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믈렛 문학동네 시인선 203
임유영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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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믈렛, 임유영





오랜만에 물음표가 떠오르는 시집을 만났다. 시적인 것이 아닌 문장들의 배합으로 만들어낸 시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이게 시인가? 시가 뭐 별거 있나. 이런 것도 저런 것도 시지. 알 수없는 문장들로 가득한 시도 있고 마음에 와닿는 강렬한 시도 있고 무슨 뜻일까? 이게 뭐지? 싶은 시도 있겠지.






아무도 왜 사냐고 묻지 않았지만,

나는 나를 들키고 싶지 않았지만,

보이지 않아도 보이지 않는 그대로 두어도 되어선 안되겠다.

네가 돌아오게 하려고, 들어보라고, 나는 보고 있으니까

외친다.

임유영의 외침이 보인다.

쉽지 않았으나 어디 쉬운게 시인가. 

언제나 다양한 시들을 만나는 일은 즐겁다.

불평하지 않고

우울하지도 않고

한 번쯤 그래보고 싶었어

다르게도 살아보고 싶었어.

#움직이지않고달아나기멈추지않고그자리에있기


하지만 그래도 어려워. 나는 모르겠다. 다르게 살아보는 건 정말 어렵네 어려워.







나는 바다 앞에서 너를 향해 외치네. 너를 돌아오게 하려고. 듣게 하려고. 네가 들어오게 하려고. 나는 보는데. 너는 뒤돌아보지 않고. 한때 젊은 당신은 결코 머뭇거리지 않고. 돌아보지 않고 당당하게 걸어가네.

#유형성숙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계속 보이지 않게 두어도 될까. 따뜻한 거 먹이고 싶다.

#만사형통


우리가 조금만 말하고 조금만 움직이고 조금만 살았더라면 이 세상이 전부 우리 것이었을 텐데 쓸쓸하게도 살아 있어서 말을 해가며 몸짓을 해가며 침을 튀겨가며 진땀을 흘리며 폭소를 터뜨리며 산짐승처럼 너절한 잠자리에 풀썩거리며 몸을 누이고 잘 때조차 뒤척인 죄로 자면서도 코곤 죄로 꿈에서도 말한 죄로 우린 말하지 않는 법을 잊어버리는 벌을 받고 있어요 끝없이 움직이는 벌을 서고 있어요 아무도 아무에게도 왜 사냐고 묻지 않았어요.

#처서


나에 관해서라면 아무것도 들키고 싶지 않았다. 말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곧 누군가는 알아차려주리라. 얼마나 지나야 할까? 

#포노토그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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