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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시의 마법사 ㅣ 어스시 전집 1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지연, 최준영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7월
평점 :
얼마전 다시 흙으로 돌아간 어슐러 K. 르귄(Ursula Kroeber Le Guin, 1929.10.21.~2018.01.22.)의 어스시 시리즈의 첫권이다. 개인적으로 르귄의 책에 나오는 문장들은 빠르게 읽기 보다 조금씩 곱씹어 읽으면 좋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몇가지 문장을 적어놓는 다는 것이 습관이 전혀 되어 있지 않아서 지나쳐 버리고 결국에는 그 문장도 희미해지고 느낌만 남아서 헛소리만 늘어놓는 맹탕 같은 상태가 되어 버린다.
이 책은 전형적인 판타지의 세계를 다룬다. 마법사의 이야기란 것이다. 장르소설의 판타지의 정의야 내릴 수 있는 어떤 견해(?)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일단 마법이 존재 하지 않는 판타지는 상상하기는 어렵다. 여기에서 마법사는 시중에 보이는 말초적 판타지에서 등장하는 마법사와 다르게 그 힘을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다. 이들의 마법은 존재의 진정한 이름을 알아 그 힘을 구속하고 운용한다. 결국 존재의 의미를 탐구한다는 뜻으로도 비추어 진다. 그렇기에 마법사 중에 탁월한 이에게 현자라고 이름지어 지는 것일 것이다.
" 오지언은 멈춰 서서 구리로 촉을 댄 지팡이 끝을 그 풀 가까이 갖다 댔다 그래서 게드는 그 식물을 자세히 들여다보다가 마른 열매 꼬투리 하나를 따냈다. 오지언이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므로 게드는 마침내 질문했다.
"이건 뭐에 쓰는 거죠. 스승님?"
"내가 알기론 아무 쓸모도 없다."
게드는 얼마 동안 그 열매를 쥐고 걷다가 획 내던져 버렸다.
"모양과 향기와 씨앗으로 사시사철 어느때라도 그것이 네잎새풀의 뿌리가 잎과 꽃임을 알게 되면 비로소 그 진정한 이름을 배우고 그 존재를 깨닫게 될 게다. 존재라는 건 그 사물이 가진 쓰임새 이상이었다. 결국 넌 뭐에 쓰겠느냐? 또 나는? 곤트 산이나 난바다에 무슨 쓸모가 있나?"
두 마장쯤 더 간다음 오지언이 최종적으로 말했다.
"듣기 위해선, 침묵해야 한단다.(p.33-34)
그리고 세계의 질서와 균형을 생각한다. 어떤 지역에 비를 뿌리게 만들면 다른 지역에는 가뭄이 들 수 있다는 식이다. 상상의 세계이지만 현실적이라고 생각된다. 읽다 보면 공감가는 구절도 몇개 있었다.
"아이 적엔 마법사가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인 양 여겨졌겠지. 나도 한때는 그랬단다. 우리 모두 다 그래. 하지만 진실은 진정한 힘이 커지고 지식이 넓어질수록 갈 수 있는 길은 점점 좁아진다는 것이다. 끝내는 선택이란 게 아예 없어지고 오직 해야할 일만 남게 된단다..."
내용은 그냥 한 가난한 마을의 소년이 자신의 내재된 힘을 깨닫고 그 힘으로 마을의 위기를 구하며, 그것을 계기로 한 현자가 그들 데리고 가면서 마법의 세계와 연을 맺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 주인공 '게드'는 흔히 10대의 아이가 그러듯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자랑하고 싶어했고 질투와 경쟁심을 강하게 갖기도 한다. 그러한 것이 '엄청나고 위험한 것'을 불러내 자신을 옭아매었고, 그것을 떨쳐내는 과정이 이 책의 전부다. 판타지이나 다소 지루한(뭐 어느정도 유명하면서 오래된 판타지는 대부분 그렇긴 하다. 반지의 제욍서 부터.) 면이 있으나, 그럼에도 틈틈히 보여주는 활극이 있어 즐겁다. 한 아이의 성장기는 대부분 즐겁다.
사실, 이 책은 오재 전에 한번 읽은 적이 있었다. 초판이(녹색의 표지였다.) 2001년도 쯤에 나왔고 기억에 2003년도 쯤에 읽었던 것 같다. 당시에 수술을 앞두고 병상에서 당시 나왔단 3권을 다 읽어버렸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이런 글을 안 좋아할 것 같았는데 즐겁게 읽었던 기억이나 지금에서는 좀 의아할 정도다. 그 초판이후로 지금의 판형으로 갈아서 다시 나오기 시작했는데, 테하누 부터는 이 판형으로 나온 것이 있으나, 습기의 공격으로 곰팡이가 뒤덮기도 했고 전집이 가격 인하가 되어 팔리고 있어 그냥 새로 하나 장만했다. 앞으로 나머지 시리즈도 찬찬히 읽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