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수첩 2 알베르 카뮈 전집 14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책세상 / 2002년 12월
품절


우리는 어떤 사람으로 하여금 끊임없이 자신의 결점과 대면하도록 만들기보다는 그 자신에 대한 호의적인 이미지를 보여줌으로써 그에게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대개 사람은 저마다 자신의 최선의 이미지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는 법이다.-18쪽

H. 하이네의 묘비명 : "그는 브렌타의 장미꽃들을 사랑했다."-29쪽

조이스에게 있어서 감동적인 것은 작품이 아니라 그런 작품을 시도했다는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시도의 비장함 - 이건 예술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 과 문자 그대로의 예술적 감동은 구별해야 한다.-46쪽

과학은 기능을 설명할 뿐 존재를 설명하지는 않는다. 예 : 왜 꽃의 종류는 한 가지가 아니고 여러 가지인가?-50쪽

그는 자신에게 접근하는 창녀에게 마음이 있지만 그녀와 자지 않는다. 수중에 천 프랑짜리 지폐 한 장뿐인데 차마 그녀에게 잔돈을 거슬러달라고 할 용기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54쪽

아름다움은 행복의 약속이라고 스탕달에 이어 니체가 말했다. 그러나 행복 그 자체가 없다면 아름다움이 무엇을 약속할 수 있을까?-74쪽

진실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사랑을 결혼에서 찾아야, 다시 말해 환상을 갖지 않는 사랑을 해야 옳다. -125쪽

예술에는 수줍음의 기미가 있는 법이다. 그래서 예술은 만사를 직접적으로 말할 수가 없다. -132쪽

나는 왜 예술가일 뿐 철학자가 아닐까? 왜냐하면 나는 관념이 아니라 말에 의해서 생각하기 때문이다.-181쪽

도덕을 만나기 전에 사랑을 먼저 만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슴을 찢는 아픔을 먼저. -310쪽

나쁜 평판은 좋은 평판보다 견디기가 더 쉽다. 왜냐하면 좋은 평판은 끌고 다니기가 너무 무겁기 때문이다. 거기에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고 일체의 과실은 큰 죄로 간주된다. 나쁜 평판을 받고 있을 때 과실은 용서할 만한 것으로 여겨진다.-313쪽

늙는다는 것은 열정passion에서 연민compassion으로 옮겨가는 것이다.-399쪽

지식인들은 이론을 만들고 대중은 경제를 만든다. 결국 지식인들은 대중을 이용하고, 대중을 통해서 이론은 경제를 이용한다. -416쪽

모든 완성은 속박이다. 그것은 더 높은 완성을 강요한다. -4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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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1-22 0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리봐도 깐따삐야님은 읽은 책이 밀리지 않았다는 것이 확실시 되고 있군요.

