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는 늘 영화를 많이 해 준다. 그래서 이런저런 영화를 보다가 '어? 이거 뭐지?' 하면서 보게 되었다.

'아~예전에 개봉한다고 봤던 것 같긴 한데...무슨 내용인가?'

그래서 별 생각없이 보게 되었다. 유위강 감독? 유위강? 누구지? 정우성, 전지현, 이성재 등 쟁쟁한 배우들이 나오는 영화라서 봤는데 마침 액션 영화같기도 하고 뭐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일단 장소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이라서 신선했다. 언제 유럽이 배경인 액션영화가 있었나? 싶었다. 그런데 계속 보다보니 영화는 딱 액션영화가 아니었다. 로맨스를 표현하기 위해 액션을 선택한 것일 뿐. 전체적인 영상이나 음향이 상당히 감미로웠다. 홍콩 영화를 보면 이런 느낌이 물씬 풍기는 작품들이 많은데 딱 그 느낌이었다. 어떻게 보면 뮤직비디오 같기도 했고(실제 출연진들이 대사도 별로 없고, 독백 부분도 많은 데다가 표정 연기 등을 강조한 듯한 느낌도 들어서 더 그래보였다), 독립영화 같기도 했고 뭐 그랬다.

줄거리는 간단한다.

정우성, 전지현, 이성재 세 사람의 시각으로 영화는 각각 흘러가는데, 엄밀히 말해 이성재 부분은 적다(원태연 감독의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2009)>를 보신 분이 있는가? 이때의 영화 속 세 배우의 시각과 매우 흡사하다. 이 영화의 이범수 파트가 딱 이성재 파트와 비슷한 것 같았다). 정우성은 킬러로서 우연히 전지현을 보게 되고, 그녀가 매일 그림을 그리는 광장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아파트를 얻어 이사한다. 그리고 이성재는 정우성이 일하는 조직을 감시하기 위해 전지현에게 그림을 그려달라고 하면서 광장에서 잠복근무를 한다. 정우성은 전지현을 사랑해 매일 그녀의 집 앞에 데이지 꽃을 갖다주고, 그녀가 건너기 힘든 외나무다리 대신에 튼튼한 다리도 놔주는 등 헌신적이다. 그러나 전지현은 자신에게 매일 그림을 그려달라고 찾아오는 이성재를 그 사람으로 착각해 둘은 사랑에 빠진다. 이성재는 전지현이 기다리는 사람이 자기가 아님을 알면서도 그녀를 사랑하고 말고...

그리고 정우성은 그런 둘을 바라보며 전지현을 보듬어준다. 뭐 대강 이런 내용이다. 이러다가 뭐 오해가 생기고, 진실한 사랑을 찾고, 전지현이 죽고, 정우성이 복수하고...

전체적으로 볼만했다. 영상미가 음악 등이 좋아서 기분좋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스토리 전개는 빈약하다. 영화를 보다가 문득 유위강 감독이 <무간도>의 감독이라는 것을 알아서 그런지, 더 허술한 스토리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리고 각 배우들의 연기도 뭐가 조금씩 어설퍼 보였다. 이미 정우성은 2004년작 <내 머리 속의 지우개>에서 상당히 완숙미 넘치는 연기력을 보여줬는데도 불구하고 여기에서는 마치 10년 전에 고소영과 출연한 <구미호>와 같은 어색함을 보여주는 듯 했다. 뭐 캐릭터가 고독하고, 다소 순진하면서도 사랑 앞에서는 한없이 가녀린 킬러이다보니 그랬는지는 몰라도 연기의 어색함은 가시지 않았다. 또한 이성재 역시 <플란다스의 개(2000)>, <공공의 적(2002)>, <바람의 전설(2004)>에서 다양하게 연기 변신을 시도하며, 색깔있는 연기력을 보여줬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에서는 좀 어설펐다. 카리스마있는 형사 역할도, 사랑 앞에서 직업의 특수성도 없이 그저 동네 아저씨같은 모습(원빈과는 다른)을 보여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사람의 색깔이 잘 어울린다고 느낀 것은 다소 몽환적이면서도, 서정적이면서도, 감동적인 영상미 덕분이라고나 할까? 그냥 기분좋게 볼 수 있는 뮤직비디오 같은 영화라고 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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