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 전쟁
톰 홀랜드 지음, 이순호 옮김 / 책과함께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몇년 전에 후배가 생일 선물로 사줬던 건데 늘 중간중간 필요한 부분만 보고 말았다가 최근에야 다 읽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페르시아 전쟁에 대한 책이다. 페르시아 전쟁?? 조금 의아해하실 분도 있을 것이다. 페르시아 전쟁이라면 뭘 말하는 거지?? 하고 말이다. 하지만 책 표지를 보면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책 표지에는 그리스군이 쓰는 투구가 그려져 있어 이 책이 그리스와 페르시아 간에 벌어진 전쟁에 대해서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그 옆에 <코란>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종류의 글씨가 새겨져 있어 그리스군의 투구와 묘한 밸런스를 맞추고 있었다). 그리스와 페르시아 사이에 벌어진 유명한 전투는 알려진 것들이 몇몇 있다. 마라톤 전투, 테르모필라이 전투, 살라미스 해전 등등. 그리고 이 책에서는 이들 여러 개의 전투를 하나의 '문명대전'(그리스 vs 페르시아)으로 규명하여 포괄적으로 서술하고 있다(이는 마치 고-수, 고-당 전쟁에서 주목되는 몇몇 전투들, 예를 들면 살수대첩이나 안시성 전투 등을 주목하는 시각에서 벗어나 이를 하나의 문명대전으로 인식한 김용만의『고구려의 발견』,『새로 쓰는 연개소문전』과 같은 서술방식이었는데, 개인적으로 당시 시대사를 通史적으로 이해하는데 아주 좋은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페르시아 전쟁이 세계사적으로 아주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오히려 이에 대해 나온 책이 별로 없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었다. 그는 피터 그린(Peter Green)이 30년 전에 쓴『살라미스 해전이 일어난 해(The Year of Salamis)』가 일반독자를 상대로 출간된 마지막 작품이라고 하면서 이는 상당히 놀라운 결과라고 다시금 강조하고 있다. 솔직히 이 책을 필자는 읽어보지 못 했다(우리나라에 번역작이 나왔나 해서 검색해 봤는데 적어도 '살라미스'로 검색했을 때는 나오지 않았다). 다만, 4년 전에 배리 스트라우스의『살라미스 해전』을 읽어본 것이 전부일 뿐인데, 솔직히 인터넷 서점에 검색해봐도 그리스-페르시아 전쟁에 대해 다룬 작품은 정말 많지 않았다. 배리 스트라우스의 작품 말고 굳이 하나를 더 꼽으라면 프랭크 밀러가 그린 만화『300』정도랄까? ^^; 저자는 이런 사태가 벌어진 이유를 두고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41~43쪽 부분).

- 페르시아 전쟁이 지닌 그 모든 중요성, 스케일, 극적 요소에도 불구하고 그 전쟁을 종합적으로 정리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페르시아 전쟁이 디테일한 재구성이 가능한 역사상 최초의 전쟁인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헤로도토스가 그 전쟁의 모든 것을 말해주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 하지만 앞뒤가 맞지 않기로 유명한 저 살라미스 해전도, 스파르타 초기 역사와 비교하면 사료가 많은 축에 속한다. … 페르시아 역사는 실제의 사건을 기록한 것으로 볼 만한 것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 페르시아인들과 그들 제국에 대한 연구는 거의 전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저작물에 의존해야 한다. 게다가 그리스인들, 다시 말해 페르시아 제국 군대의 이런저런 침공, 점령, 약탈을 당해본 사람들이 쓴 것이 대부분인 이들 저작물은 페르시아의 특성과 업적을 크게 왜곡하고 있다. 호기심 많고 열린 마음을 가졌던 헤로도토스만이 예외가 있다는 것은 곧 규칙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유일한 인물이었다. -

어디서 많이 본 문구같다. 그렇다. 이는 한국사를 논할때도 종종 나오는 말이다.『삼국사기』나『삼국유사』가 우리가 가진 고대사 기록의 거의 대부분인 상태에서 우리는 가까운 일본 혹은 중국측 사료(주로 중국)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그러한 상태에서 식민사학이라는 된서리를 맡기도 했고, 동북공정이라는 공격을 받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국 고대사는 조금씩 고쳐지고, 만들어지고 있음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저자에 의하면, 그리스도 물론이거니와 그보다 더 심한 것은 바로 페르시아라고 한다. 저 유명한 전쟁을 치룬 양자임에도 양자에 대한 정확한 자료가 많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막연하게, 대강만 당시의 상황을 이해하고 있는 상태인 것이다. 개인적으로 그리스와 페르시아는 자체 기록을 많이 남기지 않았을까? 하고,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이러한 정확한 역사 기록의 부재는 초기 역사를 동화로 만들어버리는 경향이 있다고 저자는 말하면서,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서 필요한 3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1. 그리스인들의 편견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페르시아를 불가사의하게 세계를 정복하기는 했지만 나약한 겁쟁이였던 것으로 묘사(이건 앞서 언급한 만화 300이나 영화 300에서 잘 드러난 것 같다).