깐따삐야 2008-01-22 08:45   좋아요 0 | URL
밀렸기 때문에 거의 빛의 속도로 읽어내고 있습니다. 메피님 이벤트 경품이 그 중에서도 가장 재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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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순례 감독은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 일류밴드를 꿈꾸는 세 아저씨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더니 이번엔 금메달을 염원하는 세 아줌마들의 사연으로 돌아왔다. 애 최고의 간은 '진짜' 정이 탄하는 간을 보여주었다. 오랜만에 군더더기 없이 정공법으로 밀고나간 정직한 영화를 보는 것 같아 흐뭇했다. 뽀글머리와 사투리로도 숨길 수 없는 미모의 복길이 김지영, 옴팡진 깡다구 아줌마로 열연한 문소리, 빤히 뚫어보는 표정 안에 인간미를 가득 머금고 있던 김정은. 누가 더 좋았다, 라고 감히 말하기 힘들 정도로 종횡무진 코트를 누비는 세 배우의 연기에 흠뻑 반한 두 시간이었다. 그녀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좔좔 간지 나는 이미테이션 아줌마들이 아니었다. 버스보다 빠르다는 대한민국 진짜배기 아줌마들이었다. 피는 물보다 진하지만 땀은 피보다 더 진하더라는. 한 가지 목표를 위해 살 부대끼며 쌓아온 뚝심 어린 우정은 족히 금메달감이었다. 임순례 감독은 관객 이전에 배우부터 감동시킬 줄 아는 탁월한 감독이란 느낌. 꿈을 향한 고집으로 서글픈 하류 밴드, 국가에 메달을 바치고도 올림픽이 끝나면 갈 곳 없는 선수들. 그녀의 시선이 변함없이 낮은 곳을 바라본다는 점이 내내 듬직했다. 잘 눈에 띄지 않는 삶의 구석진 단층을 예리하게 잘라낸 후 자칫 싸구려 청승으로 하락할지도 모를 스토리 안에 삶의 짙은 페이소스를 감춰놓을 줄 아는, 임순례식 휴머니즘이 참으로 미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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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 SOS 신호를 보내왔는데도 특별히 해줄 것이 없었다. 졸음을 참아가며 이야기를 들어주기 시작했는데 듣다보니 내 하소연까지 범벅이 되어 상담자와 내담자의 경계는 점차 무너졌다. 나는 지나온 시간에 대해 쓸쓸히 안도했고 상대는 대개 그렇듯 털어놓았다는 데에 다소 홀가분함을 느끼는 듯 했다. 내가 대신 살아줄 수 없는 이상, 그저 잠시잠깐의 위안밖에 되지 못함을 알기에 무기력함으로 찝찝했지만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나중에 세월 지나고 나이 먹어보면 아무 것도 아닌 게 된다는 말을 하면서, 과거에 내가 가장 별루라고 생각했던 충고를 나 스스로 번복하고 있다는 사실에 조금 허무했다. 아무리 그게 맞는 말일지라도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이란 말처럼 알쏭달쏭 회색분자스러운 조언이 어디 있을까. 때로는 얄짤없는 정답보다 배려하는 오답이 나을 때도 있다. 역지사지(易地思之)는 얼마나 인간적인 고사성어인가. 내가 누군가를 생각함으로써 나의 애정 어린 활기가 상대방을 향해 오롯이 옮겨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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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읽고 논문을 써야 하는 작가보다 다른 작가들이 더 좋아서 조금 우울하다. 겨울이 되면 이상하게 일본 소설을 읽고 싶어진다. 어디선가 흐벅지게 눈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읽고 생각해야 할 미국 작가는 따로 있는데, 그는 너무 말이 많고 무더워서 읽다가 중지 곧 하곤 한다. 아니 읽느니만 못하게도. 독서에 있어서도 이열치열, 이한치한을 고수하는 걸까. 자꾸 이러시면 안 되는데. 지독하다 싶을 만큼 차분한 집중력을 갖고 내면을 응시하는 다자이 오사무나 나쓰메 소세키 같은 작가들의 읊조림이 좋아서, 읽었던 책을 또 읽기도 하고 서점에 들러서도 '사양'이나 '마음' 근처에서 기웃대곤 한다. '도련님'의 표지가 하도 다양해서 오늘은 각기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도련님들을 비교해 보기도 했다는. 그러고보니 나는 좋지 않은 기후의 나라, 그 나라의 기분 좋지 않은 작가들을 선호하는 것 같기도 하다.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 그 나라의 시트콤 주연스러운 인간이면서. 일전에 S양이 문득 "언니가 단순해 보이는 건 언니의 가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떨 때 보면 진짜 단순한 것 같기두 해서 정말로 헷갈려."라는 말을 해서 나를 놀래킨 적이 있었다. 그 다음에 이어지는 나의 말이, "그래서 지금 내가 좋다는 거야, 싫다는 거야? 그것만 말해." 였기 때문에 언니는 진짜 단순한 게 맞다는 결론이 났지만 어린이의 눈은 솔직하고 적확하기에 혼자 속으로 뜨끔했었다. 어딘가 삐그덕거리는 정체성에 의문을 갖고 의심을 품는 행위도 분주한 생활 속에 매몰되어 버리면 그만이지만 책을 읽는 인간, 고로 사색 또는 사념이 관성화된 인간은 끝내 벗어날 수 없는 것 같다. 나는 누구인가, 라는 결론 많고, 정답 없는 물음으로부터. 내면 지향적이라는 면에서는 매우 독보적인 위치의 일본 고전에 내가 이끌려 다니는 까닭도 눈의 냄새가 아니라, 내 마음을 향한 눈의 낌새를 맡아버렸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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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01-20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우생순은 이번 주에 저도 볼 예정, 히히 완전 기대중, 리뷰는 혹시 스포일러가 있을까봐 슬~ 넘겼어요 ㅋㅋ
2. 상담자와 내담자의 경계가 무너지는 게, 자연스럽지 않을까 싶어요- 내담자도 상담자가 시종 상담자의 자세였다면 위로가 덜 됐을 것 같아요
3. S양은 정말 보통이 아니네요, 저도 뜨끔! 했습니다. 뒤의 깐따삐야님 응수까지, 완전 나스러워 ㅋㅋㅋ 저도 제가 단순한건지 안단순한건지 헷갈립니다 ㅋㅋ

깐따삐야 2008-01-20 22:47   좋아요 0 | URL
1.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해요. 제가 보기에 진짜 선수스러웠던 사람은 문소리 하나였다는.^^
2. 그렇다면 다행인데. 뭐가 뭔지. -_-
3. 우리의 S옹주는 나이에 비해 무척 조숙하셔서 어떨 땐 안타까워요. 늘 무시만 당하는 나도 안타깝군아. ㅋㅋ

Mephistopheles 2008-01-20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복길이 김지영씨는 유부녀가 된후 그 미모가 더 빛이 나는 듯 합니다.^^
2.가끔 친한 친구나 후배가 술자리를 빌려 하소연을 하면 누군가와 말을 하는 것보다 듣는 것이 더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되버리죠..
3.애들의 눈이 가장 예리하고 직설적이며, 솔직해요. 붉은 핏줄하나 생기지 않는 상아빛 같은 흰자와 똘망똘망한 검은자로 이루어진 그들 눈과 마주서면 살짝 겁이 나곤 합니다.^^

깐따삐야 2008-01-20 22:52   좋아요 0 | URL
1. 확실히 그래요. 더 예뻐졌고 더 깊어졌고. 반면에 남편 되시는 분은 대조영에서 넘흐 눈만 부릅뜨셔서 좀 별루였는데. ㅋㅋ
2.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죠. 잘 들어주다 몇 마디 놓치면 첨부터 아예 안 들어준 것만도 못하게 되버릴 때도 있어요. -_-
3. 아! 완벽한 비유에요. 포도알처럼 까맣고 깨끗한 눈동자를 마주하고 있다보면, 저의 인성을 돌아보는 동시에 간의 상태에 대해서도 숙고하게 됩니당. ㅋㅋ

라로 2008-01-20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우생순 보셨군요~.ㅎㅎ
"임순례 감독은 관객 이전에 배우부터 감동시킬 줄 아는 탁월한 감독이란 느낌."--->넘 멋진 리뷰에요!!!

