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끄는 스위치가 필요해
인프제 보라 지음 / 필름(Feelm)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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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처럼 저도 생각을 끄는 스위치가 필요해요. 인프제가 아니더라도 공감과 위로를 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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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과 나의 사막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3
천선란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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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과 나의 사막, 천선란

<랑과 나의 사막>은 로봇인 고고가 랑을 그리워하며 과거로 가는 땅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상실과 그리움, 헛된 희망과 간절함을 고고와 함께.

한 작가의 책을 연속으로 읽는 것이 어떤 면에서 좋은 것은 아니다. SF라는 장르를, 멸망해버린 지구를, 처참한 인류의 모습을 내내 보는 것은 편치 않고 많은 이야기가 뒤섞여 뭔가 어수선하고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되는 느낌이 있다. 그러나 그런 이유에 굴하지 않고 계속 천선란의 책을 읽는다. 우리가 익숙하게 느껴왔던 감정과 마음을 미래의 세계에서, 로봇에게서, 인간에게서 다시 보고 느낀다. 천선란이 그리는 외로움과 그리움, 절망과 희망, 그 마음들이 나를 울리므로.

랑이 죽었다. 소설의 시작은 랑의 죽음부터이다. 이미 죽은 랑은 고고의 여정 속에서 계속 재생되고, 랑은 죽었느나 계속 고고와 함께 가고 있는 것만 같았다. 고고는 전쟁의 시대에 만들어졌던 로봇으로 랑에 의해 발견되어 랑이 죽을 때까지 함께 한다. 그 이전의 기억이 사라졌으므로 자신의 과거를 모른다. 전쟁의 시대에 인류를, 지구를 망가뜨렸을지도 모르는다는 사실이 늘 무섭고 두렵다.
랑이 죽고난 이후 무엇을 해야할지 알 수 없게 되업버린 고고는 랑이 가고 싶어했던 과거로 가는 땅을 찾아떠난다. 헛된 희망이라 할지라도.

누구나 상실와 부재에 따른 괴로운 시간을 보낸다. 그것이 분노나 원망일수도 있겠으나 대부분 그리움이 가장 클 것이다. 고고는 기억장치의 오류로 과거가 제멋대로 재생된다. 과거는 늘 랑과 함께했을 때이고 랑과의 시간이 재생되는 것을 고치고 싶지 않다. 그것을 살리는 그리움이라고 했다.

‘마음은 목적이야. 네 목적에 가장 빨리 닿으려고 애쓰는 게 마음이야.’

내게는 랑을 행복하게 해줘야 한다는 목적이 있다. (...) 너무 뒤늦게 해결책을 찾았다. 조개껍질 두 개, 전부 랑에게 주었으면 됐다. (p.44)

마음이 목적이라면, 목적에 가장 빨리 닿으려고 애쓰는 게 마음이라면, 조개껍질 두 개, 전부 랑에게 주었으면 됐다는 고고의 마음이 먹먹해진다.

0.01퍼센트의 가능성이 인간에게는 불가능에 가까운 수치일지라도 로봇인 자신에게는 ‘존재한다‘ 이므로 모래폭풍이 부는 검은 벽을 향해 거침없이 걸어가는 고고의 마음이 사랑이 아니면 무어라 말할 수 있을까.
모래폭풍 속에서 랑의 허밍을 들으면서 춤추듯이 그렇게 걸어들어간다. 인간들에게도 헛된 희망이고 증명된 것 하나 없는 낭설의 땅일지라도, 합리적이지 않은 선택임을 아면서도 오로지 랑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 믿으며. 그것이 0.01퍼센트의 확률이라도 말이다.

고고는 함께 바다를 찾아가자는 지카도, 말동무가 되어던 버진도, 사막에 길을 내던 로봇 알아이아이도, 심지어 망가진 자신을 고쳐주고 멸망의 땅이 아닌 곳으로 데려간다는 살리마저도 거절하고 가고 싶은 곳으로 간다.

천선란이 그리는 로봇은 어째서 인간보다 더 인간같은가. 그리움은 힘이 세다. 살리의 말처럼 시효가 기니까. 내내 그리워하고 잊었다가도 불현듯 떠오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랑은 고고의 들려주는 사막의 여정을 들었을까. 완벽한 희망이란 말이 말이 안되는 것처럼, 희망이 헛되다 할지라도 그 희망을 놓지 않길 바라는 마음. 슬픔과 외로움도, 그리움도 오래 걸려도 천천히 지나가야 하는 여정임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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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일마다 잘되리라 - 당신이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전승환 지음 / 북로망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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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힐링 그 자체. 마음이 복잡하고 지칠 때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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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언어
김겨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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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표지, 띠지까지 완전 반해버렸다. 프롤로그 읽고 더 반했다. 역시 김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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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믈렛 문학동네 시인선 203
임유영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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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믈렛, 임유영





오랜만에 물음표가 떠오르는 시집을 만났다. 시적인 것이 아닌 문장들의 배합으로 만들어낸 시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이게 시인가? 시가 뭐 별거 있나. 이런 것도 저런 것도 시지. 알 수없는 문장들로 가득한 시도 있고 마음에 와닿는 강렬한 시도 있고 무슨 뜻일까? 이게 뭐지? 싶은 시도 있겠지.






아무도 왜 사냐고 묻지 않았지만,

나는 나를 들키고 싶지 않았지만,

보이지 않아도 보이지 않는 그대로 두어도 되어선 안되겠다.

네가 돌아오게 하려고, 들어보라고, 나는 보고 있으니까

외친다.

임유영의 외침이 보인다.

쉽지 않았으나 어디 쉬운게 시인가. 

언제나 다양한 시들을 만나는 일은 즐겁다.

불평하지 않고

우울하지도 않고

한 번쯤 그래보고 싶었어

다르게도 살아보고 싶었어.

#움직이지않고달아나기멈추지않고그자리에있기


하지만 그래도 어려워. 나는 모르겠다. 다르게 살아보는 건 정말 어렵네 어려워.







나는 바다 앞에서 너를 향해 외치네. 너를 돌아오게 하려고. 듣게 하려고. 네가 들어오게 하려고. 나는 보는데. 너는 뒤돌아보지 않고. 한때 젊은 당신은 결코 머뭇거리지 않고. 돌아보지 않고 당당하게 걸어가네.

#유형성숙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계속 보이지 않게 두어도 될까. 따뜻한 거 먹이고 싶다.

#만사형통


우리가 조금만 말하고 조금만 움직이고 조금만 살았더라면 이 세상이 전부 우리 것이었을 텐데 쓸쓸하게도 살아 있어서 말을 해가며 몸짓을 해가며 침을 튀겨가며 진땀을 흘리며 폭소를 터뜨리며 산짐승처럼 너절한 잠자리에 풀썩거리며 몸을 누이고 잘 때조차 뒤척인 죄로 자면서도 코곤 죄로 꿈에서도 말한 죄로 우린 말하지 않는 법을 잊어버리는 벌을 받고 있어요 끝없이 움직이는 벌을 서고 있어요 아무도 아무에게도 왜 사냐고 묻지 않았어요.

#처서


나에 관해서라면 아무것도 들키고 싶지 않았다. 말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곧 누군가는 알아차려주리라. 얼마나 지나야 할까? 

#포노토그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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