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불의 딸들
야 지야시 지음, 민승남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야 지야시의 데뷔작. 2016년에, 미국 국적의 작가로 처음 책을 출간한 가장 훌륭한 장편소설이나 단편 소설집에게 수여하는 펜-헤밍웨이 상을 받은 책. 즉 이 책으로 2016년을 빛낸 최우수 신인상을 받았다고 생각하시면 맞는다. 원제목은 <Homegoing>.
  특히 작가의 첫 작품이라면, 작가의 바이오그래피가 중요할 수도 있다. 지야시도 그렇다. 야 지야시 Yaa Gyasi는 1989년에 아프리카 가나, 옛 아샨티 왕국의 중요한 지역이었던 맘퐁에서 나중에 앨라배마 대학의 불어 교수를 하는 콰쿠 지야시와, 간호사 혹은 보조간호사 소피아 지야시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박사과정을 마친 1991년에 미국으로 이민을 와 일리노어와 테네시를 거쳐 열 살부터 앨라배마 헌츠빌에 정착한다. 남자형제들과 더불어 이민 가족들이 흔히 그렇듯이 ‘수줍은 아이’로 성장했고, 그림슨 고등학교에 다니던 열일곱 살 때 토니 모리슨이 장편 <솔로몬의 노래>를 읽고 작가가 되기로 결심을 한다.
  성인이 된 2009년 야 지야시는 이민 후 처음으로 조국 가나를 방문한다. 방문 기간 동안의 경험이 결정적으로 <밤불의 딸들>을 쓰는 동력으로 작용, 이후 7년간의 작업을 통해 펜-헤밍웨이 상을 수상하게 될 <Homegoing: 집으로>를 탄생시킨다. 그리하여 당연히 작품 속에 작가의 정체성이 상당히 녹아 있다. 아프리카 안에서의 지리적 배경은 아샨티 왕국 중심지 판틀랜드와 노예무역의 상징이었던 황금해안에 지어진 케이프코스트 성이다. 시기적으로는 1760년대 초부터 2010년대까지 약 250~260년가량을 다루고 있으며, 특히 작품의 결말 부분에 등장하는 주인공 마조리는, 박사학위를 받기 위해 유학 온 아버지와 직업까지 똑같은 어머니, 대학의 전공과목, 가나를 방문하는 일, 심지어 생긴 모습까지 작가 야 지야시와 비슷하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은 어떤 독자도 자전적 소설이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건, 이제 시간이 좀 지나서 정확한 기억인지 가물거리긴 하는데, 아마 영국사회 속의 흑인여성에 대하여 쓰고 싶었다던 버나딘 에바리스토의 작품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에서 누가 누구에게 권한 작품 목록 가운데 하나가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밤불의 딸들>은 여성주의 문학은 아니고, 식민과 흑인 소설이다.
  작품은 최초의 ‘마메’라고 하는 큰 어머니에서 시작한다. 이이에게서 시작한 고귀한 혈통이 둘 있어서 하나는 동부아프리카의 황금해안에 터를 잡고, 다른 하나는 노예수송선을 타고 도착한 미국에서 노예의 신분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이들을 포함해 7대에 거친 두 가문의 이야기로, 짧지만 엄연히 대하소설의 플롯을 거의 완벽하게 지니고 있다. 두 가문의 7대, 모두 14명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독립적 단편, 즉 연작소설로 읽어도 좋은 터. 그러나 7대의 순서는 늘 기억하고 있어야 하리라.
  고귀한 가문의 큰 어머니 마메. 그러나 책을 읽을 독자를 위해 노예 출신의 마메에 관해서는 입을 다물자.
  그리하여 독후감을 시작해야 하는 인물은 에피아 오처. 아샨티 왕국의 중심지였다고 주장하는 익명의 큰 마을 판틀랜드에는 그때까진 생각도 하지 못할 큰 불이 나 연기와 열기에 휩쓸려 에피아의 아버지 코비 오처는 이 와중에 가장 중요한 재산인 얌 일곱 그루를 잃어버리는 큰 손실을 당한다. 참경을 허망하게 바라보는 코비 오처는 “맹렬하게 타오르다가 달아난 불에 대한 기억이 자신을, 자식들을, 그리고 가문의 혈통이 이어지는 한 자식들의 자식들까지 영원히 따라다니며 괴롭”히리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 장면이 상당히 앞쪽에 등장하는 바람에 나를 포함한 독자들은 이게 의미심장한 문장이라는 것을 절감하지 못하다가 나중에, 책을 읽은 후 독후감을 쓰기 위해 다시 책갈피를 들출 때가 되어야 아, 이랬었구나, 알아채게 된다.
  재난의 현장에도 생명은 언제나 발아하는 것. 화재의 현장에서 에피아 오처가 태어난다. 그러나 모든 것을 태워 바싹 말려버리는 불의 잔재는 코비 오처의 첫 번째 아내 바바의 젖을 말려버려 에피아는 둘째 아내의 젖을 먹으며 숨을 이어간다. 에피아가 세 살이 된 여름에 바바는 통통한 아들 피피를 출산한다. 이를 기해 바바는 갑자기 사납게 변해 에피아가 작은 실수를 저질렀을 뿐인데도 심하게 구타를 하기 시작한다. 이를 본 코비는 화가 나 바바를 구타하고, 바바는 더 성질이 나 또다시 에피아를 구타하는 악순환의 연속. 에피아의 몸에 난 흉터들이 바로 자신의 역사가 된다.
  바바가 에피아에게 강요하기를, 초경이 비치면 비밀로 하라는 것. 아샨티 족은 초경이 없으면 결혼을 하지 못한다. 키가 크고 아보카도 씨앗 같은 색깔의 추장 후계자 아비쿠가 아무리 두 번째 아내로 에피아를 원해도, 태어날 때 불의 저주를 받아 생명의 씨앗이 없어져 경도 또한 없다는 이유로 번번이 거절을 당해, 결국 에피아는 선불 신붓값 30 파운드와 매달 25 실링 상당의 교환 가능한 상품이라는 당시 최고 가격으로 케이프코스트 성의 나이 많은 영국인 총독과 결혼을 하기에 이른다. 바바가 에피아에게 전해주는 것은 황금빛이 나는 검은 돌. 자기가 줄 수 있는 최고의 것이어서 늘 몸에 가지고 있으라는 당부와 함께.
  케이프코스트의 총독 제임스 콜린스는 에피아와의 사이에 아들 퀘이를 낳고, 어린 것을 키우는데 재미를 느끼다가 영국으로 보내 교육을 받게 한 직후 숨을 거둔다. 퀘이는 다시 가나로 돌아오고, 케이프코스트에 정착을 원했으나 다시 외갓집 판틀랜드로 발령이 나 이 가문을 이어간다. 이후 마조리를 낳은 야우까지. 야우는 유학을 간 미국 땅에서 마조리를 낳고, 아이를 낳으면 아이의 신체 일부를 보내라는 어머니 아쿠아의 부탁대로 21세기의 후손 마조리의 탯줄을 판틀랜드로 보낸다.