2. 전 요즘 그런 말을 해오는 사람도 없어요~.에효

3. 전 늘 생각하지만 제 딸이 님의 S옹주 반만해도,,,에효

깐따삐야 2008-01-20 23:54   좋아요 0 | URL
1. 나비님 뽐뿌질에 얼른 봤지요. 전 '와이키키 브라더스'가 아주 좋아서 임순례 감독한테 기대를 많이 했더랬어요.^^
2. 저두 제 앞가림 하기도 버거운 사람이라 별로 보탬도 못 되고 그래요. 나비님은 아이들 챙기는 것만 해도 무척 바쁘실 것 같아요.
3. 아이는 그냥 아이답게 철없이 응석도 부리고 적당히 유치하고 그런 게 더 좋은 것 같아요. 저처럼 나이 먹어서까지 그럼 못 쓰지만요. -_-

순오기 2008-01-21 0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우생순, 내일이나 봐야할 듯해요.
2.난 말이 많은 사람이라 들어주는 것 힘들어요. 그래도 전화로는 잘 들어줘요.ㅋ~~~
3.우리집은 애들이 더 어른스럽고 내가 더 애들스러운게 좀 문제예요.ㅠㅠ
*님의 인간스러운 낌새에 추천 날려요.^^ 인간스러움 넘흐 좋아욧!

깐따삐야 2008-01-21 18:59   좋아요 0 | URL
1. 재밌게 보셨나요?
2. 어? 순오기님은 얘기 잘 들어주실 것 같은데. 저는 저한테 웃겨 보라고 하는 사람이 정말 싫어요. -_-
3. 요즘 애들이 좀 그런가 봐요. 추천 감사합니당.^^

치니 2008-01-21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우생순, 김정은과 김지영이 못내 싫고, 여자들간의 우정이라는 것도 안 땡기는데, 임순례 감독만은 물르기 싫고... 쩝.

깐따삐야 2008-01-21 19:02   좋아요 0 | URL
와이키키 브라더스에 비하면 요래조래 양념을 더 친 것 같아서 살짝 실망한 부분도 있긴 한데, 그래두 재밌게 봤고 배우들 연기도 좋았어요.^^

웽스북스 2008-01-22 0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봤지롱요~ ㅎㅎ 울고 웃는 것들에 대한 호흡을 아는 감독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매순간 짠해지던... 물론 양념은 좀 친 것 같긴 하더라고요 ^^ 대중감독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이었을까나? ㅎㅎ

깐따삐야 2008-01-22 08:48   좋아요 0 | URL
울고 웃는 것들에 대한 호흡을 아는 감독! 완전 공감해요.
와이키키 브라더스 시절보다는 눈치가 좀 늘었다고 해야 하나. 그랬어요.^^

미미달 2008-01-22 0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두 우생순 보고파요 ㅠㅠ
어린왕자는 예매해두고 일이 생겨서 못 가버린 .....

깐따삐야 2008-01-22 08:52   좋아요 0 | URL
보세요. 재밌어요.^^
미미달님 탁재훈 좋아하나 부다. ㅋㅋ

2008-01-22 05: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22 0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김혜리 기자의 영화야 미안해
김혜리 지음 / 강 / 2007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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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보다 평론을, 영화보다 영화평을 더 즐기는 내게 김혜리의 책은 조금씩 아껴 먹어야 할 희귀한 쿠키 같았다. 금방 질리는 단맛이 아니다. 귀찮은 부스러기도 없다. 왼쪽 서랍 속에 넣어두고는 두 개씩만 꺼내서 묽게 탄 커피 한잔과 함께 먹고픈 담백한 쿠키. 책 속에서 그녀가 소개하고 있는 영화의 1/3이나 다 보았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혜리의 글을 읽고 보려던 영화를 취소한 적도 있었다는 작가 윤성희의 말처럼 이것으로 충분한 느낌. 건조한 해석에 그치는 따분한 평론이 아니었다. 글쓰기의 재능과 철저한 조탁 과정이 조화를 이룬, 그녀만의 스타일로 재창조한 근사한 에세이였다. 이동진의 글이 하얀색 쵸콜릿이라면 김혜리의 글은 다갈색 쿠키다. 고소하면서도 매우 성실한 맛. 

 '비포 선라이즈'의 시간은 바닥 없는 잔에 찰랑이는 와인과 같았으나 '비포 선셋'의 시간은 일초 일초 우리의 심장 위를 저벅저벅 지나간다. 줄리 델피와 에단 호크의 연기는 연기 같지도 않아서 어디선가 연기상을 준다면 모욕으로 느껴질 정도다. 5분이 넘는 롱테이크와 잦은 오버랩을 감당하는 대사의 완벽한 구현은 기교를 떠난 집중력과 신뢰의 산물이다. -p.123 이건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잖아. 남의 글을 읽으며 무릎을 치며 환희를 느끼는 순간이 많지 않다. 시간의 풍화작용과 함께 사그라드는 영상과, 잦은 리뷰청탁을 감당하는 평론의 완벽한 구현은 기교를 떠난 그녀의 집중력과 신뢰의 산물이리라.

 '디 아워스'는 과거와 현재이면서 동시에 미래일 수 있는 시간을 질투하는 영화다. 그리고 질투를 통해 삶에 대한 사랑을 고백한다. 그것은 아주 깊이 가라앉아 기도와 비슷해진 사랑이다. 자기를 버리고 눈을 감아 빛을 버리고 좁은 우물의 바닥 같은 평화를 대가로 얻는. -p.196 '버지니아 울프'의 니콜 키드만, '로라'의 줄리언 무어, '클래리사'의 메릴 스트립은 제각기 뭔가에 사로잡히거나 호소하려는 듯한 독특한 눈빛으로 나를 매혹시켰다. 사실 나는 이 영화에서 '여성' 또는 '인생'이라는 두리뭉실한 거대 화두 밖에 캐취하지 못했는데 그녀는 세 여인에게서 구도자의 사랑을 봄으로써 영화를 한 단계 더 승화된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사색의 표정이 고인 여윈 얼굴로 조용히 움직이는 그는 여성의 존경심과 모성애를 동시에 자극했다. ... '애수'의 로버트 테일러는 결코 여자를 울리거나 배신하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온화한 미남자의 이미지를 스크린 안팎에서 체현하면서 1930, 40년대 여성 스타들이 선호하는 '무난한' 상대역으로 상종가를 누렸다. -p.247 게리 쿠퍼와 로버트 테일러에 대한 그녀의 평이다. 헐리웃 꽃미남 스타들의 계보와 변천사를 읊으며 우리가 디카프리오 때문에 '타이타닉'을 두 번 보거나 장동건에게 반해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봤다고 말하는 것이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님을 옹호해주는 멋진 그녀. 우리 엄마가 찰슨 브론슨의 시니컬한 콧수염에 여태 열광하는 것도 영화의 가장 마술적인 모멘트에 동참하는 것이라며 이해해주는 미더운 그녀. 아! 용솟음치는 무한공감이여.

