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 가나 일본 자위대
김경민 지음 / 아침바다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접한 계기는 참 우연하다. 교육계원이 진중문고 20권이 새로 나왔으니 사단 본부에 가는 김에 같이 수령해 오라고 해서 진중문고를 수령해 오면서 봤었다. 뭐 이런 종류의 책도 관심 분야이긴 하지만 굳이 책을 찾아가면서 보지는 않았기에 이번 기회에 한번 보고자 했던 것이다. 여담이지만 달리 볼 책이 없었는데 마침 이 책이 생긴 것도 이유라면 이유라 할 수 있다. 그럼 여담은 끝내고, 이 책에 대해 먼저 몇가지만 말해두고 싶다.

일단, 이 책은 2003년 초에 초판이 발행된 책이니만큼 그 내용면이나 관련 자료면에서 상당한 정확성과 신뢰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심증으로만 강하다고 느끼는 자위대에 대해 보다 실증적이고도 객관적인 의견을 꺼내 놓음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아니~이럴수가!' '아아~그렇구나!' 하는 생각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 그리고 일본에 대해 논하면서 주변국인 미국, 러시아, 북한, 중국 등에 대해서도 포괄적인 이해를 하고 있어 21세기 동북아의 현 실태가 어떤가를 잘 대변해주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덧붙이자면 저자인 김경민은 1992년 일본 방위청 방위연구소 및 릿쿄대학에서 '일본 군사력 분석과 동북아 안보협력체의 가능성'을 연구했으며 저서로는「일본이 일어선다」「일본인도 모르는 일본」을, 주요 논문으로 <일본 산업정책 결정과 관료><동북아시아의 안정과 일본의 군사력><남사제도와 중일 분쟁 가능성><군사 기술대국 일본>을 쓰는 등 일본에 관련된 각종 연구를 심도?게 하고 있는 사람이라서 이 책에 더욱 신뢰성이 간다.

책은 크게 21세기의 일본 군사력, 북한의 핵무기와 일본의 핵무기, 우주대국 일본, 미국을 앞지른 최첨단 항공 기술, 해양국가 일본의 막강한 해군력, 일본과 중국의 각축이라는 장으로 나눠져 있으며 각가 10여개의 소단락으로 나눠 논지를 전개하고 있다. 일단, 군사학이나 밀리터리 마니아들처럼 이쪽에 크게 관심을 갖고 있지 않기에 앞선 내용들은 그냥 흥미로운 주제일 뿐이었다. 이 책을 읽은 누구나가 그렇겠지만 막연히 알고 있는 내용들에 대해 보다 자세한 자료가 제시되는 그런 정도였다. 그렇지만 그런 주인장도 관심있게 보고 또 신경써서 봤던 내용이 있다면 해양국가 일본의 막강한 해군력과 일본과 중국의 각축이라는 부분이었다.

일단, 2002년 3월 통계로 봤을때 일본은 호위함(구축함) 54척, 잠수함 16척, 기뢰전함 31척, 초계함정 5척, 수송함정 8척, 보조함정 28척 등 총 142척의 함정을 보유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 많은 수는 아니지만 평균 함정이 10년 이하의 최신예 함정들이다. 거기다가 미국이 63척을 보유하고 있는 최첨단 함정인 이지스함을 일본은 4척 보유하고 있으며 곧 이어 2척을 추가 보유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에 비해 한국은 이제 4천t급 전함을 자체 개발해 전력화하는 수준이며, 2010년에야 첫번째 이지스함을 전력화하는 등 총 3척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섬나라 일본과 반도국가 한국은 필연적으로 해군, 그것도 원양해군(遠洋海軍)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하지만 아시아권은 물론 한때 세계를 지배했던 영국과 현재 최강대국인 미국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일본 해상 자위대(Maritime Self Defence Forces)와 비교하면 한국 해군의 위상은 너무나도 초라하기만 한 것이 현재 심정이다.

요즘 군대를 보면 신(新) 병영문화다, 신세대 장병이다 뭐다 하며 그 양상이 크게 달라진게 사실이다. 환경이 크게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반면에 위계질서마저 흐트러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거센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이라크 파병이나 가고 싶다~는 푸념을 늘어놓는 장병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멋있으니까, 돈을 많이 버니까, 최신 보급품이 나오니까 등등. 한편으로는 한심하다는 생각도 든다. 훈련소 시절, 국방일보에서 한 재한일본인의 글을 본 적이 있다. 시설과 장비, 대우는 일급이지만 매주 외박에, 탈영을 해도 큰 죄가 되지 않고, 군복무를 기피하려는 성향이 강한 일본 젊은이들의 군대인 자위대와 내무 생활과 엄격한 군기로 무장한 한국군을 비교해보면 그 결과는 뻔하다는 내용이었다.

