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했다.
사흘 쯤 발바닥에 불이 날 지경이었다. 오늘은 졸업식이라 수업이 없다. 급식실에서 얼큰한 육계장 한 뚝배기 비우고 모처럼 나른하게 모니터 앞에 앉았다.
아침마다 눈물바람 찬바람 두루 맞고 출근을 한다. 아이 엄마는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마냥 죄인 같다. 정신 바짝 차리고 열심히 움직여도 부족하고 또 부족하다. 샤워기의 물방울 마사지가 축적된 피로를 흩뿌리는 유일한 호사다.
방금 목소리 좋은 어떤 남자가 주문한 전집을 배달해도 되겠느냐고 전화했다. 복직을 하루 앞두고 지른 영달이 그림책이다. 그림책을 펼치면 흘깃 쳐다보곤 내게 대롱대롱 매달리는 스파이더 베이비, 영달이. 복직 전에는 함께 감탄하며 재미있게 보곤 했는데 요즘은 신기한 그림들보다 친밀한 내 살이 더 그리운가 보다.
모든 것은 지나가기 마련이고 내 인생의 이 한 마디도 건강히 흘러가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