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된 언어 - 국어의 변두리를 담은 몇 개의 풍경화, 개정판
고종석 지음 / 개마고원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표현하자면 저렇지 않을까.  '감염된 언어'는  여기저기에서 기고한 글을 모은 것 같다.  대부분 90년대 후반의 글들이다.  그래서 시대에 뒤떨어진 주장을 담고 있지는 않다.  저자는 대부분은 언어순수주의자에 대한 딴죽을 걸고 있다.  나도 역시 언어순화론자들의 주장에 무심결에 따라가고 있었다.  '감염된 언어'를 통해서 그게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짐작하게 했다.  오랜세월에 따라서 여기저기에서 영향을 받고 주면서 두터워지고 세련되어진 것이 오늘날의 한국어이다.   

문화나 언어란 것은 불순한 것이다. 불순함을 포기하는 순간이 곧 죽음의 순간이다.  저자는 이들을 보고 상당히 반민주적이라고 한다. 그것은 언어순화론자들이 거의 쓰이지도 않는 언저리에나 존재하는 오래된 어휘를 꺼내서 현재의 불순한 어휘를 순화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지리적이나 정치적 이유에 따라서 나뉘어지기도 하지만, 언어를 가르는 커다란 경계선은 '소통가능성'이다.  소통이 어려우면 언중에게서 외면 받을 수 밖에 없다.  한글전용도 그러한 충동에서 비롯된 것이고 대세가 된 것이다.  이런 생각에서  온라인 상에서 쓰이는 통신언어체도  그것이 소통이 불가능한 수준에까지 가게 되면 언중의 외면을 받아서 자연스럽게 사라지거나, 아니면 반대가 되리라고 보는 것 같다.    언어순화론자들의 착각은 언어는 그것을 사용하는 언중의 선택에 따른 것이 어떤 엘리트적 인물이나, 국가적 기구가 어떤 정책을 만들고 시도 한다고 해도 결코 마음대로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란 점이다.   

결국에 그 순화의 충동이 추동하는 운동이 성공한다고 하면 앙상한 가지만 남은 한국어만을 가지게 될 것이다(현재 쓰이고 있는 많은 부분이 한자어이고 서양의 주요개념들을 번역한 것이 일본제 한자어인데 어떻게 할 것인가!).  언어순수론자들이 그것을 바란 것은 아닐 것 같다. 

여하튼 이 책은 이런 이야기를 주로 밀고 있는데, 저자의 일부 생각에는 동의할 수 없다. 이때문에 다른 책을 굳이 사보지는 않을 것 같다(이미 사놓은 책은 제외하고). 

그것과는 별개로 대단한 감사하는 바이다.  나도 이제 어느정도는 (스스로도 맞춤법에 따르지도 못하면서도)가지고 있었던 통신어체나 외래어, 일본제 한자어에 대한 순화의 충동을 사라지게 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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