 

  또 다른 불의 딸은 에시. 케이프코스트 성의 여자용 지하 감옥에서 열다섯 번째 생일을 맞는 기구한 팔자의 여성. 건장한 몸매에 어여쁜 생김생김으로 얌 60개의 신붓값이란 조건에 쾨시 은누로와 결혼예정이었다. 아샨티 왕국의 심장부의 작은 마을 출생으로 대인 콰메 아사레의 딸. 아버지는 추장은 아니지만 아샨티 왕국 역사상 가장 뛰어난 전사로 25세에 다섯 아내와의 사이에 열 명의 자식을 두었던 인물. 아들들은 어리지만 거친 씨름꾼들이고, 딸들은 하나같이 미녀였다.
  어느날 북쪽에서 아비쿠 추장의 부족들이 밤에 기습을 해왔고 피피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포로로 잡은 에시를 비롯한 이들 부족들을 전부 영국인들에게 노예로 팔아버린다. 이때 어머니 바바불은 에시가 포로로 잡히기 전에 황금빛이 도는 검은 돌을 꼭 간직하라고 에시에게 전해주지만, 도망하다 야자나무 꼭대기에 숨은 에시를 기어이 찾아내기에 이르렀던 것. 그러나 에시는 케이프코스트의 여자 감옥에서도 이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입에 넣고 삼켜버리기까지 한다. 결국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분뇨의 엉망진창에서 돌을 찾을 새도 없이 갑작스레 배에 태워져 죽음의 항해길에 오르게 되지만. 이렇게 다시는 오지 못할 바닷길을 건너는 에시.
  여자 지하 감옥에서 모든 여자들이 보는 와중에 술 취한 영국군인에게 강간을 당한 에시는 최고 전사의 핏줄을 이어받은 강철 같은 체질로 임신한 상태에서도 지옥 같은 항해를 견뎌내고 미국에 도착해 딸 네스를 낳는다. 에시로부터 자유를 향한 영혼을 물려받은 네스는 길잡이 여인 아쿠를 따라 아들 코조를 품에 안고 남편 샘과 함께 노예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북쪽으로 탈출을 시도한다. 그러나 뒤를 쫓는 사냥개의 후각을 이기지 못해 아들 코조를 아쿠에게 넘겨 달아나게 하고는 자신과 남편 샘은 주인에게 잡혀 등짝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채찍 형을 당한다.
  이렇게 에시의 후손은 미국 땅에서 노예해방을 맞고, 극심한 인종차별과 강제노역을 당하고, 마약중독자도 됐다가, 스탠퍼드에서 사회학 박사과정을 밟는 마커스까지 7대가 이어진다. 고국 가나에서 불의 징벌을 받은 후예 마조리와, 6단 나무 침상에 켜켜이 쌓여 지옥 같은 대서양을 건너온 노예의 후예로 물, 특히 바다에 대한 공포증을 가지고 있는 마커스는, 21세기의 어느 날, 모든 독자의 바람대로 서로 만난다. 그리고 함께 가나를 여행하며, 물과 불은 필연적으로 서로 화해 또는 맺힌 공포증이나 저주를 풀어내며 대단원을 맞는다.

 

  이 책은 결말을 위한 작업이 아니다. 서사적인 소설 형식이 그러하듯 스토리가 포함한 당대의 장면과 이슈를 문학적 처리하여 드러내는 것이 목적이다. 현재의 미국에 주소지를 둔 흑인들이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는지 하는 것. 이를 위해서 작가 지야시의 아버지가 프랑스어를 전공한 것과 달리 마조리의 아버지는 「역사」를 전공하기 위하여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늦은 유학길에 오르는 것으로 설정했을지도 모른다. 흑인들은 그렇게 천국에서 추방되어 노예생활을 했고, 해방은 맞았으나 여전한 차별로 고통 받는다고 주장한다.
  흑인 입장에서는 정당하고 슬픈 이야기겠다.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Falstaff 2021-06-18 13:4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 모든 건 큰 여성 ‘마메‘로부터 시작합니다. 근데 마메의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으며 앞쪽에 나온다는 게 조금 걸렸습니다. 어떻게 하면 마메 이야기를 하지 않고 독후감을 쓸까를 생각하다보니 재미가 덜해졌습니다.
- 역시 제일 큰 문제는 권력입니다. Black is matter. 입니다만 미국 내에서 흑인들의 권력을 생각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흑인들이 아시아 사람들보다 우월한 건 체격과 주먹 뿐입니다. 감히 백인한텐 빤히 쳐다보지도 못하면서 왜소한 아시아 사람을 우습게 아는 흑인들이 요샌 어째 힘센 유대인이 팔레스타인 사람들 째려보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그래서 별점 하나 깎아 네 개 줄까 하다가, 흑인 역사 몇백 년을 한 권에 축약한 밀도 높은 작품에 무식한 칼질을 하는 거 같아서 그냥 내비뒀습니다.
- 이이가 <초월왕국 Transcendent Kingdom>이란 새 작품을 2020년에 냈다는데 번역본이 얼른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잠자냥 2021-06-18 14:2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 책 별 다섯 개입니까? 전 이 책 출간되었을 때 소개 살짝 보고는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하고 너무 비슷한 거 아니야? 하고 패스했거든요. 으흠.... 그런데 이 작품은 여성주의보다는 ‘식민과 흑인 소설‘에 더 방점이 있다는 말씀이군요. 알겠습니다. 접수.

Falstaff 2021-06-18 14:40   좋아요 5 | URL
옙. 250년 이상의 세월, 열네 명 집중탐구. 이게 겨우 450여 쪽에 담겨 있으니 얼마나 속도감이 있겠습니까.
앞으로 이런 책이 더 나올지 모르겠는데, 굳이 이런 책 쓸 필요없는 세상이 주욱,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많이 기대하지는 마시고요. ㅋㅋㅋ

새파랑 2021-06-18 15: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폴스타프님 별 다섯개라니 ㅋ 고문이군요~!! 담을까 말까... Homegoing 하니까 케니지의 Going home이 떠오르네요 ㅎㅎ

Falstaff 2021-06-18 15:22   좋아요 3 | URL
좋은 책입니다. 크게 기대하지는 마시고요. 새삼스레 무슨 주장 같은 거 없습니다. 그냥 흑인들이 거쳐온 이야기니까요. ㅎㅎㅎ 결정은 새파랑 님께서 하시는 걸로.

coolcat329 2021-06-19 13: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책이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에 나오나요? 윽 기억이 안나네요 ㅠ
근데 긴 세월 여러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에바리스토 소설과 구성이 비슷하네요.
좋은 책은 읽어봐야죠~😚

잠자냥 2021-06-19 18:01   좋아요 1 | URL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에 나오는 건 아니고요, 책 소개를 보니까 구성이나 주제가 비슷할 거 같아서 저는 페스했었거든요. 근데 조금 다른가 봅니다!

Falstaff 2021-06-19 20:25   좋아요 0 | URL
저도 기억이 안 나요. 어디서 책 소개를 보고 산 건 맞는데 그게 <소녀,...>인 것 같긴 한데 자신하진 못하겠습니다.
옙. 에바리스토하고는 많이 다릅니다. 재미있어요. 근데 자신있게 읽어보시라 권할 정도는 또 아닌 것도 같고 뭐 그렇습니다. ^^;;;

잠자냥 2021-06-19 18: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폴스타프 님 현재 알라딘에서 대(?) 유행 중인 르네쌍수 사진 한 번만 올려주세요. 소주 두 병 걸치고 찍은 걸로요! ㅋㅋㅋㅋ

Falstaff 2021-06-19 20:22   좋아요 0 | URL
ㅋㅋㅋ 사진 찍히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말입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해봤는데, 너무 끔찍해서 도무지 올리지 못하겠어요. 흑흑,..

