 연유도 있지만 맑은 햇살은 꽃술 하나하나를 드러내며 AI 사진이나 영상처럼 솜털하나 놓치지 않고 움직이는 것 같다. 기괴함을 넘어서는 현실감을 맞고 있다. 계절은 동전의 양면처럼, 앞장이란 봄은 없고, 바로 여름이다, 뒤장인 겨울만 움츠러들고 있다. 대체 왜 이러는 걸까? 하지만 우리는 이유를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러기 위해 교육을 받은 것만이 아니라 몸으로 체감하고 있다는 것이 맞다. 하지만 한낮한낮, 한틈한틈 우리는 그 상황을 잊고 지워버리고 싶은 것이다. 


날리면과 입틀막의 장본인들은 애써 자신을 숨기려는 듯, 지우려는 듯 더 큰 일들로 자신을 뒤짚어 엎어버리지 않았는가? 그리고 뒤에 서서 앵무새처럼 맞다맞다 옳다옳다 맞장구친 국가의 짐인 세력들이 오늘도 아우성이지 않는가? 범죄를 범죄로 덮고 나라까지 덮으려 안간힘을 쓰는 범죄인들은 오늘도 입에 거품을 물 듯, 거짓을 꺼리낌없이 뱉고 있다. 여전히.


채권, 채무 관계가 법의 기본이다. 어쩌면 죽어간 사람들의 피로 만들어진 것이 또한 그 법일 것이다. 숱한 상처와 일상들이 날아간 실제상황이 법에 묻어있다 할 수 있다. 그래서 왜 만들어진 것이란 역사도 중요한 것이다. 


상식이 뒤돌아 도망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건 아닐까. 무도하게 힘앞에, 헤쳐먹을 궁리 앞에 넙죽넙죽 절하거나 아부떨기를 마다하지 않는 인물들과 군상들의 토악물을 우리는 실시간으로 보고 있지 않는가. 그 토사물이 진주라고 금이라고 은이라고 받쳐 써주는 언론과 미디어도 넘치지 않는가? 양심이라고도 부르는 상식의 불씨를 그들에게서 볼 수도 느낄 수도 없다. 자기가 얘기한 동영상과 증거가 넘치는데도 아니란다. 싸다귀를 날리고 싶은 세상이다.


불법 도급과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하도급법이다. 원사업자의 갑질을 막기위해 11개의 의무사항과 4개의 금지사항을 넣어 만든 것이 현재의 법이다. 공정거래위의 관할아래 불법행위가 있을 경우 손해배상과 처벌이 뒤따른다. 


공장 주인이 바뀐 이래, 원사업자가 조바심을 내고 일년내내 직장괴롭힘방지나 도급에 무개념으로 일원을 아까워하는 행태가 계속된다. 그 불 손이 경계를 너머서려고 한다. 그래서 담당참모에게도 제발 빨리 원가분석이래도 하셔라, 그렇게 바닥을 보고나서야 계약을 다시하든 말든 하지 않겠는가 라고 붙어 채근한 것이 몇 달동안이다. 움직이지 않는 그는 오너의 지시를 거꾸로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겨우 움직인 것이다.


느낌이 좋지 않아서 떼어먹을 수도 있다.라는 확신아닌 확신이 생긴다. 그렇게 문서를 뜨문뜨문 보낸 것도 몇 달이다. 그들은 모든 우려를 불식하고 헤쳐먹는다. 양심도 상식도 없이 낼름해드신 것이다. 마지막 카드인 회계년도 변경까지 무시하면서 감액을 지정해주기까지 한다.


유난히 추운 봄이다. 하루하루 불안한 겨울이 섞여있는 봄들이다. 영하의 언저리는 그래도 작업복차림으로 달릴 만하다. 소화 겸해서 움직여주면 몸에 조금조금 되갚아준다. 그렇게 라이딩이나 달려주지 않으면 이런 긴장과 압박에서 견뎌나지 못할 것 같기도 했다. 


반복과 퇴행. 퇴행과 퇴행. 회의록을 작성하라는 지시를 받은 참모들은 기계같다. 생각이라는 것은 밖에 두고 온 것 같다. 받은 지시가 중요한 것이지, 같이 나누는 대화의 맥락조차 이해를 하지 못한다. 아예 관심이 없는 것이다. 기계처럼 말하고, 기계처럼 회의록을 남기고 올린다. 대체 뭐가 결정되고 뭐가 소통되는지 알 길이 없다. 


모든 자료와 모든 한계가 동시에 나온다. 속셈도 드러난다. 협의가 애초에 필요가 없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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