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 전7권
정수인 지음 / 새움 / 2005년 2월
평점 :
품절


-- 안녕하십니까? 새움출판사입니다.

대하소설 고구려 출간을 맞아 벌였던 이벤트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보내주신 소중한 의견은 잘 받아보았습니다.

이번 행사의 당선작은 <다물제국>으로 결정되었습니다.
동일한 수식어를 보내주신 고승희(서울 아현동), 정재용(경기 의정부시)님께 축하를 드립니다.
다물은 '되찾은 땅'이라는 고어로 본래는 만주지역은 물론 중국 대륙까지,
우리 조상인 배달민족, 한민족의 영향력이 미쳤지만 버려졌다가 다시 찾은 땅이었다는
한단고기의 기록에 따른 것입니다.
그러한 다물국들을 수없이 거느렸던 대제국 고구려의 원대하고 웅혼한 기상이 느껴지는
값진 수석어라는 데 심사위원들이 의견의 합치를 보았습니다.

귀한 시간을 투자하여 독서를 하고 값진 의견을 보내주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2005. 6. 15.
새움출판사 편집부 드림 --

주인장이 이 책을 보고 고구려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수식어 공모전에 엽서를 보냈더니 이런 편지와 함께 5,000원짜리 상품권이 날아왔다. 주인장이 이 책을 처음 접했던 때는 지난 4월 국립중앙과학관에서 백산학회 주최로 고구려 국제 학술대회를 개최했을 때였다. 그때 이 책을 홍보하는 전단지를 봤을때는 별로 관심이 가지 않았는데 이 책의 감수자였던 정영호 선생님이 이 책을 두고 소설뿐 아니라 사료로서의 가치도 뛰어나다, 라고 했던 표현이 기억나서 결국은 읽게 되었다. 그리고 책을 읽어본 결과 서로 상반된 반반의 의견을 갖게 됐다.

일단, 이 책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지만 저자가 장기간 각종 사료를 수집해서 내놓은만큼 기존의 고구려 관련 소설에 비교했을때 분명히 다른 점이 있었다는 것이다. 시중에 나와있는 고구려 관련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 대부분 고구려 말기, 연개소문 집권기와 맞물린만큼 이 책 역시 시대적인 환경은 같았다. 하지만 고-수, 고-당 전쟁을 언급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확실히 기존 소설책들과는 다른 입장에 서 있었다.

우선은 고구려인의 입장에서 고구려사를 보려는 시도가 돋보일만큼 고구려를 천하의 중심에 두고 서술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지나친 자민족 중심주의에 빠져 어느샌가 환단고기의 내용을 소설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용이 흘러가버린 점이 아쉬웠다. 고구려가 동방의 패자(覇者)로서 백제, 신라 등을 아우르며 종주국으로서 행세하는 것을 묘사한 것은 좋았지만 단군조선을 환국과 연결시켜 해석하면서 고구려 태왕이 수 문제나 당 고조를 다물국왕으로 임명했다는 대목은 조금 지나친 감이 없지 않았나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또 하나는 연개소문의 일생을 역사적 고증없이 묘사했다는 점이다. 이는 유현종의 연개소문이 출간된 이후, 지금까지 쓰여진 수많은 고구려 관련 소설들이 모두 답습하고 있는 악습 중의 하나인데 이를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최근 나온 연구성과에 의하면 연개소문은 663년 10월이라는 견해가 있는데 그런 연개소문이 정말로 수 양제가 고구려를 침입했던 611~614년 사이에 장성한 청년이었다면 그는 그는 수문제의 침입 이전에 이미 태어났다는 얘기가 된다. 실제 유현종의 소설에서 연개소문은 중국 대륙을 넘나들면서 수많은 영웅호걸들을 만나고 이미 권력의 정점에 서기 전부터 전쟁에 대비하는 모습이 나온다. 그리고 그 설정을 그 뒤의 모든 역사소설들이 답습하고 있는데 이 책 역시 그 길을 따르고 있어서 저자의 10여년간의 공부에 의심이 가는 것이 조금 아쉽다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 외의 내용적인 면에 있어서는 참신한 부분도 많이 있었고 재밌는 부분도 많이 있었다. 특히 1권에 광개토호태왕이 유성을 점령해서 그 곳에 다물왕을 두고 고구려의 영토로 편입했다고 쓴 부분은 기존 소설가들이 함부로 언급하지 못 했던 내용이었다. 더군다가 살수대첩을 단순히 큰 물이 병사들을 휩쓸고 간 것으로 묘사하지 않고 살수를 건너는 병사들에게 갑작스레 물길을 터놓아서 병사들을 각각 고립시켜 각개격파하는 식으로 묘사한 부분, 안시성에서 당군이 쌓았던 토산이 우연히 무너진게 아니라 고구려군의 작전에 의해서 무너졌다고 묘사한 부분, 당나라에서 경관을 허물라고 요청해서 고구려가 허문게 아니라 당군의 기습작전에 의해서 경관이 불탔다고 묘사한 부분 등은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였었다.

우리가 흔히 삼국지라고 말하면서 정사 삼국지와 삼국지연의를 헤깔려하는 경우가 많다. 주인장 역시 어렸을때는 삼국지연의가 소설인줄 모르고 그것이 곧 실제 역사인줄 알았었다. 그럼 왜 그와 같은 경우가 생겨난 것일까? 그건 바로 역사소설이 철저하게 실증자료를 바탕으로 재미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인장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삼국지연의같은 소설을 보지 못했다. 실증자료와 재미를 동시에 갖추기는 쉽지 않지만 이왕 재미를 추구하려면 어설픈 것보다는 이 책처럼 아예 새로운 해석과 재미를 구비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책은 7권이라서 많지만 정작 읽다보면 활자도 크고 분량도 많지 않기 때문에 금방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이 안에서 역사적인 부분을 찾기는 힘들지만 어차피 역사소설이라는 것이 역사에서 소재를 찾아 소설적 상상력을 가미해 완성된 작품이 아니겠는가. 그렇다고 본다면 이 책을 한번쯤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처럼 철저한 민족주의적 시각에 입각해서 쓰여진 역사소설책은 아직까지 없었으며 아마 앞으로도 좋은 선례로 남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고구려에 대해 무한한 상상의 세계로 들어오고 싶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라~

참고로 주인장은 이 이벤트에 참여할때 출판사와 저자의 의도에 맞는 수식어를 쓰고자 했다. 하지만 주인장의 여자친구가 굳이 '천손'이라는 단어를 고집했고 역시나 출판사의 의도는 주인장에게 보낸 편지에 쓰여진 것처럼 다물제국이라는 소위 재야사학계측의 약간은 과장된 의도가 담긴 단어와는 맞지 않았기 때문에 탈락한 듯 하다. 하지만 5,000원짜리 도서상품권은 여자친구가 좋은 책을 구입하는데 도움이 되었기 때문에 이래저래 괜찮았던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