잠자냥 2021-06-19 22:3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적대적 상황에서의 생존 메커니즘 알마 인코그니타
올리비아 로젠탈 지음, 한국화 옮김 / 알마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가 올리비아 로젠탈을 검색해보니 별로 자료가 없다. 1965년 파리 출생 뱀띠 소설가이자 교육자로 지금 8대학에서 문예창작을 가르치고 있으며, 많고 많은 학생 중에서 한국에서 유학을 와 기특하게 프랑스 말로 소설을 써 책까지 낸 ‘한국화’라는 제자가 그의 작품 여럿 가운데 <적대적 상황에서의 생존 메커니즘>을 골라 번역 출간하고 싶다는 기특한 제의를 수락해, ‘한국어판 서문’을 써주기도 한 사람이다.
  번역본이 없어 로젠탈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지는 못해도, 일단 제목들을 보면 참 독특하다. 책의 앞날개에 적혀 있는 걸 따왔다. <모든 여자는 에일리언이다>,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순록들은 무엇을 할까>, <우리는 사라지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고양이과 동물들은 나를 좋아한다>. 등등. 이런 독특한 제목들과는 어울리지만 로젠탈의 어법이 독자에게 친근한 건 아니다. 이이는 자신이 쓴 한국어판 서문에서 말하기를, 자신의 작품세계가 한국의 독자에게 낯설게 느껴질 것이라 한다. 또한 십여 년 전부터 로젠탈은 특정 주제나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인터뷰해서 얻은 자료를 바탕으로 작업을 해 왔다고 하며, 이 책도 마찬가지인데, 이번에는 임사체험을 한 사람들이 대상이었다고 한다. 임사체험을 한문으로 쓰면 臨死體驗이고, 영어로 하면 near-death experience다. 1970년대 레이몬드 무다 2세와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 등에 의하여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우리말로 쉽게 얘기하면, 그냥, 죽었다 깬 사람들이다. 우리가 아는 가장 유명한 임사체험을 한 인물 두 명을 고르자면, <해리 포터와 혼혈왕자>의 해리 포터와, <미션 임파서블> 몇 편인지는 모르겠지만 위기탈출을 위해 스스로 전기 감전사하고 곧바로 연인에 의한 심폐소생술로 살아나는 톰 크루즈, 이단 헌트다.
  이단 헌트는 어떤 경험을 했는지 관객들이 알 도리가 없지만, <해리 포터와 혼혈 왕자>에서 해리가 숨을 거두자 아주 환한, 눈이 부실 정도로 환한 빛의 터널을 따라 천국으로 올라가는 장면이 나온다. 기억하시지? 실제로 임사체험을 한 사람들은 빛의 터널이나 천국까지는 모르겠으되, 다른 편으로 넘어가는 경이적인 여행인 죽음을 경험한 사람들은 그게 결코 비극적인 사건이 아니라 평범하고 때론 유쾌할 수 있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한다. 로젠탈은 서문에서 결론으로 말하기를, 이 책은 모든 의미에서 다시 살아온 자들에 대한 이야기로 독립된 다섯 개의 단편으로 만들었단다.
  그런데 정말? 그건 책을 끝까지 꼼꼼하게 읽어야 알 수 있다. 포스트 모던 작품은 비록 서문에 작가가 나서서 직접 뭐라고 설명을 깔아두었다 하더라도 그걸 그대로 믿고, 이해해주고, 섭취할 필요는 없다. 다섯 편이 독립된 단편, 이라고 할 수도 있으며, 마치 독립된 악장樂章movement처럼 개별적으로 떨어져 있으나, 마지막 다섯 번째 작품 <귀환>에서는 앞의 이야기들이 다시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교향곡 적인 형태를 취한다고 해도 그렇게 많이 틀린 이야기는 아닐 듯하다. 실제로 진짜 임사체험의 장면은 두 번째 <집에서>와 네 번째 <내 친구들>에만 나오고, 세 번째 <추격>은 일반적인 죽음, 사람이 죽어서 무화無化하는 과정, 이미 짐 크레이스의 작품 <그리고 죽음>을 통해 상세하게 이야기된 바 있어서 별로 와 닿지 않는 요약본이며, 마지막 <귀환>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한 문장이 몇 페이지에 달해 오히려 독자에게 혼돈만을 초래했던 길고 긴 문장들이었다.

 

  그럴 듯한 작품은 제일 앞에 실린 <도주>였다. 물론 내 의견일 뿐이다.
  일천한 아마추어 독자에 불과한 내가 이렇게 말한다면 시건방진 이야기겠지만, <도주>는 어느 정도 독서력歷이 있어서, 작품의 재미를 휘발시킨 드라이한 글을 읽을 수 있을 정도가 돼야 적당하겠다. 이렇게 써 놓으니까, 그럼 나는? 하는 의문이 든다. 좋다, 교만일지언정 솔직히 말해,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제대로 읽지는 못했을 듯하다. 하긴 포스트 모던 작품을 세상에 누가 있어서, “제대로” 읽겠는가. 그랬다 쳐도 그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도주>의 화자 ‘나’에 대하여 독자가 알 수 있는 건, 한 여성과 함께 도망을 치다가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다고 판단해, 비축식량 조금을 주고 도로 한 쪽 구석에 버리고 떠난 남자라는 것. 직업이 군인인지, 경찰인지, 범죄자인지, 테러리스트인지, 아니면 그냥 민간인인데 전쟁 중이라 적대국 군대에 쫓기는 것인지 아무런 힌트도 없다. 그저 쫓긴다. ‘나’는 여자를 버린 날을 기준으로 해서 날짜를 세기 시작한다. 그날부터 마흔 번째 되는 날까지 ‘나’의 행적을 기록한 것인데 중간 중간에 임사체험에 대한 경험담 등이 삽화처럼 서술되어 있다.

 

  <도주> 속에 임사체험에 관한 서술들.
  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한 결과, 심장이 멈추어도 뇌는 대략 30초 정도 기능을 하고, 이 사이에 놀랍고도 극단적인 규모로 (뇌와) 신경계와의 상호작용이 증가함.
  ② 토니 R.이 코마상태였을 때의 느낌이 현실과 그렇게 다르지 않았다고 증언함.
  ③ 어떤 임사 환자들은 외부에서 자신의 몸을 봤다고 진술했으며, 자신을 수술하는 의사가 쓰던 수술 기구등도 봤다 함. 이런 육체 분리 현상은 죽음의 위험에 대한 반응이라는 가설이 있음. 자아의 분할된 두 개의 개체 가운데 하나는 자신을 경계태세로 유지하고, 다른 하나는 자신을 타자 화함.
  ④ 심폐소생술을 시행해 되살아난 사람 가운데 오직 6 퍼센트만 임사체험을 경험함.
  ⑤ 비비안 R.은 잠들면 안 된다는 꿈을 꾸며 잠에 저항함. 수면은 정보(기억)를 삭제함.
  ⑥ 엘사 V.는 깊은 수면 상태로 몇 시간, 몇 주, 몇 달을 보냈지만 주변에 대한 의식이 확실하게 사라지지는 않았음.

