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박물관 - 역사의 상식을 뒤집는 발칙한 고고학 여행
라인하르트 하베크 지음, 김희상 옮김 / 갤리온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오늘도 재밌는 책을 하나 소개하려고 한다. 필자가 이 책에 대해 ‘재밌다’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단순히 그 내용이 재밌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 책의 구성이 ‘대단히 흥미 위주의 가십(gossip)거리’와 ‘학술적인 고민을 요구하는 내용’ 사이에서 교묘하게 줄타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 책의 영문 제목은 ‘Mystery Museum(신비한 박물관)’이며, 원서(독어) 제목은 ‘Dinge, Die Es Nicht Geben Durfte(수용될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것들 - 필자가 한 번역이 맞나 모르겠다, 틀리다면 조언 부탁드립니다 -.-;)’이고 번역서의 부제는 ‘역사의 상식을 뒤집는 발칙한 고고학 여행’이다. 제목만 딱 봐도 대략 어떤 내용들이 나오는지 짐작할 수 있는데 대개 이런 책들은 아주 큰 단점을 하나 갖고 있다.

- 아무리 신기하고 놀랄만한 유물 · 유적이라도 학술적으로 접근하여 그 실체를 파악하려고 하지 않고 흥미 위주로만 소개한다면 그것은 단순히 가십거리 이상이 될 수 없다 -

지금까지 그런 류의 책은 많았다. 이미 古典이라고 불릴 만큼 널리 알려진 그레이엄 핸콕의『신의 지문』,『신의 암호』,『신의 봉인』,『신의 거울』시리즈를 비롯하여 최근에 나온 루크 베르긴의『고고학의 기밀문서』까지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내용을 담은 책들이 아주 많다(필자는 이런 책들 중 학술적으로 가치가 있는 소재는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대개 이러한 책을 쓰는 사람들의 관점은 다음과 같다. ‘고대 지구인들은 외계문명의 영향을 받았다.’와 ‘현재 학계에서는 새로 쏟아져 나오는 이러한 자료들을 무시한다.’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러한 책을 읽은 독자들 역시 ‘믿을 만하다.’와 ‘에이~그런 것이 어딨어~’라는 식으로 서로 상반된 입장을 보이게 된다. 이 책 역시 이러한 견해들이 엿보이고 있고, 독자로 하여금 서로 상반된 반응을 끌어낼 만하다. 단, 다른 책들이 신기한 것들을 소개하는 선에서 그치는 것과 달리 이 책에서는 어떠한 과학적인 접근방법(특히 고고학과 관련된)을 거쳐 연구되고 있는지를 소개하고 저자의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어 독자로 하여금 이 책에 나오는 아이템들이 학술적으로 어느 정도 연구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이라는 것을 각인시켜 주고 있었다. 

그럼 책에 대해 한번 얘기해 보도록 하겠다.

먼저 책을 읽기 전 표지를 한번 보면 이 책이 굉장히 재밌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꾸며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단 윗부분에는 영문 제목, 한글 제목, 한글 부제, 독문 제목이 차례대로 쓰여 있어서 표지를 딱 봤을 때 이 책의 내용이 어떠한지를 굉장히 강조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래쪽에는 원형돔 지붕의 건물 사이사이로 이 책에 나오는 아이템들이 그려져 있었고, 그 주변으로 각 장의 제목들이 조그마한 크기로 빽빽이 공간을 메우고 있었다. 필자가 특히 재밌게 봤던 것은 ‘작은 구멍이 뚫린 해골(게다가 해골은 검은 양복을 입고 시가를 한 대 피우고 있다 ^^;) 옆으로 권총을 겨누고 있는 손이 그려져 있는 모습’이었다. 이건 이 책의 첫 번째 장에 해당하는 내용인데 이 그림 한 장으로 그 내용이 어떤 식인지를 알게 해주기에 충분했다. 물론 필자가 책을 읽기 전에는 이 표지가 정확히 무슨 의미를 갖고 있는지 몰랐기에 처음에는 이 그림을 못 알아봤지만, 책을 다 읽고 이렇게 서평을 쓰면서 다시 보니 정말 재밌었다.

