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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랑군 연구 - 고조선계와 한계의 종족 융합을 통한 낙랑인의 형성
오영찬 지음 / 사계절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오래전에 도서관 서가에서 <낙랑군 연구>를 발견하고 읽고 싶어서 빌렸다가 반납하고 다시 구입하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마침 품절이라 구할 수가 없어서 그냥 읽을 계획은 흐지부지되어 버렸는데 그러다가 고대사에 대한 관심도 조금 줄어들고 해서 잊어버리고 있었더랬다. 그런데 얼마전에 알라딘 중고로 판매하고 있는 걸 우연치 않게 발견해서 구입했다. 몇몇 구절에 밑줄이 쳐져 있는 것 말고는 깨끗해서 마음에 들었다.
이전에 고대사 중에서도 초입의 역사를 서술하는 경우에는 묘제와 부장품을 이야기 하고 문헌에 기록된 바를 교차검증하면서 이어 가는 경우가 많아서 따라가는 것 조차 못했는데 이번에는 나름 잘 따라갔던 것 같다. 흥미도 제법 일었던 것 같고.
여튼 책 내용을 간략하게 늘어놓아 보자면(?) 이전의 낙랑군 연구사에서 이원적 종족구성론을 견지한 것에 대해서 너무 당시 중국적 세계질서의 입장에서 바라본 바가 있다고 하면서 낙랑군의 설치 이후에 나타나는 묘제와 부장품의 내용물을 통해서 한화된 고조선계와 재지화 되었던 한인들이 낙랑인으로서 형성되어 갔다는 것을 논증하려 한 것이다. 부제-고조선계와 한계의 종족 융합을 통한 낙랑인의 형성-가 충분히 이 연구서에 대한 내용의 방향을 표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흥미롭기는 해도 낙랑인이 형성되는 과정이 명확하지 않아서 조금 답답한 면이 있다.
낙랑군의 지배구조로는 상급관리자는 당연히 다시 중원왕조의 관리들이 내려왔고 하급지배자들은 재지 지배세력을 받아들였다. 내군과 변군의 차이라고 볼 수 있겠다.
또 본서에서 흥미로웠던 접음 대방군의 설치배경에 둘러싼 공손씨세력과 중원왕조의 역학관계였다. 대방군의 설치된 지역이 당시 낙랑군의 영향력의 퇴조로 방기된 지역이기도 하지만, 낙랑군에는 중원과 연결된 세력이 남아있었을 것임으로 대방군이라는 새로운 군현을 설치하여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점이다. 이후에 위가 공손씨 세력을 무너뜨리고 이 두 군을 접수하는 과정 등에서 같이 협력하기도 하지만 고구려의 공격에 대한 반응은 달랐다고 한다. 기록된 바와 같이 낙랑군의 당시 요동군의 장통과 협력하여 저항하다가 결국에는 치소를 요동쪽으로 옮기게 되지만 대방군은 그러한 격렬한 저항의 과정이 없었다는 것(정확히는 없어 보인다는 것)이 눈길이 간다. 그런 추론은 당시 묘제의 변화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낙랑군이 있었던 지역의 근처에는 고구려계의 석실묘가 이입되었지만 대방군의 있었던 지역에는 종래의 묘제가 일정기간 유지되었고 고구려계의 석실묘의 이입은 없었다는 점을 든다.)
그리고 처음 이 연구서를 접할 때 낙랑군이 당시 남쪽의 한계의 소국들과 고구려에 어떠한 정치적,군사적,경제적 영향력의 가지고 주고 받았는가에 대한 궁금증으로 읽은 것이였는데 그것과는 좀 거리가 멀어 아쉬웠다. 한 챕터라고 할애하여 이야기 할 법한데 말이다.
낙랑고고학개론을 한번 읽어 볼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지만 묘제와 부장품의 늘어놓는 것을 생각하면 머리에 쥐가 난다... 고고학이 아무래도 생소한 나는 좀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