 

  <도주>에서 ‘나’는 아무와도 마주치치 않는다. 여자를 버리고 다섯째 날에 폐허로 변한 마을을 발견하고 하루를 관찰하느라 보낸 다음날 마을로 들어가 은신처를 만든다. ‘나’에게 확실한 유일한 것은 누군가 나를 발견하면 처벌할 것이고 그건 아주 끔찍하리라 하는 일. 그렇다고 ‘나’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는 추호의 힌트도 없다. 끝날 때까지도 그렇다.
  ‘나’는 폐허 마을에서 스무날을 견디고 만일 죽어야 한다면 길 위에서 죽겠다고 마음을 먹어 다음 날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자신을 이곳으로 이끈 오솔길을 발견하고, 철길을 따라 이동하기 시작한다. 기진한 몸으로 고원에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아내고 골짜기에서 열흘을 보낸 ‘나’는 몸이 무감각해진 것을 알아내고 이제는 몸에서 자유로워졌으면 좋겠다고, 자살을 염두에 두기 시작한다. 서른세 번째 날에는 ‘나’가 버린 여자가 떠오르고 그녀의 두려움이 보이고 ‘나’ 역시 두렵다.
  드디어 마흔 번째 날. ‘나’는 떠나고, 동풍을 타고, 진흙을 몸에 바르고, 나아가다가 규칙적으로 뛰면서 오래 버틴다. 저 멀리 부족들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고 그들 중 한 명이 ‘나’에게 접근하더니, 나를 둘러싼 원들이 점점 작아진다. 삶은 불규칙적이고 느리고, 부드럽고, 희미한 모험으로 바뀌는데, 나의 부재 동안에도 일들은 계속 되는 것을 알면서, 외진 골짜기로의 홀로 여행과 도주는 이쯤에서 끝나거나 중단되는 걸로 마무리 한다.
  이게 뭘까. ‘나’ 역시 삶과 죽음의 유사 사망 상태에 있다가 다시 이편으로 돌아서는 모습.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당연히 아니겠지만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 그럼 된 거 아냐?
  그럼 이만.


 


댓글(7)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청아 2021-06-17 09:5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전반적으로 무서울것 같은데 <도주>는 꼭 읽어보고싶네요!
키퍼 서덜랜드랑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유혹의 선>도 의대생들의 의도적인 임사체험을 하고 조금 다른 경우지만 <어웨이크>란 영화에선 전신마취중 각성인데 이것도 실제 경우가 많다네요. 소설 <타나토노트>도 생각납니다^^*

Falstaff 2021-06-17 10:12   좋아요 5 | URL
아, 임사체험을 다룬 것이 많군요!
전 진짜로 죽기 전까진 절대로 임사체험을 경험하지 못하기 바랍니다. ㅎㅎㅎ

근데 무섭지 않아요. 건조해서 읽기가 좀 불편하고 그런데 별로 권하고 싶지는 않답니다. 죽는 장면의 압권은 제가 자주 인용하는 헨리 제임스의 <여인의 초상>에서 주인공 이사벨 아처가 병이 깊은 이모부에게 문병을 가서, 이모부 님, 얼른 쾌차하셔야지요, 위안을 하려 하자, 이모부가 하는 말이었습니다.
˝싫다. 그럼 나중에 진짜 죽을 때 또 이만큼 고통스러울 거 아니냐.˝

그 책이 이거보다 훨 재미납니다. 그거 읽으셔요. 헨리 제임스 가운데 젤 재미나요!!

청아 2021-06-17 10:18   좋아요 2 | URL
아! 냉큼 다시 담겠습니다(최상단으로)ㅋㅋㅋㅋ

다락방 2021-06-17 11:2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 제가 읽은 미스테리 소설 가운데 의대생들이 죽었다 깨어나는 실험 하고 그러다가 못깨어나서 살인이 된 그런 게 있었는데요. 아 그게 뭐였더라.

생각나면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그럼 이만.

청아 2021-06-17 11:50   좋아요 4 | URL
<플랫라이너>아닌가요? <유혹의 선>리메이크 한 영화예요ㅋㅋㅋ아 소설이군요^^;

Falstaff 2021-06-17 12:18   좋아요 4 | URL
아, 그런 소설이 있었군요! 미미 님 댓글 보면 영화로도 만들었고요. ㅋㅋㅋ 그것도 몰랐습니다.
한 번 찾아봐야겠습니다.

다락방 2021-06-17 13:10   좋아요 2 | URL
아니에요 의대생 부분이 정확하지는 않은데(의대생은 아닐 수 있어요) 그거 아닌 것 같아요. 아 근데 기억이 안나네요 ㅜㅜ 저는 북유럽 소설이라고 기억하고 있는데요 ㅜㅜ
 
과테말라 엘 소코로 - 5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2년 6월
평점 :
품절


역시 커피 맛은 ˝여유˝에 있다. 일요일부터 고소해 맛나게 즐겼다. 오늘은 좀 빨리 출근하느라 밥 먹고 숭늉 삼아 후루룩 쩝쩝, 바쁘게 들이켰더니, 이건 뭐 물 탄 소주 맛이다. 역시 기호품은 여유있게 폼잡고 차근히 즐기는게 제일 맛나게 마시는 방법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oolcat329 2021-06-16 17: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맞아요~~편한 마음으로 그 순간을 느껴야 맛이 좋아요. 커피도 급하게 마시면 배아프더라구요.