 리버 피닉스의 생애는 패딩턴의 북극 탐험기에 나오는 아이로니컬한 이야기를 상기시킨다. 이글루 안에 갇힌 한 남자가 내쉬는 숨마다 입김이 얼어붙어 결국 점점 다가든 벽에 갇혀 죽었다는 일화. ... 리버 피닉스는 그저 못다 핀 배우였고 착하고 총명했으나 치명적인 실수를 피하지 못한 젊은이였을 뿐이다. -p.332 '아이다호'의 아름다운 청년, 리버 피닉스를 향한 연민 어린 따듯한 시선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가 변덕스런 반항아에 마약중독자였다는 사실은 '배우'라는 타이틀에 비추었을 때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각고의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배우가 있는가 하면 타고난 아우라로 관객을 사로잡는 배우가 있다. 리버 피닉스는 누구와도 비견될 수 없는 청순한 아우라에, 안타까운 요절이 플러스 됨으로써 못다 핀 청춘으로 영원히 신화화 되었다. 가장 아름다운 나이에서 침묵해 버린 그는, 삶의 전후로 경쟁자가 전무한 배우다. 김혜리가 리버 피닉스를 놓치지 않았다는 점이 반가웠다.

 이밖에도 도무지 미워할 수 없는 휴 그랜트의 매력을 '게으름뱅이', '세속적 이기주의자', '회의주의자', '네추럴형의 유혹자'라는 네 가지 카테고리로 구분하여 설명하는 페이지도 흥미로웠고 샤를리즈 테론과 제레미 아이언스의 숨은 가치에 대해 짚어주는 대목도 관심있게 읽었다. 이 책에 소개되고 있는 배우들이나 감독들을 모두 다 아는 것은 아니지만, 앞서 말했듯 그녀의 글은 그 자체로 재미있고 성실해서 이름들의 낯설음을 무마하고도 남더라는. '영화야 미안해'라는 책 제목처럼 친절하고도 겸손한 글이다. 편견 없이 마음을 열고 활자를 따라가다 보면, 날카로운 예지의 향을 품고 있는 따끈한 쿠키 같은 리뷰를 만날 수 있다. 바삭바삭 음미하며 한번 더 읽어보고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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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18 2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18 2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웽스북스 2008-01-18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혜리의 글을 많이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읽을 때마다 참 많이 공감했던 것 같아요- 밀양 리뷰도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이 책도 읽어보고 싶었는데 깐따삐야님 덕에 맛을 봤네요 흐흐

깐따삐야 2008-01-19 00:00   좋아요 0 | URL
아무래두 영화의 전체적인 실루엣을 잡아가는 건 이동진이 더 탁월한 것 같은데 반짝이는 직관이나 성실한 글쓰기 면에서는 김혜리가 좀더 나은 것도 같아요. 남녀의 차이일까요? ^^;
재미도 있고 예상 외의 정보도 많은 좋은 책이었어요.

웽스북스 2008-01-19 00:31   좋아요 0 | URL
어, 어, 나 계속 알라딘 들어왔었어요 ㅋㅋㅋ 덧글 달 마음의 여유가 없었나? 흠흠 ㅋㅋㅋ

라로 2008-01-19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책 다음달에 주문하려고 찜했는데~.
다들 넘 좋다고 해서,,,역쉬~.^^

깐따삐야 2008-01-19 01:29   좋아요 0 | URL
이동진&김혜리의 메신저 토크라는 걸 종종 재미있게 읽었거든요.
그때 이름을 알게 됐는데 이 책 읽으면서 제가 못 보고 지나쳤거나, 미처 생각도 못 했던 것을 짚어내는 데에 감탄했어요.^^

비로그인 2008-01-19 0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버 피닉스의 비유가 충격적이네요.
저는 마약하는 사람은 어떤 직업이건 용서하지 않는데 이 책을 읽어보고 싶게 하는군요.
거기가 제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사람들이 왜 좋아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휴그랜트에 대한 분류도 은근히 끌리는군요.
리뷰,잘 읽고 갑니다.
더불어 추천도...

깐따삐야 2008-01-20 22:29   좋아요 0 | URL
호흡하는 동시에 죽어가는 남자. 참으로 적확한 비유죠?
리버 피닉스는 마약중독자였고 휴 그랜트는 희대의 바람둥이라지만 저는 어쩐지 두 배우를 미워할 수가 없어요.
'아이다호'의 리버 피닉스는 너무 아름다웠고 '어바웃 어 보이'의 휴 그랜트는 너무 귀여웠어요.^^

비로그인 2008-01-19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 브리핑에 왼쪽 서랍 속의 쿠키라는 제목을 보고 또 들어왔어요.
오른쪽 서랍에는 뭐가 들었을까 궁금해서요.

