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세 광개토 태왕 세트 - 전2권
이현세 그림, 예영 글, 김용만 감수 / 녹색지팡이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주인장은 원래 만화책을 잘 안 산다. 다운받아서 보거나 만화방에서 빌려보고 말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학습만화'라는 이름표를 달고 상당히 많은 분야를 만화로 배울 수 있어 예전과 많이 다른 것 같다. 특히 역사만화책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그 중에 눈에 띄는 것이 있어 구입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한때 만화가를 꿈꾸기고 했던 주인장이기에 이현세는 주인장에게 있어 무한한 존경의 대상이었고 지금도 주인장이 단연코 최고로 손꼽는 작가이기도 하다. (주인장이 어렸을때 사생대회를 나갔다가 이현세 선생님을 만나 싸인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 그 싸인은 이사가면서 잃어버렸지만 -.-;) 암튼 이현세가 최근 한국사 만화를 그렸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광개토태왕을 대상으로 또 만화를 그렸다기에 주저없이 사게 됐다.

광개토태왕을 주제로 한 만화는 알다시피 거의 없었다(최근에는 관련 만화가 꽤 나오고 있지만). 물론 관련 기록이 생각 외로 편파적(?)이고 양이 적기 때문에 관련 연구성과도 많지 않으니까 만화는 더 말할 것도 없다 하겠다. 예전에 주인장이 재밌게 봤던 '태왕북벌기'라는 만화(소설 광개토대제의 내용을 많이 차용해서 옥의 티였던), 그리고 최근 네이버웹툰(http://comicmall.naver.com/webtoon.nhn)에 연재되고 있는 '태왕 광개토'가 거의 유일한 작품이 아니었을까 하는데 그 중에서 이현세의 만화는 단연코 수작(秀作)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이 다르기 때문이다.

'태왕북벌기'를 보면 어려운 정치적 상황을 이겨내고 담덕이 왕이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 과정에서 담덕 개인의 고뇌라든가, 그의 국가 경영 전략 등은 찾아보기 힘들고 아무래도 화려한 무공과 뛰어난 군사적 업적이 강조되어 있었다. '태왕 광개토' 또한 비슷한 내용이지만 다소 픽션이 가미되어 재미를 추구했다는 점, 독자의 흥미를 유발할만한 여러 요소들을 도입했다는 점에서 확실히 옛날 만화보다 더 볼만한 것이 사실이다. 그에 반해 '광개토태왕'은 보다 사실적이고 담덕의 내면적인 부분에 주목했다. 호위무사를 따돌리고 놀러간 자신 때문에 매를 맞게 된 그들을 보고 울음을 그치지 못 하는 어릴적 모습, 태학에서 여러 귀족 자제들과 공부하며 전략을 논하는 모습, 왕이 되기 전 어떠어떠한 왕이 되겠다고 다짐하는 그의 포부 등 보다 직접적으로 피부에 와닿는 광개토태왕을 그리고자 노력한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담덕이 왕이 되기 전 그의 정치적 입지가 불안했다고 묘사하는 여타 작품들과 달리 역사적 사실에 입각해서 그렸다는 것 또한 마음에 들었다(알다시피 고구려는 4세기로 넘어오면서 왕이 수만의 대군을 동원할 정도로 상당한 수준의 중앙집권체제를 수립했기에 소수림왕-고국양왕에서 광개토태왕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정치적 불안정은 없었다고 보는 것이 적당할 것이다).

더불어 정복군주의 이미지가 강한 광개토태왕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곳곳에 숨어 있었다. 백성들을 사랑하는 왕비의 모습이라든가, 백제와 신라를 아우르고 외세를 막아내는 당당한 군주의 의지 등을 엿볼 수가 있었다. 확실히 문헌이나 기록에 남아있는 광개토태왕의 면모는 정복군주로서의 이미지가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그 외의 이미지도 분명 상상해볼 수는 있지만 그것을 학문이라고 할 수는 없다. 바로 그런 부분을 만화나 소설 등의 작품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분야가 계속 발전되길 또 바라는 바이다.

암튼 이번에도 역시 이현세는 주인장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광개토태왕의 면모를 안팎으로 고루 묘사하기 위해 애쓴 작가의 노력이 엿보이는 이번 작품은 어른 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에게 분명 좋은 선물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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