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득의 지각변동


[ ] 자신의 노후를 자녀에게 의탁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장년들은 지금은 흑자 구간에 있더라도 주택과 같은 자산 구입 등 노후를 위한 투자에 병적으로 집착하긷 한다. 현재 적자 구간을 맞은 이들을 위해 기부를 더 하거나 세금을 더 내는 일에는 극도로 부정적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가족 중심 분배 체제의 붕괴는 이런 모든 문제의 출발점이 되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의 미래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바로 우리 아이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문제다. 28

[ ] 발명가가 되려면 공부와 연구만으로는 부족하다. 부모의 소득도 높아야 한다. 발명이든 혁신이든 새로운 일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부모 소득이 높으면 뭐든 시도해 볼 수 있다. 실패하면 부모 품으로 돌아오면 되니 말이다. 그렇게 여러 번 시도를 하다보면 성공할 확률도 높아진다. 31


 2. 세계는 평평해졌지만 삶은 더 울퉁불퉁해졌다

[ ] 서구 지식인과 정치인들은 세계화가 자기 나라 국민 대다수에게 가져올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다....경기둔화로부터 타격을 받은 곳은 고소득 국가들이었다.특히 고소득 국가 중하위층의 소득은 계속해서 제자리걸음이다...개발도상국 지식인들, 선진국의 진보적 지식이들의 예상도 틀렸다. 그들은 개발도상국, 특히 아시아 국가들이 세계화로부터 착취당해 노동 계층의 빈곤이 고착화할 것이라고 분노하며 외쳤다. 그러나 그 아시아 노동 계층 중 상당수는 소득이 빠르게 높아졌고 A지점(코끼리 곡선)에 도달해 세계화의 가장 큰 승자가 됐다. 중국은 빠른 속도로 성장해 1인당 국민소득이 유럽연합 최빈국의 수준을 따라잡고 있다. 중국 중간층은 미국 하층을 따라잡고 있다. 중국 선전이 아니라 미국 오하이오와 미시간과 위스콘신에서 분노의 불이 지펴졌고, 그 분노의 대변자는 진보적 정치세력이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됐다. 55

[ ] 세계화의 2단계는 ‘거대한 수렴‘ 국면인 1990년 이후에 일어났다. 이때의 세계화는 이전과 달리 커뮤니케이션 비용, 즉 지식의 이동 비용이 빠르게 줄어드는 과정이었다. 인터넷과 이메일이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줄어들자 지식 외주화가 가능해졌다. 더 이상 하나의 공장/산업 지역에서 생산활동을 수행할 필요가 없어졌다. 선진국에 몰려 있던 생산 클러스터는 분해되었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줄줄이 엮인 국제가치사슬이 만들어지고, 기존 클러스터에 있던 각 기능은 여러 국가로 흩어졌다. 59


3. 국민소득은 늘었는데 내 소득은 왜 늘지 않을까


[ ] 상위 10퍼센트 집단은 3인 가족, 4인 가족을 혼자 부양할 수 있는 정도의 소득을 벌어들이는 사람들이다. 2019년 기준 3인 가족 표준생계비는 5568만원이다. 상위 10퍼센트 집단 중 상당수는 지난 20여 년 동안 새롭게 등장한 고연봉 직장인, 즉 월급 부자였다. 대기업에서 억대 연봉 직장인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보수가 눈에 띄게 높아졌으며, 노동조합이 강력한 대기업 제조업 노동자들의 임금이 높아졌다. 이들이 약진하면서 중소기업 노동자들과 자영업자들과 서비스업 종사자들 다수가 뒤처졌다. 그래서 한국의 소득 불평등의 핵심은 임금 불평등이라는 논의가 나왔다. 82

