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독서로 고른 시집. 길고 쫑긋한 귀는 토끼의 상징이다.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기약 없는 유보 상태.  

다시 잘, 여러 번에 걸쳐, 집중해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시집을 대할 때마다 거의 매번 표제작 이외의 작품에 끌린다. 이 시를 읽고 잠깐 동안 마음을 풀어놓았다. 그러나 이 아홉 명의 사람이 있다면 김성대 시인은 '귀 없는 토끼에 관한 소수 의견'을 쓰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다.

신화 속 요정과 마주한 듯 아름다운 시. 이름을 지우고 중력을 풀고 수레 바퀴살을 풀어 까맣게 나를 놓아 줄 사람이라니... 온 우주에 구인광고라도 내고픈 심정.  

그러고보니 올해는 신묘년. 토끼해구나.

 

九人  

 

내가 잠들면 안경을 벗겨 줄 사람 

안경을 고이 접어 놓고  

내 눈동자에 손을 담가 꿈을 정돈해 줄 사람 

지문이 물결처럼 퍼졌다 돌아오고 

눈썹에서 겨울나무가 자랄 때 

나의 이륙과 착륙을 수신호 해 줄 사람 

이름을 지우고 중력을 풀고 

수레 바퀴살을 풀어 

까맣게 나를 놓아 줄 사람 

옷깃에 다시 얼룩이 묻을 때까지 

마블링의 호랑이를 만날 때까지 

주사위 놀이를 대신 해 줄 사람 

 

그리하여 매번 깨어날 때마다  

다른 우주를 낚아 줄 사람 

온몸을 빛의 점자로 만들어 

움직이는 벽화를 그리고 

종이 접는 법을 배우고 

노래의 탯줄을 보관해 줄 사람 

강을 떠도는 뿌리를 따라 

금속과 유리 조각을 모아 줄 사람 

그리고 그의 턱을 대신 괴어 줄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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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1-01-13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을 求人이라고 하지 않고 九人이라고 했군요.
이런 시어들을 지어낼 수 있는 사람, 시인은 어떤 피를 가지고 태어났는지 참...부럽기도 하고말입니다. ^^

깐따삐야 2011-01-13 10:49   좋아요 0 | URL
이 시집에 실린 대부분의 시를 다시 읽어야겠다고 머리를 쥐어박았는데(참으로 난해하여) '九人' 만큼은 한 줄 한 줄 가슴을 적시며 읽었더랬습니다.
독수리 오형제도 아니면서 시인은 지구의 마음을 지켜주는 것 같아요.^^

다락방 2011-01-13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눈동자에 손을 담가 꿈을 정돈해 줄 사람

이 부분이 특히 좋아요. 아, 정말 좋으네요!

깐따삐야 2011-01-13 10:51   좋아요 0 | URL
내가 잠든 사이 누군가 그럴 수만 있다면... 아, 정말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