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렌>, 탄소가 모여 이뤄진, 원통형이나 공모양의 나노입자에 조금 관심이 있었다. 벌써 10년이다. 그 무렵 서울대 모교수가 합성에 성공하였다는 소식 등이 언론을 떠돌던 기억이 난다. 그로부터 10년, 인근 아카데미 기증도서관에 비치된 한권의 책, <나노재료 과학>이란 번역서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책을 간략히 살펴보아도 생산효율은 높고, 가격은 비례하여 낮아지는 기술혁신의 속도가 놀랄만 하였다. 미국, 일본, 최근 우리나라도 그 속도를 더욱 높이고 있는 듯하다.
과제에 참여하고, 채택되고, 성과를 내어야만 하는 연구원이나, 관계된 사람의 심정은 어떨까? 점점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게 되면, 어떨까? 기술의 수평상 연결고리나 연계된, 연계될 기술들이 의외로 나노만이 아니라, 통섭의 학문처럼, 여러분야에 걸쳐있다고 하면 어떻게 하여야 하는 것일까? 결과는 내어야되고, 확인할 부분은 있지만, 또 거액의 금액을 받아야 한다면, 수직적으로 개발하는 속도와 수평적으로 확인해야할 기술들이 점점 드러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아래 접힌 기사에서 처럼 뉴욕타임즈는 미래의 재앙이 될 수 있는 기술 가운데, 기후변화, 유전자변형물질, 그리고 나노기술을 꼽았다. 기후변화는 몸으로, 삶으로 겪고 있으니 그렇다하고, 나노기술까지 그러하다는 사실은 어떠한가?
미리 준비되거나 예측할 수 없는 위험. 이 문제는 한 연구원의 노력, 한 집단의 노력, 한 부서의 노력, 한 국가의 노력으로 해결될 수 없는 것은 점점 자명해진다. 더구나 현실의 위험을 몸으로 직접 겪고 있는 현 세대는 단순한 경각심이 아니라, 새로운 그물과 새로운 시도,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의 단초를 만드는 일을 하지 않고서는 무서운 수직적 지향만 고려하는 자본과 근친한 과학기술의 속도를 따라잡을 길이 없을 수도 있다.
한 젊은 기자는 <세바퀴가 달린 과학자전거>란 책에서 우리사회가 빠트리고 있는 하나를 지적한다. 두발 자전거를 타기엔 너무 미숙한 것이 현재 인류일지 모른다. 앞에 난간이 있는지, 절벽이 있는지, 강이 있는지? 어두컴컴한 그뭄밤 자전거 속도에 취해 무작정 달리고 싶어하는 마음만 잔뜩 있는 것은 아닐까?
멜로드라마, 격투기, 텔레비전과 팝콘도 좋지만, 그 관심을 조금씩 떼내어 무한질주만 하는 이 과학기술에도 던져야 한다. 위험성을 파악하는 실험은 의외로 어렵지 않고 쉬울 수 있다. 집값이 떨어져 아쉬워하며 결속하는 만큼의 몇백분의 일에 대한 관심만 있어도, 최소한의 속도를 늦추거나 제어하는 능력을 가질 수 있다. 당신이 은나노세탁기에 마음을 뺏기고 있을때, 그 만큼 더 좋은 것을 줄 것처럼 자본과 과학기술은 <괴물>을 놀라운 속도로 키우고 있는 것이 현실인지도 모른다. 당신의 화장품이 안전하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전량 리콜한 어린이의 장난감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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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한겨레)통제할 수 없는 나노기술이 사람 잡는다?
1. 통제할 수 없는 나노기술이 사람 잡는다?
2. 한겨레, 2007-08-08
3. 유상연 과학칼럼니스트
4. 키워드
의학용 나노로봇, 티타늄다이옥사이드, 유전자변형기술, 뉴욕 타임즈, 에릭 드렉슬러 박사, 미국 환경보호국(EPA), 국립보건환경영향연구소(NHEERL)
5. 기사내용
영화 ‘이너 스페이스’를 보면 적혈구만한 크기의 작은 잠수함이 등장한다. 사람 몸에 투입된 이 잠수함은 인체 구석구석을 항해하며 암세포를 발견하고 치료한다. 이렇게 세포보다 더 작은 의학용 나노로봇이 등장한다면 우리 몸의 질병세포를 매우 효율적으로 격퇴하게 될 것이다. 나노기술이 제시하는 미래 모습이다.
