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으면서 일반적으로 알려진 전염병들이 결코 박멸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천연두나 소아마비등은 인수공통의 전염병이 아니기 때문에 퇴치운동의 결실을 맺을 수가 있었다. 그외 인수공통의 전염병의 경우 발명되지 않더라도 결코 박멸된 것은 아니다. 단지 어떤 생명체에 숨어 있을 뿐이다. 보유숙주, 증식숙주 등의 개념도 이 책을 통하여 알게 되었다. 보유숙주는 몸 속에 병원체를 보유하면서도 별다른 증상을 나타내지 않은 동물종을 말한다. 보유숙주라 대비되는 개념으로 종말숙주라는 것이 있다. '종간전파라는 도박에 모든 것을 걸고 인간의 몸속으로 뛰어든 바이러스 혈통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 무시무시한 에볼라에게는 호모 사피엔스가 종말숙주가 될 것이다.
아, 그리고 에볼라가 무시무시하기는 하지만 사람들을 녹아내리고 피를 토하게 하고... 뭐 그런 자극적인 모습으로 죽이지는 않는다. 며칠 전 페이퍼를 쓸때도 그런 이미지였지만, 그 페이퍼를 적어 놓고 다시 읽자마자 그 점에 대해 지적하는 구절이 나와서 재빨리 그 이미지를 수정하였다.
증식숙주란 몸속에서 바이러스나 기타 병원체가 대량증식한 후 엄청난 양으로 외부에 방출되는 동물종을 말한다. 예를 들어 구제역의 전파에서 돼지가 하는 역할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돼지가 숨을 내쉴 때는 구제역에 감염된 소나 양에 비해 30배나 많은 구제역 바이러스가 나온다고 한다. 그런데 제일 흥미로웠던 것은 헨드라 바이러스의 전파경로이다. 헨드라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된 것은 1994년 9월 브리즈번 북쪽 변두리 지역의 말들이 쓰러지기 시작하면서 부터였다. 뒤이어 그 죽어가는 말들 옆에 있었던 이들도 비슷한 증상으로 죽어갔다. 나중에 전파를 시킨 보유숙주를 추적하니 박쥐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야생동물을 돌보는 네트워크에서 128명의 박쥐 돌보미들이 항체검사에 들어 갔는데, 단 한명도 양성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그들은 장기간에 걸쳐 먹이를 주고, 마닞고, 드물지 않게 긁히거나 물리는 등의 밀접한 접촉을 했음에도. 쓰러지는 말들 옆에 있었던 이들이 전염되어 사망한 것을 생각하면 인간에게 전염이 안되는 것은 아닌데. 무언가 헨드라 바이러스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말들이 한 것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