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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독서사 - 우리가 사랑한 책들, 知의 현대사와 읽기의 풍경
천정환.정종현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10월
평점 :
재미있다.물적 존재인 책을 사랑하는 것(정확히 집착이라고 해야 할까?)도 있고 그런 책을 통하여 접하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는 행위 또한 좋아한다. 그리고 책에 대한, 책을 읽는 행위에 대한 책도 상당히 좋아 한다. 본 책은 제목과 같이 대한민국이 생겨날때쯤 부터 최근까지의 독서의 역사를 담고 있다.
저자들이 구성하려는 독서사란 이런 것이라며 첫번째 장에서 설명하고 있는데 솔직히 크게 감은 안온다. 독서란 정말 개인적인 행위이기는 하나, 그것은 당대의 사회문화적, 경제적, 정치적인 상황과 무관하지 않으며, 서로에게 길항관계를 유지하며 원인이 되기도 하고 결과가 되기도 하며 표상이 되어 왔다. 그런 점에서 독서사가 구성가능하다는 저자들의 이야기... 가 맞는지는 모르겠다. 사실 별로 신경쓰지는 않았다.
읽은 내용 중 개인적으로 특기할 만한 것들을 적어 보겠다.
해방 초기에는 우리의 것, 우리말, 우리역사에 대한 갈증이 커서 수요가 많았다고 한다. 최남선의 <신편 조선역사>는 초판 10만부가 팔렸단다. 최배달의 <우리말본> 같은 우리말 문법서도 정말 인기가 많았는지, 해방직후 남한에서 쌀 한가마니와 바꾸기도 했단다. 그런데 이 책이 고종석이 젊은 시절 불안감을 읽으며 달랬다는 그 책이 이 책인가? 다른 책 같기도 하고.
그리고, 배우고 지적인 여성은 항상 배운 남성 들에게는 불편한 존재였나 보다.(물론 일반적인 남성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책에서 언급한 정비석의 <자유부인>이나 김광주의 <나는 너를 싫어 한다>에서 보이는 것처럼. 재미있는 건 김광주가 작가 김훈의 아버지인데, 발표한 더 위의 단편으로 일어난 테러 사건이다. 정말 그 당시 공간은 테러가 많았구나... 싶은 생각이 들다가, 뭐 지금도 재벌 회장님이 직접 본보기를 보여주기도 하는데 뭘. 하며 다시 생각을 바꿨다.
독서사에서 빠질 수 없는 건 자기계발 서적의 유행이겠다. 저자들의 글로 새롭게 알게 되었는데 자기계발 서적의 시작은 이미 해방초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처세와 수양, 돈 벌기, 인간관계 운영하기를 다룬 것들로서 범 자기계발서는 근대 독서문화의 핵심항목이었다고. 이후 한국사회는 IMF, 2008년 세계 금융위기등을 거치며 각자도생하느 사회로 변모하며 재테크 서적이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도서관에서 시민들이 비치희망도서르 신청하는 것들도 대다수가 주식,부동산, 금융투자 관련 책들이다. 직장인, 주부 상관 없이 많이 신청하고 많이 읽는다. 사실 나도 그런 욕망에 잠시 휘들려 보긴 했는데, 내 능력이 이런 쪽으로는 안 닿은 것은 물론이지만, 남의 위기는 나에겐 기회라는 내용의 말을 은연중에 강조하는 걸 보다 보면 징글징글해져서 더는 안 읽는다.
이제 책은 스마트폰이나 각종 디지털 디바이스라는 강력한 적을 만나 고전하고 있고 서서히 소멸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여러모로 내 인생에 영향을 줄 사안 이기는 하다. 정말 모든 걸 떠나서 어떤 상황이 되어도 내 마음이 깃들만한 것은 종이책 외에는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