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년의 폭발 - 문명은 어떻게 인류 진화를 가속화시켰는가
그레고리 코크란.헨리 하펜딩 지음, 김명주 옮김 / 글항아리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요 근래 읽은 또 하나의 책이다. 또한, 개인적으로 이 책 역시 바로 앞에 소개했던『무문자사회의 역사』만큼이나 괜찮은 책이라 생각한다. 

이 책을 쓴 2명의 저자는 그레고리 코크란과 헨리 파펜딩이다. 전자는 미국 유타대학 인류학과 부교수로서 '항공우주산업의 현장에서 레이저 및 화상정보 분석처리 연구를 해왔다'고 한다. 양자가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까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자연과학적인 방법론을 다루는데 상당히 능숙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후자는 특훈교수(distinguished professor) 자격으로 유타대학 인류학과에 재직 중이며 현장 인류학자이자 저명한 유전학자라고 한다. 얼마전 소개했던 앨리스 로버트의『인류의 위대한 여행』에서 보여준 시각과 마찬가지로 그 역시 '인류의 아프리카 기원 이론'을 발전시키는 데 탁월한 공로를 세웠다고 한다(아마 자연과학적인 분석 혹은 세계 고고학 · 인류학계의 입장을 살펴본다면 인류의 아프리카 기원론은 정설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더불어 이 책을 번역한 김명주 역시『다윈평전』,『노래하는 네안데르탈인』,『생명 최초의 30억년』,『한 치의 의심도 없는 진화 이야기』등 관련 저서를 어렷 번역한 바 있어 이 책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주기도 했다. 

책은 목차만 봐도 독자의 구미를 확 끌어당기는 맛(?)이 있다! 

제 1장의 제목은 '무지와 통념이 불러일으킨 오류'이며, 제 2장은 '내 안의 네안데르탈인'이다. 제 5장의 제목은 '유전자들의 대이동-결혼에서 해적까지'이며, 제 7장의 제목은 '중세의 진화 : 아슈케나지 유대인들은 어떻게 똑똑해졌는가'이다. 일단 각 장의 제목만 봐도 기존에 봤던 책들과는 상당히 다른 내용들을 담고 있으리라는 생각을 할 수가 있다. 그리고 실제로 이 책은 보는 내내 필자가 가진 생각의 상당부분이 고정관념이며 쓸떼없는 아집이라고 꼬집어주고 있었다. 

음~일단 전체적인 책의 구성이 짤막한 챕터가 수십개 나열된 형식이기 때문에 세부적인 내용을 일일히 거론했다가는 책에 있는 내용을 요약 정리해도 모자랄 판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적인 책의 내용 중 필자가 흥미롭게 봤던 부분을 거론하고, 그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간략하게 제시한 뒤, 그에 대한 필자의 생각 혹은 느낌을 정리하는 식으로 서술해보도록 하겠다. 아마 그렇다고 해도 적지 않은 분량이 나올 것 같지만, 일단 필자가 특히 주목해서 읽었던 부분들 위주로 서술해보도록 하겠다. 

먼저 저자들은 인간은 옛날보다 100배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는 이야기로 서두를 시작한다. 즉, 인류의 진화가 지난 1만년간 느려지거나 멈추기는 커녕 가속화되었으며, 지금껏 인류가 존재해온 600만 년 동안의 평균보다 약 100배 빠른 속도로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하겠다는 것이다(정말 당찬 포부를 책 첫문단, 첫줄부터 밝히고 있다!). 마치 산업혁명 이후로 사회가 기계화, 전자화, 첨단화가 되면서 그 발전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것처럼 말이다. 인류가 제대로 된 PC를 만들기까지 엄청나게 긴 시간이 지났지만, 이제 매일매일 신제품 PC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을 한번 생각해보라. 이것만 보더라도 분명 인류는 어느 한계점을 뛰어넘은 뒤부터는 다음 한계점까지 보다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것이 맞다고 볼 수 있다. 