그리고 책을 뒤집어보면 ‘문명의 탐험가들이 찾아낸 13가지 고대의 비밀’이라는 문구 아래 이 책의 목차가 죽 나열되어 있었다. 차례대로 읊어보자면 ‘인간의 족보를 다시 쓴 유골 - 해머, 진화론에 금을 내다 - 바위 속 양서류 화석의 정체 - 고대 중국의 생화학 기술 - 태아 수정 과정이 담긴 암석 - 메소포타미아의 배터리 - 2100년 전의 천문학 - 19세기에 날아오른 파라오의 비행기 - 고대 아메리카를 찾아온 황금 우주선 - 기묘한 조각상을 좇는 사람들 - 신화 속 타락천사가 나타나다 - 콜럼버스를 끌어내린 바이킹의 비석 - 이집트 제사장의 과학’인데 목차를 본 사람은 느끼겠지만 일단 13가지 모두 엄밀히 말해 고고학적인 분야에 속하는 것은 아니다. 다시 돌아와서 ‘인간의 족보를 다시 쓴 유골’이나 ‘해머, 진화론에 금을 내다’, ‘바위 속 양서류 화석의 정체’ 등은 고고학보다는 고생물학 혹은 지질학 쪽에 더 가까운 소재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고고학적으로 인정받는 고고자료가 되려면 일정한 발굴과정을 거쳐 출토양상이 뚜렷하게 밝혀져야만 하는데 이 책에 소개된 적지 않은 사례가 수습되거나 골동품 수집가에 의해 구입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것들은 그저 ‘아~신기하다!’ 혹은 ‘음~그럴 수 있겠네~’라고 생각되고 말 뿐이다. 어쨌든 최근에 나온 책이라서 그런지 처음 보는 소재들이 많아서 일단 흥미를 갖고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맨 처음에 나오는 것은 ‘추천의 글’이다. 저자인 라인하르트 하베크의 부탁을 받은 베스트셀러『미래를 기억하다』(국내번역서가 아직 없는 것 같다, 6개의 인터넷 서점 싸이트에서 검색되지 않았다)의 저자 에리히 폰 데니켄(신비주의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은)이 쓴 글인데 그는 말미에 이렇게 쓴다. 

- 나는 이 책이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는 낡은 세계관을 무너뜨리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라 기대한다 -



이 책의 집필 의도가 어떠한지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뒤이어 저자의 ‘Prologue’가 나왔다. 책을 읽다 보니 그가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라는 전시 기획을 담당하고 있음을 알았다. 어디선가 이런 비슷한 것을 본 기억이 났다. 그런데 책장을 하나 더 넘기니 그가 기획한 전시가 아시아에서는 한국에서 첫 선을 보이고, 뒤 이어 일본으로 넘어간다는 얘기가 나왔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바로 나왔다. 작년 1~6월 사이에 신도림 테크노마트 특별 기획전시장에서 ‘세계 미스터리 유물전’이라는 전시가 열렸던 것이다. 관련 정보를 좀 얻어볼 요량으로 홈페이지(http://www.themystery.co.kr)를 들어가 봤지만 이미 전시가 끝나서인지(아니면 외압에 의해서인지?) 홈페이지는 폐쇄된 상태였다. 이런 종류의 책은 도판을 좀 많이 실어야 좋을 텐데 이 책은 도판이 별로 없어서 홈페이지에서 사진을 좀 보려고 했던 것인데 못 봐서 아쉬웠다. 그때 이 광고를 보고 가 볼까~했다가 말았는데 지금 좀 후회가 된다.