깐따삐야 2008-01-20 22:30   좋아요 0 | URL
오른쪽 서랍엔 달콤하고 예쁘장한 손님용 쿠키가 들어있지 않을까요? ^^

순오기 2008-01-21 0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는 영화매니아들이 많아서 참 좋아요. 아마도 책읽기와 마찬가지로 정적인 취향과 어울려서 그럴까 생각되지만. 이 책과 이동진 책 보관함에 담아요. 구입은 2월에~ㅎㅎ

깐따삐야 2008-01-20 22:33   좋아요 0 | URL
근데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볼 때 몸은 가만히 있지만 머리하고 가슴은 아주 역동적으로 움직이잖아요! ^^

Mephistopheles 2008-01-20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읽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고 밖에는..^^

웽스북스 2008-01-20 21:52   좋아요 0 | URL
나두나두 여기 한표 ㅋㅋ
우리 깐따삐야님, 주말에 또 어디 놀러가신 거에요~~~
(어린아이처럼 깐따삐야님만 사라지면 보채는 웬디 ㅋㅋ)

Mephistopheles 2008-01-20 22:31   좋아요 0 | URL
사실 웬디양님이 없어져도 깐따삐야님이 보채긴 합니다.

깐따삐야 2008-01-20 22:35   좋아요 0 | URL
메피님- 이 책 재밌어서 후다닥 읽어버렸어요.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웬디양님- 이젠 웬디가 '왠지'처럼 일상어가 된 것 같아요. ㅋㅋ

프레이야 2008-01-20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론을 잘 읽지 않지만 읽어보고 싶은 책이에요.
님의 표현을 빌어, 겸손하고 고소한 쿠키 같은 글이에요.
마구 읽어보고파져요.^^
전 제레미 아이언스의 매력을 잊지 못해요. 특히 롤리타,에서..
그리고 '토탈이클립스'에서의 디카프리오를요.. 홍홍.. 그래도 되는거군요.
김혜리의 글에서 깐따님이 느낀 것처럼요.^^

깐따삐야 2008-01-20 22:41   좋아요 0 | URL
이동진의 글처럼 유려하진 않은데 좀더 촘촘한 매력이 있어서 좋았어요.
제레미 아이언스는 '데미지'란 영화에서 처음 보고 예사롭지 않은 배우라고 생각했어요.
오... '토탈 이클립스'에서 디카프리오는 너무도 완벽한 랭보였어요. 권총으로 손바닥에 구멍 내는 장면 등에선 조금 버거웠는데 그래도 다시 보고픈 영화 중 하나에요.^^

혜성 2008-01-27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전 이동진의 글보다 김혜리의 글을 좀 더 좋아해요.^^ 이번에 클로버필드 쓴 것 보니까 더욱...ㅋㅋ 특히 김혜리는 허진호감독에 대해선 우리나라 최고의 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행복> 리뷰는 어쩜 그리도... 그나저나 책 나온 줄 모르고 있었는데 감사해요^^

깐따삐야 2008-01-27 22:57   좋아요 0 | URL
김혜리의 글을 좋아하신다면 이 책도 재미있게 읽으시겠어요.^^
 

  나는 기억에도 정리벽이 있는 모양이다. 사람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사소한 것까지 일일이 다 기억한다. 어떻게 그렇게 잘 기억나는지는 모르겠다. 한 폭의 영상으로 떠오르면서 모든 대화들이 거의 정확히 활자화되고, 순간적으로 스치고 지나갔던 감정들까지 세세하게 떠오른다. 처음 본 사람인데 내게 소설을 써보라고, 모든 걸 기록해 두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남들에게도 그렇게 보이나봐. 하지만 내 기억력이란, 차별 또한 심한 탓에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기억나는 것만 기억하는 데다가 그 선별의 기준이나 근거조차 모호하다. 결국 이건 기억력이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니냐요.

 전모인님의 페이퍼를 읽으며 '친구'에 대해 잠깐 생각하다가 떠올린 사람들이 둘 있었다. 생생한 화면정지 속에서 지금의 나라면 아마 그들과 친구로 잘 지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 그러지 못했던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당시로 돌아가 그들과 나의 인격적 성숙도를 비교해 봤을 때, 많은 부분에 있어 문제는 나에게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사람에 대해 별다른 욕심도, 미련도 없어진 건 그만큼 인간관계에 대해 여유롭고 초연해져서라기보다는, 높은 기대치 앞에서 번번히 스스로를 아웃시켜버렸던 열패감 때문인 듯 싶다.

 나는 참으로 무모하게도 사람들 사이를 유영하며 영화에나 나올법한 '진짜 사랑'을 찾아 헤매었다. 완벽한 합일 상태에 이르기를 바랬던 것 같다. 욕심도 많으셔라. 거의 똑같은 질량과 부피의 애정으로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고 위해주는 행복감. 그것을 지향하고 찾아다녔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의심이 아니라 희망부터 걸었고, 결국 더 많이 좌절하는 쪽은 나였지만, 포기하느니 다시 상처 입는 쪽을 택했다. 용기는 아니었다. 본능이었다. 다정도 병인 나는 그 병 때문에 스스로를 힘겹게 만들고 늙게 했다.