[ ] 한국 경제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선택을 하게 된다. 소득을 더 많은 사람에게 고루 분배하며 내수 경제를 살리는 방식으로 성장할 것인지, 자동화와 협력업체 쥐어짜기를 통해 수출 대기업의 효율성을 최대한 높이며 성자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했다.. 결국 내수 경제를 희생해 수출 부문을 더 빠르게 성장시키는 방향으로 틀을 잡는다. 1997년 찾아온 경제위기와 imf 구제 금융 체제는 이런 방향의 변화를 극단적으로 가속화시킨다. 그 결과가 지금까지 이어진 소득 편중이다. 87


 4. 노동자가 필요없는 기업들


[ ] 헨리포드는 노동자의 임금을 높게 책정해 미국에서 노동 중산층이 탄생하게 만든 사람이기도 하다. 1914년 그는 포드 자동차 직원의 임금을 동종업계의 두 배로 깜짝 인상한다. 평균 근속 기간이 3개월에 지나지 않던 노동자들은 그때부터 회사에 붙어있기 위해 안간힘을 쓰게 되었다. 당연히 생산성은 올랐고 품질 경쟁력도 좋아졌다. 뜨내기 노동자만 일하던 이전과는 달리, 취업하겠다는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와 줄을 섰다. 95

[ ] 자본은 노동자를 불러모을 필요가 없어졌다. 원래 노동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만들었던 기업 조직이나 사회보험 중심의 복지 제도는 거추장스러운 것이 되었다. 제품의 기획, 생산 및 판매까지 모든 부문에서 완전경쟁시장이 작동된다면 자본은 위계적 기업 구조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 투자 위험이 뒤따르는 실물 자산을 보유할 필요가 없어진다. 한마디로 기업은 점점 더 직접 고용할 필요가 없어지고 있다. 자본은 이제 노동자를 밀어내고 있다. 노동자를 끌어당기려 안간힘을 쓰던 과거와 딴판이다. 거대한 전환이다. 109

[ ] 자본이 노동을 밀어내는 과정에서 엄청나게 비인간적인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 노예제에 버금가는 비극적 사건도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만일 우리가 그런 노동 없는 생산 체제가 온다는 사실을 미리 예측하고 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일자리는 없어지더라도 사람은 살아야 하고, 노동자로서의 권리는 사라지더라도 인간으로서의 권리는 더 높아져야 한다는 규범을 갖고 있다면, 미래의 모습은 달라질 것이다. 고용되지 않은 사람들까지 골고루 보호하는 사회정책을 정치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면, 미래의 모습은 훨씬 더 많이 달라질 것이다. 111


5. 정규직, 7.6퍼센트에 진입하기 위한 전쟁


[ ] 2018년 1월 18일 인천공항 제 2터미널이 열린 이날, 터미널 한구석에 다날이 만든 로봇카페가 들어섰다. 스마트폰 앱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면 로봇 팔이 긴 손가락으로 커피잔을 들고 얼음을 먼저 받는다. 다음으로 잔을 커피머신에 놓고 아메리카노 추출 버튼을 누른다. 그리고는 얼음 위에 다른 커피를 주문자에게 전달한다. 116

[ ] 학교의 기간제 교사 논쟁은,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도 누군가에게는 지옥이 될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정규 자리를 기간제 교사들이 차지하면 임용고사를 준비하는 청년들은 지옥을 맞는다. 학생 수는 빠르게 줄고 있다. 앞으로 교사 자리는 크게 늘어나기 어렵고, 교사만큼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기는 더 어렵다. 청년들에게는 기성세대가 매몰차게 막차 문을 닫고 자신들끼리만 천국을 향해 출발하는 모습으로 보일 것이다. 다른 공공기간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125