Falstaff 2021-06-16 19:44   좋아요 1 | URL
그죠, 그죠! ㅋㅋㅋㅋ
 
이해할 차례이다 민음의 시 266
권박 지음 / 민음사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권박. 원래 이름은 권민자. 1983년생이 어디 가서 제 이름은 권민자라고 해요, 라고 말하는 것이 마치 2021년에 스무 살 먹은 미국 아가씨가 대고모나 작은 할머니 이름도 아니고 말이지, 어디 가서, I'm Dorothy, 라고 하는 것처럼 심히 쪽팔려, 탁, 창씨創氏와 더불어 개명改名을 하려 했다. 시절이 21세기. 창씨는 1940년대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어서, 21세기에도 주로 여성주의자들이, 환경운동가 출신 민주당 국회의원 ‘양이원영’ 같은 이가 대표적으로, 아버지 성 바로 뒤에 어머니 성을 합해 창씨를 하곤 했는데, 여성주의에 관심이 많은 권민자도 마찬가지로 엄마의 성씨를 뒤에 이어 만든 '권박'을 앞에 놓고, 이름을 뭘로 할까, 궁리하다가, 그냥 ‘권박’으로만 했단다. 지금은 장가들어 아이 아범이 된 내 큰아이가 고등학교 시절에 중국에서 온 아가씨와 연애를 한 적이 있었는데, 아가씨 아버지가 중국인 등씨고, 어머니가 남쪽 한국인 류씨라서, 아버지가 아이의 이름을 ‘등류’라 지었다고 했다. 그래 나한텐 권박이란 이름이 하나도 낯설지 않게 읽혔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어떤 이유로 권박의 시집을 골랐느냐 하면, 요즘 출간되는 시집의 파편화된 단어와 개별성, 낯설고 기괴한 시어가 끔찍할 정도로 피곤하여, 이런 시들을 피할 목적으로 언뜻 떠오른 아이디어가 무엇이었는가 하면, 우리나라 현대 참여시의 대표자 가운데 한 명인 김수영, 이 시인의 이름을 딴 문학상을 탄 시집, 또는 시인이 낸 것이라면 그래도 조금은 이해할 수준이 아니겠느냐, 하는 것이었다. 김수영 정도면 깊게 공감을 주며, 무엇보다 독자들에게 최고 난도의720도 회전 옆차기 같은 공격을 퍼붓지는 않을 터이니까. 딱 이런 이유 하나로 구입했다. 나도 미쳤지. 그렇게 생각했다면 우선 한 권 사 읽어보고 다음을 기약해야 할 터인데, 김수영 문학상을 받은 적이 있는 안태운이란 시인의 시집을 또 한 권 사놓고 다음 주 화요일에 독후감을 올릴 예정이니, 미치진 않았다 해도 제 정신은 아닌 듯싶다.
  하여튼 이런 과정을 거쳐 권박의 《이해할 차례이다》를 읽은 감상은, 오죽했으면 이이의 이름 지은 내력이 낯설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했겠는가를 염두에 두시면 되겠다. 바로 어저께 정유정의 엽기 발랄한 잔혹 무비 <7년의 밤>을 읽고 독후감을 쓴 다음에 또 《이해할 차례이다》를 읽으니 쉬운 얘기로, 돌겠다, 미치겠다, 까무러치겠다, 사까닥질 하겠다. 예를 들어, <안토르포파지 (anthropophagy)>라는 시의 일부를 인용한다. ‘유사有史 및/또는 선사先史’라는 뜻을 갖고 있는 전문용어 anthrophophagy는 ‘안트로포파지’라고 읽어야할 듯한데, 하여튼 시인은 ‘안토르포파지’라고 우리말 제목을 썼다.

 


  설탕으로 만든 해골과 두개골을 갉아먹으며 당신은 내 귀에 대고 속삭였지. 모피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고양이에게 고양이 고기를 준 파리의 어느 모피상 이야기, 들어 본 적 있니?

 

           *

 

  당신은 내 넓적다리와 가슴과 뇌장을 식초에 뿌려 먹을 거라고 한다.
  당신의 사람인 나는 내 눈동자와 혀와 불안과 고루와 절망과 심장을 잠 속에 넣었다.

 

  고양이를 낳는 태몽을 꾼 다음 날의 나는 손톱 같은 시간처럼 녹아내렸다.
  그 시간 안에서 당신은 할퀴고 물어뜯는 소문이고 나는 어찌할 줄 모르는 소문이다.

 

  (중략)

 

  나치의 수용소 안에서 어떤 수감자가 어떤 수감자의 인육을 먹을 때의 표정을 당신과 나의 관계라고 볼 수도 있겠다. 나치의 눈을 피해 어떤 수감자의 뼈와 피부를 파헤치는 어떤 수감자의 피골이 상접한 알몸이 당신과 내가 나눈 사랑의 모습이기도 하다. 가시철조망에 걸려 있는 시체 같은 태몽이 나를 붙였다.  (후략 110~111쪽)

 

 

  당연히 모든 시가 이렇지는 않다. 권박의 트레이드마크는 페미니즘이라고 한다. 김수영 문학상을 받은 직후의 인터뷰 기사를 보면, 당시의 남성과의 대결이나 남성혐오, 과격한 적대적 페미니즘과는 다른 페미니즘이라고 주장한 적이 있다. 시집을 읽어보면 주로 앞쪽에 배치된 시들을 중심으로 권박 특유의 여성주의적 시가 보인다. 이이는 페미니즘, 주로 빅토리아 시대 이전/이후 소설가, 시인들과 관련된 것들로 시작하는데, 이는 필연적으로 자신이 지금 어떤 시대, 대상에 관하여 노래하고 있는지 독자에게 알릴 필요가 있었고, 이를 위해 시인이 채택한 방식은, 놀라울 정도로 길고 긴 주석이다. 이렇게 길고 긴 주석은 평론집에서도 읽은 적이 없을 듯하다. 그래 차마 인용할 수 없어 문명의 이기,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 보여드리고자 하니, 시 한 편을 위한 주석을 구경하며 우리 함께 놀라보자.

 

 

   이렇게 열두 쪽이 시 한 편에 관한 주석이다. 그럼 시는 어떻게 생겼느냐고? ‘기상관측소’, ‘공동체의 (미)완성’, ‘비극 : 형평성의 탄생’, ‘거절 : 세련된 방식의 삿대질’, ‘그러니까, 왜, 나는 없는 이름입니까?’, ‘피의 책’이란 여섯 개의 소단위로 이루어진 일곱 쪽에 이르는 시로 제목을 <마구마구 피뢰침>이라 했다. 이걸 다 인용할 수는 없고 처음 두 단위만 옮겨보기로 하자.

 


  마구마구 피뢰침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고드윈 셸리(들)에게

 

  기상관측소

 


  이번에는 기상관측소입니까?
  기상관측소는 신의 의도를 기록한 책이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벼락을 꽉 붙잡고 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짜깁기한 197개의 심장에, 나의 뇌를 피뢰침 삼아, 다시 벼락을 덧대어, 처음의 흉측함과 만난다면, 흉측함의 흉측함으로써,

 

  묻겠습니다.
  “아직도 공동체의 완성은 보호받는 여자인데 어떻게 해야 합니까?”

 


  공동체의 (미)완성

 


  천사는 집 안에만 있어야 하는데
  악마도 입 안에만 있어야 했는데

 

  집 안에 있는 천사는 왜 집 밖으로 나가면 천사가 아니게 되는 겁니까?
  집 안에 있는 악마는 왜 집 밖으로 나가면 더 끔찍한 악마가 되는 겁니까?

 

  형평성이 탄생했습니다.  (후략)


  주석을 읽지 않고도 이 시가 무엇을 주장하고 있는지 감이 잡히시나? 나는 아니었다. 주석을 읽고 나서야 아, 이런 얘기구나, 라고 즉각 알긴 하겠는데, 그러면 뭐 하러 시를 쓰나. 차라리 논문을 쓰지. 라는 생각도 아주 조금은 들었다. 하긴 시도 진화를 한다. 그걸 내가 따라가지 못했을 뿐. 나 같은 둔한 독자를 위해 좀 친절한 시인들도 아직 있기는 하지만 권박은 아닌 거 같다. 김수영 문학상도 마찬가지고. 아이고, 참 시 읽기, 더 솔직하게 말하면, 시 읽어주기 힘들다. 더는 못 읽겠다. 오늘 현재 책꽂이에 꽂혀 내 눈길을 기다리고 있는 시집만 다 읽으면, 나도 내게 맞는,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시들만 읽겠다.
  시인들이여, 잘났다. 내가 졌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나리자 2021-06-15 10: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야말로 시 한편에 대한 주석이 산문 수준이네요!!

