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공적 감정

[ ] 비극의 정신은 동정심과 상실감을 형성하며, 희극의 정신은 신체적 혐오를 넘어 기쁜 상호 작용의 정신으로 나아갈 길을 알려준다. 320 확장된 동정심에 기초한 훌륭한 기획에 위협이 되는 간과되어온 감정들도 있다. 두려움, 시기심, 수치심이 그것이다. 321 공적 감정이 자유주의적 자유를 제거하지 않고 오히려 자유주의적 자유를 증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의 역사적 사례들이 회의론자들에게 납득시켜야 하는 것이다. 322

 8. 애국심 교육:사랑과 비판의 자유


[ ] 국기에 대한 맹세의 여파는 강제적 동질성으로 소수의 양심에 고통을 안겨줄 위험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327 동정심은 이타주의의 강력한 원인이지만, 이타주의는 구체적인 서사와 이미지에 뿌리를 두고 있기도 하다. 332 혐오는 위계적 집단들로 국가를 갈라놓기 때문에 공동선을 위한 이타적 희생을 비롯해 국가의 과업을 위태롭게 한다./만일 타자가 상상 속에서 인간 이하여 여겨졌다면, 오직 상상만이 필요한 전환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다. 334 국가의 역사와 현재의 정체성에 대한 서사가 배제적인 성격을 띠지 않고, 민족적 인종적 종교적으로 어떤 한 집단의 기여를 강조함으로써 다른 집단들을 폄하하거나 등한시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338 강압에 의해 이루어진 의견 단일화는 고작 묘지의 만장일치에 이르게 될 뿐이다. 343

[ ] 희미한 동기부여:가족관계를 없애고 모든 시민이 똑같이 보살 필 것을 요구하는 것. 시민들이 어떤 아이에 대해서도 자기 아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자기에게 전적으로 책임이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고 또한 그 도시는 너무 많은 하인이 있는 집과 같아서 아무도 어떤 일에서든 책임을 떠맡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결국 그들은 주변에 희미한 관심만 두게 될 것이기기 때문이다. 요컨태, 사람들이 뭔가를 사랑하게 만들려면 그것을 ˝자신만의 것˝으로 보게해야 하고, 또한 되도록 ˝자기가 가진 유일한 것˝으로 보게 해야 한다. 347

[ ] 심리학자 에익 에릭슨은 <<간디의 진리>>라는 책에서 고인이 된 지도자와 놀라울 정도로 구체적인 가상의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그에게 ˝스스로를 잔인하게 괴롭히는 행동을 멈추고 당신 자신의 몸에 비폭력의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도덕주의적인 거부의 폭력성이 없이 우리 자신의 몸과 그 몸의 성욕을 받아들일 수 있을 때에만 우리느 모든 사회에 도사리고 있는 타인에 대한 폭력적 지배 성향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381


 9. 비극 축제와 희극 축제: 동정심 형성, 혐오감 극복


[ ] 용감한 자들은 자신의 에너지를 분출하며 기뻐한다. 그들은 자신의 축제를 창조하는 사람들이다. 404

[ ] 공연은 진한 감정을 표출하는 기회였다. 관객에게 강렬한 감정적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가 가득했다. 이러한 감정은 숙의와 논의를 기초로 한다는 민주주의 개념에 상반되는 것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그 감정들은 정치적 토론을 위한 중요한 정보로 여겨졌다. 408 이런 비극들이야말로 사람들을 자기편이 겪는 일의 실체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저지르는 일의 실체에도 연결시킬 수 있는 감정적 통찰력을 증진시킨다. 409 비극축제는 동정심의 발달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혐오감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아리스토파네스식의 희극은 주로 혐오감을 다루지만, 동시에 동료 의식도 함양한다. 410 혐오감은 타인을 이른바 순수하고 탁월한 자아와는 완전히 다른 미천한 동물로 표상하며서 드러내는 감정이다. (필록테테스) 411 비극은 인간 야망의 한계를 알려주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간 의지의 마비로 귀결되지도 않고, 또한 책임, 의무, 변화 가능성에 대한 어려운 질문들을 침묵시키지도 않는다. 416 비극은 충돌에 대한 이해를 돕고, 그러한 충돌에 대한 평범한 접근법이 지닌 한계도 인식하게 해준다. 417 명확한 질문에 대한 모든 가능한 답은 최상의 답이라 해도 심각한 도덕적 악행을 포함하기에 그릇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올바른 대답˝이란 없다. 419 한 영역의 가치만 생각하며 다른 사람의 주장을 무시하는 이 인물들은 모두 편협하다.(안티고네) 421 비극은 우리에게 연극 속에서 서로 충돌하는 삶의 영역들이 갖는 중요성을, 그리고 그렇게 부딪치는 것들 사이에서 우리가 선택을 해야만 할 때 초래되는 끔찍한 결과들을 환기시켜준다. /곳곳에서 많은 사람이 종교와 국가 간의 조화로운 합의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아테네 사람들은 그것이 잘못된 생각임을 입증하고자 했다. 423 우리는 관행을 재조정함으로써 비극을 없앨 수 있는가? 비극은 그저 비극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대개 그 음울함 뒤에 어리석음, 이기심, 게으름, 악의 등이 도사리고 있다. 424 소크라테스는 향연의 끝에서 비극 시인가 희극 시인은 본질상 하나라고 주장한다...아리스토파네스의 희극은 신체 기능을 끊임없이 솔직하고 즐겁게 묘사하면서, 모든 관찰자에게 그들 자신이 신체적 본성을 한껏 즐기라고 요구한다. 426 천을 짠다는 것은 공동선을 목표로 정치적 논의를 구축하는 것과 비슷하다. 즉, 가닥 하나하나가 모두 고려되어야 하고, 가닥들이 모두 한데 뭉쳐 하나의 전체를 이뤄야 한다. 429

