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과 함께 풀어보는 한국고대사의 수수께끼
김상 엮음 / 주류성 / 2001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주인장이 막 인터넷의 각종 역사 관련 싸이트에서 활동할 시기에 나온 책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들어가면서 다음 싸이트의 역사 관련 까페에서 활동했던 주인장에게 있어 이 책은 또 하나의 세상을 열어보게 해준 책이었다. 이 책을 접한 계기는 뻔하다. 각종 역사 관련 싸이트를 돌아보다 한국상고사학회 싸이트를 알게 되었고 거기에서 김상이라는 사람의 글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밖에 여러 곳에서도 저자의 글을 보게 되면서 관심을 갖게 되었고 결국 책이 나온다는 얘기를 듣고 사서 보게 된 것이었다. 책의 내용은 그동안 인터넷 상에 올라왔던 수많은 글들을 추리고, 또 추려서 테마별로 정리한 것이었으며 약간의 수정-보완이 이루어진 정도였지만 우후죽순으로 전해졌던 내용들을 한권으로 정리해서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주인장은 대단히 흡족했었다.

우선 이 책은 앞서도 얘기했지만 주인장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보게 해준 책이었다.

저자의 주 관심분야는 주로 한국 고대사에 치중해 있었으며 그 서술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사료는 바로 삼국사기였다. 당시까지만 해도 삼국유사와 삼국사기를 두고 이런저런 얘기들이 많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삼국사기야말로 이 시대 최고의 역사서이다, 그만큼 정확한 역사서는 찾아볼 수가 없다, 라는 식의 저자의 주장은 거의 파격, 그 자체였었다. 저자가 주장하는 내용의 기본적인 골격은 일단 김성호 선생님의 비류백제와 왜의 관계를 새롭게 규명한 박사논문과 맥이 닿아 있었다. 물론 가야제국 전기왕들의 기년에 대한 문제, 백제 건국초기 건국세력의 이동경로에 대해서 등 양자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었지만 기본적인 구도가 같다는 것은 쉽게 알 수가 있었다.

주인장은 평소에도 가끔 얘기하지만 역사학자만이 역사서적을 쓸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역사가 어렵고 일부 특권층만 언급할 수 있는 학문이 아닐진대 역사에 대해 그렇게 선을 그어놓는다면 역사라는 학문은 대중성을 상실하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사학자가 쓰는 역사서적이 더 강한 신뢰감과 발언권을 갖는 것만은 사실이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자연과학 계열에 종사하고 있으며 흔히 말하는 재야사학자이다. 하지만 오늘날 정통 엘리트 코스를 밟아서 대학 강단에서 강의를 하지 않는 이상, 대부분 재야사학자라고 치부하고 있기 때문에 재야와 강단을 구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고리타분하고 절제되어 있는 강단의 생각보다 자유분방한 재야의 생각이 때로는 더 큰 의미를 갖고 있다고 보기 때문에 주인장은 더욱 이 책을 환영하는 바이다.

주인장이 이 책을 보면서 느낀 점은 크게 다음과 같다.

1. 삼국사기의 정확성을 저자는 100% 확신한다.

2. 삼한백제(김성호 선생님의 비류백제와 비슷)의 존재를 규명해야 한다.

3. 일본서기를 갖고 왜의 기년을 정확하게 복원한다.