Falstaff 2021-06-15 10:46   좋아요 6 | URL
19세기 이전의 여성 작가들, 메리 셸리 모녀 부터 브론테 세자매, 제인 오스틴, 조지 엘리엇 및 이후 여성 작가들까지, 당시의 여성 차별, 교육을 당한 것을 망라합니다. 새로운 것을 알 수도 있지만 본문에도 썼다시피 (조금도 비꼬는 말이 아니고요) 차라리 논문, 아니면 적어도 산문이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시의 주석 대신에 말입죠.
이러니 시를 잘 모르고 그저 애정으로 시 좀 읽어볼까, 하는 독자의 입장에서 배겨낼 도리가 있었겠습니까. 흑흑흑.....

새파랑 2021-06-15 11: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시라면 뭔가 배경지식이나 해설 없이 읽고 나서 뭔가 느껴지는거라 생각했는데 ㅎㅎ 감정의 압축적 표현? ㅋ 뮌가 다양성 측면에서는 괜찮다고 생각은 듭니다^^ 다만 저에게는 어렵게 보이네요 ㅜㅜ

Falstaff 2021-06-15 11:28   좋아요 5 | URL
ㅋㅋㅋ 바로 위에 ˝기상관측소˝는 메리 셸리가 쓴 <프랑켄슈타인> 분위기가 팍 납니다. 권박은 벼락의 전기자극이 만들어낸 흉측함, 괴물 프랑켄슈타인이 아니라 메리 셸리라는 ‘여자‘ 소설가, 모든 것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는 여자였던 것입지요.
시라는 장르는 급격하게 전문화된 거 같습니다. 에구, 모르겠습니다, 저도요. ㅋㅋㅋ

hnine 2021-06-15 18: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해골과 두개골은 같은 말 아닌가요?
인용하신 첫 싯구는 광우병을 비유한 것 같아보이네요.
난해하지만 동시에 관심도 가요.

Falstaff 2021-06-15 20:26   좋아요 2 | URL
뭐 해골하고 두개골.... 복수형 아니겠습니까. 설탕으로 만든 바가지 두 개 말입지요.
시가 길어서 전문을 인용하지 못했는데, 광우병은 아닌 걸로 읽었습니다. 광우병, 구제역, 조류독감, 이 비슷한 동네는 원로 김혜순이 이미 꽉 잡고 있어서 감히 새까만 후배가 숟가락 올리기가 쉽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 비겁하다! 모르겠다고 얘기한다....고 짱돌 던지셔도 뭐 어떻하겠습니까. 맞아야지요. ㅎㅎㅎ)
아, 전 계속 뇌 굴리다가 다 소진되어 이젠 기브-업, 입니다. 에휴....

coolcat329 2021-06-15 18: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시가 정말 어렵습니다. 저는 교과서 시도 천천히 읽어야 조금 와닿는 수준인데 정말 무슨 말인지 어렵네요.

Falstaff 2021-06-15 20:27   좋아요 3 | URL
ㅋㅋㅋ 그러면 저처럼 각오를 하시면 됩니다.
니들이 시인밖에 더 되냐! 잘 먹고 잘 살아라! 난 안 읽겠다!
이게 독자의 유일한 권력인데 포기하시면 안 됩니다. ^^

붕붕툐툐 2021-06-16 00: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 한편을 위한 주석을 사진으로 올리신 목적대로 저도 아주 많이 놀랐습니다~;;;;;;
전 패쓰! 할게욧!ㅎㅎ

Falstaff 2021-06-16 07:37   좋아요 2 | URL
ㅋㅋㅋ 저는 놀라다가, 놀라다가, 자빠졌답니다.
전 당분간, 사 놓은 거 다 읽고요, 완전 패쓰~ 할 겁니다.
씨... 읽(어 주)나 봐라!
 
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유정도 검색을 해보니 1966년생으로 2007년, 마흔두 살에 등단했다. 그러니 입심 하나는 특별할 수밖에. 특이한 이력이 있다. 기독간호대학을 졸업해 간호사 경력이 있을 뿐, 문학창작 관련해 특별한 수업을 받지 않았다. 광주 전남을 연고지로 하는 해태 타이거즈와 기아 타이거즈의 열혈 팬이란다. 행운이 아니라 노력이겠지만 글을 써서 응모하면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로 5천만 원, <내 심장을 쏴라>로 1억 원의 상금을 채집한다. 요새 기타소득세가 얼만지 모르겠지만 내 기억으로 1%, 주민세 0.1%, 합해서 1.1%. 그걸 제외하고 몽땅, 그러니까 1억 4,835만 원을 현금으로 받는 기염을 토한다. 세율은 정확하지 않다. 창피하지만 나도 한때, 199x년에 받아본 적 있는데 얼마였나 하면 98만 9천 원. 와, 그새 인플레라니(농담이다).
  정유정의 작품을 소개한 걸 보니까, <내 심장을 쏴라>, <7년의 밤>은 영화로 만들어 평단의 혹평을 받은 바 있고, <종의 기원>은 시나리오 작업 이후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단다. 내가 정유정이란 이름을 알게 된 것이 읽어보지 않았지만, 광고가 쏟아진 덕에 <종의 기원>이란 책 제목이 머리에 박혀서였구나. 하여튼 영화로 만든 두 편 가운데 하나만 대박을 쳤어도 정유정은 노후 걱정 없이 지낼 수 있었을 텐데 아쉽게 됐다. 관객 수에 따른 러닝 인센티브로 계약하는 것이 보통이니까 말이지. 이제 겨우 단 한 작품을 읽고 정유정이 어떻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정유정을 더 읽고 싶은 생각이 없으니 그냥 한마디 하면 잘 쓰는 대중소설가랄까. 아아, 잠깐. 난 대중소설을 우습게 여기지 않는다. 단지 나하고 맞지 않아서 안 읽겠다는 것뿐이다. 돈 벌 수 있는 대중소설과 배고픈 순소설 가운데 나한테 하나만 골라 “쓰라고” 하면 당연히 돈 왕창 벌 수 있는 대중소설을 선택할 테니까.

 