단점을 하나 꼽은 김에 이번에는 장점(?)도 하나 꼽아보려고 한다. 저자는 각 장마다 앞부분에 유명한 사람의 명언 같은 것을 꼭 실었다. 그것도 그 장의 내용과 꼭 맞는 것처럼 말이다. 마치 김용이 소설을 쓸 때 각 장의 제목을 사자성어로 쓰고 그 제목들을 다 이었을 때 하나의 멋들어진 漢詩가 되게끔 구성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카를 크라우스의 ‘생각하는 거야 자유지. 세금이 붙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한바탕 소동과 함께 곤욕을 치를 각오는 해야 할 거야!’라는 명언부터 시작해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3차 세계대전에서 어떤 무기로 싸울지는 모르겠으나 4차 세계대전에서는 분명 막대기와 돌을 들고 설칠 것이다.’까지 그 명언을 보는 것도 쏠쏠난 재미다.

그럼 다시 책 내용으로 돌아가 보자.

첫 번째 내용은 ‘인간의 족보를 다시 쓴 유골’이다. 마치 강선 달린 총에서 강한 회전력을 띠며 발사한 총알에 맞은 사람과 들소의 두개골에 대한 내용인데 이건 뭐 신기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100만 년 전에 그러한 무기가 나올 리 만무한데 뭐라고 딱히 할 말이 없었다. 뒤이어 ‘해머, 진화론에 금을 내다’의 내용 역시 마찬가지였다. 1억 4000만년 되는 지층에 쳐 박힌 순철로 만든 망치(그것도 엄청나게 순도가 높은)에 대한 것도 할 말이 없었다. 지층상 후대 유입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 박힌 철기에 대해 과학적으로 대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필자는 이런 걸 볼 때마다 미래의 사람이 타임머신을 타고 아주 먼 과거로 갔다가 그런 물건들을 떨어뜨린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 사람들이 일부러 떨어뜨렸는지, 어쨌는지는 모르지만. 외계인이 와서 그렇게 했다보다는 그런 게 더 낫지 않을까? 아닌가? 암튼 이런 내용을 접할 때마다 당황스러운 건 여전하다.

하지만 오늘날의 과학으로 이해될 수 없는 것들을 두고 그냥 말도 안 된다고 무시하는 것보다는 외계생명체의 존재를 인정하거나, 보다 먼 미래의 인류가 과거로 돌아가 역사를 왜곡시켰을 가능성을 전제하고 그런 신기한 현상들을 이해하는 것은 어떨까도 싶다. 예전에는 국가를 상대로 한 음모이론이 단순히 가십거리나 흥밋거리로만 거론되었지만, 최근에는 인터넷이라는 엄청난 정보창고의 등장과 아주 느릿느릿하게 진행되는 국가기밀문서의 공개 등으로 인해 어느 정도 대중적인 내용들로 변한 것처럼 언젠가는 주류 학계의 분위기도 많이 바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한다. 이런 내용의 책이 발간되어 번역되고, 또 저명한 신문사에서 고고학 도서 20선에 뽑히는 세상이니 말이다.

세 번째로 나온 ‘바위 속 양서류 화석의 정체’는 엄밀히 말하면 고고학과는 크게 상관이 없었다. 굳이 따지자면 환경고고학이나 동물고고학쪽과 연관이 될려나? 아주 오랜 세월 단단한 바위나 도저히 들어갈 수 없는 구멍을 통해 들어간 공간에서 살아가는 양서류에 대한 이야기였다. 가끔 사람도 급한 상황이 오면 도저히 들어갈 수 없으리라고 생각했던 작은 공간에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봤을 때 이건 크게 신기해 보이지는 않았다. 또 과학적인 실험 결과 아주 작은 구멍들이 있다면 그것을 통해 숨을 쉬고 먹이를 얻을 수 있다고 하지 않는가? 비단 그런 경우가 양서류에만 해당되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더 알아봐야겠지만 이 부분은 가벼운 마음으로 읽고 넘어갔다.

