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마당에 빨래를 너는 할머니 곁에서 콩코물로 동글동글 뭉쳐준 주먹밥을 먹던 어린 날의 내가 보였다.  

  연탄불 위에서 탄내 섞여 보글거리던 고등어찜도 생각났다.   

 

  남편이 문득 내가 다녔던 학교와 고향 집터를 보고 싶다고 했다. 

  교문에 들어서자 시골 중학교의 아담한 교목이 정겹고 예쁘다며 감탄했다. 

  점심시간에 친구들과 배드민턴을 쳤던 공터를 가리키며 향수에 젖었다. 

   

  구세군 교회당을 지나, 저 언덕만 넘으면, 저 고개 하나 지나면, 그렇게 좁고 거친 시골길을 엉금거리며 달렸는데 포크레인이 둥근 산을 밀어내고 있었다.  

  대나무숲 아래, 밤나무숲을 바라보고 있던 우리집은 없었다.  

  이미 부모님과 오빠로부터 몇년 전에 들은 얘기다. 

  그런데도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을까.  

  하필이면 산과 터가 붉은 흙을 드러내며 깎여나가고 있는 정경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네비게이션 화면조차 부옇고 황망했다. 

  문명이 찾지 못하는 곳. 기계로 감지할 수 없는 그곳이 내가 자란 땅이다.

  집 뒤 숲에는 까치가 삼층으로 집을 짓고 집 앞 숲에는 밤나무와 밤버섯이 풍성했다.   

   

  아무 것도 보지 못하고 돌아오는 길, 나는 내내 말이 없었다. 

  남편은 장모님이 정말 대단하시다는 말만 거듭했다. 

 

  이제 고향엔 할머니도, 우리집도 없다.  

  날은 흐렸고 고향의 봄은 스산했다. 

  그럼에도 그때 그곳은 영원한 내 마음의 엘도라도.  

  변함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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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3 14: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06 1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03 14: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06 1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11-04-04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깐따삐야 2011-04-06 11:3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레와 2011-04-04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가 고인을 명복을 빕니다.

....

깐따삐야 2011-04-06 11:3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복직했다.  

  사흘 쯤 발바닥에 불이 날 지경이었다. 오늘은 졸업식이라 수업이 없다. 급식실에서 얼큰한 육계장 한 뚝배기 비우고 모처럼 나른하게 모니터 앞에 앉았다.    

  아침마다 눈물바람 찬바람 두루 맞고 출근을 한다. 아이 엄마는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마냥 죄인 같다. 정신 바짝 차리고 열심히 움직여도 부족하고 또 부족하다. 샤워기의 물방울 마사지가 축적된 피로를 흩뿌리는 유일한 호사다.      

  방금 목소리 좋은 어떤 남자가 주문한 전집을 배달해도 되겠느냐고 전화했다. 복직을 하루 앞두고 지른 영달이 그림책이다. 그림책을 펼치면 흘깃 쳐다보곤 내게 대롱대롱 매달리는 스파이더 베이비, 영달이. 복직 전에는 함께 감탄하며 재미있게 보곤 했는데 요즘은 신기한 그림들보다 친밀한 내 살이 더 그리운가 보다.   

  모든 것은 지나가기 마련이고 내 인생의 이 한 마디도 건강히 흘러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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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1-02-10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직 만세! 만세! 만세!

깐따삐야 2011-02-12 10:06   좋아요 0 | URL
남편도 은근 만세 부르고 있겠죠? -_-a

다락방 2011-02-10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영달이가 눈에 밟혀서 어떻게 일하고 있나요, 깐따삐야님. 영달이는 또 엄마를 얼마나 그리워하고 있을까요. 아 정말 일해야 먹고 사는건 알지만 그래도 이럴땐 너무 야속해요. 뭔지모를 것들이 막 야속하고 안타깝고 그래요.