 예전에 내가 아주 좋아했던, 마음으로 좋아했다고 인정하는 두 사람을 떠올려보면 그들 앞의 나는 지금처럼 시큰둥한 사람이 아니었다. 한 사람은 내 내면의 가치를 가장 먼저 알아봐주었다. 나는 눈을 떴다. 나 자신에 대해. 내 가치에 대해. 그가 잘못한 부분이 있었지만, 그건 우연이었다. 다른 한 사람은 말 그대로, 그냥 멋있는 사람이었다. 시를 잘 썼고 속이 깊었다. 다소 우울질에 변덕스러웠지만 진실을 함부로 뒤엎을 정도로 나약한 사람은 아니었다. 필요한 걸 취할 줄 알았고, 진실을 말할 때 모든 걸 까발리지 않고 우아하게 드러낼 줄 알았다. 장난스러웠지만 천박하지 않았고, 밉지 않은 말로 충고할 줄 알았다. 지금의 나였더라면 그와 정말로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간장 종지만도 못했던 좁디좁은 내 그릇은 그들과의 관계를 온전히 담아낼 수가 없었기에 제대로 관계가 무르익기도 전에, 그들을 놓아버리거나 밀어냈다. 그때 당시엔 좋으냐, 가 중요한 게 아니라 완벽하냐, 가 중요했다. 써글... 깐따삐야 같으니라구. 지금은 생각한다. 결국 좋은 것보다도, 완벽한 것보다도, 언제인가, 하는 타이밍이 참 중요한 거로구나.  

 친구 사귀는 게 머 대수냐, 인마. 넵, 대수였는데여. 여행 중, 버스를 기다리던 나에게 어느 일본 여자아이가 다가오더니 말을 걸었던 적이 있었다. 그녀는 내가 들고 있던 영문판 하루키 소설에 관심을 보이더니 더듬더듬 이어지는 서툰 영어로 자기는 내일 일본으로 돌아간다, 한국이란 나라에 관심이 많다, 친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동갑이었고, 깨나 모범생처럼 보였다. 먼저 말을 건 용기가 놀랍기도 하고, 거절하면 그녀가 민망해 할까봐서 나는 내 이멜 주소를 적어주었다. 돌아왔을 때, 약속처럼 그녀로부터 이멜 한 통이 도착해 있었지만 어... 진짜 보냈네, 요러고는 무심코 지나쳤다. 윤기 옹처럼 어차피 일본사람인데 머, 하는 까칠한 마음도 있었던 데다, 친구가 얼마나 대수인데 하는 높디높은 기대치가 있었던 것 같다. 그냥 우리 친구 할까요? 해서 친구 된다냐! 하는 그런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 똥고집. 그때 그녀에게 답멜 한통만 보냈더라면 곤니찌와, 곰방와, 이상의 일본어를 구사하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지.

 지금은 친구라는 타이틀이나, 어떻게 친구가 되느냐, 하는 그런 것에 가치를 두는 수고로움은 차치하고라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건 거의 기적이라는 생각을 한다. (벌써 겸손과 비굴의 경계 즈음에 와 있는 걸까.) 나를 좋아하는 사람을 내가 좋아하게 되는 것도 마찬가지란 생각. 그런데 왜 그 놀라운 기적을 외면하는가. 물론 가벼운 호감에서 출발하여 육중한 신뢰로 나아가기까지는, 서로간에 많은 노력과 배려가 필요하다. 자칫 핀트가 어긋나버리는 바람에 기적에서 출발해서 기저귀만도 못하게 되는 경우도 얼마나 많은가. 무한한 관심이나 진실한 애정만으로는 어렵다. 과거의 나는 그게 다인 줄로만 알아서 공연히 주변 사람 원망하며 멀쩡한 인간관계 긁어 부스럼 만들곤 했다. 하지만 이젠 다르게 생각한다. 관심과 진심을 갈무리 할 정도의 자제와 배려가 있을 때, 그 관계가 오래 유지되는 것 같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이래서 내가 카사블랑카의 거짓말쟁이, 험프리 보가트를 좋아하는 거라니깐.

 이쯤에서 산만한 정신세계 살펴본답시고 프로이드니 융 운운하지 말자. 뜨겁던 감정도 언젠간 식고 모든 것은 무심결에 지나버리면 그만이다. 결국 우정도, 사랑도 일순간 느낌이라기보단 의지 아니던가. 의지로써 가꿔나가고 키워나가는 약속. 대충 우정이려니, 사랑이려니 믿는 게 아니라 믿을만 하니깐 우정이고 사랑인 것이다. 이젠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밀고 나가기로 한다. 이 간단한 결론 하나 말하려고 위에서 저렇듯 횡설수설 했다니 이 모든 게 몹쓸 카페인 때문이다. 이렇듯 기적처럼 다정하게 조우했던 친구도 사소한 핀트 하나 어긋나면 기저귀가 되어버린다니깐. 커피가 이 말을 들었다고 생각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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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1-18 0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꼭 사시미로 손가락 피내서 술에 타서 서로 나눠먹어야 친구되나요..^^
그냥 스쳐지나가더라도 인연과 때가 맞으면 되는 것이 친구가 아닐까 싶네요.
(카페인에 니코틴까지 섭취하는 나는 어쩌라고..)

깐따삐야 2008-01-18 02:30   좋아요 0 | URL
맞는 말씀이에요. 부담스런 인간은 되지 말아야 할텐데 말이지요.^^
(과유불급!!)

Mephistopheles 2008-01-18 03:43   좋아요 0 | URL
그냥그냥 인간관계는 흐르는대로...앞서 생각하지말고 지닌것생각하지말고 그냥 유유자적 숭구리당당숭당당....(점점 꼬이는 중)

깐따삐야 2008-01-18 03:06   좋아요 0 | URL
맞는 말씀이에요. 유유자적! 과유불급! 오늘 예배 구호 멋지다. ㅋㅋ
근데 저는 김정렬 아저씨의 날씬한 다리가 넘흐 부러워요. 흐물흐물 개다리춤 덕분에 호리호리 하셨나...(또또 삼천포)

다락방 2008-01-18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칫 핀트가 어긋나버리는 바람에 기적에서 출발해서 기저귀만도 못하게 되는 경우도 얼마나 많은가.

저는 기저귀만도 못하게 되는 경우가 너무 싫어요, 정말이예요.
기적에서 출발하는건 바라지도 않아요.
그러니까 기저귀만도 못하게 되는 경우도 없었으면 좋겠어요.