[ ] 베트남전 참전용사 추모비: 이 추모비는 아테네의 비극과 매우 유사한 방식으로 사색적이다.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킴으로써, 동시에, 이러한 감정들과 연결된 사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일상에서 어지러운 마음을 느낄 때와는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삶, 과거와 혀재를 검토해보게 한다. 449 시카코 밀레니엄 파크: 동료시민들에게 깃든 다양성에 대한 사랑, 다양성이 근심의 원천이 아니라 즐거움의 원천이라는 생각이 싹틀 것이다....어린이뿐만 아니라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이 물이 뿜어져 나오는 그 분수 앞에 서 있고 싶어하게 함으로써, 다양한 인종 젠더 연령의 시카고 사람들과의 특이한 육감적 교류를 즐기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468



 10. 동정심의 적들: 두려움, 시기심, 수치심


[ ] 세 경우 모두, 손해를 막는 최고의 방법 중 하나는 확장된 동정심 자체를 강화하는 것이다. 491 감정의 뒷받침이 없이는 좋은 법이 나타나기도 어렵고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되기도 어렵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따라서 우리는 어떻게 법으로 소수자의 권리를 보호할 것인가를 이해하는 동시에, 감정 기류를 좋은 법과 제도를 뒷받침하고 유지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493

[ ] 동정심에 반하는 동정심: 일반화는 위험을 안고 있다. 적대적인 고정관념을 간직할 수 있기 때무니다. 하지만 일반화가 인간 공통의 목표과 취약성에 초점을 맞춘다면 이러한 위험을 피할 수는 있고, 적대적인 고정관념을 실제로 약화시킬 수 있다. 우리는 동정심이 절대 비판받지 않는 정책 기반이 될 수는 없음을 밝혔다. 동정심은 항사 원칙들, 일반적인 도덕규범들과 소통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왕성한 비판적 문화가 수반되어야 일반화는 분파와 공평하지 못한 연민으로 퇴보하지 않을 수 있다. 495 특수한 것과 일반적인 것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는 올바른 감정을 창조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이나,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497 만약 좋은 원칙과 제도들이 살아남아야 한다면 대중문화가 미온적이고 냉정해서는 안된다. 대중문화는 폭넓은 사랑의 에피소드가 충분해야 하고, 시와 음악이 충분해야 하며, 감정과 놀이에 충분히 다가가야 한다. 499

[ ] 두려움:편협한 감정 ; 다른 사람들에게로 염려를 확장하는 데는 동정심이 필요한 반면, 두려움은 항상 동정심가 관련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두려움은 종종 사람들 일반에 대한 우리의 동정심을 흩뜨릴 수 있다. 500 두려움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부당하게 이용될 수도 있다. 501 심지어 가장 믿을 만한 두려움인 경우, 즉 어떤 협소한 ‘관심의 원‘에 대한 ‘합당한‘ 두려움이라도 그 두려움은 지나치게 편협할 때가 많다. 강도 높은 근심이 지속되는 한, 자기 자신과 자기와 아주 가까운 사람들 외에는 그 무엇도 생각하기 어렵게 만든다. 502 루스벨트가 대중의 두려움을 가라앉ㅎ고 다독이기 위해 정치적 수사를 활용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두려움을 관리함으로써 동정심의 기반을 만들어내기 위해 델리와 시카고에서 도시적 건축물을 활용한 것이다./두려움은 원심력을 띤다. 두려움은 한데 뭉치는 것이 가능한 사람들의 에너지를 흩어지게 한다. 503 믿음을 가졌고 두려워하지 않았기에 선조들이 정복할 수 있었던 그 위험에 비하면 그렇게 심각한 것도 아니다라는 밝은 암시를 루스벨트는 더했다. 506 우리가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오직 두려움 그 자체뿐임을 나는 굳게 믿습니다. 508 수사법에 능한 사람은 자신의 청중을 철저히알고, 어떤 이미지가 울림이 있으며 어떤 식의 호소가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지를 안다. 510