2. 그리스인들이 쓴 글을 죄다 인종주의, 유럽중심주의, 쓰레기통에 쳐넣어야 할 생각범죄(Thought crimes)의 기록으로 치부하는 방법

3. 설사 왜곡되었더라도 그리스가 페르시아인들의 삶과 그들의 세계관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그들이 오해하고 있는 내용을 규명해보는 방법

당연히 3번째 방법이 가장 생산적이며 효율적이다. 실제 페르시아에 대한 발굴조사가 많이 진행되고, 국내에서도 특별전(황금의 제국, 페르시아 특별전) 등을 통해 사람들이 페르시아에 대해 많이 이해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페르시아에 대해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 더 많은게 사실이다. 저자는 그러한 상황 속에서 이 책의 시-공간적 배경을 크게 확장시켰다. 즉, 그리스와 페르시아만 딱!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헤로도토스가 밟은 길을 따라 페르시아 전쟁에 관련된 모든 세계, 즉 당시 세계의 전부라고 일컬어지는 모든 지역에 대해 하나의 파노라마를 그려보고자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에서는 아시리아부터 언급해서 페르시아, 바빌론 등 메소포타미아 혹은 쉽게 중동이라고 말하는 지역의 역사를 개괄적으로 언급한 뒤 비로소 스파르타와 아테네로 넘어간다(마케도니아는 책 뒷면에 쬐까 나오고). 그렇기 때문에 그리스-페르시아 간의 본격적인 전쟁은 책의 중간쯤 가야만 겨우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김용만이 그의 저서『새로 쓰는 연개소문전』에서도 비슷하게 취했던 방식인데, 익숙하기도 했고 그 방법이 개인적으로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책 역시 상당히 재밌는 내용을 담고 있겠구나~하는 추측을 할 수 있었다.

이 책의 목차를 가볍게 살펴보면 앞으로 이 책이 어떤 내용으로 흘러갈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1장 호라산 하이웨이
2장 바빌론
3장 스파르타
4장 아테네
5장 페르시아 대왕의 수염을 불사르며
6장 짙어가는 전운
7장 만에서
8장 네메시스

1장에서 저자는 50쪽 이상을 할애하여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역사를 간략하게 서술하고 있다. 말미에는 페르시아를 건국한 키루스 대왕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었는데, 예전에『페르시아의 태양 키루스 2세』라는 책을 한번 본 적이 있어 쉽게 와 닿았다. 2장에서는 키루스 이후 페르시아의 정치상황을 보여주면서, 다리우스와 크세르크세스와 같은 인물이 등장하게 된 배경이 무엇인지가 잘 나타나고 있었다. 즉, 전반의 150여 쪽에 가까운 분량은 페르시아의 발전 과정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었다.『살라미스 해전』에서도 페르시아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지만 이렇게 자세한 것은 아니었다(미리 말하지만 이 책이 거시적인 개설서라면『살라미스 해전』은 아주 미시적인 분야를 다룬 책이라고 할 수 있다. 2권의 책을 다 읽으면 당시 그리스-페르시아 간에 벌어진 전쟁과 전투 등에 대해서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이다). 페르시아의 역사에 대해서는『페르시아 문화』등의 책을 통해서도 가볍게 접한 적이 있었지만 저자가 서술한 페르시아사는 아주 간단명료하면서도 짜임새있는 내용들이었다. 특히 키루스 이후 다리우스가 집권하게 되는 과정은 상당히 흥미진진했다.