일단 마왕퇴 무덤에서 나온 미라(이런 종류의 미라는 마왕퇴屍라고 따로 분류한다. 이집트나 고비사막 등에서 발견되는 빠싹 마른 미라와 다르게 촉촉하게 피부까지 살아있는 미라여서 말이다)에 대한 내용, 엄밀히 말하면 그 미라가 담겨져 있던 기묘한 액체에 대한 내용(고대 중국의 생화학 기술)이나 메소포타미아의 배터리로 쓰였던 항아리들, 2100년 전의 천문학, 19세기에 날아오른 파라오의 비행기 등은 미스터리라고까지 할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마왕퇴 무덤이야 남쪽의 시황릉이라고 불릴 만큼 유물의 가치나 규모면에서 어마어마한 유적이고, 그 안에서는 미라를 둘러싸고 있던 액체 이외에 더 학술적으로 뛰어나고 신기한 것들이 많으니 말이다. 저자는 마왕퇴에서 나온 여러 의서에 19세기 중반 유럽에서 처음 나온 내용들이 나왔다고 신기해하고, 그 안에 오행설을 기록한 죽간을 보고 오늘날과 거의 차이가 없다고 신기해하며, 후난성과 인근 지역을 그린 지도를 보고 마치 공중 측량한 것 같이 정확하다고 신기해한다. 동양에서 중국사를 전공하거나 중국 문화에 대해 어느 정도 식견이 있는 사람이라면 미스터리라고까지 이런 것들을 분류할까 싶다. 아마 이 책의 저자는『삼국사기』의 일식 기록이 중국 측 사료보다 더 정확하다는 것을 알면 까무러칠 것 같고, 김정호의 대동여지도가 오늘날 지도와 얼마나 정확한지 안다면 더 놀랄 것 같다. 이 부분을 보니 아직도 서양에서는 중국과 동양이 신비스러운 동네라고 여기는 것 같아 조금 이상했다. 이런 상황이니 중국이 동양의 전부 같고, 중국 것은 다 신비스러워하지. 마치 만리장성이 7대 불가사의라고 떠다는 것처럼 말이다. 수억 명의 백성을 거느리고 신에 근접한 인간 중의 최고 인간으로 군림한 역대 황제들이 그 정도 못 하는 게 더 이상할 텐데도 말이다.

