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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씨개명 - 일본의 조선지배와 이름의 정치학
미즈노 나오키 지음, 정선태 옮김 / 산처럼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창씨개명'
이 단어를 보면 어떤 감정이 떠오르는가? 대부분의 한반도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격렬한 감정으로 이끄는 단어일 것이다. 일제의 황민화 정책의 대표적인 경우로 말해지기도 하고, 번번히 일본의 유력자들 이 하는 발언들(창씨개명은 강제가 아니고 조선인들의 자발성에 이루어진 것이였다는 식의 발언)은 대한민국의 누리꾼들을 들끓게 만들기도 했다.
이 책은 저런 아소 다로의 발언(정확하게는 기억나지 않지만 하도 일본의 정치가들은 저런 소리를 잘 하니까)에서 시작되었다고 저자는 이야기 하고 있다. 전적인 계기가 된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이 연구시작의 이유가 되었다고 한다.
우선적으로 창씨개명은 충분히 강제적이였다는 것. 그리고 조선의 가족제도를 일본의 이에제도로관습을 바꿔서 천황제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일본의 효과적인 통치에 기여하려고 했다는 점. 그리고 일반적으로 창씨개명은 동화의 측면으로만 바라보고 있지만 동화와 함께 차이화에 기여하기도 했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1907년에 조선민사령이 내려지면서 이름의 정치학이 시작되었는데, 여기에서도 차이화의 경향을 엄연히 드러난다. 내지(일본)풍의 창씨개명(40년대 실시된 정책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이 있자,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뀌고 이런 일본풍의 이름을 가지지 못하도록 한 것이 그 좋은 예이다. 이러한 경향이 창씨개명으로 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창씨개명이 다른 것은 동화의 측면을 상당히 강조했다는 것 같다. 총독부에서 강조하기를 강제는 안된다, 황국신민이 되어 천황의 자애로움속에서 대동단결... 뭐 이런식의(자애 어쩌고 하는 수사를 늘어 놓는데 뭔 소리인지도 모르겠다!)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내선일체의 모습이 상당히 보인다. 하지만 총독부 내부에서도 그렇고 일본 내에서도 찬반논쟁이 있었다. 어떤쪽은 창씨개명을 하게 되면 조선인과 일본인을 구별할 수 없다는 불만(치안을 담당하는 경찰들의 입장)도 있었으며, 이러한 창씨개명의 실시가 3.1운동과 같은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과, 신성한 대혼화가 담긴 일본인의 씨와 이름을 조선인들에게 쓰게 할 수 없다!...는 입장들이 있었다. 그런점에서 40년에 실시된 창씨개명이라는 정책에 -동화와 차이화의 측면이 반영되었다. 예로 창씨는 신고제인 반면에, 개명의 경우에는 허가제 였다거나, 조선의 가족제도를 없애고 일본의 이에(종족집단이 아니라 한 집안의 명칭으로서)제도를 거기에 채워 넣고자 하는 의도와는 약간은 상반되게 현재의 본관이나 성에서 하나를 덧붙혀서 창씨를 하는 경우가 그렇다. 적극적으로 권장했던 것은 아니지만, 일본 내의 과격한 집단의 주장에도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조선의 가족제도라고 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족보'일텐데, 상당히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실상 족보라는 것은 법의 그물에 놓여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법적 효력이 있는 것은 호적같은 것이기 때문에)족보에 창씨개명한 것을 적어 넣을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나중에 되어서는 같은 문중의 구성원끼리 못 알아 보는 것을 우려해서 창씨된 것들도 이전의 '본명'과 함께 넣었다고 한다. 종족집단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가 있다. 저자도 이 사실을 다른 연구자의 발표를 통해서 알게 되었고, 자료를 찾아본 결과 그런 경우를 찾기는 했다고 한다.
이 책은 강만길 자서선 <역사가의 시간>을 통해서 알게 되었는데, 창씨개명의 그 이면을 확연히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창씨와 개명의 차이, 창씨개명 속에 담겨져 있는 동화와 차이화의 측면들, 창씨개명에 대한 여러 조선인들의 대응들, 창씨개명이 이후의 조선인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비록 단편적이나-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나에게 있어서 제 구실을 했다고 할 것이다.덕분에 일제 시기의 모습들, 정책에 대해서도 상당히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했다는 점도 고마운 점이다.
하지만, 위에서 정리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제대로 이해 한 것은 아니다-어떻게 어떤 하나의 책을 다 이해 했다고 할 수 있을까만은-. 일단은 이후에 다시 보면 생각이 날 수 있게 형편없이 나마 정리 해둔 것이다.
기회가 생기면(?) 다시 한번 읽어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