예전에 장-노엘 로베르의『로마에서 중국까지』를 읽으면서 중국과 마찬가지로 로마 역시 세계를 지배하려는 의지를 가졌다는 사실에 놀랐던 적이 있다. 로마는 문명국으로서 세계를 지배해 왔으며, 그러한 지배범위는 점점 확대되어야만 하고, 당연히 역사는 그렇게 돌아가야 한다는 어떠한 당위성, 그런 것들이 로마에게 있었다는 것인데 동양 뿐만 아니라 서양도 그랬구나~라는 사실에 적지 않게 놀랐었다. 로마의 경우에는 그러한 제국의 의지가 아우구스투스 시대가 지나면서 사그라들었다고 한다(중국 역대 황제들이 한무제병에 걸린 것에 비교하면 이 부분 역시 흥미롭다). 그런데 페르시아의 경우에도 로마와 비슷한 면모가 보였다. 키루스와 캄비세스로 이어지는 왕계와 달리, 지방 군벌로서 페르시아의 왕위를 찬탈한 다리우스는 대내외적으로 자신의 즉위을 입증할만한 역사적 전공이 필요했고, 정당성이 필요했었다. 그리고 그것은 곧 아후라 마즈다로 대표되는 배화교의 선과 악으로 이 세상을 二分하는 시각과 맞물리게 되었다. 즉, 페르시아의 대왕, 왕 중의 왕은 곧 선을 대표하는 신의 대리자로서 악을 없애고, 교화시켜야만 한다는 강한 당위성을 주장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악은 곧 페르시아의 서방 변두리에서 깔짝대는 그리스라는 세력들로 지목되었고(저자는 책 첫머리에서 악의 축, 미국과 테러 등을 언급했는데 당시 다리우스의 심정 또한 별반 다를 바는 없었을 것 같다), 곧 페르시아는 그것들을 짓밟을 준비를 하게 된다.

그렇게 긴장감 가득 안고 저자는 스파르타와 아테네로 건너간다. 스파르타라고 하는 독특한 군국주의에 물든 패권국가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그리고 그들은 왜 다른 그리스인들과 다른 사람을 살았는지가 서술된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충격적인 것은 스파르타 소년들이 12살이 되면 합법적으로 남색가들의 노리개가 되었다는 사실인데, 그것을 통해 그의 보호자가 그 소년을 출세시켜줄 수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즉, 이런 식으로 해서 엘리트는 계속 엘리트를 생산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사적이고 은밀한, 개인적인 부분까지 모두 국가가 마음대로 처분할 권리를 지녔던 나라 스파르타. 정말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예의가 바르기 때문에 연장자를 존중했다는 것 또한 쉽게 상상이 가지는 않았다. 기본적으로 이런 부분은 서양보다는 동양적인 이미지라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테네에 대해서 저자는 어떻게 민주정이 아테네에 정착하게 됐는지를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정치사적인 내용에 집중하는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다소 재미없는 부분을 읽어나갔는데, 나중에는 왜 그런지 알 수 있었다. 비록 아테네에서 참주정이 사라지고 민주정이 등장하게 된 계기는 우연적이고, 큰 의미가 없는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민주정을 이룬 아테네는 이후 벌어질 살리미스 해전에서 승리할 수 있는 저력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살라미스 해전』의 저자, 배리 스트라우스가 살리미스 해전을 두고 '민중이 승리한 전투'라고 한 것도 따지고 보면 다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특히 아테네를 다룬 4장은 우리가 세계사 시간에 흔히 배우는 유명한 그리스 위인들(철학가이자 정치가이자 웅변가였던)을 한번 쭉 훓어볼 수 있게끔 해줘서 더 좋았던 것 같다.

