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독서로 고른 시집. 길고 쫑긋한 귀는 토끼의 상징이다.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기약 없는 유보 상태.
다시 잘, 여러 번에 걸쳐, 집중해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시집을 대할 때마다 거의 매번 표제작 이외의 작품에 끌린다. 이 시를 읽고 잠깐 동안 마음을 풀어놓았다. 그러나 이 아홉 명의 사람이 있다면 김성대 시인은 '귀 없는 토끼에 관한 소수 의견'을 쓰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다.
신화 속 요정과 마주한 듯 아름다운 시. 이름을 지우고 중력을 풀고 수레 바퀴살을 풀어 까맣게 나를 놓아 줄 사람이라니... 온 우주에 구인광고라도 내고픈 심정.
그러고보니 올해는 신묘년. 토끼해구나.
九人
내가 잠들면 안경을 벗겨 줄 사람
안경을 고이 접어 놓고
내 눈동자에 손을 담가 꿈을 정돈해 줄 사람
지문이 물결처럼 퍼졌다 돌아오고
눈썹에서 겨울나무가 자랄 때
나의 이륙과 착륙을 수신호 해 줄 사람
이름을 지우고 중력을 풀고
수레 바퀴살을 풀어
까맣게 나를 놓아 줄 사람
옷깃에 다시 얼룩이 묻을 때까지
마블링의 호랑이를 만날 때까지
주사위 놀이를 대신 해 줄 사람
그리하여 매번 깨어날 때마다
다른 우주를 낚아 줄 사람
온몸을 빛의 점자로 만들어
움직이는 벽화를 그리고
종이 접는 법을 배우고
노래의 탯줄을 보관해 줄 사람
강을 떠도는 뿌리를 따라
금속과 유리 조각을 모아 줄 사람
그리고 그의 턱을 대신 괴어 줄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