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린이 달라졌다. 최근 하나의 독서 트렌드로 자리잡은 일본소설을 흉내내고 있는 듯한 느낌. 에쿠니 가오리나 가와카미 히로미처럼 삶과 인간을 대하는 쿨한 포즈, 그 기저에 흐르는 따듯함을 캐취하고 있다.
나도 쓰지 못해 안 썼던 게 아니라는 듯, 완벽하게 몰입하는 대신 살짝 거리를 두고는, 요즘 세대의 어법을 첨가함으로써 담백한 소설 한 편을 완성했다. 그러면서도 커다란 주제는 놓치지 않으리라는 의도. 힘을 빼는 대신 더 큰 욕심을 부린 작품이라는 생각. 전경린은 달라졌는데 작품은 그다지 새롭지가 않다.
메리 셸리, 에밀리 브론테 등 영문학계 여류작가 7인과, 그들의 대표작들을 여성의 성장과 인생이라는 타이틀로 엮어 내놓은 책. 관심도 관심이지만, 논문도 곧 비평의 형식에 다름 아니라는 생각에 형식이나 내용을 참조할까 싶어 읽고 있는 책이다.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 같은 경우, 본 작품보다 비평을 먼저 읽게 되는 경우가 되어버려서 그 점이 좀 아쉬운데, 울프는 여전히 내겐 매력적이면서도 난해한 작가라서 이 책의 도움을 먼저 받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현대문짝'이라는 간판을 '현대문학'으로 착각했다는 실수담을 심상한 어투로 털어놓아 어김없이 나를 웃겨주시는 이윤기 할아버지. 우리나라 작가 할아버지들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멋쟁이 윤기 옹. 실제로 만나본 적이 없는데도 참 친근하고 재미있는 분.
번역가로 더욱 유명하지만 나는 에세이스트로서의 윤기 옹을 더 좋아한다. 남자친구가 생기면 한번 데려가보고 싶은 작가를 꼽으라면, 완서 할머니와 함께 윤기 옹을 꼽겠다. 잘햐, 인마! 한 마디의 포스로 녀석을 꼼짝 못하게 하실 것 같다.
'도련님'을 읽고나서 소세키를 향한 참을 수 없는 독서욕에 시달렸다. 윤기 옹의 책을 읽으며 쿡쿡대느라 아직 펼쳐보진 못한 상태다. 가오리든, 히토나리든, 바나나든, 읽고난 다음 스물스물 뇌리에서 사라져 버렸지만 다자이 오사무와 나쓰메 소세키만큼은 여전히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있다.
소세키는 아무리 봐도 머리가 참 좋은 작가임에 틀림없다. 웃기는 '도련님'은 감춰둔 '마음'으로 나를 놀래키더니만 이젠 '그 후'의 이야기를 들려준댄다. 소설을 통해 희로애락을 자유자재로 매만지는, 그러면서도 작품 간 수준의 갭이 느껴지지 않는 정말 뛰어난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