거기다가 저자들은 이런 이야기도 한다. 진화적 변화는 본래 매우 느리게 일어나기 때문에 중대한 변화는 수백만 년이 걸린다고 보는 것이 통념이지만, 화석 기록을 자세히 살펴보면 자연선택이 생각보다 꽤 빠르게 일어날 수 있으며, 과거는 정체나 마찬가지(환경에 잘 적응된 집단들의 경우)인 긴 시간들과 이따금씩 일어나는 매우 급격한 변화들로 채워져 있음을 분명히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짧은 기간의 급격한 변화는 시간이 너무 짧아 화석화되는 경우가 드물다고도. 

그러면서 몇가지 사례를 제시한다(솔직히 이 내용만 보고도 아! 내가 그동안 잘못 생각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 첫번째는 바로 늑대와 개다. 개는 약 15,000년 전에 늑대에서 가축화되었다. 그리고 최근 우리가 알고 있는 품종들이 변화한 것은 채 200년도 안 되었다고 한다(늑대와 그레이트 데인과 치와와를 한번 비교해보자. 이들이 변화되기 시작한 것은 4~5만년 전이 아니다. 그런데 외계인이 봤을때 이 2종의 동물을 서로 같은 종으로 볼 수 있을까??). 더 극단적인 예로 러시아의 과학자 드미트리 벨랴예프가 겨우 40년만에 가축화한 여우를 만들어낸 것도 제시하고 있다. 옥수수 또한 테오신트라는 야생초에서 유래했지만, 7천년 사이에 엄청난 변화를 겪어 현재 이 둘이 근연초라고 보기에는 너무 큰 거리감이 있다. 11,500년 전에 빙하기가 끝나면서(혹은 잠시 멈추면서) 코끼리의 키는 3.6m에서 2.6m로 줄어든 것도(더 작은 음식을 먹고 더 빨리 번식하는 것이 종에게 유리했으므로) 하나의 사례였다. 

이러한 변화들에 대해 저자들은 아주 작은 변화가 극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즉, 우연에 의한 변화까지도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식이다. 비슷한 예로 한때 영화로 널리 알려진 <나비효과>를 꼽을 수 있겠다. 물론 이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가설이다. 그리고 그것이 자연과학적으로 검증만 된다고 하면 충분히 설득력도 갖출 수가 있다. 이런 부분들은 확실히 고고학적으로는 검증이 불가능하다. 저자들이 언급한 것처럼 짧은 기간의 변화상은 골격과 같은 실물자료에 잘 반영되지 않을 뿐더러, 설사 우연히 그런 것들이 반영된 자료가 확인되었다 한들 그것을 일반화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잇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러한 자연과학적인 분석방법론이나 접근법은 분명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한국 학계에서 이 부분에 대한 치밀한 연구나 접근은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인 것 같고, 해당 전문가가 많이 배출되지도 않는 것 같다. 아마 학계 풍토의 차이일 수도 있고, 학문 수준의 차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암튼, 놀라움은 잠시 접어두고 몇개 부분에 대해서 보다 자세하게 살펴보자. 



1. 농경과 유전자 폭발  

저자들은 농경에 유리한 유전자가 있다고 말한다. 단, 그것이 단순하게 '역사상 농경이 빨리 시작된 사람들에게 그러한 유전자가 있으므로 농경이 빨리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라고 끝맺고 끝나는 문제가 아님을 여기에서 지적하고 있다. 농경은 분명 기존의 수렵채집인들에게 새로운 생활방식을 떠안겼고(새로운 식이, 새로운 질병, 새로운 사회, 장기적인 계획의 새로운 이점들), 오랫동안 수렵채집 활동에 적응해온 사람들은 농경에 잘 적응하지 못 했다고 한다. 그러나 농경은 그러한 새로운 생계를 받아들이는 개체군 크기를 엄청나게 늘림으로써 적응적인 돌연변이의 생산을 크게 늘려나갔다. 즉, 이전에 비해 새로운 문제들도 많이 생겼지만, 새로운 해법들(이 책에서 말하는 돌연변이는 다소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도 만들어냈던 것이다.  