[ ] 델리와 하이드 파크의 도시 건축: 도시에는 범죄, 고용 불안정, 다양한 집단과 언어 등 항상 두려움의 이유들이 있다. 511 하이드 파크의 두려움(가공된 것이기도 하고 진짜이기도 한)은 유대감으 부정하는 내향적이고 배타적인 태도에 의해 증폭되었다. 두려움과 배제는 서로에게 기대어 자라난다. 그 악순환에서 빠져나와 작은 희망이라도 건지려면 과감한 결정이 필요했다./진보는 하나의 원대한 계획의 산물이라기보다는 수많은 작은 실험의 산물인 것 같다. 526

[ ] 시기심과 공정함: 공동의 과업 ; 시기심은 다른 사람의 행운이나 이익에 초점을 맞추어, 스스로의 상황과 다른 사람의 상황을 비판적으로 비교하는 고통스러운 감정이다./일반적으로 시기심은 운 좋은 경쟁자에 대한 어떤 적대감을 내포한다. 시기하는 사람은 경쟁자가 갖고 있는 것을 원하며, 결과적으로 그 경쟁자에게 악의를 느낀다. 그리하여 시기심은 사회 한복판에 적대감과 긴장감을 끌어들이며, 궁극적으로 사회가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하게 한다. 527 시기심은 질투심과 유사하다. 둘 다 가치 있은 어떤 것의 소유나 향유와 관련해 경쟁자에 대한 적대감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과 가장 소중한 관계들을 보호하는 것과 관련돼 있다. 질투심은 자신에게 위협이 된다고 보이는 경쟁자에게 초점을 맞춘다.(형제간이 경쟁)/이와 대조적으로 시기심은 바라는 상태를 소유했는지 소유하지 못했는지가 중심이 된다. 시기심은 좋은 것의 부재에 초점을 맞추며, 좋은 것을 소유한 사람들에 대한 적대감은 간접적이다. 경쟁자는 좋은 것들 그 자체보다 덜 중요하다. 사실 경쟁자는 시기하는 사람에게 결여된 이점을 누리고 있다는 점 때문에 적대적인 시선을 받는 것이다. 528 오셀로는 어떤 특정한 이점 때문에 경쟁자로서 미움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이아고라는 존재를 가리며 그의 위로 우뚝 솟아오른 사람으로서 미움을 받는다. 이아고가 주인공이 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그래서 그는 그 주인공을 파멸시켜야 한다. / 미래의 우월함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맨 꼭대기˝에 있으면서도 여전히 시기심에 내몰릴 수 있다. 529

[ ] 구조적으로 시기심의 사촌 격인 세 가지 감정이 있는데, 시기심을 이 감정들과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쟁심은 시기심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상황과 자기보다 형편이 나은 사람의 상황과 비교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경쟁심을 느낀다면, 일반적으로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한다. 열심히 하면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어. 시기심은 다른다. 심리학자들이 흔히 도달하는 결론처럼, 시기심에는 절망과 무력감이 내포돼 있기 때문이다. 530 시기하는 사람은 어떤 형태로든 상대를 적대시할 것이며, 틀림없이 상대를 포괄하는 공익(고등학교 응원단이나 축구팀의 성공 같은)을 소망하지 않을 것이다. /시기심은 또한 불의를 의식하는 도덕적 감정인 분개와도 다르다. 다른 사람들의 이익에 대해 분개하는 사람은 상황이 도덕적으로 잘못되었다고 믿는다./시기심은 주체와 객체 모두에게 해를 끼치는 경향이 있는 원한의 한 형태다.531 경쟁심이나 분개는 둘 다 품위 있는 사회에서는 건강한 감정이다. 전자는 개개인이 더 좋아지도록 촉진하고, 후자는 사회가 더 좋아지도록 촉진한다. 시기심에는 그런 건설적인 기능이 없다. 532

[ ]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상황이 나쁘기보다는 좋기를 소망하며 시기심은 이해에 기여한다. 시기심이 적대적으로 터져나올 만한 조건은 어떤 것일까? 첫째는 심리적인 것으로 자신의 가치관과 가치 있는 일은 무엇이든 이루어내는 능력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을 결여한 경우다. 둘째는 사회적인 것이다. 사회생활의 조건들이 시기심을 낳는 차이를 매우 눈에 띄게 만드는 만큼, 그 심리적 조건이 고통스럽고 치욕적인 것으로 경험되는 상황이 많이 발생하는 경우다. 셋째, 시기심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입장엣는 단순한 적대감 말고는 어떤 생산적인 대안도 스스로에게 제공하지 못한다고 여기는 경우다. 533 그들이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위안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고통을 가하는 것뿐이다.533