[ ]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는 계약 내용의 차이일 뿐이다. 삶에는 정규적 삶도 비정규직 삶도 없다. 그런데 우리는 계약의 차이를 삶에 대한 차별로 확대하고 있다. 차별은 사람을 비정규로 만든다. 차별이 특권을 만들고, 특권이 정규직에 대한 일그러진 사회 인식을 만든다. 계약에는 죄가 없지만, 차별은 죄다. 7.6퍼센트라는 숫자가 보여주는 것은, ‘안정적 일자리‘는 소수에게만 허락된 특권이라는 명백한 사실이다. 사회는 이제 나머지 92.4퍼센트의 소득과 삶을 보장해주는 방향으로 변화해 가야 한다. 그래서 고용 대신 노동을 지켜야 한다. 직장 대신 직업을 지켜야 한다. 그게 기술과 사람이 같이 사는 길이기도 하다. 128


 10. 왜 어떤 노동은 다른 노동보다 더, 혹은 덜 보호받는가


[ ] 모든 사람에게 소득을 보장하든 고용을 보장하든, ‘정규직과 비정규직‘ 또는 취업과 미취업 사이에 깊게 패인 경계선은 허물어야 한다는 점이다. 결국 최소한이 생계를 위한 소득과 인간다운 삶을 위한 사회보장을 국가가 모든 사람에게 제공하는 것이 미래 노동정책의 핵심이라는 이야기다. 20세기 국가가 경제성장과 복지국가를 동시에 이룬 시스템을 만들어냈듯이, 21세기 국가도 새로운 패러다임에 따라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227


11. 아이폰은 애플이 만들지 않았다.


[ ] 아이팟의 성공은 애플과 스티브 잡스를 유명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혁신적 아이디어와 단순한 디자인의 미학에 열광했다. 작고 흰 기기 안에 든 세련된 기술들을 칭송했다. 그러나 그 기술 하나하나에 들어 있는 국가의 지원은 알지 못했다. 아이팟 1세대의 핵심 기술은 뭐니뭐니 해도 마이크로 하드드라이브다. 1천 곡의 음악 파일을 손바닥보다 작고 얇은 아이팟에 모두 넣을 수 있도록 한 기술인 거대자기저항 기술은 미국 연방정부 에너지부로부터 나온 것이다. 233


13. 소득을 어떻게 분배하는가


[ ] 예전과는 달리 일도 삶도 단계를 밟아 올라가는 게 아니라 단속적으로 이어진다. 이런 사회에서 일하려 노력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일할 능력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정확ㅎ 구분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어려운 사람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같은 사람이 끊임없이 변화된 상황을 맞기 때문에 더 그렇다. 266

[ ] 울프는 1929년 낸 저서 자기만의 방에서 이렇게 회고한다. ˝그 당시 쓰라림을 기억하건데, 고정된 수입이 사람의 기질을 엄청나게 변화시킨다는 사실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더라고요. 이 세상의 어떤 무력도 나에게서 500파운드를 빼앗을 수 없습니다. 음식과 집, 의복은 이제 영원히 나의 것입니다. 그러므로 노력과 노동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증오심과 쓰라림도 끝나게 됩니다. 나는 누구도 미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무도 나에게 해를 끼칠 수 없으니까요. 또 누구에게도 아부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가 나에게 줄 것이 없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하여 나는 스스로 인류의 다른 절반에 대해 아주 미세하나마 새로운 태도를 취하게 되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273


15. 자유로운 노동이라는 기회


[ ] 미국뿐 아니라 유럽의 많은 나라도 긱 경제가 기존 노동시장 질서에 균열을 낸다. 여러 국가가 나서서 이 새로운 노동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고시 중이다. 원래 강력한 복지국가 체제가 존재하던 유럽에서 대안도 더 체계적으로 나오고 있다. 유럽연합은 2019년 6월 ‘투명하고 예측가능한 근로조건에 관한 지침안‘을 채택한다. 여기서는 주문형 노동자, 가내 노동자, 간헐적 노동자 등 긱 경제에서의 노동자들을 보호받아야 하는 노동자로 정의하면서, 고용주가 해고나 작업의 시작과 종료 등을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알려야 한다는 점을 명시했다. 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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