이는 제레드 다이아몬드의『총, 균, 쇠』에도 나오는 얘기로 저자들 역시 그 책의 내용을 인용하고 있다. '큰 지역이나 개체군은 곧 더 많은 잠재적 발명가들, 더 많은 경쟁하는 사회들, 더 많은 혁신들이 있다는 뜻이다. 잘 돌아가지 않는 사회들은 경쟁 사회들에 의해 곧바로 제거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들은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큰 개체군에는 단순히 이러한 사회적 변혁들뿐만 아니라 '유전적 혁신' 또한 많다는 것을(그리고 이것이 최근의 인간의 진화를 바라보는 새로운 도구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부분이 필자에게는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다.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이론을 보면서 대단하다고 느꼈었는데, 단순히 그것만으로는 모자란 무언가를 이 책을 보면서 채웠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젖흡혈귀(우유를 마셔 소화할 수 있는 사람들을 이렇게 표현한다. 아주 재밌는 표현이며 또한 적절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 얘기도 나오고, 저자들은 락타아제를 만드는 돌연변이가 결국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 비해 더 유리한 사회를 만들 수 있게끔 만들었다는 얘기를 한다.  

정착생활, 그리고 농경에 필요한 가축들과의 생활은 분명 인류에게 전염병이라는 무시무시한 문제점을 안겨주었다. 또한 새로운 농작물과 새로운 식사 준비 방법들은 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게 이전보다 덜 풍부한 영양분들을 제공해주었다. 그럼에도 왜 인류는 농경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켰고, 농경에 적응해 왔을까? 인류는 술을 마심으로써 기본적인 전염병의 내성이 생기게끔 했으며(당연히 알콜중독에 대한 내성 또한 생겨났다), 쌀을 도정하거나 새로운 농작물을 개발함으로써 균형잡힌 식사가 가능하게끔 노력했다. 뭔가 끊임없이 변화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다. 청동기시대 후기 송국리문화를 설명하는데 있어 흔히 얘기하는 것들이 수전체계다. 논농사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큰 변화가 있었고, 그러한 송국리문화는 일본 열도로 전파되어 야요이시대를 열었다. 그럼 여기에서 살펴볼 것. 이러한 논농사 문화를 받아들이고 발전시키는 데에 있어 분명 장단점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장점이 있었기에 사회는 그에 따라 변화했을 것이고, 그럼 그러한 부분들이 고고학적으로도 설명이 가능할까? 한번 살펴볼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단순히 고고자료상 이러이러한 변화가 있었으니, 당시 사회는 논농사가 발전되었다~라는 결론이 아니라 어떠한 원인과 이유로 그러한 변화들이 생겨났는지 보다 근원적인 부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저자들은 멜서스의『인구론』(이 책 한번 읽어봐야겠다. 젠장, 아직까지 이런 책도 한번 안 읽어보고 공부를 하고 있었다니...그저 어이가 없을 뿐이다)을 거론하고 있다. 인구와 경제구조 등에 대한 이야기인데 시사하는 바가 많았다. 또한, 엘리트의 등장이라든가 농경을 채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인구는 계속 정비례의 곡선을 그리며 확장되거나 발전되지 않았는가? 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그리고 저자들은 이야기한다. 선사시대는 그 이후에 비해 폭력과 전쟁이 난무하던 사회였으며, 그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항상 적정 수준의 인구를 유지시켜왔다는 것이다(하지만 한국 고고학계에서는 선사시대가 아주 평화로웠다고 보는 경향이 크다). 그리고 농경이 시작되면서 문명이 발생하고, 국가가 생겨남으로써 폭력과 전쟁에 의한 인구 상실(?)은 줄어들게 된다. 단! 이제는 기근과 영양실조, 자연재해에 의한 인구 상실이 발생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엘리트가 아닌 하층민은 현상 유지 수준의 자식들을 길러낼 수 없었고, 인구는 생각한 것만큼 증가하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아주 간단하면서도 적절한 상관관계를 보여주고 있어 필자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암튼...농경에 대해서 신선한 얘기들을 한 부분들이 있어 좋았다.  

