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했다.  

  사흘 쯤 발바닥에 불이 날 지경이었다. 오늘은 졸업식이라 수업이 없다. 급식실에서 얼큰한 육계장 한 뚝배기 비우고 모처럼 나른하게 모니터 앞에 앉았다.    

  아침마다 눈물바람 찬바람 두루 맞고 출근을 한다. 아이 엄마는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마냥 죄인 같다. 정신 바짝 차리고 열심히 움직여도 부족하고 또 부족하다. 샤워기의 물방울 마사지가 축적된 피로를 흩뿌리는 유일한 호사다.      

  방금 목소리 좋은 어떤 남자가 주문한 전집을 배달해도 되겠느냐고 전화했다. 복직을 하루 앞두고 지른 영달이 그림책이다. 그림책을 펼치면 흘깃 쳐다보곤 내게 대롱대롱 매달리는 스파이더 베이비, 영달이. 복직 전에는 함께 감탄하며 재미있게 보곤 했는데 요즘은 신기한 그림들보다 친밀한 내 살이 더 그리운가 보다.   

  모든 것은 지나가기 마련이고 내 인생의 이 한 마디도 건강히 흘러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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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1-02-10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직 만세! 만세! 만세!

깐따삐야 2011-02-12 10:06   좋아요 0 | URL
남편도 은근 만세 부르고 있겠죠? -_-a

다락방 2011-02-10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영달이가 눈에 밟혀서 어떻게 일하고 있나요, 깐따삐야님. 영달이는 또 엄마를 얼마나 그리워하고 있을까요. 아 정말 일해야 먹고 사는건 알지만 그래도 이럴땐 너무 야속해요. 뭔지모를 것들이 막 야속하고 안타깝고 그래요.

깐따삐야 2011-02-12 10:10   좋아요 0 | URL
눈 딱 감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다가도 내가 왜? 이러다가는 더 나중을 바라보면서 그냥 체념합니다. 아이가 가장 중요하지만 직업을 놓지 말라는 주변 충고도 일리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럴수록 제가 더 힘을 내서 주변에 폐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에너지가 바닥을 드러낼 땐 심신이 막 쑤시네요. 하여간 만만한 게 하나도 없어요.ㅠ

헤라 2011-02-10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직 추카드려요!! 저두 10년 놀다가 지금 일한다고 사무실에 나와있어요ㅠㅠ
다시 사회초년생이 된 기분입니다....얼떨떨하고 걱정도 되고 빨리 집에 가고싶어요ㅠㅠ
님말씀처럼 모든것은 지나가기 마련이니 매순간에 충실할밖에 답이없네요..ㅎㅎ
~~모두모두 화이팅!!!입니다요~~

깐따삐야 2011-02-12 10:12   좋아요 0 | URL
저도 첫 발령받았을 때처럼 온종일 어리버리합니다. 많은 걸 잊었고 많은 걸 새로 배워야 하더라구요. 더 힘들어도 괜찮으니 아이가 잘 크고 이 시기가 무탈하게 지나가면 좋겠어요. 헤라님도 화이팅이요! ^^

하늘바람 2011-02-10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직 축하드려요 피곤하시겠어요 화이팅입니다

깐따삐야 2011-02-12 10:13   좋아요 0 | URL
저보단 하루 종일 아이 봐주시는 엄마가 더 피곤하시답니다.ㅠ 하늘바람님도 화이팅 하셔요.^^

글샘 2011-02-10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직이 축하드릴 일인지... ㅋㅋ
맞아요. 오랜만에 학교가서 학기초에 뺑뺑이를 치면 정말 발바닥에 불이 날 것 같단 생각이 들죠. 저는 요 며칠... 술에 쩔어서 살고 있습니다. 하루에 회의를 한 열 번은 참석하는 거 같애요. ㅎㅎ 빌어먹을 2월이 빨리 가야죠. 그러면 숨막히는 3월이 기다립니다. ㅎㅎㅎ

깐따삐야 2011-02-12 10:19   좋아요 0 | URL
밤에 자려고 누웠는데 발바닥이 활활 타는 것 같아서 잠을 못자겠더라구요.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풀가동이니 어쩔 수 없죠.
글샘님은 술도 좀 줄이시고 건강 유의하셔야겠는데요. 요즘 부쩍 편찮으신 동료 선생님들이 많더라구요. 새학기도 건강하게 보내야죠.^^

hnine 2011-02-11 0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마다 눈물 바람, 찬바람'...... ㅠㅠ

깐따삐야 2011-02-12 10:25   좋아요 0 | URL
아침에 빠빠이를 하면 빠빠이는 안 하고 막 따라오려고 팔을 뻗어서 안쓰러워요.ㅠㅠㅠㅠ

L.SHIN 2011-02-13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깐따님.
복직하셨군요.^^ 건강 관리 유념하시면서 즐겁게 일하시길 바랍니다.
감기 조심하시구요.

깐따삐야 2011-02-18 15:15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엄마는 무조건 건강해야죠!
오늘은 날씨가 따듯하네요. 엘신님도 건강 잘 챙기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