깐따삐야 2011-02-12 10:10   좋아요 0 | URL
눈 딱 감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다가도 내가 왜? 이러다가는 더 나중을 바라보면서 그냥 체념합니다. 아이가 가장 중요하지만 직업을 놓지 말라는 주변 충고도 일리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럴수록 제가 더 힘을 내서 주변에 폐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에너지가 바닥을 드러낼 땐 심신이 막 쑤시네요. 하여간 만만한 게 하나도 없어요.ㅠ

헤라 2011-02-10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직 추카드려요!! 저두 10년 놀다가 지금 일한다고 사무실에 나와있어요ㅠㅠ
다시 사회초년생이 된 기분입니다....얼떨떨하고 걱정도 되고 빨리 집에 가고싶어요ㅠㅠ
님말씀처럼 모든것은 지나가기 마련이니 매순간에 충실할밖에 답이없네요..ㅎㅎ
~~모두모두 화이팅!!!입니다요~~

깐따삐야 2011-02-12 10:12   좋아요 0 | URL
저도 첫 발령받았을 때처럼 온종일 어리버리합니다. 많은 걸 잊었고 많은 걸 새로 배워야 하더라구요. 더 힘들어도 괜찮으니 아이가 잘 크고 이 시기가 무탈하게 지나가면 좋겠어요. 헤라님도 화이팅이요! ^^

하늘바람 2011-02-10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직 축하드려요 피곤하시겠어요 화이팅입니다

깐따삐야 2011-02-12 10:13   좋아요 0 | URL
저보단 하루 종일 아이 봐주시는 엄마가 더 피곤하시답니다.ㅠ 하늘바람님도 화이팅 하셔요.^^

글샘 2011-02-10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직이 축하드릴 일인지... ㅋㅋ
맞아요. 오랜만에 학교가서 학기초에 뺑뺑이를 치면 정말 발바닥에 불이 날 것 같단 생각이 들죠. 저는 요 며칠... 술에 쩔어서 살고 있습니다. 하루에 회의를 한 열 번은 참석하는 거 같애요. ㅎㅎ 빌어먹을 2월이 빨리 가야죠. 그러면 숨막히는 3월이 기다립니다. ㅎㅎㅎ

깐따삐야 2011-02-12 10:19   좋아요 0 | URL
밤에 자려고 누웠는데 발바닥이 활활 타는 것 같아서 잠을 못자겠더라구요.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풀가동이니 어쩔 수 없죠.
글샘님은 술도 좀 줄이시고 건강 유의하셔야겠는데요. 요즘 부쩍 편찮으신 동료 선생님들이 많더라구요. 새학기도 건강하게 보내야죠.^^

hnine 2011-02-11 0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마다 눈물 바람, 찬바람'...... ㅠㅠ

깐따삐야 2011-02-12 10:25   좋아요 0 | URL
아침에 빠빠이를 하면 빠빠이는 안 하고 막 따라오려고 팔을 뻗어서 안쓰러워요.ㅠㅠㅠㅠ

L.SHIN 2011-02-13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깐따님.
복직하셨군요.^^ 건강 관리 유념하시면서 즐겁게 일하시길 바랍니다.
감기 조심하시구요.

깐따삐야 2011-02-18 15:15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엄마는 무조건 건강해야죠!
오늘은 날씨가 따듯하네요. 엘신님도 건강 잘 챙기시구요.^^
 

  추위가 정말 오래 간다. 삼한사온도 옛말인가 보다.  

  얼음이 채 녹지 않은 정오 무렵 둘째를 임신한 K가 놀러왔다. 7개월인데 직접 운전을 하고 온다길래 노심초사 했는데 잘 찾아왔고 건강해 보였다.  

  미리 데워놓은 육수에 만두와 떡을 넣고 보글보글 끓여서 함께 점심을 먹었다. 상에 올린 반찬이 배추김치와 물김치 뿐이었는데 K는 참 맛있게도 먹었다. 영달이를 가졌던 이맘때를 돌아보니 입덧도 멎고 이것저것 잘 먹던 시기였던 것 같다.  

  밥을 먹고 나서 찬찬히 안색을 살피니 분명 근심이 있다. 정신 멀쩡한 사람치고 걱정거리 한두 가지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 그래도 아기 가진 사람인데 싶어 마음이 안 좋았다. 