2. 유전자들의 대이동  

저자들은 칭기즈칸이라는 한 사람의 정복으로 인해 오늘날 그 유전자는 세계 각지에 상당히 널리 퍼져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즉, 그 한 사람의 행동은 세계사적으로 보면 미미한 것일지라도 그 결과는 오늘날 무시할 수 없다는 의미인 셈이다. 이러한 군사적 움직임은 분명 유리한 대립유전자들이 먼 거리와 지리적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게 해주었고, 그러한 또 다른 사례는 바로 알렉산더 대왕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일반적인 지역적 결혼의 결과로 보기 힘들다. 왜냐하면 그렇게 빨리 유전자를 넓은 범위까지 퍼뜨리는 것이 불가능했으니 말이다. 그러한 경우는 고대에도 종종 보였다. 아시리아와 사르곤 2세 등이 추진한 강제이주가 바로 그것이다. 최근에 유고슬라비아나 체첸 공화국에서 일어난 것처럼 말이다.  

그와 더불어 반달족과 베르베르족에 대한 이야기도 제시하고 있다. 반달족은 기원전 120년 경 슐레지엔으로 이주했으며, 3세기 무렵에는 루마니아 서부와 헝가리까지, 그 다음에는 로마 영토 내에까지 진출했다. 이들은 5세기 무렵 프랑스를 유린했고 곧 피레네 산맥을 넘어 포루투갈과 갈리시아까지 이동했다. 그리고 곧 스페인에서 아프리카로 건너갔다. 이후 유스티니아누스 황제 휘하의 벨리사리우스는 반달족을 격파했고, 반달족은 여기저기로 흩어져 버렸다. 그리고 그 유전자는 오늘날 북아프리카 각지로 퍼져나가 베르베르족에게 푸른 눈의 유전자를 남겨줬다는 것이다. 1만년 전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푸른 눈 유전자, 그리고 오늘날 전세계적으로도 흔하지 않은 푸른 눈 유전자가 북유럽의 발트해를 중심으로 모로코, 사하라 사막, 자그로스 산맥의 쿠드르족, 아프가니스탄에서 나타나는 이유를 저자들은 반달족을 통해 설명하고 있었다.  