  처음 화자로 등장하는 인물이 최서원.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 최서원←최순실←최필녀. 하필이면 국정농단 사건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대통령 탄핵에 불씨를 붙인 인물과 동명이인일 건 뭐람. 하긴 내가 읽은 책이 초판 45쇄, 윽, 4쇄도 아니고, 5쇄도 아니고 45쇄? 영화는 혹평을 받았을지언정 인세 하나만 가지고도 대박이 났겠다 싶은데, 초판이 2011년. 최순실 등장 전이니 같은 이름은 팔자 탓이다. 하여튼 화자 최서원은 7년 전인 2004년 9월 12일 새벽, 나이 열두 살 때, 꼭대기에 오르면 저 멀리 득량만의 바다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전라남도 가상의 지역인 세령호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건이 모두 정리되고, 파란 셔츠를 입은 형사의 손을 뿌리치는 순간, 일제히 카메라 섬광을 뿜으며 사진을 찍히는 장면을 회상하고 있다. 빛의 바다에 홀로 섬이 된 상태, 열두 살의 서원이 아저씨라고 불렀지만 아무 혈연이 없는 안승환이 다가와 서원의 손에 자신의 휴대전화를 쥐어주고는 어쩔 수 없이 이별하고 만다. 안승환은 이후 책이 끝날 때까지 서원의 수호천사로 등장하는 선역. 전문 스킨 스쿠버로, 아버지와 삼 형제 모두 속칭 ‘악어’라고 불리는 잠수 일을 했는데 주로 물에 빠져 죽은 사람의 시신을 건져주고 그걸로 먹고 살았다.
  최서원의 아버지 최현수. 미치광이 살인마로 알려진 흉악범. 베트남에 파병되어 팔 하나를 잃은 구척 거구의 최상사가 낳은 2남 1녀의 장남. 어려서부터 술만 마셨다 하면 솥뚜껑만 한 손으로 처자식 두드려 패는 걸 취미로 삼은 개귀신 집구석의 장남으로 어려서부터 어머니와 동생들의 기대, 희망이라는 큰 짐을 어깨에 짊어지고 살아야 했다. 아버지가 수수밭 한가운데 파놓은 우물에 빠져 죽고 몇 년 후부터 심각한 신경성 질환을 앓아야 했는데, 이 질환은 우월한 신체조건으로 열두 살 때부터 두각을 나타낸 야구선수로는 치명적 종말을 맞게 만든다. 초장에 소개가 되니 스포일러는 분명 아닐 터. 최현수는 열두 살짜리 여자아이의 목을 비틀어 살해하고, 여자아이의 아버지를 몽치로 때려죽인 다음, 자신의 아내마저 같은 무기로 때려죽인 것도 모자라 강에 던져 버리고, 또다시 댐의 수문을 개방해 경찰 넷과 한 마을주민의 절반을 수장시켜버린 현행범으로 체포된다.
  작가 정유정이 해태/기아 타이거즈의 열혈 팬이란 건 위에서 얘기했다. 그것과 별개로 책을 읽으면 작가가 야구를 매우 좋아한다는 건 금방 알 수 있을 정돈데, 조금도 비슷하지 않지만 어쩐 일인지 나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작가보다 한 살 아래로, 예전의 엘리트 코스, 고등학교야구 최고 선수→대학야구 최고 선수→프로야구의 단계를 밟아 한 시절을 풍미했으나 은퇴 후 네 모녀를 살해하고 자살해버린 옛 해태 타이거즈 선수 출신 이ㅇ성을 떠올렸다. 범죄 이야기라서 그랬던 것 말고는 아무런 이유는 없다. 이 책에 거의 전문적인 수준으로 나오는 것이 야구 말고 스킨 스쿠버도 있다. 잠수에 관해서는 119구조대 잠수 교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후기에 적혀 있다. 그래 전문성을 확보하게 됐지만, 야구는 누구의 조언도 필요하지 않았던 수준인데, 아뿔싸, 최현수의 포지션이, 포수다. 그리고 왼손잡이다.
  백 년이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에서도 왼손 포수는 백업 자리에도 있어본 적이 없다. 왼손 포수는 좌타석 타자가 타석에 서 있으면 2루 주자가 3루로 도루할 때 3루로 송구하는데 타자 때문에 애를 먹는다. 우리나라에서도 야수가 비상시국에 잠깐 포수 자리를 대역하는 거 말고 진짜 왼손잡이 포수는 한 명도 없었고, 없고, 없을 것이다. 왜 자꾸 이 이야기를 들먹이냐 하면, 최현수의 신경성 질환이 왼손을 전혀 쓰지 못하고 그저 덜렁거리기만 하는 부착물 수준으로 기능을 떨어뜨리는 현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게 자신의 외팔이 아버지 최상사로부터 물려받은 신체손상이 아니라, 내적으로 가지고 있는 극한의 폭력성과 연관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왼팔을 쓸 수 있느냐, 없느냐를 상당한 메타포로 읽을 수 있는데, 왼팔 대신 오른팔 잡이로 했어도 충분했을 텐데 왜 그랬을까. 혹시 작가도 이런 것을 알고 일부러 왼손 포수를 설정했을지도 모른다. 왼손 포수용 글러브. 즉 오른손에 끼는 포수 글러브를 기억하시나? 셀린저가 쓴 <호밀밭의 파수꾼>에서 한 방 탁 터뜨리는 소도구로 출현한다. 거의 쓰이지 않는 물건. 그러나 어찌 될지 모르니 구비 해놓지 않으면 안 되는 것. 에라, 나도 모르겠다.
  하여튼 야구 은퇴 후 생활력 강하고 악착같은 아내, 엄처시하에서 거의 루저 수준으로 되는대로 사는 최현수는 현재 음주운전으로 면허정지 중에 식수원이기도 한 세령호의 보안팀장으로 자진해 발령이 난다. 그래 이틀 전에 살 집을 먼저 봐두려고 서울에서 출발했다가, 선수 생활을 했던 광주에서 옛 동료가 운영하는 소주방을 들러 소주 몇 병을 마시고 한밤에 엄청난 거구가 경차 마티즈를 타고 과속을 하해 세령호에 도착했고, 짙고 짙은 안개 속에서 갑자기 나타난 흰 실크 블라우스를 원피스처럼 입은 열두 살 소녀 오세령을 치고 만다. 벌벌 떨리는 몸으로 세령을 안고 어쩔 줄 몰라 하는데 어디선가 인기척이 나고, 중상을 입은 세령이 “아버지”라고 신음하자 조용히 시키기 위해 왼손으로 입을 막는 과정에서, 워낙 힘이 장사인 최현수는 살해의 의도가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만 세령의 목을 부러뜨려 죽여 버리고 만다. 그 후 현수는 음주운전, 면허정지, 일산의 아파트 구입, 아내, 아들 최서원 등이 머릿속을 휙휙 날아다니는 와중에 자신의 알량한 삶을 통째로 버릴 수 없다는 자각이 세령을 호수 속에 빠뜨려버리게 만든다. 이후 그를 닥치는 끔찍한 신경증.
  반면 세령호 인근의 막강한 지주의 아들인 치과의사 오영제.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 기질을 동시에 지닌 미치광이 성향의 머리 좋고 돈 많은 인물. 오영제는 최현수가 딸 세령을 죽인 것을 알아냈으면서 경찰에 제보를 하는 대신 사적인 복수로 결말을 보고자 한다.

 