  사람 속은 다 똑같은데 언제까지 너그러운 시늉 하며 살 수는 없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너는 그럴만한 능력이 되니까, 정작 말은 이렇게 나왔다. 어느만치 맞는 얘기지만 사람의 능력도 한계가 있는 법. 더욱이 둘째를 낳으면 고달파질텐데. 나는 별로 위로가 되지 못했다.  

  밥 할 때 섞어 먹으라고 발아현미를 한 봉지 들려보내고 나서야 만두 빚은 것도 좀 보낼 걸, 물김치라도 싸줄 걸, 뒤늦게 동동거렸다. 통화할 때만 해도 K는 아들, 딸을 연이어 낳게 된 행복한 어미의 목소리였다. 그 느낌 그대로를 기대했는데 얼굴에 어린 그늘이 뜻밖이어서 나도 허둥지둥 어쩔 줄 몰랐던 것 같다.   

  오래 전부터 내게는 늘 언니 같은 친구였기에 그런 구도에 익숙해져 시의적절한 위안은 커녕 상념만 더해서 보낸 것은 아닌가 싶다. 있을 때 잘하면 되는데 꼭 보내고 나서야 목구멍의 가시를 손가락으로 후벼파는 사람처럼 끙끙댄다.  

  봄에는 뭐가 맛있나. 전에 봄동을 넣고 끓인 추어탕이 참 맛있었는데 엄마한테 솜씨를 좀 빌려볼까. 미나리와 양배추를 넣은 상큼한 물김치도 입맛 당기는 데엔 그만일 것 같기도. 예정일은 5월이란다. 파릇파릇 클로버가 무성한 봄날의 토끼띠 아이. 상상만 해도 예쁘다. 순산을 기원하며 아이를 만나기 전 맛난 것이라도 준비해서 K를 한번 더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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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1-01-25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친구 목소리 들어봐야겠어요. ^^

깐따삐야 2011-01-26 09:29   좋아요 0 | URL
네. 마음 먹었을 때 전화하셔요.^^

무스탕 2011-01-25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분 입장에서는 보고싶을때 찾아가 만날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큰 위로가 됐을거에요.
친구란 그런거잖아요. 뭘 나눠서도 줘서도 받아서도 좋지만 그저 옆에 있는것 만으로도 넉넉해지는 그런 느낌요 :)

깐따삐야 2011-01-26 09:34   좋아요 0 | URL
배는 불러오고 눈빛엔 근심이 있고. 그 모습이 계속 어른거려요. 아주 즐거웠던 청춘의 한철을 함께 보낸 친구인데 그 시절을 떠올리며 쓸쓸해 하던 모습에 마음이 짠했어요.
무스탕님 말씀처럼 언제고 저를 떠올리며 편하게 찾아오고 밥 먹고 가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영달이가 잠들면 마음대로 TV를 볼 수 없어 DMB를 애용하곤 하는데 지난 금요일 밤 어떤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오랜만에 신승훈이 나와 반가웠고 앗, 이은미도 보이네. 국내와 해외 각지에서 모인 도전자들은 우리 노래에 대한 관심과 열정에 비해 비교적 평범. 지루해하던 찰나 국민할매 김태원이 졸음을 확 떨궈내 주신다. 

  한때 우울증을 앓으며 힘든 시절을 보냈다는 도전자가 소위 우는 창법으로 노래를 불렀다. 자신만의 독특함이 없다는 신승훈의 지적처럼 그간 SG워너비나 씨야 등으로부터 고막이 닳도록 들어온 목소리잖아 했는데 김태원이 이런 말을 한다. 슬픈 노래를 슬프게 부르면 덜 슬프다. 슬픈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리지 말고 승리와 비장함이 담긴 영화를 보고 희열의 눈물을 흘리는 습관을 갖기 바란다. 이만큼 들어도 참 쩐다고 생각했는데 우울증에 관한 개인적 소견을 밝힘으로써 제대로 쩔어 주신다. 