그리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해적이다. 예전에 시오노 나나미의『로마 멸망 이후의 지중해 세계』(, )를 소개했던 적이 있다. 1500~1800년 무렵 회교도 해적들에 의해 노예로 사로잡힌 유럽인은 100만명이 넘었다고 하는데, 이때 남자 노예들은 대부분 죽도록 일했기 때문에 유전자를 남기지 못 했지만, 여자 노예들은 대개 하렘에 들어옴으로써 유전자 풀에 기여했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아랍인들이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 잡은 노예들의 경우에도 비슷한 패턴이 나타난다. mtDNA를 보면 중동에 사는 아랍인들의 모계 혈통의 약 5%가 아프리카계지만, 아프리카 기원의 Y 염색체는 극히 드물다(Y 염색체는 남자가 갖고 있는 X, Y 염색체 중 하나로 아들을 통해 유전된다. 그에 반해 미토콘드리아 DNA는 여성에게만 확인되는 유전자다. 양자의 차이점 혹은 상태를 통해 분명한 유전자의 이동에 대해 밝힐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저자들은 유전자의 이동을 따라 역사적인 사실들을 추론하고 검증해내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는 신대륙과 구대륙의 만남으로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저자들은 생물학에 승자의 율법이 있다고 보고 있다. 현대 인류는 고인류를 대체했고, 반투족은 부시먼과 그밖의 아프리카 원주민을 몰아내면서 팽창했고, 투르크-몽고인은 중앙아시아의 스텝 지역을 차지했던 이란어를 쓰는 사람들을 몰아내면서 확장했다. 이때 혈통의 혼한이 일어나기는 했지만 대다수의 주된 경우는 '대체'였다. 흔히 말하는 '주민 교체'인 셈이다. 그럼 왜 어떤 집단은 성공했고, 어떤 집단은 실패했는가? 일반적으로 승리하는 자의 이점은 문화적인 것(무기, 전술, 정치조직, 농경방식 등)으로 많이 이해한다. 하지만 이것은 반대로 이야기하면 학습이 가능한 것들이다(예를 들어 이집트를 침략한 힉소스를 곧 이집트인들이 몰아낸 것과 같이). 그렇지만 저자들은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한다. 생물학적 능력들은 모방하거나 획득할 수 없다고 말이다(네안데르탈인과 같은 고인류가 현대 인류의 문화적 속성들 중 일부를 모방했고, 그것이 샤텔페롱 문화에 남겨졌지만 결국 네안데르탈인은 멸종한 것처럼 말이다). 이 점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이며, 필자가 아주 아주 신선하게 받아들인 부분이 아닐까 싶다.  

3. 아슈케나지 유대인과 특화된 유전자  

저자들의 주장이다. 누가 보면 뭐야 이거? 생물학적, 유전학적으로 특정 사람들이 다른 사람보다 잘났다~고 하는 것은 인종차별주의 아니야? 라고 할 수도 있다(실제 인터넷 서점의 어떤 리뷰에서 이런 내용을 본 적이 있다. 그 분은 굉장히 불쾌했다고 한다). 필자 또한 처음에는 뭐야 이거? 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유대인들은 돈을 잘 벌고, 똑똑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유전학적으로도 그게 맞다...는 뜻인가?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자들은 분명히 얘기한다.  

어째서 로마 제국 시절의 유대인들이 이례적으로 다른 민족에 비해 높은 지능을 가졌거나, 잘났다는 얘기는 없는데 특정 시기 이후로는 그런 증거들이 나타날까? 하고 말이다. 그에 대한 답은 이렇다. 특정 시기 이후에 유대인에게 어떤 사회적인 억압 혹은 제약이 따랐고, 그로 인해 유대인이 똑똑해질 수 밖에 없어졌고, 그 똑똑한 유전자가 지금까지도 계속 유전되었기 때문이다...라고 말이다. 그럼 이 아슈케나지 유대인은 대체 어떤 민족들일까? 알프스 산맥과 피레네 산맥 북쪽에 살고 있는 이들은 8~9세기 무렵 역사기록에 나타난다. 그럼 그 이전은?? 그러면서 저자들은 3가지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첫째는 아슈케나지 유대인 혹은 그 중의 일부가 로마 시대부터 프랑스 및 라인란트에 살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629년 프랑크 왕국의 다고베르트 왕은 유대인들에게 박해를 면하려면 개종하거나 떠나라는 이야기를 했고, 이후 150여년동안 프랑스에서 그들에 대한 이야기는 전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성이 없다. 둘째는 팔레스타인과 이라크 같은 먼 이슬람 땅에서 기원한 유대인 상인들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을 카롤링거 왕조가 보호해줬고, 그들은 동방의 값비싼 물품들을 유럽으로 갖고 왔다. 셋째는 가장 신빙성이 있는데 이들이 남유럽, 즉 이탈리아에서 진출했다는 것이다(그중 하나가 917년 이탈리아 루카에서 마인츠로 이주한 칼로니모스 가문이다).  