다음 3가지가 바로 그것이다. 일단 삼국사기에 대한 문제는 주인장 역시 삼국유사보다 관찬사서인 삼국사기를 더 신뢰하기 때문에 큰 부담은 없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저자는 삼국사기를 100% 신뢰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실제, 삼국사기가 이전에 전해내려오던 구삼국사를 비롯한 각종 국내외의 사료를 인용하여 삼국시대의 역사를 서술한 것만은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 삼국사기 없이 삼국시대사를 공부한다는 것은 꿈도 못 꾸게 되었던 것이고 말이다. 하지만 저자는 삼국사기의 편찬 원칙이라는 것을 언급하면서 기존에 없었던 몇가지 새로운 가설들을 내놓았다. 예를 들면, 삼한백제의 역사가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는 점이나 왜라는 존재가 단순히 바다건너 있던 존재만이 아니라는 점, 가야사와 연관되어 임나가야의 역사가 김유신과 맞물린다는 점 등 기존에 몰랐던 부분들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왔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대부분의 생각을 주인장은 합리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보면서 주인장에게 생긴 변화라면, 삼국사기에 대해서 보다 강한 신뢰감을 내비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삼국사기 역시 인간이 쓴 책이다. 실수가 없을 수는 없다. 편찬 원칙에 따라 분석해 봤을때 삼국사기는 완벽할지 몰라도 사료 인용적인 면에서 공통된 입장에서 서술안 된 부분들이 분명히 있다. 예를 들면 억지로 지배자의 호칭을 왕이라 바꾸는 과정에서 그 배후자의 명칭을 왕후와 황후 등으로 이분법적인 표현으로 쓰게 된 점 등이 바로 그것이다. 김부식 역시 유자였기에 삼국사기에는 유교주의적 사상이 배여있을 수 밖에 없는데 그런 과정 중의 하나가 바로 이런 것들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관찬사서로서의 삼국사기를 언급하다보니 사료 인용에 엄격할 수 밖에 없었고, 그러다보니 여러 사료들을 인용하는 과정에서 다른 내용을 전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즉, 본기의 기록과 열전에 남은 기록이 다르다는 것들이 그것이라 하겠다. 이는 김부식이 삼국시대사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고 그 당시의 사실을 남긴 기록을 취사선택해 합리적이라 보일만큼 조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부분때문에 삼국사기의 기록을 100% 신뢰하지 못 하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삼한백제에 대한 부분이 주목된다. 그는 앞서 삼국사기의 편찬 원칙을 언급하면서 삼한백제, 즉 온조의 형인 비류가 세운 백제의 역사가 삼국사기에서 완전히 삭제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이는 사실이다. 이미 김성호 선생님도 주장한 바 있으며, 이후 김성호 선생님은 그 백제인의 후손이 고려, 조선 시대까지도 해양활동을 했다는 견해를 피력하기도 하였다. 이 삼한백제사가 가야, 왜의 역사와 밀접한 관계를 맺다보니 이 역사가 사라진 지금, 가야사와 왜사에 대해서 뚜렷한 견해가 없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부분은 오늘날 학계에서도 백제의 계보를 비류계와 온조계로 파악하고 있는만큼 앞으로 더 많은 연구 성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덧붙여 주인장은 삼한백제(김상)와 비류백제(김성호)의 명칭 차이가 무엇인지 확실히 인식하지 못하겠다. 그래서 주인장은 삼한백제라기 보다는 비류백제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편이다. 우리가 흔히 언급하는 중국 사서의 마한, 진한, 변한의 삼한이라는 존재가 바로 비류백제였기에 삼한백제라는 표현을 사용한 듯 한데 그렇게 보기에는 미흡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견해 중에 주인장이 가장 충격을 받은 부분은 바로 일본서기를 갖고 그 기년을 복원한 것이었다. 김성호 선생님도 이 부분에 대해 기년을 복원한 바 있고 이와 연관되어 일본에서도 일본서기 초기 기년이 허구라는 내용의 연구 성과를 여럿 내놓은 바 있지만 이 책에서만큼 상당히 후대의 기년까지 복원된 내용을 주인장은 이전에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다른 부분에서는 주인장과 김상님의 생각이 많이 다른 것도 있지만 일본서기에서만큼은 주인장은 김상님의 주장을 전적으로 따르고 있는 편이다. 그리고 김상님의 일본서기 기년 복원보다 더 정확하고 합리적이며 다른 사료들과 일치된 기년 복원을 주인장은 아직까지 확인하지 못했다. 이 책으로 인해 주인장이 일본서기와 속일본기 등 일본의 사서를 사 보고 일본 역사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사실이다.

 이상 3가지의 이유로 주인장은 이 책을 좋아한다.

이런 여러가지의 연구 성과는 저자가 주장하듯이 삼국사기-중국 사료-일본 사료-고고학 사료의 일치성을 확인할 수 있게끔 해준다. 그 점이 주인장은 가장 마음에 든다. 그리고 이런 그의 주장은 광개토호태왕비와 여러 사료들의 해석이 하나로 일치되면서 절정에 다다른다. 그 부분 역시 저자의 주장이 일관되게 상통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인터넷상에서 주인장과 토론하면서 안악 3호분의 피장자에 대한 부분, 중국 군현에 대한 부분 등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것과 상당하다. 하지만 적어도 위의 3가지만큼은 주인장이 그 이전에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본 적이 없는 것들이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저자가 대단하다는 생각을 절로 하게 해준다. 이 책이 나오기 전부터, 그리고 이 책이 나온 이후에도 이 내용을 가지고 온라인상에서는 엄청난 파문이 일었고 무수히 많은 토론이 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이 3가지 부분에 대해서 저자의 생각에 크게 변동을 일으킨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것이 주인장의 생각이다. 물론 그렇다고 저자의 생각이 다 맞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저자의 새로운 견해와 그것들을 합리적으로 논증하는 방법만큼은 흠잡을데 없다는 것이다. 역사에 대해 새로운 눈을 뜨려면 한번쯤은 이 책을 보는 것이 낫다고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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