깐따삐야님 짱!!

깐따삐야 2008-01-18 13:44   좋아요 0 | URL
점점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기적까진 바라지도 않으니 기저귀만도 못하게 되지만 말아라... 어쩐지 슬프다요. ㅡㅜ
절절한 진심과 잘 지내보려는 선한 의도만으론 확실히 부족하죠? 인간관계란.

칭구 하자니깐 짱 먹으라네!! ㅋㅋ

비로그인 2008-01-18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5년동안 친구라는 이름으로 지낸 사람이 있어요.
작년 겨울 문득 그 친구에게 순간적으로 고마워지더군요.
그랬는데 그 친구가 작년 크리스마스때 제게
"내 오랜 친구가 되어줘서 고마워."하고
문자를 보내왔어요.
서로 느낌이 통했지요.

깐따삐야 2008-01-18 13:47   좋아요 0 | URL
25년, 정말 위대한 세월이네요. 저도 지금 친구라는 이름으로 남아있는 사람들과 그만한 세월을 무탈하게 함께 할 수 있을지 자신없네요. 참 부럽습니다.^^
내 느낌이 그저 일방통행이 아니었다는 확신이 들 때처럼 기쁜 순간이 또 없죠!

레와 2008-01-18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주위에 친구가 많다고 자부했던 어린시절.
지금은 그 관계들 이어나가다 제풀에 지쳐 쓰러져지고 또 쓰러지고..
뿌려놓은 씨앗, 잘 갖꾸고 키워야 좋은 열매를 맺을것이나, 시간이란 녀석이 조금이라도 딴지를 걸라치면 잠깐동안의 생각이나 안부 인사 하기가 얼마나 피곤한 일이냐고.. 내가 이 피곤한 것을 왜 하냐고.. 투덜투덜.. 이 투정은 비단 나뿐만 아니라 그 씨앗들도 마찬가지였으니.. 한순간에 펑~하고 폭발해 버린 마음은 봉합불가. 원치않은 가지치기를 나도 모르게 하고 있더라는.

사람인연.
맺는것도 어렵고, 이어 나가는 건 더 어렵고, 끊어내는건 정말 못할 짓이고..

그래도 필요하다면 절묘한 타이밍에 과감히 실행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자칫 핀트가 어긋나버리는 바람에 기적에서 출발해서 기저귀만도 못하게 되는 경우도 얼마나 많은가.'
이 문구를 보자마자 생각나는 불과 몇일 전에 잘라내버렸던 그 아이.

다행스러운건 요 시간이란 녀석이 기특하게도 때가 되면 '지난일 쯤이야..' 하고 두리뭉실한 마음을 갖게 도와줄 꺼란거..

아.. 아침부터 사설이 길었습니다. (부끄..)

깐따삐야 2008-01-18 13:56   좋아요 0 | URL
내가 이 피곤한 것을 왜 하냐고... 에서 씁쓸하게 공감합니다. 일단 내 자신의 신상이 편안하고 여유롭고 나서야 다른 사람들이 시야에 들어오는 것 같아요. 이기적이라서 그렇다기보다는 그냥 그게 당연한 것 같아요.

내 인생에 그늘만 잔뜩 드리우는 사람은 과감히 가지치기도 해야 하겠죠. 뭉기적대다가 나중에 진절머리 치게 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근데 요게 차암 힘들어요. -_-

오랜만에 레와님의 긴 댓글을 읽으니 반갑고 좋습니다. 레와님의 솔직한 목소리가 청량하게 들려요.^^


라로 2008-01-18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저도 어제 전호인님의 글을 읽고
음악 올렸는데~.^^;;;찌찌뽕
근데 전 님처럼 정리가 안되어서 걍~.ㅎㅎㅎ
근데 "나를 좋아하는 사람을 내가 좋아하게 되는 것도 마찬가지란 생각"이시라면
우린 친구가 될 수 없는겨????(페이퍼 잘 읽어 놓고 딴소리하는 나)

깐따삐야 2008-01-18 13:59   좋아요 0 | URL
어므낫. 전호인님인줄 아셨어요? ㅋㅋ
페이퍼 잘 읽어놓고 왜 딴소리 하세요오.

라로 2008-01-18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참참
기저귀 우습게 보지 마세요~.
얼마전 얼렁 어디 갔다 올거라 생각하고
기저귀 안가져갔다가 넘 당혹했는데
기적같이 나타난 어떤 분이 기적같은 기저귀를 주셔서
기적처럼 위기를 모면했다지요,^^;;;
기저귀가 기적이라니까요!!!!

깐따삐야 2008-01-18 14:04   좋아요 0 | URL
하핫! 간만에 보는 재미난 언어유희여요!
나비님은 재치 100단, 발랄미씨세요.
가장 필요한 것을 가장 적절한 타이밍에 맞춰 제공하는 사람은 뒤통수에 어른어른 후광이 비치는 것 같아요.^^

Mephistopheles 2008-01-18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근데....제목에 점 하나를 찍으면 바로 "청구"가 되버린다는...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찍으면 도로 남이 되버리는~~)

깐따삐야 2008-01-18 14:06   좋아요 0 | URL
-_- 단식기도가 아니라 딴지기도 중이신 거 아녜요?
(도로남은 돌팔매와 함께 참 가슴 아픈 노래여요.)

비로그인 2008-01-18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계속해서 깐따님의 답장을 기다렸을 그 일본여성의 모습이 떠오르는군요,
한국처럼 그냥 '에이~ 연락 안하나부다' 하고 넘어가는 문화가 아니라서 말이죠.
한국인에게 실망하거나 혹은 너무 소심해서 상처받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드네요.