암튼, 일반적으로 유대인은 다양한 수공예와 농경에 종사했었다. 그런데 아슈케나지 유대인만은 그렇지 않았다. 그럼 그들은 뭘 했나? 그들은 원거리 교역 및 고리대금업(무역과 금융)을 담당했었다. 아주 독특하게도. 당시 기독교 사회에서 금지했던 분야에 이들 아슈케나지 유대인들이 뛰어들었고 블루오션 부분에서 성공을 거뒀다는 것이다. 또한 유럽에서 박해를 받아 쫓겨나던 아슈케나지 유대인들은 이후 폴란드-리투아니아 지방에 들어가 그 나라의 근대화와 재건에 도움을 주면서 다시금 번영을 누리게 된다. 그 과정에서 부유해진 이들은 더 많은 자식을 남겼고(다른 유대인에 비해), 더 많은 유전자를 번성시켰다. 단, 그들은 다른 집단과의 결혼을 금지했고, 유대교의 배타적인 부분도 이를 가속화했기 때문에 그들의 유전자가 더 넓은 범위까지 확산되거나 다른 유전자와 섞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물론 유대인은 아슈케나지 유대인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남쪽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 대륙의 지역사회들을 포함하는 범위에도 유대인들은 존재한다. 다만 차이라면 그들은 이슬람 사회에 속한 유대인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들은 아슈케나지 유대인처럼 화이트칼라에만 집중적으로 종사할 수 없었다. 즉, 같은 유대인이라 할지라도 사회적-문화적으로 차이가 있었고, 곧 그것이 유전적 차이로까지 연결된다는 것을 저자들은 주장하고 있었다.  

그럼 왜 같은 시기 서유럽의 다른 인종(아슈케나지 유대인 이외의 유럽인)들은 그렇지 못 했을까? 그들은 더 많은 유럽인과 개방적인 유전자 교환 및 혼합을 이뤄냈고(종교적으로나, 결혼에 있어서 더 개방적이었으므로) 그 유전자는 대부분이 농민이었을 다른 유럽인과 섞였다. 당연히 특수한 상황에서 유전이 계속 이뤄진 아슈케나지 유대인과는 차이가 났을 것이다. 거기다가 같은 유대인 중 이슬람 사회에 속한 사람들은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었고. 그래서 오늘날 아슈케나지 유대인들은 아주 특수한 유전자 보존 및 전파에 의해 의학계와 법조계, 학계 등에서 강한 힘을 보이고 있는 것이었다(마치 영화 <타임머신>에 나오는 엘로이족이 떠올랐다. 그들은 고도로 지능화된 족속으로 신체적으로 우수한 머록족을 지배하고 있었다. 이는 미래 세계의 모습이기도 했고. 인간은 그들에게 지배당하는 사냥감 정도?). 오늘날 아슈케나지 유대인은 수학과 문학 등에서는 큰 성공을 거두지만, 재현 회화, 조각, 건축에서는 보통이다. 이 또한 그들의 유전자가 특화되었음을 알려주는 근거라 할 수 있겠다.  

이 부분도 상당히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줬다. 어느 특정 분야에 특화된 집단이 있고, 그들의 유전자가 지속적으로 후세에까지 전해졌다면 기존의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양궁 선수들이 오늘날 세계에서 탑 클래스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고대 東夷라는 단어와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는 뭐 이런 이야기들처럼 말이다. ^^


전체적으로 상당히 재밌는 책이다. 무엇보다도 짤막짤막한 소주제의 챕터들이 여럿 모여 큰 장을 이루고 있기에 상당히 지루하지 않게 많은 내용들을 머릿 속에 담을 수 있는 책이다. 더군다나 어렵게 느껴질 법도 한 내용을 그런 식으로 접할 수 있으니 더욱 더 효율적(?)으로 책 속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가볍게 읽을만한 책은 아니지만, 한번쯤 시간내서 읽을만한 책인 것 같다.  

덧글. 원서의 표지보다 번역서의 표지가 더 마음에 드는 책이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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