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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간 후 너는 죽는다 ㅣ 밀리언셀러 클럽 99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3월
평점 :
<13계단>으로 처음 만났던 다카노 가즈야키의 단편집이다. 13계단과는 달리 사회파 추리소설은 아니고, 예지라는 초능력을 다루고 있다. 총 6편의 단편 중에서 예지의 능력을 가진 케이시가 (등장인물의 언급을 통해서라도)나온 단편은 총 5편이다. 그 중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단편은 표제작인 <6시간 후 너는 죽는다>,<3시간후 나는 죽는다>에서이다. 여기에서 케이시는 어떤 이의 죽음을 예언하는데, 아마 두 번째 단편의 경우에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단편에서 운명은 비켜나가지 않았지만, 두 번째 단편의 경우에는 결국 운명이 바뀌었다.
운명이란 것은 어떤 놈일까? 그것은 자신이 지금의 부모님에게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경상도에서 태어나서 일하고 있는 남자라는 개인적/사회적 조건들일 것이다. 개천에서 용 났다는 것은 이러한 운명의 굴레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의미하고. 초자연적인 것은 아닐 것이다(아니, 초자연적이라고 해야되나?). 사람들은 어차피 주어진 구조 속에서 벗어나기는 거의 힘들기 때문이다. 그걸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일상 속에서 지내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그 운명을 조작하는 불순한 의도를 가진 이가 곱게 보이지는 않는다. 단순히 추리소설에 지나지 않는데 이런 소리를 지껄이려니 뭔가 상황에 안 맞는 상황에서 말을 한 느낌이 강하다.
운명을 당당히 거부한 이도 있지만,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에게는 달콤한 마취제를 더 좋아하게 되는 것 같다. 내일은 분명 좋은일이 생길 거야 라는 마취제.
이 두편을 제외하고는 운명이라는 굴레라는 주제를 내포하고 있기는 하지만 상당히 옅은 느낌이 강하다. 아니, 생각해보면 다 마찬가지인 것 같기도 하고. 아무래도 처음 언급한 두편의 단편은 운명을 바꾸기 위한 인물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그런 것일지도.
<사랑에 빠지면 안 되는 날>의 경우에는 제법 달콤했다. 미미여사의 <지하도의 비>와 비 올때나 다 시 읽으면 달달하게 좋을 것 같다.
전체적으로 좋았다. 마취제 어쩌고 저저꼬 지껄이긴 했지만... 부담없게 즐길 수 있는 완벽한(?)작품이란 것은 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