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있는 방에 거주한지도 9년 이상이 지났다. 올해는 다른 방을 구해보자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마침 집주인이 집을 팔았는데 새로운 집 주인이 리모델링을 원한다고 세입자가 나갔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뭐 마침 나가려고 하던 차였고, 조금 앞당겨 진 것이라 군말 없이 알겠다고 했다. 그래서 천천히 정리할 책을 알라딘에 팔아야지 했는데 시간이 촉박하여 300여권을 상자에 묶어 굿윌스토어라는 곳에 기증을 한다고 했다.
며칠이 지나도록 안 가져 가더니 오늘 아침에 연락이 왔다. 좀 이상한 소리를 했다 아동도서만 받는 다는 이야기. 아니... 지난해에 성인도서로 기천권(대략 2,500권)을 기증한 적이 있는데요?라고 했더니 하는 말이... 사실 원래 수증이 안되는 도서라 폐기했습니다.
하... 정말 황당했다. 아니 안된다면 최소한 연락을 줘서 수증이 안되는 도서니 다시 가져가시거나 폐기를 하거나 하는 방법만 있다고 말해주던가. 기증한 책들은 최신간부터 10년이 넘지 않은 도서가 태반인데... 한숨만 나왔다. 체계가 허술한 건 알고 있지만, 기증을 받아 운영하는 곳에서 이렇게 신뢰가 무너지게 해서야. 더군다나 상자도 7만원 가량 사서 100박스 정도 힘들게 포장했는데! 솔직히 알라딘에 팔면야 나도 좋다. 박하기는 해도 책 살돈이나 용돈은 되니까. 하지만 굿윌스토어에 기증을 하면 장애인 일자리도 생기고 그 곳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싸게 양질의 책도 사면 좋겠다는 생각에 기증한 것이건만... 이렇게 믿음을 배반해서야.
죄송한데 이번에 기증할 건 다른 곳에 기증을 하시는게... 라고 하길래 알겠습니다 하고 끊었다. 그런데 아마 집앞에 쌓아둔 걸 본 모양인지 이걸 그냥 저희가 처리할까요? 라고 하길래, 그러라고 했다. 폐기를 해서 자신의 주머니에 넣는지 는 모르겠다. 생각 같아서는 그냥 말라고 하고 싶지만 이사 때문에 별 수 없이...
일단 돈을 넘어 너무 상처가 되었다.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했건만... 너무 화가 난다. 정이 들었던 책들도 많았는데.... 아휴....그 좋은 책이 누군가에게 가지 못하고 폐지로 전락했다고 생각하니... ㅅㅂ...
굿윌스토어. 이 곳에는 다시 기증은 말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