  "우울증은 기다림을 망각한 병입니다."  

  그는 본인도 한때 우울증을 겪었다고 고백하며 사람은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평소처럼 새카만 썬글라스를 끼고 있었지만 나는 도전자가 김태원의 눈빛을 분명히 읽었고 무척 감동했을 거라고 믿는다. 하나에 완전히 미치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해 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 명언은 쉽게 인용되곤 하지만 처음 그 말을 했던 사람은 그 한 줄의 정의에 다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과 고통과 고독의 세월을 보냈을 것인가.   

  주저없이 무릎을 꿇고 싶었는데 또 다른 명언으로 희망을 주신다. '네버엔딩 스토리'를 잘 부를 수 있는 방법. 이승철의 노래를 잘 따라 부르기란 어렵다. 소녀시대처럼 완전히 다른 스타일로 부른다면 모를까. 그럼에도 노랫말과 멜로디가 아름다워 제대로 한번 불러보고픈 소망이 있는데 의외로 방법은 간단하다.  

  "두 키를 낮춰 부르세요."      

  웃음이 터지고 만다. 남들은 살아가는 동안 한번 겪을까 말까 한 별별 우여곡절을 다 겪은 김태원의 아내를 떠올리며 참 위대한 여인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는데 이만큼 근사한 남자를 사랑하는데 어찌 안 위대해질 수 있나 싶기도. 그날 밤, 우리 영달이가 나만큼 귀가 얇으면 남자의 그럴듯한 한 마디에 훅 가겠구나 우려하며 마지막 콘서트를 흥얼거리다 잠이 들었다. 내 죽기 전에 부활 콘서트에 꼭 가서 김태원이 기타 치는 모습을 기어이 보고야 말리라 다짐. 더불어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는 그의 말을 곱씹고 또 곱씹었다.   

  박진영이나 김태원, 심형래 등 한 가지에 미쳐 살아가는 동시대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그들의 입에서 출발한 말들은 모두 어록감인데 보고 있는 나는 당최 할 말이 없다. 제대로 미친 이 앞에서 나의 내면은 그저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일 뿐. 다 버리고 한 가지만 남는다면, 그것에 완벽히 미치고 싶다면, 그것이 내겐 무엇일까. 마냥 영달이만 떠오르는데 머잖아 영달이가 부담스러워할 것 같아 슬프다. 결국 나 같은 사람은 쪼금쪼금씩 요기조기 애정과 에너지를 분배하며 복닥거리는 삶을 살 수 밖에 없는가 보다. 가끔 미친 이들의 쩌는 한 마디에 입이나 떡떡 벌려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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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01-17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왜 두 키를 낮춰 부르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않았을까요? 저는 김태원에 대한 어떤 감정도 가지고있질 않은데 두 키를 낮춰 부르세요, 는 명언이네요, 정말. 우울증에 대한 것보다 이 말이 더 멋져요.

마지막에 쓰신 것처럼, 완벽히 미쳐야 할 대상이 '사람'인 것은 상대도 나에게 완벽하게 미치지 않는한-그럴일은 좀처럼 없죠- 그다지 좋은 대상은 못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반드시 미쳐야만 하는건 아닌 것 같으니 지금처럼 그냥 요기조기 애정을 분배하며 살아봅시다, 깐따삐야님.

깐따삐야 2011-01-17 15:10   좋아요 0 | URL
정말 멋있죠? 좋아하는 뮤지션에 떡하니 U2를 써놓고는 기타 매고 소심하게 서 있는 청년에게 김태원이 또 한 마디 날립니다. "U2는 연주할 때 다리를 모으지 않습니다." 이 대목에서 다시 한번 쓰러졌어요. 날카롭지만 차갑지 않기란 쉽지 않은데 김태원이 그래요.