마찬가지로 메소포타미아에서 도금을 할 때 썼다는 전기배터리 역시 과학적인 구조로 이뤄진 도구로서 필자는 오히려 그 자체가 신기한 것이 아니라 그 유물을 연구해서 그것을 전기배터리라고 밝혀낸 윌러드 그레이, 존 B. 페르친스키같은 과학자들이 더 신기했다.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해 어떠한 이론적 논지를 전개하는 과학자들이 이런 비과학적인 상상(?)에서 기인한 실험을 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리고 이집트 하토르 신전의 벽에 새겨진 부조가 이런 전기를 이용한 도금행위를 나타낸 것이며, 우아스텍 문명의 장식물 역시 그것을 상징한 것이라는 내용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정말 고대 문명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아주 발달된 사회였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오늘날 우리의 시각으로 과거를 재단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만약 저자가 한국의 고고학 상황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면 아마 숭실대 기독교박물관에서 보관 중인 국보 141호 다뉴세문경 역시 미스터리로 취급했을 것이다. 지름 21.2㎝의 청동거울 안에는 무려 수 ㎜ 두께의 선들이 빼곡히 새겨져 있는데 오늘날의 최신 기술로도 한 달이 걸려 복원했는데 똑같이 만들어내지 못 했다고 하지 않는가? 이걸 우리는 외계문명의 영향이라고 말하지 않고 있는 것처럼 외국의 이러한 사례 역시 보다 적극적인 해석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런 각도에서 본다면 2100년 전의 여러 톱니바퀴로 만든 정교한 그리스 천문관측 기구와 기원전 250년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이집트의 새 모양 행글라이더 역시 그렇게 미스터리한 소재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미 세계에서 가장 먼저 철학과 과학이라는 학문을 발전시키고, 피라미드와 같은 거대 건축물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만들어낸 민족이라면 충분히 이 정도 과학기술은 보유하고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것들이 신기한 이유는 아마도 그 자체가 정말로 신기하기보다는 ‘오늘날에야 생각하고 만들어낸 것을 이미 예전에 만들어 냈단 말이야?’라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조선 사람은 수레나 마차를 사용하지 않았고 당연히 도로나 다리도 제대로 닦지 않았지만 그보다 1,000여 년 전에 살았던 고구려는 이미 대동강에 나무로 다리를 만들고 왕복 4차선 도로를 닦았다. 그러나 우리는 결코 그 사실을 신기해하지 않는다. 다만 양국의 국가정책과 환경이 달랐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해석할 뿐이다. 그렇게 봤을 때 이 책에서 언급한 미스터리한 여러 것들도 그렇게 적극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태아 수정 과정이 담긴 암석이나 고대 아메리카를 찾아온 황금 우주선은 정말 신기했다. 흐음~이건 아무리 개방적인(?) 사고를 열어도 도저히 오늘날의 시각으로 해석이 안 되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나스카의 선형유적이 오늘날 고고학이라는 학문 분야의 연구소재로 이해되는 것처럼 이러한 소재들 역시 언젠가는 과학이 보다 발달하면 고고학의 연구대상으로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최근에는 진화론이 흔들리고 창조론(수정창조론이라고 해야 하나?)이 다시 힘을 얻고 있으며, 진화론만이 절대적으로 과학적이라고 믿는 시대가 아니다. 오히려 인류 진화과정에서 미싱 링크를 찾기보다는 돌연변이나 변태 등의 과정을 거쳐 새로운 인류가 태어났다고 보기도 하니깐. 그런 상황에서 너무 현재의 과학적인 잣대로만 세상 모든 것을 규정지으려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마지막의 ‘콜럼버스를 끌어내린 바이킹의 비석’(이미 노르만 계열 사람이 콜럼버스 이전에 아메리카를 발견하고 거기 도착했다는 설은 공인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오히려『1421-중국, 세계를 발견하다』의 저자 개빈 맨지스는 정화의 대원정에 참여했던 제독 중 1명이 이끄는 선단이 아메리카에 당도해 그 흔적을 남겼다고 주장하기까지 않은가? 처음에 이 책 보고 왕쇼크 받았지만 이제는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본다)이나 ‘이집트 제사장의 과학’ 같은 경우는 충분히 학술적으로 검토된 사항이 아닌가 싶었다. 이미 현재 남아있는 가축들 대부분은 고대 농부들의 지적 호기심 혹은 우연에 의한 잡종교배 및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진 녀석들의 후예라는 견해들이 학계에서 나오지 않았는가? 물론 그 사람들이 오늘날 우리가 현미경 등으로 본 유전자 조직을 그대로 알고 있지는 않았지만 관념적으로나, 경험적으로 그러한 개념을 이해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것들을 학술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오히려 몇몇 유물만 갖고 마치 신기한 것인 냥 소개하고 있어 그 점은 좀 별로였다.

뭐 이상이다. 그럼 이 책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한번 정리해보자.

장점 1. 학술적 내용과 가십거리가 될 만한 신기한 내용을 적절히 섞었다.
장점 2. 각 장마다 명사들의 명언을 실어 전체적인 내용을 함축적으로 잘 표현했다.
장점 3. 가십거리가 될 만한 신기한 내용도 학문적으로 검토하고자 노력했다. 

단점 1. 관련 도판이 너무 적어서 이런 종류의 책으로서 참고자료가 너무 적었다.
단점 2. 학술적 내용을 섞은 것은 좋았는데 너무 한쪽 면만 보고 소개한 것들이 많았다.

저자는 말미에 이렇게 말하고 있다. 수메르인들은 우리보다 훨씬 현명했다고. 우리가 남긴 최첨단 저장매체(DVD, USB 메모리, CD 등)는 수백 년도 못가 망가지고 없어질 텐데 수메르인들이 남긴 원시적이고 부서지기 쉬운 점토판은 오늘날까지 남아 그들의 존재를 증명하고 있으니 말이다. 맞다. 수천 년 뒤 고고학자는 21세기 인류에 대해 과연 어떻게 해석할까? 이런 것들이 문헌사학과 다른 고고학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인류 문명이 늘 발전되었다고만 생각하는 것은 이래서 고고학을 공부할 때 큰 걸림돌이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만 글을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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