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2020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올 한해는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어느 해보다 다른 해일 것 같다. 늦으면 적어도 중반기까지는 갈 것 같다고 하는데, 벌써 숨차는 소리가 들린다.
내가 연초에 기대하고 계획했던 바와는 달리 독서는 지지부진 했다. 이제까지 가장 적게 읽은 해인 것 같다. 2020년을 맞이하면서 처음 읽은 작품은 무협소설인데, 고룡의 다정검객무정검이었다. 고룡은 <절때쌍교>만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나와서 읽게 되었다. 사실 흥미를 끈 건 재미있게 봤던 초은즌 주연의 소이비도의 원작이라는 점에서 그랬다.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김용의 <천룡팔부>가 나와서 구입하여 읽었는데 3권까지 밖에 읽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전에 녹정기도 내년 1월에 출간 예정이라는 소식도 들었다. 출간되면 구입해서 한꺼번에 읽을까 싶기도 하다. 사실 녹정기는 김용작품 중에서 제일 흥미가 가지 않는 작품이지만...
그 외 올해 상반기에는 조선양반의 양태가 궁금하여 여러권 읽었다. <조선시대 향촌사회사>, <미야지마 히로시의 양반>,<조선후기 사회신분사연구>,<조선전기 지방사족과 국가> 등이다. 양반등은 어떠한 법제적인 절차로 정의된 것이 아니라 사회적 관슴에 따라 형성된 계층인데, 서울과 그 인근에 거주하는 경반들이야 양반의 위세를 쉽게 떠올릴 수 있겠지만, 향반들은 어떠했을까? 일반적으로 재지양반들이 양반으로 인정 받기 위해서는 4가지 기준이 있어야 했다.
조상 중에서 과거합격자 또는 저명학 학자가 있어야 하고, 그 조상과의 관걔가 명확해야 한다는 점. 여러대에 걸쳐 동일한 집락에 집단적으로 거주하고, 양반의 생활양식(봉제사, 접빈객)을 준수해야 하며 결혼상대로 앞에 세가지 기준을 충족하는 집단에서 고를 것등이다....
사실은 4가지 모두 충족되는 경우는 잘 없었다고 한다. 여튼 이러한 재지양반의 존재양태가 사뭇 흥미로워서 여러 권의 책을 서치하고 구입하고 읽었다. 사두고 안 읽은 책들이 많다. 내년 상반기에 읽을 생각이다.
하반기에는 코로나-19에 따른 영향으로 바이러스를 포함한 미생물, 생물학 관련도서등을 위주로 읽었다. 지금 현재 사스 코로나바이러스-2까지 다룬 것은 아니지만, <인수공통 전염병의 열쇠>를 인상 깊게 읽었다. 읽고 난 이후로 지금과 같은 사태가 필연적임을 알았다. 그리고 린 마굴리스의 <공생자 행성>을 읽은 것도 역시 올 한해 독서 중 인상깊었다. 일반적으로 진화에 대한 설명이 달랐던 탓이다. 린 마굴리스의 주장의 일부는 결국 주류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는데, 그것은 미트콘트리아, 엽록체등이 오래전 독립생활을 하다가 공생의 길을 가면서 지금의 소기관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린 마굴리스가 칼 세이건 사이에서 낳았던 아들과 공저한 책을 몇권 구입했는데(마이크로코스모스, 생명이란 무엇인가) 기회가 된다면 내년에는 일독하고 싶다.
11월부터 12월 중순까지는 도저히 독서를 할만한 상태가 아니었다. 그러다가. 이승한의 <개경에서 한양까지 1>을 읽고 다시 집중해서 읽기 시작했다. 지금은 <건국의 정치>을 읽고 있다.
적고 보니 정말 많이 안 읽었구나... 내년에는 분발할 것을 다짐한다.
일단 내년 초에도 올해처럼 조선시대 신분사를 위주로 읽어나갈 생각이다. 어차피 관련 도서도 많이 사둔 상태다. 진화론(생물학)을 다룬 책도 마찬가지고. 위에 인상깊게 읽었던 <인수공통 전염병의 열쇠>의 저자인 데이비드 쾀멘의 책도 어서 읽고 싶다. <도도의 노래>와 <진화를 묻다> 두 권이다.
그리고. 에드워드 윌슨의 <인간본성에 관하여>, 스티븐 핑거의 <빈서판>, 데이비드 흄의 <인간본성에 관한 소고>, 존 로크의 <인간지성론>, 고트프리드 라이프니츠의 <신인간지성론>., 존 듀이의 <인간본성과 행위>, 홀일립의 <인간본성의 역사>는 일독을 마치고 싶다.
올해 초에 구입했던 시리즈 이이화 <한국사 이야기>, 서중석 <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 공원국<춘추전국이야기>도 다 읽어야 한다. 다들 어려운 것은 아닌데 안 읽은 것은 게으름 때문이다. 거기다 <객주>도 어서 읽어야 겠다. 2015년도 쯤에 1권을 읽고는 안 읽은게 벌써...
올 한해에는 SF는 거의 읽지 않았는데, 내년에는 오래전 구입해 두고 안 읽은 SF를 읽어야 겠다.
테드 창 <숨>, 아너 헤링턴 시리즈 <바실리스크 스테이션>, <여왕폐하의 해군>,< 순양전함 나이키>, 제임스 호건의 별의 계승자 시리즈. 버너 번지<심연위의 불길> , 할 클레멘트의 <중력의 임무>, 로버트 하인라히 <별을 위한 시간>,<우주복 있음, 출장가능>, 필립 딕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마이너리티 리포트>,<진흙발의 오르페우스>
등이다.
아, 적고 보니 엄청 쌓였잖아...;;;
지금 읽고 있는 책 중에서 <을병연행록>도 있는데, 다 읽고 나서 박지원 <열하일기>도 이번에는 일독을 마칠 것이다. 왜 그런지 진도가 쉽게 나가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위에 조선양반의 존재양태의 관심사에서 이어지는 것으로 양반들이 남긴 일기도 읽으려고 한다. <지암일기>는 이미 구입해두었고, 흥미가 가는 건 쇄미록과 묵재일기 등이다.
또 하나 숙제는 구입해두기만 해두었던 동양고전을 읽는 것. 드문드문 읽었지만,
자본론과 정의론은 조금 더 미루어야 겠다.
적고 보니 이것만 해도 1년 내내 책 읽어야 가능한.. 목표인. 것 같다.
매해 하는 일이라서 결국에는 처음 계획대로 안된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뭐 어느정도 방향을 잡히니까. 근데 우습기는 하다. 책 읽는게 뭔데 항상 제일 처음으로 새해계획을 세우는 건지.
일단 최우선 과제는 건강하자. 어머니 아버지도 항상 옆에 계실 수는 없겠지만 건강하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