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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 마법의 사중주 ㅣ 클리나멘 총서 1
고병권 지음 / 그린비 / 2005년 11월
평점 :
화폐. 이 종이쪼가리에 불과한 것이 사람을 울리고 웃기도 하는 것일까? 피를 부르기도 한다. 내가 이책을 고른 것도 그런 궁금증에서 구입하게 된 것이다. 박사학위논문을 책으로 낸것이라 어려울 것이란 생각을 하면서도.
일단 이 종이가 우리가 알고 있는 화폐로서 기능하기 위해서는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신뢰없이는 화폐도 없다. 짐멜을 이런 화폐에 대한 믿음이 신에 대한 믿음과 유사하다고 하였다. 물질적 편안함을 누리기 위하여 화폐를 추구하는 것은 영혼의 안정과 평안을 위해 신에게 자신을 내던지는 것와 닮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짐멜은 "화폐는 세계 세속적인 신이다"라고 했다고 한다. 정말 우리가 들으면 그 화폐에 대한 욕망(이 책에서 말하자면 추상적인 부에 대한 욕망/화폐의 크기에 따라 같은 크기의 재화를 교환할 수 있는 힘에 대한 욕망)에 사로잡힌 우리에게도 동의의 끄덕임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이런 화폐의 기원을 찾기 위해서는 화폐에 대해 가지고 있는 통념에 대한 문제점을 넘어야 한다. 첫째는 화폐를 사물로서만 보는 것이고, 둘째는 화폐를 몰역사적으로 대하는 것이다.
'화폐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은 화폐로 사용된 사물("내가 볼 수 있고 내가 만질 수 있는 이 작은 종잇조각이 화폐가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 화폐란 말인가")이 아니라그것을 화폐로 만들어준 요소들의 작요에서 찾아야 한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화폐의 실존에 참여하고 있는 요소들은 결코 선험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며","화폐를 초역사적인 인간본성이나 자연조건으로 부터 도출해서는 안"된다고 하였다. '화폐는 사회적 배치이자 역사적 생성물로 다루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화폐구성체라는 개념을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이 구성체를 구성하는 네가지 요소는 '화폐거래네트워크','화폐주권','화폐공동체','화폐론'등이다.
이 네가지 요인은 그냥 당연스럽게도 하나하나가 따로인 것은 아니다. 전제가 되기도 하고 결과가 되기도 하고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한다. 그리고 이 네가지 요소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대외적인 돈의 흐름이 근대국가 내로 접어들어가면서 현재의 화폐의 모습으로 변해왔다. 이런것을 보면 정말 근대 국민국가로 흘러가는 역사적 힘이 보통이 아닌 것 같다. 그 중에는 수많은 자의성과 우발성이 내재하겠지만...
솔직히 말하여 내가 소화할 수 있는 내용(정리삼아 적어 볼려고 해도 제대로 소화가 되지 않으니 좀 많이 엉키는 편이다)은 여기까지다. 책의 내용을 완전히(?) 이해한 것이 10이라고 한다면 나는 아마 1도 안 될 것이다. 경제학적인 용어와 개념이 아주 없어서 더 그런지 모르겠고, 논리적 진행단계에게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도 가장 흥미로웠던 조각 중 하나라면 화폐공동체 챕터에서였다. 왜 가족들 혹은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의 돈거래가 꺼림칙하게 만드는 것인지. 그리고 현재의 화폐질서가 고대로부터 이어져 온 진화 혹은 진보의 결과물이 아니라 단절의 해체의 결과인지를 알려 주었다. 이 책이 주는 커다란 이야기들은 제대로 듣지를 못했지만 이렇게나마 작은 논리적 사유물을 가지고 내가 가지고 있는 기존통념을 뒤흔들게 해준 점에 감사한다.
그외에도 이 책에서 인용한 수 많은 구절들은 하나의 이정표가 되어 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 중에서 뇌리에 박혔 던 것은 스피노자의 인용구이다("어떤 것을 안다는 것은 그것이 어떻게 산출되는 것인지 안다는 것").
마지막으로 머리말에서 저자가 말했던 것처럼 이 화폐의 사중주를 분간하기는 아직 어렵겠지만, 화폐가 불러주는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나는 화폐의 힘을 더욱 더 깊게 생각하게 만든다('화폐적인 것이 현실적인 것이며 현실적인 것이 화폐적인 것이다').
아... 방 계약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파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