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 동안의 고독을 구입했었다. 2007년도 5월 10일에.  그런데 그 사이에 읽지 못하고 덮어두다가 한달 전부터 읽고 있다. 지금 320페이지 읽었는데 드디어 고지가 보인다. 만세다. 아직 150페이지 가량 남았지만 지금 속도를 보자면 내일이나 모레 정도에는 완독할 것 같다.  이야기의 재미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읽기가 힘든 것도 물론이다.

 

 왜 그럴까?

 

 생각해 봤더니, 부엔디아 가문에서 보이는 근친상간은 도저히 견디기 힘든 것이었다.  초반에는 너무 심해서 읽기가 고역이였다. 그리고 인물의 개성, 성격이랄까가 명확하지 않아서, 왜 이 인물이 이런 일을 하는지 아리송하기도 하고... 거기다 다른 작품의 경우 이야기가  사건A에서 시작 하여 A1,A2,A3... 로 크게 연동된다면, 백년동안의 고독의 경우에는 A1, B2.... 뭐 이런 식으로 이야기의 흐름이 길게 이어지지 않고 다른 수 많은 이야기가 등장해서 버겁다는 느낌도 들었다. 거기다 부엔디아의 인물들의 이름이 너무 헷갈려서...  휴...

 

그나저나... <백년동안의 고독>에서는 너무 많은 죽음이 나온다.  정말 <죽음이 너무 많다>.  뭐 그렇게 쉽게쉽게 죽는지...   그런데 죽음에 대한 반응 중에서 제일 웃겼던 것은 미녀 레미디오스를 보고  한 장교가 당신때문에 죽을 것 같소!... 라고 이야기 한 것을 가지고,  미녀 레미디오스는 자신을 <복통>인 줄 안다면서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있다.  정확히 장교가 그런 말을 미녀 레미디오스에게 꺼낸 바로 직후의 일이라 죽음에 대한 반응이라고 하기에는 그렇지만.  여튼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ㅋㅋ

 

... 그리고...  초반에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가  우르슬라에게 마콘도를 떠나자고 했을때가 있었다.

 

 

“난 안 떠날 거예요.” 우르슬라가 말했다. “난 여기서 아들을 낳았으니까 여기서 살아야 해요.”

“하지만 여기서 죽은 사람이 하나도 없지 않아?” 그는 말했다. “식구가 죽어서 땅에 묻힐 때까지는 그 어디도 고향이라고 할 수 없어.”

우르슬라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러나 단호하게 말했다.

 “여기서 죽은 사람이 없으니 이곳을 떠난다면, 내가 당장 죽겠어요.” (p.19)

 

 

 글쎄. 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보통 고향이라고 하면 태어난 곳을 말하지 않는가? 그런데 이건 남미의 특성인지 궁금하다.  

 

 그건 그렇고...  제목이 제목인 만큼 부엔디아가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고독하다.  물론 부엔디아 가의 사람이 아니더라도 인간은 언제나 고독하다.  나는 남이 아니라 나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 고독으로 사람은 성장하기도 하지만, 고독이 지나치면 가지가 마르듯 생명이 멎는다. 부엔디아가의 사람들은 도대체가 대화가 되지 않는다.  물론 그냥 대화가 아니라 서로 두 인물 이상이 소통된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가 않는다.

 

  아르카디오는 피에트로 크레스피의 장례식을 공개적으로 거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함으로써 오랜만에 보기 드문 관용을 베풀었다. 우르슬라는 아르카디오의 이러한 행동을 보고 길 잃은 양이 다시 찾아왔다고 기뻐했다. 그러나 그것은 오산이었다. 우르슬라는 아르카디오를 그가 제복을 입던 날부터가 아니라 처음으로 잃었었다. 레베카와 마찬가지로 우르슬라는 어떤 특혜나 차별을 주지 않고 그를 그저 평범한 아들로 길렀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우르슬라가 모르고 있었던 사실은, 불면증이 마콘도를 휩쓸던 시절에 우르슬라가 돈을 버는 일에 너무 열을 오리고 있었고,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정신이상에 시달리고 있었고, 아우렐리아노는 연금술에 빠져 있었고, 아마란타와 레베카는 목숨을 걸 만큼 극렬한 대결을 하고 있던 그 오랜 기간 동안 아르카디오가 외롭고 겁에 질린 어린 시절을 홀로 보내고 있었다는 점이다. (p.122)

 

 

 이런 고독함을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 근친상간을 택했다고 해야되나, 아니면 그런 부엔디아가의 본질적인 특성(근친상간이라는 가문의 특성?)이 고독함을 따라오게 만들었던 것이라고 해야될까? 이 끝없는 고독은 버겁고 힘들었다. 읽는 나에게는.  우르슬라는 어떤 느낌으로 부엔디아가의 고독을 지켜보았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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