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바위, 하늘의 문 - 울산 천전리 각석 이야기
전호태 지음 / 진인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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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바위라는 단어가 이유도 없이 참 좋은 듯 느껴진다. 울산 천전리 각석 두고 말하는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울산 천전리 각석은 신라 김씨왕가가 왔다가 새겨놓은 원명과 추명으로 알고 있었지, 선사시대, 청동기 시대의 사람들이 새겨놓은 사실은 몰랐다. 


굽이 있는 초식동물이 가장 많이 새겨져 있었고,   마름모와 같은 기하문들도 많이 새겨져 있었다.  시간이 선후를 따지자면. 동물상을 새긴 이들이 앞선 사람들이고, 기하문을 새긴 이들이 후의 사람이라고 생각된다는 점이다.  기하문의 해석이 정말 그 기하문을 새긴 이들의 해석과 비슷한지는 모르겠으나, 동그라미는 하늘을, 세모는 아기집이나, 구름을, 마름모는 하늘의 구름이거나 땅에 만들어진 밭, 땅을 과장하는 여신등으로 간주했다는 식이다.  여튼 이전의 사냥꾼의 시대에 그려진 동물들의 형상을 그려넣은 시대와는 다르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처럼 바위에 무언가를 새겨 넣는 행위는 간절한 복을 구하는 마음에 시작되는 것이 크다.  바위신앙이 주는 믿음에 따른 행위라는 것이다.  그러고보면 나도 어릴적 바위는 아니지만 푸석푸석하게 올라온(?) 콘크리트 바닥에 돌로 이저것 그린 적이 있다.  무언가를 간절하게 바라고 새긴다는 행위만 보자면  고려의 팔만대장경 제작 경위도 떠오르게 한다. 


그리고 내가 이 글바위를 알게 한 신라 김씨 왕가의 일원이 새긴 원명과 추명은 이전에 새겨진을 지우고 새겨 넣었던다.  내용 자체는 그리 중하지는 않다.   '놀러왔다가 새기고 감ㅋ'  뭐 이런 식으로 느껴지기도 하였다. 물론,  무조건 그런 가벼운 느낌은 아니었을 것이다,  글바위가 있었던 곳이 굳이 찾아오기에는 번거로운 변두리이기도 하였고,  신령시 하는 곳이기도 하였기 때문이다.


  원명은 법흥왕의 동생인 사부지갈문왕이 어서추여랑녀와 다녀간 기록을 남긴 것으로 후에 추명으로 알려진 기록은 사부지갈문왕의 부인과  후에 진흥왕으로 불리는 왕자, 그리고 법흥왕의 왕비가 다녀간 기록을 남긴 것이다.  묘한 것은  자신의 남편이 다른 여자와 다녀간 장소에 와서 사부지갈문왕을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친족간의 로맨스 역시 기괴하긴 하다. 근친혼이 흔했던 시기임으로 스스럼 없었던 것일까? 


글은 소설의 형식을 빌어 풀어나가고 있긴 하나  별로 좋지 않았다.  저자가 가진 학적 지식을 토대로 글바위에 새긴 이들의 믿음과 그에 따라 했던 행동들을 상상력을 붙혀서 보여준 것은 좋았지만,  글의 화자인 인규와 다시 인규가 쓰는 글 내용으로 구분되는 형식은 짫은 분량의 책에서는 너무 산만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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