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올리버 색스 지음, 조석현 옮김 / 이마고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는 정신적인 질환을 가진 사람들의 임상사례를 다룬 책이다. 다만 딱딱한 의학용어가 넘쳐나는 것이 아니라, 문학적인 향기를 가진, 사람 냄새가 좀 나는 그런 책이다. 2007년도 쯤에 구입했다고 표시가 되어 있는데, 솔직히 내가 이걸 왜 샀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놓고 읽지 않을 것이면서도 말이다. 순전히 이 책을 읽게 된 건, 몇 주전에 있었던 모종의 사건때문이다. 물론 이 책에서 다룬 임상사례와고는 상관도가 좀 떨어지긴 한다. 어쨌든, 나는 우리 의학계쪽에도 이런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를 들려줄 사람이 없을까 생각했다. 물론, 흥미본위의 책읽기가 주였지만... 아무리 인간냄새나더라도 재미가 없었으면 어떻게 읽었겠는가?... 표제작의 주인공인 P씨의 이야기도 좋았다. 병에 걸린 사람이라고 하면 언제나 침울하고 거의 꺼져 가는 촛불을 바라보는 양 암울할 것이라는 생각은 확실히 버릴 수 있었다[물론... 그런 분들도 계실 것이다. 나도 아마 그렇게 될 것 같다]. 얼굴인식불능증. 즉 구체적인 것은 알 수 있지만, 추상적인 경계로 넘어가면 인식이 어려워 지는 것이다. 언젠가 부터 얼굴보이지 않고 구분을 할 수 없다면 얼마나 황당할까? 음악 속에서 P씨는 그렇게 슬프지는 않았던 것 같지만. 신체의 위치를 확인하는 '고유감각'이 사라져서 신체를 제어할 수 없게 된 크리스티나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얼마나 황당했을까? 24편 통틀어서 나 스스로도 당황함을 느꼇을 상황이었는데, 환자 본인도 잘 헤쳐나갔다.
이렇게 병에 대한 적응 혹은 극복을 보면 사람들의 생명이란 힘이 느껴져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