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가 되자 자란 함박눈의 궤적이 좀 느려져. 곱게 쌓인 눈들을 바짝 달려들어 찍을까 하다가 멈춰. 햇살은 곱고 따듯하고 폭 쌓인 눈들이 포근해지자 눈물이 나. 한해가 이렇게 시작되기도 간만인 듯 싶어. 아직 바닷가는 설기척도 없겠지만 이렇게 맛보는 풍경은 더욱 조심스러워져.  마음에만 갖고 있기로 해. 셔터를 아무 곳에서도 누르지 않았어. 


1. 가족 - 황정은의 디디의 우산에서 우리의 관계는 무엇일까. 법으로도 규정짓지 못하고, 혈연으로도 포획되지 않는 관계. 그러면서 책친척이란 말들이 나왔다. 히로키의 2부는 가족으로 출발한다. 아 그러고보니 재-관-언-법조계의 혼맥도가 겹치는 것은 왠일일까? 그의 사유의 출발은 현실과 그 개선의 주체로서 더 이상, 개인도, 공동체도, 계급도 아닌 현실에 대한 무력감에서 이어진 것일 수도 있다. 그 낯선 것을 잡아내어 눈을 꽁꽁 뭉칠 수 있는 어떤 개념으로 사유하고 싶은 것이다. 유사가족일 수도 있고, 그와 유사한 또 다른 어떤 것으로 말이다. 고진과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들에 대한 스케치도 역설적이지만 다른 틀을 제시해주기도 한다. 


2. 섬세 - 무형문화재 상설전시관이 대전역 인근에 있다. 기차 시간에 앞서 짬이 되어 둘러본다. 앉은 굿의 한지 작업, 단청장,초고장(짚고예)목기장, 악기장, 각색편, 단청장, 국화주 장인. 그리고 소제동 마지막 기억을 담은 <<소제, 도시를 기억하다>>가 전시중이다. 그 손길에서 드러나는 것은 늘 섬세함이라고 할까 아니면 야무짐이라고 할까. 허투루 보이지 않은 깐깐함이 물씬 풍겨온다 싶다. 빠져들기 보다는 튕겨져 나올 듯 싶다. 


3. 노선 - 택시를 탈까하다 버스노선을 검색해본다. 어 왠일일까. 채 오십분이 걸리지 않다니, 정말일까 싶어 버스를 타기로 한다. 그래. 중간 도심환승센터에서 갈아 타면 되는구나 싶다. 중간 기다리는 시간에 노선도를 본다. 송도환승센터, 오천환승센터, 간선과 지선으로 분류되어 한 눈에 알아보기 쉽다. 크게 곤란하지 않을 듯 싶기도 한데, 배차간격이 약간 걸린다싶다. 그래도 큰 버스를 혼자 대절하니 미안스럽기도 하다. 내리는 전 기사님께 감사합니다라고 큰소리로 인사를 건넨다. 구룡포, 감포까지 버스여행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물론 날이 따뜻해져서 이겠지만, 나쁘진 않다.


명문옥편이 와서 중국어간체자를 살펴본다. 500여자가 더 되었는데, 보는 재미가 있다. 몇 번 더 보면 눈에 익을 듯싶다. 탐색하기 전에 도움이 될 듯도 싶다. 딸이 불쑥 죽음이 뭐냐고 물어본다. 음. 그리 대단한 건 아냐. 잘 모르기도 하고, 살아있다는 것부터 시작해보면 그건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기도 하지. 저자가 왜 제목을 저렇게 지었는지 공감이 가기도 한다. 우리는 생각보다 긴 시간을 함께 살아있다. 이삼백년을 품으면서 살고 있고, 그것을 여실이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빙하의 흔적이 고스란히 물과 그 아래 사는 사람들의 살림살이와 직결되는 것임을 말이다. 새롭게 사유하고 대화해서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긴 시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물꼬를 터 보는 일들을 주저하지 말고 말이다. 코로나가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건네주고 있다. 안목들을 겹치면서 살펴보자구 이야기하는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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