[ ] 학교는 성취에 이르는 폭넓은 건설적 경로들(비경쟁적인 신체 단련 활동, 연극과 기타 창작 예술, 사회봉사)을 제공함으로써, 친구들을 미워하며 앉아 있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스스로 좋게 느끼게 해줄 뭔가 가치 있는 일을 하게끔 학생들을 북돋울 수 있다. 스포츠 올림픽과 나란히 예술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이다. 요가, 필라테스, 신체 단련용 달리기가 대안적 체육으로 제시될 수 있다. 535

[ ] 모든 이가 기본 권리를 안정되게 누릴 수 있도록 해주는 법과 제도, 그리고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이 건설적인 대안들을 가지고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교육 체제와 경제 체제에 많이 의지해야 할 것이다. 사회의 제도적 구조는 경쟁의 여지를 남겨둠으롰 경쟁을 뒤받침하되, 노력을 마비시킬 수 있는 좌절감과 무력감은 만들어내지 않는다./돈에만 가치를 두지 않고 우정 문학적 예술적 표현, 사회 정의를 추구한다 536

[ ] 시기심은 두 가지 방식으로 동정심을 공격한다. 첫째 관심의 원을 좁게 설정해 자신 또는 자기 집단에 집중하는 행복론적 사고를 장려함으로써 동정심을 공격한다. 둘째, 자기에게도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의식과 동정심에 실질적으로 수반되는 감정이입을 금지해 시기심의 대상이 되는 사람을 타자 또는 적으로 암시함으로써 동정심을 공격한다. 537 그래서 해결책으로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공동 운명에 대한 의식, 그리고 혜택 받은 사람들과 덜 혜택 받은 사람들을 공동의 과업을 가진 하나의 집단으로 만드는 우정이다./덜 혜택 받은 사람들에게 이익이 되는 정책에 대해 좀더 특권을 가진 사람들이 반대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 계급 간 시기심이 없는 그 상황이 주로 이 작은 사회(500만 주민)가 가족과 같아서 모든 시민이 서로 얽혀 있다는 생각에 기인한다는 것이다.(핀란드)537

11. 사랑이 정의에 중요한 이유

[ ] 이 연구의 사랑에 대한 요구는 ˝중첩적 합의˝를 달성하기 더 어렵게 만드는 방식으로 정치적 개념에 의해 부과되는 요구들을 조금씩 늘리기보다는, 원칙과 제도에 대한 완전한 의견 일치나, 심지어 이러한 것이 주요 결점이 없다는 의견 일치를 전제하지 않는 감정들을 상상하면서 사실상 그 요구들을 감소시킨다. 두 사람이 종교, 정치적 관점, 궁극적인 삶이 목표가 서로 달라도 친구가 될 수 있고, 심지어 연인이 될 수 있는 것처럼, 우리가 상상하는 사회의 시민들 또는 적어도 그들 중 다수는, 우리가 기술한 이질적 경험들을 공유할 수 있다. 적어도 그러한 경험 중 일부를, 가끔, 공유할 수 있다. 그래서, 이래서 이러한 감정들이 본질적으로 귀중한가 아닌가 하는 물음을 통해 우리가 묻게 되는 바는,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위협적이지 않다. 609


볕뉘. 우리를 아니 스스로를 옭아매는 것은 두려움과 시기심, 수치심이라는 것이다. 곁을 생각지도 못하게 만들고, 자기와 자기집단에 얽매이게 만든다는 것이다. 사회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족만이 살길이라거나 너만은 이겨야 한다라고 말하며, 사육된 아이들은 그 모욕감을 끊임없이 전염시킨다. 사회적 유아기는 여전히 길고 길다. 여유와 자신만의 시간을 갖지 않는 청소년기를 거쳐도 별반 달라질 것이 없다. 자신의 일에 책임져 본 적도 없고, 책임질 수 없다. 이기는 기술만 갖게 된 아이들, 함께 이기는 경험이란 미흡하기 쉽상이지 않을까. 아이들만의 문제일까 어른 역시 어른이일뿐이다. 상상할 수 없고, 아파하지 않고, 아픔의 경계를 자신과 저울질하지 못한다. 사유에 출발은 늘 자신을 빼버리고 간다. 그 나르시시즘. 무한의 되돌이표. 놀지 않으면 달라질 수 없다. 스스로 채울 수 없으면 넘칠 수 없다. 사회의 공모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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