  정말 영화로 만들어도 좋을 만큼 서스펜스와 스릴과 폭력이 넘친다. 대개 폭력과 범죄 스토리엔 에로틱한 장면이 장식처럼 들어가는 게 일반적인데 아쉽게도 야한 장면은 나오지 않으니 애초에 기대하지 마시라. 나처럼 김칫국 들이켜고 이 쑤시고 싶지 않으면. 게다가 거참, 왜 이리 묘사가 사나운지. 사나운 걸 초월해서 끔찍하고 잔인하다. 꿈속에 나올까 겁날 정도. 굳이 적나라하게 쓰지 않아도 독자들은 충분하게 알아차릴 텐데 작가는 친절하게도, 열두 살 먹은 오세령의 버릇을 ‘교정’하겠다는 교육적 목적으로 아버지 오영제가 무남독녀 외동딸을 지도했던 결과, 코뼈가 부러졌고, 입술이 터졌으며, 앞니, 그것도 영구치 몇 개가 와장창 뽑혀버린 것이니, 아무리 치과의사 아빠라서 그까짓 뽑힌 앞니보다 훨씬 어여쁜 임플란트를 해 넣어줄 수 있다고 해도 피로 칠갑을 한 열두 살 소녀의 얼굴을 떠올려 보고 싶겠느냐 이거다.
  아무리 생각해도, 괜히 읽었다. 나쁜 책이란 얘기가 아니고, 나하고는 진짜 맞지 않는 책이라서. 아 씨. 아직도 찾아보면 드물지만 좋은 아버지들도 아주 가끔은 있는데 요즘 작가들이 선택하는 아버지들은 어째 주변에 널리고 널린 개 썅노무새끼들인지 말이야. 만날 그런 악질 꼰대들만 수집해서 편하게 글 쓸 생각하지 말고, 극도의 소수라서 글쓰기 힘들고 주인공으로 삼기 어렵고 독자들에게 공감을 받기는 하늘에서 별 따기인 그냥 조금은 선량한 아버지들을  골라 용맹정진해 볼 것을 주문하면 욕심일까?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자냥 2021-06-14 09: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 요즘 엄청 핫한 거 같던데(미디어에 전파 타서) 전 이 작가 책 계속 안 읽을 거 같더라고요. ㅎㅎ 전에 <내 심장을 쏴라> 한번 도전했었는데 중간까지 꾸역꾸역 읽다가 걍 반납하고, 안녕~했더랍니다. 폴스타프 님 말씀처럼 저랑 참 안 맞는... 저는 도무지 재미를 모르겠는 그런 작가더라고요.

그나저나 폴스타프 님 등단 작가시군요? ㅋㅋㅋㅋ

Falstaff 2021-06-14 10:17   좋아요 4 | URL
아휴, 저도 정유정은 이 한 권으로 끝입니다. 아무리 헌책을 샀어도 내돈내산을 도중에 던져버리기 아까워서 끝까지 읽었습니다.
ㅋㅋㅋㅋ 제 좌우명이 ˝진로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이고요, 집구석 가훈이 바로 이겁니다.
˝빵이 먼저다!˝
전 절대 배고픈 작가 아닙니다. 진실입니다. ㅋㅋㅋㅋㅋㅋ

레삭매냐 2021-06-14 10: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28>과 <내 심장을 쏴라>
를 읽었네요.

<종의 기원>은 꾸역꾸역 읽다가
결국 못 읽었네요.

<28>은 나름 괜찮았던 것 같은데
굳이 찾아 읽게 되지는 않더군요.

Falstaff 2021-06-14 10:12   좋아요 3 | URL
이이의 책은 애호가들에게는 환영받을 거 같더라고요.

다락방 2021-06-14 10:2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정유정의 [7년의 밤] 이 책 한 권 읽고 ‘이제 정유정은 안읽어도 되겠다‘ 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저에겐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폭력에 대한 묘사도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모럴을 찾아볼 수 없다고 저는 생각했고, 그건 제가 좋아하는 책 타입이 아닙니다.

폴스타프님께서 폭력에 대한 묘사가 너무 지나치다고 말씀하셨는데, 얼마전에 [유퀴즈] 에 나온 정유정 작가가 말하기를, 본인은 묘사를 성의 없이 하는게 싫다더라고요. ‘저기에 시체가 있다‘고 말하는 작가들이 너무 싫고, 거기에 시체가 있다면 독자로 하여금 그 시체에 대해 최대한 자세히 알게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정유정 작가의 묘사에 대한 신념과 집착인 것 같았어요. 그리고 이 지점이 저랑 동떨어져 나가는 것 같더라고요. 7년의 밤 이후의 작품들도 계속해서 베스트셀러가 되고 이슈가 되지만 저는 역시 손이 가지 않고요.

아무튼 등단작가 폴스타프 님의 리뷰 잘 읽고 갑니다. ㅎㅎ

Falstaff 2021-06-14 10:38   좋아요 3 | URL
앗, 정유정이 TV에 나와서 상세한 묘사에 관해 그렇게 얘기했군요. 이이가 애로 장면을 쓴 책 있을까요? 상세하게 묘사한? ㅋㅋㅋㅋ
흠. 그렇다면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인 최현수가 왼손잡이 야구선수이자 포수인 것은 정유정이 타이거즈의 열혈 팬이기는 하지만, 단지 야구에 무식해서 그랬던 거고요. 호밀밭에서 파수보는 꿈을 꾸는 홀든 콜필드가 얘기한 왼손 포수용 글러브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봐야겠습니다.
전 또 무슨 대단한 은유가 있는 줄 알고, 그걸 알아채느라 머리를 짜냈다는 거 아닙니까. 실패로 끝나고 말았지만. 아이고, 이런.

하여튼 전 작가 아니라니까요! 은퇴를 코 앞에 둔 봉급쟁이더러. ㅋㅋㅋㅋ

그레이스 2021-06-14 11: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힘들게 읽은 책입니다.
세령호, 세월호...!

마지막 문단에 완전 찬성입니다.
힘들더라도 소수, 선량한 아버지들을 선택해서 글쓰기하라는 주문...!

Falstaff 2021-06-14 11:20   좋아요 3 | URL
그죠, 너무 과한 묘사는, 심지어 발자크라도 힘들어요. ㅋㅋㅋㅋ
선량한 아버지, 근데 너무 과장해서 눈물짜내기 하는 캐릭터 말고요, 걍 흐르는 물같은 아버지도 좀 개발을 해주었으면 좋겠어요. ^^

coolcat329 2021-06-14 12: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7년의 밤> 정말 재밌게 읽었는데... <28>을 읽고 실망했네요.
묘사와 폭력이 그렇게 과했던가...기억이 안나고 그저 스릴서스펜스가 넘쳤던 기억만 나네요.

Falstaff 2021-06-14 12:25   좋아요 3 | URL
책은, 뭐 다른 것들도 비슷하긴 합니다만, 읽는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다 다르잖아요. 쿨캣님도, 저도, 윗분들도 다 정상입니다. ㅋㅋㅋㅋㅋ

mini74 2021-06-14 19: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정유정 작가님 남편이, 아내가 글쓸때 내조했고, 지금은 인세가 들어오는 통장을 관리하신다고 ㅎㅎ 남편이 부러워하는 남자들. 김은희작가님의 남편 장항진감독님과 장유정작가남편님 ㅎㅎ입니다.
저는 이 분 히말라야 등반하고 쓴 에세이가 재미있었습니다~

Falstaff 2021-06-14 20:12   좋아요 3 | URL
아, 정말 질투납니다. ㅋㅋㅋㅋ
그래도 제가 두 양반의 남편들보다는 잘 사는 거 같아서 안심이 되네요.

붕붕툐툐 2021-06-15 00: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다가 던진 책이라 이 작가 작품을 다시 읽을 일은 없을 거 같아요!! 세상엔 좋은 책이 너무 많도 폴스타프님이 추천해 주신 읽고 싶은 책만 해도 342권은 될 듯합니다!ㅎㅎ

Falstaff 2021-06-15 08:39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그럼에도 정유정은 무지하게 많은 팬을 확보한 작가잖아요.
물론 맞지 않는 작가를 거들떠보지 않을 권리가 독자한테는 있습니닷! ㅋㅋㅋㅋ

제이아이 2021-09-29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책으로 안읽고 돈으로 읽으시네...

Falstaff 2021-09-29 20:40   좋아요 0 | URL
네. 저는 책보다 돈이 훨씬 더 좋거든요. 제이아이 님은 안 그러신가요?