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3월 부터 4학년 1학기가 시작한다.  <사막>에서의 주인공들 처럼, 내가 책을 3시간만에 읽어내린 것처럼, 정말 눈앞에서 빛이 반짝이듯 지나가버렸다.

언제나 그렇듯이, 고타로의 소설에서는 현실에서는 좀처럼 있을 것 같지 않는 인물들이 등장하고, 쉽사리 일어나지 않는 듯한 이야기들이 펼쳐 진다. <사막>도 마찬가지였다.  자기주장이 강한 니시지마, 도도한 도도, 부끄러움 많은 미나미, 돈 많은 집을 배경으로, 괘나 유쾌하고 장난꾸러기 같은 도리이, 그리고 항상 한 걸음 떨어져서, 위에서 사람들을 관조하듯 보고있는 기타무라.  이렇게 개성강한 주인공들은 가벼운 관계에서 시작해서 점점 서로에게 변화를 가져다 준다.  

나에게는 이런 관계속에서 있어 본적은 없었다. 사막에서 가장 비슷한 인물을 찾으라면  초반의 기타무라일까. 난 일찍부터 사막에는 눈이 내릴 수 없다고 생각해버렸다.  내가 하면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커녕,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포부따위는 없었다. 그렇긴 해도 내가 절망적인간이냐 하면 그렇게 까지는 아니라고 본다. 다른 사람들이 그렇듯 절망과 희망이 반반 섞인 듯한 모습을 가진 그런 종류의 하나겠지.

온 마음을 다해 내 모든 것을 다 바쳐 해내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

누가 말한 것인지 벌써 부터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니시지마에 대해 이야기 할때 나왔던 이야기던지 아니면 니시지마가 말한 것일 것이다. 니시지마는 그런녀석이였으니까.

대학입학하고 3년이란 기간을 생각해보면, 아니 23년 전체를 생각해보면, 내가 정말 뭔가 하고 싶어서 모든걸 바칠 듯이, 뭔가를 해봤던적은 없었던 것 같다. 아마도 관계에서 결핍을 느껴서 그런 것일까. 뭐 이것저것 생각하고는 하지만 딱히 떠오르는 답은 없다. 뭐 상관 있어?  누가 어떤 인생을 잘살고 못살고는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활을 시작한 우리들은 '사회'라 불리는 사막의 냉엄한 환경에서 상상 이상의 고초를 감내하게 된다. 사막은 바싹 메말라 있고 불평불만과 냉소, 방관과 탄식으로 얼룩져 있다. 우린 그곳에서 매일 필사적으로 발버둥치며 한 고비 한 고비를 넘기고, 그러다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그 환경에 익숙해져 갈 것이다. …… 그리고 거기서 또 몇 년이 지나면, 이 친구들과 보낸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그때가 참 그립다' '그런 일도 있었지' 하며 오래전에 본 영화 얘기를 할 때처럼 읊조리고, 결국 우리들은 그렇게 뿔뿔이 흩어져 묻힐 것이다.

글쎄, 뭐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겠지만.

 

이제 곧 사막으로 가는길이 눈 앞인데, 가장 공감가는 대목이군.  뭐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그러고 보니 뭘 적고 싶어서 썼는데, 막상 쓸려고 띄우고 나니 뭘 적어야 할지 생각나지 않아서 이리저리 말도 안되는 소리를 찌껄였군. 책은 그런대로 볼만 했어. 즐겁게 읽었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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