글쎄, 과연 그럴까? 실제 이 책에 나온 자료에 의하면 163,784명이 정원인 육상자위대(Ground Self Defence Forces)는 90.5%인 148,197명이, 45,812명이 정원인 해상자위대는 96.9%인 44,404명이, 47,266명이 정원인 항공자위대(Air Self Defence Forces)는 96.4%인 45,582명이, 1,719명이 정원인 통합막료회의는 96.3%인 1,656명이 충원되어 전체 258.581명의 정원 중 92,8%인 239,839명만이 복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뿐이다. 군의 사기나 군기가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는데 이제 한국군은 그마저도 일본에 뒤지는게 아닌가 싶다. 일본의 젊은이들이 군복무를 기피한다고 하지만 그런 현상은 한국에서도 이미 심각한 문제이며, 그로 인해 역대 대통령들과 정권이 군복무 기간을 경쟁적으로 줄이는 걸지도 모른다. 자신들의 집권과 당선을 위해서 말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주한미군 철수, 극미와 반미를 외치는 대학생들, 징병제가 아닌 민병제나 모병제로 바꾸자고 주장하는 젊은이들을 아직까지 보면 더 한심스러울 뿐이다. 혀가 내둘러질 정도로 어리석은 사람들이 더 많아진 것 같다. 북한이 우리와 같은 동포 국가니까 핵무기 많이 만들어주면 나중에 통일되서 우리가 쓸 수 있으니 좋지 않느냐는 사람마저 있다. 그것도 고학력자인 대학생이라는 사람들이 말이다. 일본의 해군력은 막강하다. 그러나 그것을 알고 있고, 심각하게 여기는 사람은 별로 없다. 소위 나라님들도 말이다. 국가가 잘 산다는 건, 재력이 충실하다는 말도 되지만 국방력이 튼튼하다는 것도 포함된다. 아니, 이게 더 중요하다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다시 한번, 주인장으로 하여금 우리군의 실태와 우리 군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느끼고 후회하게끔 만들어주는 그런 내용들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관심있는 부분들은 중국과 일본의 각축이었다. 우리나라가 북한과의 오랜 대치 상황끝에 엄청난 규모의 육군과 막강한 전력의 특수부대를 군 전력의 중심으로서 구축해 온 것처럼 중국 역시 러시아 - 구 소련 - 과의 국경 분쟁과 기타 국가들간의 영토 분쟁으로 인해 엄청난 규모의 육군과 핵미사일 체제 중심의 군사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그런 중국이 동지나해, 남지나해의 제해권을 두고 주변 동남아 국가들, 일본과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음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바다로 눈을 돌리지 못하고 육군만 비대하게 키우는 동안 주변 국가들은 바다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독도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 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주지해야만 한다.

UN 해양법 조약 제 121조에 의거, "섬이란 자연히 형성된 육지로서 물에 둘러싸여 밀물시에도 수면위에 있어야 한다." 고 되어 있으나 중국은 밀물시 잠겨버리는 암초덩어리 6개를 차지해 그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 줄곧 주장해온 남사군도 영유권을 재현하기 위해 1974년 1월 서사제도를 베트남으로부터 탈취하고, 1988년 그 곳에 활주로와 항만을 건설한 중국, 거기다가 조어도 근방에 막대한 양의 지하 자원이 묻혀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오래도록 조어도에 대한 영유권을 갖고 있던 일본과 대치하고 있는 중국. 자신이 불리할 때는 쉬쉬하며 영토 문제를 접고 있다가 힘을 가지자마자 소리내어 영토에 대한 야욕을 하나둘씩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마치 지난 수십년간 독도를 다케시마라 부르며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일본처럼 말이다.

요즘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문제로 인해 한층 뜨거워진 한-중 관계. 강대국이란 거저 얻은 명칭이 아니며 또한 그에 따른 의무와 권리 역시 엄청난 것이다. 일반인들이 거의 신경도 안 쓰는 티벳에 대한 영유권 문제, 시베리아와 연해주 일대에서의 러시아와의 영토 문제, 동지나해-남지나해의 무수히 많은 군도들에 대한 동남아 각국간의 분쟁, 대만과의 불편하고도 노골적인 관계, 일본과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외교 등, 중국은 이미 6.25 전쟁에 허덕이며 한국인들이 살아갔을 때부터 영토 야욕을 가져왔던 것이다. 이제 와서 고구려사를 두고 난리치는 것도 늦은 감이 없지만은 않다. 발해사는 이미 국제적으로 한국사에서 멀어져 있는 상태다. 더 이상 뺏길 수는 없다. 만주에 대한 연고권과 고구려사 하나 제대로 모르는 국민이 대다수인 한국, 국가적인 프로젝트를 벌여 고구려 700년 역사와 그 이전 수천년 한민족 역사를 날로 집어삼키려는 중국, 그 결과는 현재 불보듯 뻔하다. 이렇게 당하고 있다가는 한민족은 역사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일본과 중국은 오랜 세월,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 한국과 깊은 관계를 맺어왔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 관계가 일방적인 종속 관계인지, 대등한 관계인지는 아직 모를 일이다. 현재로는 앞으로의 관계가 전자가 될 확률이 아주 높다. 물론 그렇게 되서는 안 된다. 발빠른 시대 상황에 발맞춰서 한국은 끊임없이 변화해야만 한다. 신라라는 작은, 일개 지방 소국이 끊임없는 변화 속에서도 살아남아 천년 제국을 세운 것처럼 말이다. 이 한권의 책, 김경민 교수의 추적 리포트라는 소제목이 붙은 이 책은 그 내용적인 면보다, 제시하고 있는 경고성 메세지가 더 충격적인 책이었다. 아울러 오늘도 우리 군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계시는 각계각층의 수많은 분들께 깊은 노고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우리나라 해군에 관련된 소설이 하나 있어서 추가로 적어볼까 한다. 제목은 '가블린의 바라'라는 책인데 천금성씨가 쓰셨고, 글마당에서 펴낸 책이다. 가까운 미래가 배경이며 중국이 동남아 일대를 자국의 바다로 선포하고 그 곳을 지나가는 한국 상선을 격침시키면서 한국 해군이 보유한 이순신함이 출동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다. 중국 잠수함과 동남아 해적, 일본 이지스함과 맞붙는 장면은 주인장에게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로 박진감 넘치는 대목들이었다. 내용도 쉽고 재미있기 때문에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해양 소설이 아닐까 한다.

그럼 이만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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