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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가 무르춤하다. 자전거가 아니라 잔차. 바이크, 벨로. 애마<로시난테>를 타고 난데없이 다닌다. 출근하는 책방사장님도 만나고, 초청강연을 하는 책방을 지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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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습관이 바뀌지 않으면 변하지 않는다라는 어제 말꼬리에 걸린다. 나 역시 주어 없음에 걸려있다. 그 숱한 이야기의 시작이 주인공이라니. 주인공은 없다. 주인공은 냉소의 시작이다. 그래서 천만관객을 숱하게 돌파하고도 사람들은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 다만 해소되었을 뿐, 또 다시 일상의 삶을 산다. 대리만족이었던 셈이다.  숱한 이야기꾼들이 삶을 갈아넣어 글을 쓴다. 글짓는 법을 배운다. 또 내 글을 쓴다. 그래도 미동도 하지 않는다. 시니컬, 냉소의 먹구름이 우리 심장에 드리우고 있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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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골목을 누비고, 햇살에 몰려 산책로에 나온 산책꾼들로 한가득하다. 오고 가며 가며 온 잔차길의 행로가 새처럼 보인다. 한 낮을 난다. 그렇게 배를 굶-줄여 저녁을 맛나게 들 요량이다. 무얼 먹을까. 삼산회관 할머니 김치돼지볶음이라니, 왕까스라니, 연포탕이라니, 스시라니... ...북적대는 저녁밤에 홀로손님은 머쓱하다. 그렇게 동선은 단골집에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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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예술, 종교>편을 읽다. 애초에 하나였으니 어떻게 세 갈래길로 갈라지게 되었는지. 신은 왜 저기에 쳐박혀 있는지, 과학은 왜 이렇게 우쭐 광인이 되었는지, 예술장이들은 왜 있지도 않은 자기 안의 골목길을 배회하다가 자학까지 이르게 되었는지. 그 앞 뒤를 추려본다. 데이비드 봄이 이 글을 쓸 때에는 정상우주론과 빅뱅이론이 교합을 하고 있던 듯하다. 아니면 정상우주론이 약간 우세하던 때 말이다. 과학광인은 심리의 황폐화, 영혼을 씻을 기회를 주지 않는다. 그래서 늘 건조하다. 습도가 부족해 늘 말라 비틀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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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셋은 아름다움으로 만난다. 신은 저기에 있지 않았다. 늘 곁에 있었고 서로의 안에 있어, 힒듬과 이해하지 못함, 괴로움들을 그때그때 치유한다. 삶의 맥박을 짚어주고 신의 무릎을 베고 누울 수 있었다. 그 신을 저기로 모아버리고 고여버리게 만든 것은 신이 아니라 인간이다. 바로 이 인간들이다. 신을 빌미로 이것저것 여기있는 것을 저기로 버렸다. 복도 저기로 모셨다. 그러니 늘 빌고 구한다. 제 안에 있는 것도 모르는 이들. 오늘도 다른 것을, 다른 것들을 악이라 칭하고 평정을 취한다. 그 간편함으로 일상을 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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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셋은 궁금함으로도 만난다. 있다고 할 수도 없다고 할 수도 없다. 예술은 정교함을 요구한다. 과학 역시 기존 틀에 만족하지 않는다. 기계론에 집착하지 않을 때, 자기-지시 구조에 맹점을 발견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수긍할 때, 좀더 색다름이 가까이 다가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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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작업은 그제 한 작업을 다시 확인한다. 재료를 옮기고 써보고 동영상을 다시 확인해서 살피지 못한 것을 살펴보는 일이다. 출근길 벚나무 수피를 빼꼼히 본다. 가로 무늬근이다. 땅과 수평을 가르키며 빙빙 섬처럼 둘러서서 올라간다. 그 끝엔 안토시아닌이 있는 낙엽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 하늘도 곱다. 잘 어울린다. 어우러지는 보색이다. 그래서 아름답다. 가을은, 늦가을로 접히는 가을엔 첫눈도 접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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