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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와 불량선비 강이천 - 18세기 조선의 문화투쟁
백승종 지음 / 푸른역사 / 2011년 1월
평점 :
<정조와 불량선비 강이천>은 정조의 문화투쟁을 강이천 사건을 통해서 확인해보려고 한다. 강이천 사건이란 것은 1879년 11월 김신국의 고발로 시작되었는데, 당시에는 단순한 돌아다니는 요언을 이용한 강이천의 얄팍한 사기사건으로 마무리 되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정조의 정치적 타협이 있었다고 한다. 확신까지는 몰라도 사학[천주교]이 연관되어 있음을 짐작하고 있었을 것이란 것이다. 안동김씨의 김건순이 포함되어 있기도 해서 어렵기도 하였을 것이다. 일단은 관련자들이 유배를 가는 것으로 일단락이 되었는데, 이 사건을 계기로 패관소품이나, 심지어 글씨체까지 통제를 시도하였고, 성공하였다. 그것은 강이천의 이상적 공상이 소품에 비롯되었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아마 그 이전에도 그런 생각을 견지하고 있지 않았을까?]. 강이천이 시도하려고 했던 것은 너무나도 이상적인 공상에 기초한 것이었기에 구체적인 힘을 가지기에는 힘들었지만, 체제를 뒤흔들만한 씨앗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였기 때문이다. 어찌하든 이런 문화투쟁은 정조의 승리(?)로 끝났고, 이런 승리의 결과물은 더욱 더 큰 이념의 경직성을 낳았다. 그탓에 저자가 말한 것처럼 망국의 지름길이 되지 않았을까? 물론 그런 이유뿐 아니라 복합적 이유가 존재하겠지만, 단순하게 일본의 경우를 생각하면 그렇다.
이 책에서 재미있는 경우라면 역시 정조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다. 바로보는 시선에 따라 어쩜 다를까 싶은 생각. 이 책을 영,정조 시대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으신 분이 보면 불편할 수도 있고 놀랄 수도 있을 것 같다. 내 개인적으로는 고등학교 시절에 그런 생각을 품고 있다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책도 읽을 면서, 아무리 개혁적이라고 해도 결국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지배층이 받아 들일 수 있을 정도만의 개혁일 것이기 때문이다. 정조와 노론벽파의 심환지 사이에서 주고 받은 서찰을 보면 정치적으로 참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정조와 심환지의 서찰과 문체반정에 대한 관심이 크게 생겨 관련서적이나 논문이 있으면 한번 읽어 볼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