5장으로 가면 그리스와 페르시아간의 전초전이라고 할 수 있는 마라톤 전투가 등장한다. 가공할 위력을 자랑하는 페르시아의 기병대에 기가 눌려 지내는 그리스군이 아닌, 강력한 위력을 자랑하는 그리스군으로서 그들은 페르시아의 대군을 무찌르고 자유를 지킬 수 있었다. 그렇게 이야기는 숨가쁘게 양측간의 본 게임으로 돌입했다. 페르시아도 그렇고, 그리스도 그렇고 이제는 여유 부릴 시간이 없었다. 정치적인 문제는 당연히 복잡해지고, 국제 역학관계에 따라 수많은 사건들이 벌어진다. 한번 페르시아군을 무찔렀다고 하지만 여전히 왕 중의 왕은 자신의 모든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그리스는 이전처럼 폴리스끼리 흩어질 것이 아니라 다시금 뭉쳐서 하나가 되어야 했다. 특히 여기에서 주목되는 것은 참주정에서 민주정(당시까지는 아주아주 생소하고, 그 운용능력의 검증여부가 입증되지 않은 독특한 정치체제)으로 돌아서서 새로운 체제 안에서 어떻게 페르시아 대군을 무찌를 수 있는 국력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를 두고 복잡한 아테네의 상황이 흥미로웠다. 지금이라 해도 익숙치 않은 그런 새로운 정치체제를 탄생시킨 계기야 그렇다쳐도, 단기간 내에 새로운 정치체제에 적응하고 다시 이를 일정한 물리력으로 표출시켰다는 것이 정말 신기했다.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문 격이랄까. 아테네의 존폐 여부를 두고 아마 당시 아테네인들은 하나가 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6장과 7장에 이르면 비로소 이 책의 제목과 걸맞는 내용이 나온다. 바로 그 유명한 테르모필라이 전투와 살라미스 해전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 것이다. 레오니다스 왕에 대해서는 단순히 만화와 영화 <300>에서의 그 화려한 전투씬과 강인한 카리스마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보니 그 역시도 나름의 고충이 있던 인물이었다. 즉위와 관련된 미심쩍은 부분과 관련해서 레오니다스 왕은 뭔가 특단의 결정이 필요했고, 이는 스파르타인 고유의 습성과 맞물려 테르모필라이 협곡에서 빛을 발했던 것이다. 생동감있게 묘사된 글을 보면서 영화 <300>에서의 각 장면과 몇몇 대사들이 떠올랐다. 왕 중의 왕이 치를 떨었을 그 순간이 필자에게도 전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기에 크세르크세스는 위대한 스파르타 왕의 목을 쳐 협곡에 박은 말뚝 위에 올려놨을 것이다. 자신의 분노가 채 가시지 않았음을 알려주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그 분노는 곧 거센 폭우에 씻기고 말았으니, 페르시아의 대규모 해군이 살라미스에서 완패했던 것이다. 개인적으로 살라미스 해전도 누군가 주목하여 영화화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영화 <300>에서 보는 것과 같은 영화 전면을 장식하는 화려한 전투씬은 보이지 않겠지만, 적어도 영화 <적벽대전>에서 볼 수 있는 두뇌 싸움 및 거대한 스케일의 해상 전투씬 혹은 <골든 에이지>에서 나오는 간결하면서도 임팩트있는 해상 전투씬 정도는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암튼, 살라미스 해전에 대한 내용이 소략한 정도는 아니지만 필자는 이미 배리 스트라우스의 책을 한번 읽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간략한(?) 내용을 후딱 읽고 다음 장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8장의 제목인 네메시스는 신의 이름이다. 보복의 여신이기도 한 그녀가 낳은 알이 트로이전쟁의 불씨가 된 헬레네라고도 한다. 암튼 그녀는 진정 냉혹하고 재치있는 여신이었다. 8장 전반부는 살라미스 해전을 대승리로 장식한 아테네, 그리고 이어진 플라타이아이 전투에서 왕을 빼앗긴 복수를 제대로 한 스파르타에 대한 내용을 싣고 있었으며 이윽고 분열되는 그리스의 상황을 보여주고 있었다. 네메시스의 오만방자함은 페르시아만 망하게 한 것이 아니었다. 아테네의 테미스토클레스는 살라미스 해전 이후 도편 추방되었고(그리고 그는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크세르크세스에게로 가 페르시아 서쪽 변경인 마그네시아의 사트라프(영주)가 되었다), 스파르타의 파우사니아스는 페르시아의 전제군주를 따라하다가 국가전복죄를 선고받았다. 댈로스 동맹의 맹주이자 페르시아로부터 그리스를 구해냈다고 칭송받는 아테네는 이후 동맹에서 이탈하려는 도시를 무력으로 굴복시키거나 동맹에 속하지 않는 도시들까지 공격해 오만한 독재자의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 이에 스파르타를 비롯한 펠로폰네소스 동맹의 반발이 가시화되고 그리스는 분열되었다. 그리고 페르시아 역시 다시는 그리스를 넘보지 않았다. 그렇게 서로간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은 채 수십년이 흘렀고, 이후 마케도니아의 젊은 왕 알렉산더 대왕이 등장하고 나서야 비로소 서방과 동방을 하나로 통합한 지배자가 등장하게 되었다.

이상이다. 앞에서도 누누히 말했지만, 이 책은 당시 그리스-페르시아의 역사를 통사적으로 살펴본 것으로서 중간중간 엉성하거나 간결한 부분은 있지만 포괄적으로 당대사를 이해하는데 아주 유효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군다나 페르시아 혹은 그리스 어느 한쪽의 입장에서 쓴 책이 아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아주 객관적인 시각을 견지할 수 있게끔 한다는 것이 이 책의 강점이 아닐까 싶다. 이런 객관적인 시각 덕분에 오히려 당시 상황이 더 쉽게 이해가 되는 것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책의 맨 뒤에는 그리스-페르시아 전쟁과 관련된 전후 연대표가 정리되어 있어 당시 상황을 보다 간결하게 이해할 수가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8장의 내용이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 역사의 아이러니를 잘 표현한 부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책을 다 읽고 난 다음의 느낌은 배리 스트라우스의 책을 읽고 난 다음과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역사적으로 한국사에서도 이런 사례가 있는지 한번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서 이만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

p.s) 제목과 달리 통사적인 성격이 강한 책이어서 분류는 군사서적이 아닌 역사서적으로 하였음을 밝히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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