제발 나에게 미쳐달래서 미쳐드렸더니 미친 거 아니냐는 말만 돌아오는 게 인간사이죠. 다락방님 지적처럼 그다지 좋은 대상이 못 되요. 지금처럼 사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위안하며 부활 콘서트와 심형래 감독의 신작 영화를 기다려 볼랍니다.^^

레와 2011-01-17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케이블에서 하던 방송을 지상파에서 따라한다고 처음엔 거들떠 보지도 않았고, 솔직히 언제 방송되는지도 몰랐어요. 그런데 지지난주 처음 보고 우리 교주님(이은미님의 오랜 팬입니다.ㅋ)의 촌철살인 평과 김태원 아저씨의 또 다른 모습을 보곤 챙겨봐야겠구나 생각했지요.
어째건 시작은 구리지만, 패널들의 평과 어린 참가자들의 열정은 후아.. 말 문이 막히더군요.
난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맨날 잃어버렸다는 꿈은 대체 있긴 있었나 자문하게 되구요.

TV보면서 흑흑 우는일이 많아지는 요즘입니다. ^^;

깐따삐야 2011-01-18 09:48   좋아요 0 | URL
저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보기 시작했는데 김태원 때문에 끝까지 봤어요. 레와님은 이은미의 팬이셨군요. 콘서트에 가서 그 목소리를 직접 들으면 소름이 확 돋겠죠?
분위기 산만하고 참가자들의 실력도 뒤죽박죽이지만 아주 건질 것이 없는 프로그램은 아닌 것 같아요. 레와님처럼 저도 대체 나는 뭣인가, 뭘 하고 있는 것인가, 자문하게 되었어요. 돌아오는 대답은 항상 그렇듯 영달이한테나 신경 써! ^^

저도 요즘 제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ㅠ

Mephistopheles 2011-01-17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락커로써 김태원은....난 70살까지만 살고 싶어...라고 하더군요...^^

깐따삐야 2011-01-18 09:50   좋아요 0 | URL
골골 백살 간다고 어쩐지 더 오래 살 것 같아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나이 들수록 더 멋진 곡을 만들고 더 멋진 말을 하지 않을까요? ^^

무해한모리군 2011-01-17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하 저도 그 부분에서 빵 터졌어요.
멋져요. 자신의 분야에서 거칠것 없이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깐따삐야 2011-01-18 09:53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도 보셨군요.^^
거칠 것 없이 말하고 다른 사람들이 그 한 마디에 꿈쩍 못하게 만들려면 얼마나 갈고 닦고 후비고 파면서 스스로와 싸워야 할까요. 한 가지에 홀려서 완벽히 미친다는 것. 상상 이상의 일이겠죠?

웽스북스 2011-01-18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지네요 정말. 여긴 심사위원들이 짱이네. ㅎㅎ

깐따삐야 2011-01-18 09:55   좋아요 0 | URL
와! 소리가 나오는 도전자는 아직 못 본 것 같은데 심사위원인 김태원의 한 마디에 와! 소리가 나와버렸어요. ㅎㅎ 도전자는 노래를 부르는데 김태원은 도전자의 인생을 듣고 있더라구요. 신들렸다고 밖에는 표현이 안 되요.

무스탕 2011-01-18 11:08   좋아요 0 | URL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는건 아는데 본적은 없었어요.
그런데 김태원에 대한 깐따삐야님의 시선이 제겐 더 매력적이네요.
'도전자의 인생을 듣고 있다'
김태원은 확실히 난사람이군요 ^^

깐따삐야 2011-01-19 11:57   좋아요 0 | URL
이승철이 워낙 유명하지만 아름다운 이승철의 노래들이 김태원에게서 나왔더라구요. 예전에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이후부터 눈여겨 보았더랬어요. 그때 했던 말들도 너무 멋졌거든요. 그는 진정 뮤지션이고 확실히 난사람이죠.^^

헤라 2011-01-18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모르게 <네버엔딩 스토리>를 두 키 낮춰 부르고 있네요^^

깐따삐야 2011-01-19 12:00   좋아요 0 | URL
처음 이 노래를 듣고 <마법의 성>을 들었을 때의 감동 그 이상의 감동이 밀려왔었어요. 아름답다... 그때가 복학해서 3학년 때였나 그랬을 거에요. 언제 노래방 가면 두 키 낮춰서 도전해 볼래요.^^

잘잘라 2011-01-26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침없는 명언 행진, 어록종결자.. 그런 자막까지 나왔던거, 기억나요.

