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실천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근본적인 '미시정치'적인 변화를 생각한다.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어린이의 다양한 기호표현 양식을 문장어의 기호학에 종속시키지 않는 것으로도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중간줄임) 중요한 것은 어린이를 바깥에서 인위적으로 비호하거나 어린이를 위해 사회 현실이 바라는 쓸데없는 인공세계를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어린이가 현실을 마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중간줄임) 유치원 수준에서 미시정치의 본질적인 목표는 어린이의 기호적 표현의 다의성을 발휘하도록 하여, 너무 일찍 전형화된 개인으로 '결정화'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다.
대안교육이 만병통치약이 아니라, 어린이 개인들이 상대적으로 자율적인 표현수단을 획득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엄한 눈초리로 시작하는 수업은 한 교사가 자신에게 주어져 있는 약간의 권력을 어린이들에게 되돌려 학생들 스스로 새로운 규칙을 정하여 실천하도록 한다. 여기서 분석과정은 어린이 집단이 주도한다. 교사는 해석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능력과 책임에 따라 참여할 뿐이다. 내부 활동의 변화와 어린이들이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서로 토의를 하고 할 일을 만들어간다. 교사는 이윽고 어린이들이 다 함께 결정한 생활 규칙의 체계 앞에서 모습을 감춘다.
어린이들은 다양한 발화나 모든 표현양식을 활성화하는 과정에서 현실적인 실천에 접속하게 된다. (인용은 250-251에서 발췌, 인용출처는 다음에 쓸 것임)
0. 쉬쉬, 마치 알면 되지 않는 것처럼 아이에게 입막음한다. 이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그래도 익숙해지는 것 같다. 엄마아빠가 이러저러하니, 너도 이해해달라고...감정표현, 그러고 보면 부모에게 감정과 어려움을 토로하기란, 더구나 선생님에게 높은 교단만큼이나, 거리만큼이나 어렵다. 어린이를 어린이로만 본다는 것이, 이미 다른 '남'으로 가정하는 것이, 무의식중에 테두리지워놓은 범위에서 사고하는 것을 가정하는 것이겠다.
1. 짧은 경험이지만, 학교운영위원을 하면서, 학부모와 학교가 공모하는 듯한, 온실속에 화초처럼 곱게 곱게 키우는 것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싸움이라도 벌어지면 어쩔 줄 모르며, 사고라도 나면, 어린이를 배제하고 해결하기에 급급하고, 어린이 회의는 이쁜 주제로 회장,부회장 선거하는 일만 해야되고, 어느 누구도, 그들만의 주제로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하고, 자라도록 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어떡하냐고 누가 책임지냐고, 해석자나 관리감독자에서 한 발자욱도 나가려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을까?
2. 한 중학교 아이가 임신을 하고, 싸움을 하고, .. ... 피해갈 주제인가? 왜 그 문제로 토론을 하면 되지 않는 것일까? 급식문제로... ...학교 준비물 문제로... ...소풍날 선생님 점심챙겨주는 문제로... ...촌지문제로... ..(그러고보면, 현실문제를 알면서도 못느끼게 만드는 '마술능력'을 키우는 것이 그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노동자가 아니에요. 그런 거 몰라요. 한번도 그런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비정규직 노조조합원의 말. 이는 또 다른 이야기지만 줄임.)
3. 함께 하는 모임은 꽤나 오래되었는데, 매년 모꼬지를 간다. 아이들이 대부분 태어나기 이전인데 이녀석들이 중학생까지 있으니 제법 된 셈이다. 모꼬지를 가면 일정표와 함께 일하는 것을 나누고, 함께 놀던 기억들, 밤새워 이야기한 방식들이 이 녀석들에게 소스란히 남아있는 모양인데, 어른 보다, 이 녀석들이 더 모임을 찾기도 한다. 물론 이 때만이다. 어느 모꼬지날, 한 방에 어른을 빼고 아이들이 사라지고 다 모였다. 자기들만의 시간표, 자기들만의 역할분담, 자기들만의 장기자랑...시간채우기... ... 아무도 아이들을 챙길 필요가 없던 기억이 함께 난다.
4. 소중한 기억들은 모두에게 있을 것이다. 어린이를 늘 '보호관찰대상'으로만 보는 것은 아닐까? 4.19때 데모를 하던 아이들이다. 당신의 자녀는 과잉보호를 받거나, 받아야한다고만 무의식중에 강요하는 것은 아닐까? 세상이 바뀌길 원한다면, 한번 '보호관찰대상'으로만 만드는 것에 거슬러 몸도 마음도 기울여 보자.
5. 물론, 온몸을 휘감고 있는 '사회적 고정관념'과 싸우는 일이 그와 함께 선행되어야 한다.마음을 모아서 키우는 일이다. 마음과 정성들인 것 만큼만 자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