깐따님의 글을 읽으면서, 저도 과거의 '좋은 인연들이었지만 내가 쉽게 놓아버린'
사람들이 주르륵 기억의 필름을 타고 지나가더군요.(웃음)
'사람'이라는 그 어느 섬에도 정착할 생각이 없는 유랑인입니다,저는.
도대체 이유가 뭘까. =_=

깐따삐야 2008-01-18 14:13   좋아요 0 | URL
헉...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는데 엘신형님 얘길 듣고보니 무쟈게 잘못했다는 느낌이 드네요. 하여간 저는 실망 주고 상처 주는 데엔 국제적으루다가 일가견이 있다니깐요. -_-

추억의 슬라이드쇼를 보다보면 저 또한 문득문득 쓸쓸해지는데 시간을 되돌린다 해도 별 뾰족한 수는 없어 뵈기도 하구 그래요.
형님은 맑고 순수하셔서 그런 것 같아요. 삼십대라는 게 안 믿겨!

비로그인 2008-01-18 14:24   좋아요 0 | URL
어헙~ 이봐요,동상.
이제 겨우(!) 삼심대에 들었다구요.그것도 한국 나이로만! ㅡ.,ㅡ

깐따삐야 2008-01-18 14:29   좋아요 0 | URL
만으로 나이를 따지기 시작한다는 것 자체가 우울한 일이지요. =333
(저두 제 나이 끝에 붙은 '아홉'이라는 글자가 아주 밉상이에요.)

웽스북스 2008-01-18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깐따님! 난 괜히 '영광이에요' 라고 말하고 싶어요 ㅋㅋㅋ

깐따삐야 2008-01-18 23:49   좋아요 0 | URL
웬디양님은 사람을 부지런하게 대하는 성품이라 어딜 가도 환영 받고 귀염 받을 거에요. 난 그렇게 못하거든요. 멍- 하다가 세월이 흘러버려요. -_-
 

 전경린이 달라졌다. 최근 하나의 독서 트렌드로 자리잡은 일본소설을 흉내내고 있는 듯한 느낌. 에쿠니 가오리나 가와카미 히로미처럼 삶과 인간을 대하는 쿨한 포즈, 그 기저에 흐르는 따듯함을 캐취하고 있다.

 나도 쓰지 못해 안 썼던 게 아니라는 듯, 완벽하게 몰입하는 대신 살짝 거리를 두고는, 요즘 세대의 어법을 첨가함으로써 담백한 소설 한 편을 완성했다. 그러면서도 커다란 주제는 놓치지 않으리라는 의도. 힘을 빼는 대신 더 큰 욕심을 부린 작품이라는 생각. 전경린은 달라졌는데 작품은 그다지 새롭지가 않다.

 

 메리 셸리, 에밀리 브론테 등 영문학계 여류작가 7인과, 그들의 대표작들을 여성의 성장과 인생이라는 타이틀로 엮어 내놓은 책. 관심도 관심이지만, 논문도 곧 비평의 형식에 다름 아니라는 생각에 형식이나 내용을 참조할까 싶어 읽고 있는 책이다.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 같은 경우, 본 작품보다 비평을 먼저 읽게 되는 경우가 되어버려서 그 점이 좀 아쉬운데, 울프는 여전히 내겐 매력적이면서도 난해한 작가라서 이 책의 도움을 먼저 받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현대문짝'이라는 간판을 '현대문학'으로 착각했다는 실수담을 심상한 어투로 털어놓아 어김없이 나를 웃겨주시는 이윤기 할아버지. 우리나라 작가 할아버지들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멋쟁이 윤기 옹. 실제로 만나본 적이 없는데도 참 친근하고 재미있는 분.

 번역가로 더욱 유명하지만 나는 에세이스트로서의 윤기 옹을 더 좋아한다. 남자친구가 생기면 한번 데려가보고 싶은 작가를 꼽으라면, 완서 할머니와 함께 윤기 옹을 꼽겠다. 잘햐, 인마! 한 마디의 포스로 녀석을 꼼짝 못하게 하실 것 같다.

 

 '도련님'을 읽고나서 소세키를 향한 참을 수 없는 독서욕에 시달렸다. 윤기 옹의 책을 읽으며 쿡쿡대느라 아직 펼쳐보진 못한 상태다. 가오리든, 히토나리든, 바나나든, 읽고난 다음 스물스물 뇌리에서 사라져 버렸지만 다자이 오사무와 나쓰메 소세키만큼은 여전히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있다.

 소세키는 아무리 봐도 머리가 참 좋은 작가임에 틀림없다. 웃기는 '도련님'은 감춰둔 '마음'으로 나를 놀래키더니만 이젠 '그 후'의 이야기를 들려준댄다. 소설을 통해 희로애락을 자유자재로 매만지는, 그러면서도 작품 간 수준의 갭이 느껴지지 않는 정말 뛰어난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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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1-17 0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서 할머니와 윤기 옹. 저도 맘에 들어요.
저 산문은 제목이 참 뭔가 해탈한 사람이란 느낌이...^^

깐따삐야 2008-01-17 13:13   좋아요 0 | URL
고은 시인의 '그꽃'이라는 시의 한 구절을 제목으로 했다는군요.^^

그꽃
- 고은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꽃

비연 2008-01-17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소세키의 저 '그후'를 샀습니다, 얼마 전에.
아무래도 일본의 대표적인 작가라고 하니, 지금 나오는 작가들과는 뭔가 다른 점이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서였는데, 님의 글을 보니 잘 골랐다 싶으네요^^

깐따삐야 2008-01-18 01:46   좋아요 0 | URL
비연님, 오랜만이에요.^^
저도 아직 못 읽고 있어요. 다른 책을 읽느라. 실망시키지 않는 작가에요. 소세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