먼 미래까지 가지 않더라도 이미 나노기술을 적용한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산화아연을 나노 단위로 작게 만들어 자외선 차단기능을 가지면서 투명한 자외선차단 화장품이 나왔다. 티타늄다이옥사이드라는 나노물질을 첨가해 청소하지 않아도 스스로 깨끗해지는 유리창도 있다. 같은 제품이라도 ‘나노’라는 이름을 붙이면 시장에서 불티나게 팔려 나간다.
나노기술은 한계에 다다른 현재 기술을 대체할 강력한 차세대 기술이다. 생활 속으로 깊숙하게 파고든 나노기술은 인류에게 장미 빛 미래를 약속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최근 ‘뉴욕 타임즈’는 ‘인류를 파멸로 몰고 갈 10대 재앙’을 발표하면서 기후변화, 유전자변형기술과 함께 나노기술을 지구를 파멸로 몰고 갈 기술로 지목했다. 나노기술에 어떤 위험이 있기에 이런 무시무시한 경고를 했을까?
나노기술은 기본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는 불안 요소를 갖고 있다. 우리가 나노기술로 나노 단위의 로봇, 즉 나노봇(nanobot)을 만들었다고 하자. 나노봇은 특정한 기능을 하도록 만든 분자 크기의 로봇이다. 전자회로를 가진 로봇이 아니라 우리 몸 안의 효소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따라서 처음 제작할 때 움직임을 예상해서 설계하지만 일단 몸 안에 들어가면 나로봇 개체 하나하나의 움직임을 조절할 수는 없다. 나노세계는 일반 물리의 지배도 받지만 양자역학의 지배도 동시에 받는 세계이기 때문에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
나노봇은 피부를 뚫고 몸속으로 들어가며 세포 속으로 손쉽게 들어갈 수 있다. 만약 세포 속으로 들어간 나노봇이 우리의 예상과 다르게 세포를 변형시켜 세포의 정상적인 성장과 분열 현상을 방해한다면 어떻게 될까? 정상세포를 암으로 바꾸는 치명적인 결과가 생길지도 모른다. 나노봇은 너무 작기 때문에 문제를 일으켰을 때 제거할 방법도 없다.
나노봇 아이디어를 처음 내놓은 미국의 에릭 드렉슬러 박사도 나노기술의 미래를 암울하게 봤다. 그는 자신의 저서 ‘창조의 엔진’에서 나노기계가 자기복제를 통해 생물을 죽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 자기 복제하는 나노봇이 등장하는데, 이 나노봇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마치 꽃가루처럼 바람을 타고 이동하면서 주위 환경에 있는 것들을 모조리 먹어치우면 지구 생태계를 불과 며칠 만에 회색 먼지로 바꿔버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나노봇은 아직 먼 미래의 이야기지만 나노입자는 이미 시판됐다. 이 나노입자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도 이미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우리 몸은 피부가 있어 해로운 물질이 몸 안에 침투하는 것을 막지만, 나노 입자는 너무 작아서 피부를 그냥 통과한다. 심지어 세포막도 뚫고 세포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몸에 해로운 물질을 나노 수준으로 만들면 치명적이라는 뜻이다.
미국 댈러스의 에바 오베르도스터 박사는 나노입자가 동물의 뇌를 손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04년 그는 흑연으로 만드는 풀러렌 나노입자를 녹인 물에 민물농어를 풀어 놓았다. 그 결과 민물농어 9마리에서 뇌 손상이 크게 나타났는데, 이는 일반 민물농어에 비해 무려 17배나 높은 뇌 손상률이다.
미국 환경보호국(EPA) 산하 국립보건환경영향연구소(NHEERL)의 벨리나 베로네시 박사팀 역시 나노기술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그는 선크림과 화장품에 널리 이용되는 산화티타늄(TiO2) 나노입자가 신경세포를 손상시킬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를 ‘환경과학기술지’에 발표했다. 생쥐의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면역세포는 외부에서 이물질이 들어오면 활성산소를 분비해 태워버리는데, 산화티타늄 나노입자에 1시간 이상 노출되면 활성산소가 과다 분비돼 주변의 신경세포에 손상을 입힌다.
나노기술의 위험성에 대한 연구는 가능성을 제시하는 아주 기초적인 단계다. 무엇보다 나노기술은 연구가 시작되지 얼마 되지 않은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나노기술이 정보통신, 생명과학, 의료, 환경 등 광범위한 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나노분자가 환경에 노출된 뒤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나노기술이 생명체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지에 대해 반드시 연구해야 한다. 기술은 무엇보다 안전하고 정교한 통제가 가능할 때에만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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