김태원. 음악을 얘기할때 그는
누구의 남편, 누구의 아들, 누구의 아버지, 인기인, 연예인, 국민할매.. 그 누구도 아니고 바로 김태원 자신이 되는 거 같아요. 저는 김태원이 음악에 대해 얘기할 때 정확하게 '카리스마'라는 말을 이해했어요. 그런 김태원을 자주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 저두 그거 꼭 챙겨서 봐요. ㅎㅎ

깐따삐야 2011-01-28 12:02   좋아요 0 | URL
그렇죠? 카리스마. 이승철의 '마지막 콘서트'로 알려진 '회상3'을 김태원의 목소리로 들으면 카리스마 아주 제대로입니다. 지금은 목소리가 많이 상했지만 그는 보컬로서도 매력과 카리스마가 넘칩니다. 멋진 사람이에요. 정말.
 

새해 첫 독서로 고른 시집. 길고 쫑긋한 귀는 토끼의 상징이다.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기약 없는 유보 상태.  

다시 잘, 여러 번에 걸쳐, 집중해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시집을 대할 때마다 거의 매번 표제작 이외의 작품에 끌린다. 이 시를 읽고 잠깐 동안 마음을 풀어놓았다. 그러나 이 아홉 명의 사람이 있다면 김성대 시인은 '귀 없는 토끼에 관한 소수 의견'을 쓰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다.

신화 속 요정과 마주한 듯 아름다운 시. 이름을 지우고 중력을 풀고 수레 바퀴살을 풀어 까맣게 나를 놓아 줄 사람이라니... 온 우주에 구인광고라도 내고픈 심정.  

그러고보니 올해는 신묘년. 토끼해구나.

 

九人  

 

내가 잠들면 안경을 벗겨 줄 사람 

안경을 고이 접어 놓고  

내 눈동자에 손을 담가 꿈을 정돈해 줄 사람 

지문이 물결처럼 퍼졌다 돌아오고 

눈썹에서 겨울나무가 자랄 때 

나의 이륙과 착륙을 수신호 해 줄 사람 

이름을 지우고 중력을 풀고 

수레 바퀴살을 풀어 

까맣게 나를 놓아 줄 사람 

옷깃에 다시 얼룩이 묻을 때까지 

마블링의 호랑이를 만날 때까지 

주사위 놀이를 대신 해 줄 사람 

 

그리하여 매번 깨어날 때마다  

다른 우주를 낚아 줄 사람 

온몸을 빛의 점자로 만들어 

움직이는 벽화를 그리고 

종이 접는 법을 배우고 

노래의 탯줄을 보관해 줄 사람 

강을 떠도는 뿌리를 따라 

금속과 유리 조각을 모아 줄 사람 

그리고 그의 턱을 대신 괴어 줄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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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1-01-13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을 求人이라고 하지 않고 九人이라고 했군요.
이런 시어들을 지어낼 수 있는 사람, 시인은 어떤 피를 가지고 태어났는지 참...부럽기도 하고말입니다. ^^

깐따삐야 2011-01-13 10:49   좋아요 0 | URL
이 시집에 실린 대부분의 시를 다시 읽어야겠다고 머리를 쥐어박았는데(참으로 난해하여) '九人' 만큼은 한 줄 한 줄 가슴을 적시며 읽었더랬습니다.
독수리 오형제도 아니면서 시인은 지구의 마음을 지켜주는 것 같아요.^^

다락방 2011-01-13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눈동자에 손을 담가 꿈을 정돈해 줄 사람

이 부분이 특히 좋아요. 아, 정말 좋으네요!

깐따삐야 2011-01-13 10:51   좋아요 0 | URL
내가 잠든 사이 누군가 그럴 수만 있다면... 아, 정말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